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절판


거울




너는 뭐니?
나는 너.
너는 뭐하니?
널 보고 있지.
왜 날 보고 있지?
난 널 보고 있어야만 해.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진정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내 시야에서 너를 놓칠 수 없어.
때로는 너를 버리고 싶어
너를 지워 버리고 싶어
너를 묻어 버리고 싶어
하지만
하지만
나의 존재가 진정한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해.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하여
오늘도 거울 앞에 섰어.
한생을 다한다 할지라도
다음 생을 기약한다 할지라도
너를 바라보는 마음은 내 삶의 의미일 거라 생각해.-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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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읽고 좀 놀란 나다...
나도 거울을 보면서 다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저렇게 묻곤 하는데...^^;;
 
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절판


호올로 목어 아래 앉아 있노라면
필경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일지라도
낮에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허공에 스며든 섬세한 향기가 나를 설레게 한다.



자기를 봐달라고 손짓하는 처마 끝 풍경 소리
귓가를 맴도는 명랑한 계곡의 물소리
짓궂게도 함께 놀자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결
옹기종기 모두 모여 고요한 밤을 합창하는 풀벌레 소리
마음을 유혹하는 청록빛깔 싱그러운 들풀 향내음
애절하게 엄마를 찾는 소쩍이 울음소리
눈동자에 떨어지는 하늘의 별빛
온몸을 휘감고 꼬옥 껴앉는 맑은 공기
아빠처럼 점잖게 내 마음을 다독이는 잔잔한 흙 내음
수줍은 꽃들은 어디선가 꼬옥 숨어
내게 향기로운 꽃가루를 띄우고
세상을 가득 채운 사랑이라며 달빛은 땅 위에 드리운다.



마음 문을 열면 언제나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축제
우리는 하나가 된다.
한마음이 된다.- 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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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을 열건
대문을 열건
마음문을 열건
마음을 열면
늘 모두 즐거운 잔치로군요.

후애(厚愛) 2013-09-18 22:32   좋아요 0 | URL
네 댓글이 참 좋습니다.*^^*
 
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절판


모진 하루에 쫓겨
미루어 놓았던 일을 거두고
시간에 얽매어 조급한
삶의 줄다리기를 잠시 늦추고
언어의 전쟁에 시달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걱정거리에 지친
번뇌 망상을 던져 버리고
끈질긴 집착에 타 들어가는
내 안의 욕심들을 날려보내고
무거운 옷에 힘들었던
아상我相의 에고를 벗어 던지고
기나긴 그리움에 가슴 아팠던
가녀린 감정들을 지워 버리고
저지른 죄에 상처 입은
그늘진 상념을 묻어 버리고
한낮 햇살 아래
휴식.- 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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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도 쉬고
생각도 걱정도 모두 쉬면서
마음을 곱게 다스립니다.

후애(厚愛) 2013-09-18 22:40   좋아요 0 | URL
전 요즘 많이 쉬는 것 같습니다.ㅎㅎ
열심히 책도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풍경
원성 글.그림 / 이레 / 1999년 8월
절판


출가



어머니는 나를 절에 데려왔다.
어머니의 서원誓願으로 나는 출가하였고
나의 출가는 어머니의 원력이었다.


세 아들 모두 출가시키려 했던 어머니
막내둥이만 성공했다 기뻐하시기만 했던 어머니
출가한다 말했을 때
당장 내 손 이끌고 산에 왔을 때
야속도 하지 원망도 했었다.
내가 왜 출가하고자 결심했는지
속내도 알려고 하지 않고.


-마음을 닦으러 이곳에 왔단다.
-닦을 마음이 어디에 있나요.


버렸으나 버린 것이 아니래요.
떠났으나 떠난 것이 아니래요.
하지만 나는 버렸고 미련 없이 왔다.


-욕심에 찌들은 속세가 탁하니 절대 산을 내려오지 말아라.
-그 어디가 세속인가요.


산을 내려가시는 어머니
욕심에 찌들은 속세로 가실 어머니
내게 많은 생각만 가득히 심어 주고...


