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라 걷는 거야
박동기 지음 / 작가와비평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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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하나의 작은 점이었다. 달에서 찍은 지구는 푸른색의 별이었고.

그런 지구에서 태어나 몇 십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점을 찍듯 발길이 닿았던 곳은 우주에서 보이는 지구만큼이나 적다.


그래서인지 여행서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그냥 책속에 들어가 그 여정을 함께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유독 이 책은 사진이 너무 섬세해서 그 풍경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세상구경을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시간이 많다고 경제적 여건이 된다고 다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정에, 체력에, 행운까지 따라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주만간산격의 여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맑아서,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냥 보고 싶었다. 따로 촬영해서 가지고 다닐까.

누가 찍었는지 그냥 대충 찍은 수준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평생 아마도 닿을 일이 없는 곳을 생생하게 데려가주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나라를 다니다보면 역사를 만나게 된다. 과거의 역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전쟁의 역사속에 어떤 폭력과 아픔들이 있었는지.

포도주의 기원국이라고 말하는 조지아역시 러시아에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그 분노를 옷에 새겨 입고 있다니. 하긴 우리같이 조그만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도 휴전선을 다시 정비해서 선을 분명히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많은 영토를 빼앗겼다니 오죽할까.


세상에는 신이 빚어놓은 것 같은 곳들이 너무 많다. 용의 꼬리라고 해서 보니 정말 그렇게 보이고 특히 마이클 잭슨의 모자바위는 와우 딱이다 싶다. 이걸 사람이 빚는다면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대단한 자연의 작품이 아니던가.

예전에는 이름도 몰랐을 반도의 끄트머리 대한민국이 세계 여러곳에서 환대를 받는 나라가 되었다니 참으로 뿌듯했다. 싱가포르 다음으로 우대받은 여권이 대한민국 여권이란다. 으쓱!!

이렇게라도 둘러보고 나니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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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1 - 청년 가장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1
김도희 지음 / 제이에스앤디(JS&D)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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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록의 힘을 다시 느끼게 된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친 조선시대에 생활이나 풍속들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노상추란 인물은 매일 일기를 쓰고 일 이년 단위로 묶어 관리를 했고 기적적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기록물이다.


이 3권의 책은 노상추의 일기를 바탕으로 소설체로 다시 탄생되었다. 아 정말 노상추의 삶을 들여다보니 눈물이 나면서도 웃기는 순간이 너무도 많았다.

고작 스무살도 되기전에 형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물림으로 가장역할을 하게 된 노상추의 일과는 고되기만 하다. 많은 식솔을 거느리다 보니 양식걱정에 온갖 행사까지 치뤄야한다.


조선시대 선비는 입신양명을 해야 빛이 나는 법이지만 가장역활에 바빠 과거 볼 시간을 내기조차 버겁다. 거기에 선대에 금고 -선대 어른의 죄로 후손에게 벼슬길을 금하는 것-령이 내린지라 문과 벼슬에 나갈 수도 없다. 비가 안와서, 혹은 너무 많이 와서 노심초사는 일상이고 하필 마흔 중반의 어머니와 아내가 한꺼번에 임신을 한다.

이미 자식을 다섯이나 생산했던 어머니이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노산이다.

결국 어머니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음에 이르고 아내 역시 몇 달후 아들을 낳고 죽고 만다.

이 집에 불행은 끝이 없다. 연이은 초상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지만 집안 어른들의 중신으로 아버지는 다시 재혼, 아니 삼혼을 치르게 된다. 이런..하긴 마흔 다섯이면 다시 장가가야지.


참 시대가 지나도 남자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너에게는 하늘같은 어머니이지만 내게는 계집에 지나지 않는다'라니. 스물 다섯해를 같이 살았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 고작 여섯달이 지났을 뿐이었다. 스물 다섯 약방집 딸은 늙어서 싫다고 까지 하고 스물 두 살을 더 좋다고 하다니 거짓말을 못하는 양반은 맞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노상추는 절망하지만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조 시대에 태어나 여든 네 살까지 살았다면 당시로서는 엄청 장수한 노상추는 무려 67년 동안 일기를 썼고 그중 53년의 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과연 노상추는 눈물나는 가장의 자리를 넘어서 과거에 급제할 수 있을까.

제목에 답이 있지만 그 과정은 정말 제목 그대로 눈물겹기만 하다. 그렇지만 간간이 폭소가 터져나오는 유머도 있다. 노상추에게는 유머가 아니었겠지만,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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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항해일지 - 인생의 항로를 설계하는 법
이동현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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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다, 배의 세상이 있었구나 싶었다. '인생은 고해'다라는 말도 있긴 하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 있는 불안한 배같다는 뜻이다. 나도 섬과 서울을 오가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바다위 날씨는 예측이 힘들다. 현대과학으로 예보를 한다고는 하지만 바람의 세기며 파도의 세기, 물길의 방향을 다 고려해서 바다에 나가도 바로 육지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흔히 원양어선을 타는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다양한 선박에 여러 화물의 특성에 따라 일의 난이도가 다를 것이라고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발을 땅위에 딛고 사는 것이 아닌 바다위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저 파도만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곳도 하나의 세상, 사회라는걸 깨닫고 보니 만만한게 없는게 인생이란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저자는 서른에 3억을 벌게 된 과정을 쓰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의 실패담과 수많은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쓴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삼수를 하고서도 해양대학교를 갔다는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일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사관학교 기숙사에서 4시간씩 자면서 노력을 했던 것만으로도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살고 보니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는 선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삼수를 하고도 고작 이런 학교에 들어왔냐'는 비아냥을 견뎠던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굴욕이었겠지만 분명 큰 가르침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은 선배들의 부당한 전통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가. 그게 가르침이다. 나쁜 일에서도 배울 것이 분명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배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항해사 시절의 일들을 보면 몇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앙숙처럼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후일 자신이 선장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소중한 사람이 된 마르코와의 일화는 정말 감동스럽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인덕이 참 많은 사람인 듯 하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일도 있다. 운좋은 사람을 따라갈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보면 그가 일등항해사가 된 계기도, 선장이 된 계기도 행운이 함께 했음을 알게된다.

