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모일(某月某日)모월 모일화와 함께 살다모월 모일화와 함께 살다모월 모일화와 살다모월 모일화와 살다모월 모일화와 함께 살다모월 모일화와 함께 살다 아직 죽지 않았다-188쪽
벚꽃벚꽃 피어나느라고밤이 그토록 눈 뜨고 있었나보다벚꽃 피어나느라고추운 밤이 다하여 그토록 가슴 아프게먼동 트였나보다벚꽃 피어나느라고벚꽃 우르르 우르르 피어나느라고저 땅속 뻗어내려간 뿌리들까지저 하늘 속 나뭇가지들 우듬지 끝까지다 몸 바쳐힘이란 힘 남김없이 다 바쳐버렸나보다봄날이 간다 힘이란 힘 다 바쳐버려더 무슨 힘으로세상의 재난 막아서겠느냐벌써 병충해로 오도 가도 못하며벚꽃 지는 날징징 울지도 못하나보다올해 꽃 피느라내년 꽃 피느라내 목숨의 힘 다 바쳐버려몇십 평생 살 것을 몇년인가몇년 반인가 살고 말아야 하나보다벚꽃 밑에서 나는 고개 들었다 고개 숙인다당신 나 안 만났으면하고 고개 숙인다당신 나 안 만났으면힘이란 힘 다 바치지 않고숨 느른하고걸음 느른할 텐데당신 나 아닌 누구 만났으면하고 고개 숙이다 고개 번쩍 들어올린다아, 벚꽃 지고 있다-106~107쪽
허사상화는 명사가 아니다동사이다펄펄 살아여기에 있지 않고저기에 있나저기에 있지 않고여기에 있나아니 어디에 있나나에게 상화는 명사도 동사도 아니다어디에 있나어디에 있나아, 나에게상화는 허사(虛辭)이다불러도불러도 그가 없다못 견디는 것이견디는 것방황이방황이 끝나는 것왜 나는 배고픈가왜 목이 마른가아, 상화는 어디에 있나여기 있어도여기 있어도어디에 있나-56~57쪽
서시해가 진다사랑해야겠다해가 뜬다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너를 사랑해야겠다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면 너를 사랑해야겠다-22쪽
한 번 날 때마다내 날개엔 상처가 생겼다얼룩이 지고 주름이 잡혔다비바람에 찢겨천둥 번개에 부딪혀가시에 찔려 불에 데어때로는 지쳐 모래밭에 쓰러졌지만더러는 날개 접고 푸섶에 엎드렸지만밤새워 아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높푸른 하늘이 쉼없이귓가에 내려와 꼬여대고따사로운 햇살이 깃속으로 파고들며간지를 때별들이 애틋한 눈짓으로손짓하며 부를 때아픈 상처는 굽힐 줄 모르는뜻으로 타오르고얼룩은 주름은 힘으로 솟구쳤다날자백 번을 찢기고천 번을 곤두박질치더라도그리하여 마침내이렇게 높이 이렇게 멀리날아올랐다아니다 이곳은 아직도 낮고 아직도 가까운 곳날자 더 높이 더 멀리백두산에서 한라산이 보이기까지이 땅의 온 땅심이날개에 시퍼렇게 뺄 때까지날자 더 높이 더 멀리나를 키워온 들과 산과 강을끌어안고비바람과 천둥 번개를가시를 불을 모두 데불고내 뜨거운 핏줄로 온 나라를 엮으면서내 힘찬 노래로 온 고을을 채우면서날자 더 높이 더 멀리-115~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