- 17쪽

첫 삭발



슬픔 가지곤 웬만한 설움 가지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던 내가
새벽 먼동에
파르라니 깎은 머릴 매만지며
나의 믿음이신 그분의 품에 이르러서는
그만 흥건히, 흥건히, 목놓아 울어 버렸다


찬 눈 몰아치던 간밤에
좌복을 함께 적시던 알알이 3천 주.


하얀 눈서리가 장삼 등골에 맺혔더랬어도
가슴 싸늘하게 쓸어 내리는 풍경 소리가
나를 놀라게 해도
한 마음 오직 한 생각.


샘가에 이르러 꽁꽁 언 살얼음 깨고
옥수를 긷는 붉은 손가락.


오늘을 기다려 사뭇 시집살이 억척 마당쇠였던
행자 생활.
끝내 운명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였다.


첫 삭발
머리처럼 송송한 세상의 인연이
부뚜막 장작과 함께 훨훨 타오르던 날.- 18쪽

절을 하다가



3천 배 그 긴 시간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불효했던 것만 생각난다.


다시는 못 만날 것만 같은 생이별의 현실과
이렇게 장성하게 키워 주신 그 노고에
목메여
두 눈 퉁퉁 붓도록
울었다.


장삼 등골 흰 서리와 함께
구슬땀 흠뻑 젖은 좌복 위에서
16살 하얀 손가락, 두 눈을 움켜쥐고.- 21쪽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



산새들 모아
흰 구름 불러
물소리와 함께 머리맡에 두고
쪽빛 바람 실리운 대로
고운 산 찾아
깊은 고요에 들어
심연의 나와 만난다
이리도 고요한 한낮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 25쪽

동산에 올라



간간이 들려오는 풍경 소리
소쩍이 울음 소리
창호에 스며드는 달빛에
울렁이는 마음을 움켜쥐고


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반딧불 따라
동산에 올랐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은 참을 수 있지만
솟구치는 그리움은 어쩔 수 없어
목놓아 이렇게 울어 봅니다.


목이 쉴 때까지
밤이 새도록.- 28~29쪽

목어 아래서



꿈결 속이었습니다.
내 안으로 헤엄쳐 들어온
물고기 하나.
산으로, 바다로, 하늘로
나를 이끌어
사무치도록 끝닿지 않는
지평의 어둠 속.


시작도 끝도 없는
고해의 바다 위에서
나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깨려 해도 깨이지 않는
나의 삶이 그러하듯
나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습니다.- 33쪽

행자님을 보노라면



무슨 수로 견딜려누.
누굴 믿고 살려 하누.


부처님 제자 된 인연으로
부처님 법法 너무도 크다지만.


깨달음의 끝은 멀다던데
그 긴 구도자의 험한 길 어찌 가려누.


참고 참고 또 참고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며
시집살이 큰 집 살림 이토록 고된데
고행은 또 어찌 감내하려구.


먼발치서
보고 있으면
왜 이리
눈물이 나누.


어휴, 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누.- 34쪽

청송 아래서



만행길 한순간 단잠에 듭니다.
한적한 오솔길 창송 아래서
꿈에라도 보고픈 어머니.- 39쪽

어머니의 눈물



속가로는 내게 조카 되는 녀석이 1년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린 꽃망울 아련히도 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맞벌이 부부였던 형님과 형수님보다 더한
어머니의 애정으로 자랐습니다.
아이의 죽음은 생노병사의 순리라 체념했지만
정작 나의 눈물은 어머니의 가슴을
도려 내는 아픔 위에 흐릅니다.


밤을 새워 불경을 읽어 명복을 빌어 주고 싶지만
님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경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이 좌복 위에서 평생을 바쳐 기도하신
어머니의 염원이 눈에 맺히기 때문입니다.
목메인 함성으로 반야심경을 내려친 것도
내 슬픔보다 더 괴로우신 어머니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장난감과 옷가지, 조막만한 신발들을
보자기에 싸고 있는 나를 힘없이 때리고 있습니다.
문창살 창호지, 아이가 낸 손가락 구멍을 보며 울었습니다.
거울 속에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또 울고 있습니다.


화장터 아스팔트 위에
어머니의 눈물이 마르기만을 기다립니다.


