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3
강형철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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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에 가득 담긴
프리지어 흥정하며
비싸다고 툴툴대던 사내에게
안개는 덤이라며
한 다발 얹어 주는 꽃 사내



안개꽃 한 다발에
얼굴 웃음 감추면서
속주머니 열고 있는
중년의 한 푼수



봄눈 녹아
거리는 촉촉하게 윤이 나고
은행잎 쫌쫌 입을 내미는
태평로 한 자리



손에 쥔 꽃 무더기
만나는 첫 사람에게 이유 없이 안기리라



푼수 푼수,
꽃푼수-3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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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3
강형철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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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여
그게 실은 멸치 오장육부라니까



오죽 속상했으면
그 창자가 그 쓸개가 그 간댕이가
모두 녹아 꼬부라져 시꺼멓게 탔을까



푸른 바다를 입에 물고 헤엄치던
그 생생한 목숨
가마솥에 넣고 끓여 대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햇볕에 말려
더 이상 오르라들 것도 없는 몸
또다시 끓여 국물을 내고
너덜너덜한 몸통은 걸려 버리는
그 신세 생각하며
속이 다 꼬실라 진 것이란 말여



똥이라니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라니까


우려먹고
찍어 먹는-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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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이 아니였구나...^^;;;
멸치 속이구나...^^;;;
부끄럽다...^^;;;
멸치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숲노래 2014-03-1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멸치 똥이면 어떻고 멸치 속이면 어떻겠어요.
멸치를 오롯이 먹을 뿐인걸요.
멸치가 마시던 바다를 함께 마시고
멸치가 살던 숨결을 함께 먹는 셈이니
늘 고맙지 싶어요~

후애(厚愛) 2014-03-15 14:29   좋아요 0 | URL
시집들을 읽으면 느끼고 배우고 좋은 글들이 참 많다고 생각이 되어요~
 
뼈아픈 소리
양동식 지음 / 시와 / 2013년 12월
품절


나무




종이에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나무도 그만큼 자라는지 궁금하다 종이에다 글을 쓰다 잘못 해서 버려도 나무가 그만큼 더 빨리 자랄는지 걱정이 된다 내가 종이에다 쓰는 쓰잘데 없는 글 때문에 나무들이 자꾸 스러지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구겨진다-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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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소리
양동식 지음 / 시와 / 2013년 12월
품절


세월




바람벽에 못을 치고
달력을 건다



한 달에
한 장씩 넘기면서



달력 어깨에 쌓인
앙금을 턴다-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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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소리
양동식 지음 / 시와 / 2013년 12월
품절







할머니는 평생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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