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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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 모일(某月某日)





모월 모일
화와 함께 살다

모월 모일
화와 함께 살다

모월 모일
화와 살다

모월 모일
화와 살다

모월 모일
화와 함께 살다

모월 모일
화와 함께 살다 아직 죽지 않았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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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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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벚꽃 피어나느라고
밤이 그토록 눈 뜨고 있었나보다
벚꽃 피어나느라고
추운 밤이 다하여 그토록 가슴 아프게
먼동 트였나보다
벚꽃 피어나느라고
벚꽃 우르르 우르르 피어나느라고
저 땅속 뻗어내려간 뿌리들까지
저 하늘 속 나뭇가지들 우듬지 끝까지
다 몸 바쳐
힘이란 힘 남김없이 다 바쳐버렸나보다

봄날이 간다 힘이란 힘 다 바쳐버려
더 무슨 힘으로
세상의 재난 막아서겠느냐
벌써 병충해로 오도 가도 못하며
벚꽃 지는 날
징징 울지도 못하나보다

올해 꽃 피느라
내년 꽃 피느라
내 목숨의 힘 다 바쳐버려
몇십 평생 살 것을
몇년인가
몇년 반인가 살고 말아야 하나보다

벚꽃 밑에서 나는 고개 들었다 고개 숙인다
당신 나 안 만났으면
하고 고개 숙인다
당신 나 안 만났으면
힘이란 힘 다 바치지 않고
숨 느른하고
걸음 느른할 텐데
당신 나 아닌 누구 만났으면
하고 고개 숙이다 고개 번쩍 들어올린다

아, 벚꽃 지고 있다-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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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3-0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벚꽃을 한국에서 볼 수가 있겠구나...
벚꽃을 본다면 이 시가 떠 오를 것이다...
 
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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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




상화는 명사가 아니다
동사이다
펄펄 살아
여기에 있지 않고
저기에 있나
저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나

아니 어디에 있나

나에게 상화는 명사도 동사도 아니다

어디에 있나
어디에 있나

아, 나에게
상화는 허사(虛辭)이다
불러도
불러도
그가 없다

못 견디는 것이
견디는 것
방황이
방황이 끝나는 것

왜 나는 배고픈가
왜 목이 마른가
아, 상화는 어디에 있나

여기 있어도
여기 있어도
어디에 있나-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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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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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해가 뜬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면 너를 사랑해야겠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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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 출간 25주년 기념 특별판
신경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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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날 때마다
내 날개엔 상처가 생겼다
얼룩이 지고 주름이 잡혔다
비바람에 찢겨
천둥 번개에 부딪혀
가시에 찔려 불에 데어

때로는 지쳐 모래밭에 쓰러졌지만
더러는 날개 접고 푸섶에 엎드렸지만
밤새워 아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높푸른 하늘이 쉼없이
귓가에 내려와 꼬여대고
따사로운 햇살이 깃속으로 파고들며
간지를 때
별들이 애틋한 눈짓으로
손짓하며 부를 때

아픈 상처는 굽힐 줄 모르는
뜻으로 타오르고
얼룩은 주름은 힘으로 솟구쳤다
날자
백 번을 찢기고
천 번을 곤두박질치더라도
그리하여 마침내
이렇게 높이 이렇게 멀리
날아올랐다

아니다 이곳은 아직도 낮고 아직도 가까운 곳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백두산에서 한라산이 보이기까지
이 땅의 온 땅심이
날개에 시퍼렇게 뺄 때까지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나를 키워온 들과 산과 강을
끌어안고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가시를 불을 모두 데불고
내 뜨거운 핏줄로 온 나라를 엮으면서
내 힘찬 노래로 온 고을을 채우면서
날자 더 높이 더 멀리-115~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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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3-0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왕미소 2013-03-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감사해요!!! 한국은 벌써 봄이 오는군요~이곳은 오월에도 가끔 눈이 온대요. 진달래꽃이랑 할미꽃이랑 울긋불긋한 산이 너무나 그립네요.. 저는 뭐라고 호칭을 써야하나, 옆지기님이라도 해도 되요? 감사합니다, 후애님의 옆지기님~축체중검사통과 해주셔서요.오홓홍홍..
후애님은 편독을 안하시는것 같아요, 너무 좋네요..시집을 읽은지가 언제인지..간만에 가슴이 시로 채워졌어요.
밤을 걷는 선비라는 조선 뱀파이어만화는 재미있어요? 후애님이 몇번언급했고 가지신 걸로 알고 있는데..만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시리즈가 길다보니 주문하기가 부담스럽더라구요.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멋져요~ 아자, 좋은 하루 되시구요..식사 꼭 챙기세요.

후애(厚愛) 2013-03-05 14:55   좋아요 0 | URL
오늘 대구 날씨는 너무 포근해요.
이제 봄 옷을 입어도 될 것 같은데 밤에는 좀 춥답니다.
맞아요.
우리가 살았던 스포켄에도 5월에 눈이 내렸어요.
날씨가 얼마나 변덕쟁이인지...
봄이 왔다고 반가워 하다가 금방 여름이 오고요...
미국은 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ㅠㅠ
네 옆지기라고 불러도 된답니다.ㅎㅎ
저는 오랜전에 역사소설, 한국소설을 읽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협소설, 그리고 시대물로설을 많이 읽었어요.
시대물로설에 푹 빠져서 계속 시대물로설만 구매하게 되더라구요.
시집은 어렵다고 이해하기 힘 들다고 생각하다가 구매를 안 했는데 알라디너 분께 시집 선물을 받았답니다.^^
시집 말고도 그림책도 많이 받았고요.
밤을 걷는 선비 너무 재밌어요.
빨리 3권이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만화는 정말 시리즈가 너무 길어요.ㅠㅠ
그래서 저도 미국에 있을 때 만화를 잘 구매 못 했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만요.
네 건강하시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