- 43쪽

어떤 그리움



'보고 싶다'
진실로 그렇게 마음 깊이
가슴 싸 하게 느껴 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으시겠지요.
앞으로도 없으시겠지요.
하늘을 보고 허공을 보다가
누군가가 보고 싶어
그냥 굵은 눈물 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뚝 떨어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으시겠지요.
없으실 거예요.
언제까지나 없으시길 바래요.
그건 너무나, 너무나...-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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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8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세를 떠난다지만,
절에서도 속세와 같이 밥을 짓고 옷을 입고 잠을 자면서
삶을 이어요.
속세도 절집도 모두 같은 '마음닦는 터'가 되겠지요..

후애(厚愛) 2013-07-28 21:20   좋아요 0 | URL
'마음닦는 터' 네 맞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슬펐어요.
그냥 이상하게 말입니다...
 
풍경
원성 글.그림 / 이레 / 1999년 8월
절판


도반*



도반이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어느 곳에 이르러서는 혼자일 것이라 생각했던 때에도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웃고 떠들 땐 마냥 좋다가도 다툼이 있을 적에는
매몰찬 등돌림. 더러는 서먹서먹
눈치만 살피는 그런 정겨움도 있었습니다.


함께 3천 배 참회를 하였음에도
오히려 풀리지 않던 나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던 그였습니다.
서로 엄마 이야기를 하며 밤새 눈물로 지새웠던
혈육 같은 정도 함께 했습니다.


하얀 병실에서
정작 그리웠던 건 도반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함께 살고 있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언제나 마음 안에 도반을 품고 있으니
우리는 언제나 함께입니다.

*선, 도의 길을 함께 공부하는 동반자.

- 57쪽

행자 시절



계곡에서 걸레를 빨고 쓸고 닦고 또 닦고
포마이카 저리 가라 윤기 번지르르하게.


흐르는 샘가에서 찾잔을 씻고
장군수 한 동이 떠다가 물을 끓여
고운 다포 골라 다관 위에 얹어놓으면
녹빛 향그러움에 마시지 않아도 다향삼매茶香三昧.


햇살이 지나칠 땐 대발 걸어 드리우고
찬바람 제법일 땐 구멍 난 창호지문 메웠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 덮인 날이라도 좋아라.
그렇게 온종일 눈 쓸다 날 저물고.


봄나물 고개를 쳐들면 냉리랑 쑥이랑 고사리 할 것 없이 따서
산딸기 지천일 땐 소쿠리 가득 담았지.
들국화 한창일 때 그 누가 말했던가
말린 국화 베개는 몸에 좋다고.


깨끗이 씻어 놓은 하얀 고무신 댓돌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풀질하여 물 뿌리고 비비고 밟아 끝없는 손질과 함께
두루마기, 적삼, 옷선 따라 다릴 땐 그 정성, 하늘만 알아.


출타하시는 은사 스님 뒷모습만 보아도
가슴 두근 좋기만 했던 행자 시절.- 58쪽

깊은 밤 홀로,
나의 도반은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62쪽

지대방*



여름 한낮
모두 낮잠을 잡니다.
금강경이랑 치문책은 꿈속에 새기고요.
나의 믿음인 님을 향해
발만 뻗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지대방 우리 도반 스님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솔바람 차 향기
대발에 걸어두고
지대방
향그러운 정이 우러나는 곳.


*스님들의 휴식공간- 69쪽

깨달음의 네 가지 소리



산사의 새날을 고하는
우렁찬 울림 소리. 법고法鼓.
영혼을 맑게 하는 범종梵鐘은
거룩한 부처님 음성.
산새들과 물고기에게 들려 주는
목어木魚. 운판雲版.


이른 새벽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들려 주는
깨달음의 울림 소리.
그대는 아시는가요.
사물의 의미를.- 70~71쪽

청솔 아래서



청솔 가지에 누웠습니다.
푸른 하늘이 곱기만 하네요.
조용히 눈을 감으면
산새들 울음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이 연주하는
산대나무, 풀잎 소리...
이대로 드러누워
나무가 될래요.
바람이 될래요.
산이 될래요.- 72쪽

산사에서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사람 온다던데
부지런히 고무신도 빨고 양말도 빨고
옷 중에 제일 좋은 옷도 마름질해 입었는데


돌담 따라 큰 절 한 바퀴
작은 암자들 문전에서 한 바퀴
탑전을 돌아 일주문 앞에서
한참을 앉았더랬는데
간밤 달무리져서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땅바닥에 한길 가들 이름을 써 보았는데


해질녘엔 까마귀만 까옥까옥
까마귀 울면 나쁘다던데
까마귀 울면 망조 들 징조라던데
내겐 까치도 울고 까마귀도 울고
까마귀 더 자주 울고


이젠 까치만 울어라.
까치만 울어라.- 74쪽

호수와 소년



옛 고승들이 수시로 포행했다는 외골짜기 숲길.
고목들과 산대나무가 우거져 그늘만이 드리워진 그 길 끝에
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호수 위에는 언제나 달이 잠들고 구름이 머물고 하늘이 발을
담그어 푸른 향내음이 있다.
짙은 고요함이 있다.
이따금 산수유 붉은 멍울이 물가를 어지럽혀도 호수는 평화롭다.
물 속에는 나보다 더 예쁜 소년이 살고 있다.
더 맑은 눈빛으로 더 진실한 마음으로 나를 맞이한다.
이따금 소년은 펑펑 울다가도 금세 웃곤 한다.
때로 그 소년의 변덕이 싫어질 때면 돌을 던지기도 하지만,
소년은 등을 돌리는 일은 없다.
옛 고승들과 함께 했을 소년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는다.
아무런 말을 해 주지 않는 소년이, 내 얘기만 들어 주는 소년이 밉지만은 않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고 벌거벗고 누워 있을 때 언제나 함께하는 그가 있어 좋다.걱정스러운 것은 소년은 너무 감성적이어서 내가 떠나가 버리면 쓸쓸해 하지 않을까 하는 가엾음이 나를 이 호수로 자주 찾아오게끔 하는 이유다.- 78쪽

호수 위에는 언제나 햇살이 머물고 달빛을 안고 바람이 잠을 잔다.
녹음이 우거져 푸르름을 간직한 호수에는 철없는 소년이 살고 있다.
그 소년이 보고 싶다.
그 소년이 너무도 보고 싶다.- 78쪽

군불을 지폈다



군불을 지핍니다.
타닥타닥 뼛속 쪼개는 소리.
따스한 화기는 가슴을 데우고 그렇게 쪼그려 앉아 불을
바라보노라면 보송보송한 아련한 기억들이 불꽃 속에 그려집니다.
가슴에 번져 오르는 붉은 불기운에는 한없는 그리움이 밀려오고
붉어진 피부는 당장 터질 것만 같아서 한층 더 웅크려 봅니다.
일렁이는 불길 속에 얼굴들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손 닿으면 부서져 버리는 나의 환영은 연기와 함께
허공 속으로 날아가 흩어집니다.
심향은 먼 하늘 향해 실낱같이 타오르며 곧 잊여지겠지.
끝내 검은 숯구덩이만 덩그러니 불씨조차 죽어 버린 그곳에서
차가운 아쉬움만 쓸어내었습니다.
군불을 지필 때면 언제나 반복되는
나의 서정에 하루에 눈물 한 번은 꼭 흘립니다.- 88쪽

강냉이 사연



어느 해였던가. 봄부터 씨 뿌린 옥수수
한 광주리 수확에 신이 났었다.


한낮. 깜짝 먹거리 장만하려고
맛있게 잡수어 줄 스님네들 생각에 흥분과 기쁨으로
죽도록 고생해서 많이도 삶았는데 아무도 없다.


계곡에서 손질하고 옥수수 수염 뜯어
공양간에서 정성스레 삶았는데
그날 따라 한 사람도 남김없이


스님들 모두 방을 떠났다.
산으로 산행 가고 암자로 포행 가고
마을로 물건 사러 가고 시내로 병원 가고


따끈따끈 할 때 먹어야 제맛인데
식어 버리면 맛 다 달아나는데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나랑 옥수수랑 차갑게 식어 버린 눈물 젖은 이야기
강낸이 사연.-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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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집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 보금자리가
숲속에 있다면
따로 수행자와 도반과 처사와 보살과 스님이
없어도 아름다운 나라 되리라 생각해요

후애(厚愛) 2013-07-29 18:48   좋아요 0 | URL
그랬음 좋겠어요.^^
항상 댓글을 보면 느끼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