배에서 일어나는 일들, 해야하는 일들, 국제간 선박에 대한 협약과 승진에 관한 일들까지 몰랐던 일들을 알게되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배 한 척이 또 다른 우주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 속에서도 삼라만상의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글도 제법 아주 잘 쓴다는 것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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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22000km
윤영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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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으로 고된 여정이었다. 누가 일부러 시킨 여행도 아니고 선택이었지만 책으로만 봐도 고생길이다. 칠순의 나이에 이런 여행을 하다니 정말 존경스런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비행기로 편하게 하는 여행도 아니고 좋지도 않은 도로를 자동차로 여행할 생각을 하다니.


이런 여행을 하겠다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겠지만 이런 여정이라면 나는 따라갈 엄두가 안난다.

서로 돌아가며 긴 운전을 해야하고 허리니 목은 어찌 견디나. 자동차는 사정을 봐주지 않고 연달아 문제를 일으키고 좋은 숙소 만나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IT강국의 면모를 발휘해서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니 나처럼 아날로그한 사람은 그냥 다큐드라마나 책으로나 떠나야겠다.


러시아가 하필 전쟁중이어서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 장면과 우리 인간에게는 전쟁 유전자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인간의 역사는 바로 전쟁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나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뭔가를 들여다보는 딸을 보면서 저 휴대폰중독 증세는 고치지 못할 병이라고 포기했는데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그런다니 안타깝기도 하다. 잠시 눈을 다른 곳에 두어도 좋을텐데 말이다.


공룡뼈는 화면에서 여러번 봤는데 공룡알은 처음 봤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직접 봤다니 그건 좀 부럽다.

그럼에도 몇 시간씩 걸리는 입국장면이나 뇌물을 노리고 접근하는 경찰까지 나처럼 분노조절장애자는 뒷목잡고 쓰러질 판이다.


'실크로드'가 비단길이 아니고 '전쟁의 길', '종교의 길'이라는 설명에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이 여행을 떠나고 감상하고 기록을 남겼는지 감동하게 된다.

굉장히 스마트하면서도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리고 유독 부부의 금슬이 좋아보여서 보기에 참 좋았다. 겁많은 아내의 동행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여행이 끝난 후 '장가 잘갔다'는 말이 딱 맞다.

그런 여행 나는 못간다. 사진으로 보니 아내가 참 선하고 아름다운 분인 듯 하다.

지구 반바퀴를 돌만한 시간, 비용, 용기 모두를 가진 분들이어서 많이 부럽다.

흔히 그렇게들 말한다. '나중에 여유있을 때 가지 뭐, 했다가 무릎 무너져서 못간다'고.

무릎도 도와줘야겠지만 여행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이렇게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과는 뭔 내기도 하지 말고 언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내공을 어찌 이길까. 긴 여정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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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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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자는 어떤 모양일까? 적당한 크기에 안락하고 소박한 모습일까? 아니면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일까. 누군가는 하나일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는 하늘끝까지 닿을만큼 여러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읽은 소설 '의자뺏기'에서도 '의자'는 자기가 갖고 싶은 욕망, 가치같은걸 의미했었다.

이 소설에서도 인간이 가진 '욕망'또는 내가 가진 진짜 가치에 대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닥 대단할 것도 없는 스팩을 지닌 앨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의자 관리국'에 취업하게 된다.

4개 부서로 이루어진 의자 관리국에서는 과연 어떤 의자가 만들어지는지 왜 사람들에게 필요한건지 꼭 알고 싶었다.


꽤 인기있을 것 같은 의자관리국은 의외로 지원하는 사람이 적다. 앨리는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된다. 생산부, 디자인부, 마케팅부, 민원 관리부로 나뉘어진 의자관리국에서의 모든 일은 비밀에 부쳐진다. 어디에나 그렇지만 유독 민원 관리부는 더욱 힘들어보인다. 누군가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앨리는 그 곳에 배치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국 민원 관리국에 배치가 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 직업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검사인 아버지의 강요로 회사원이 된 상진, 실적을 내고 승진을 하기 위해 소모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작 그것밖에 올라가지 못하냐고 닥달하고 같은 부서의 팀원들도 상진을 왕따시키고 곁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없는 위를 향해 쉬지 못하고 달리는 상진을 보고 앨리는 자신만의 처방을 내린다.

그게 민원 관리국에서 하는 일이었다. 과도하게 개입할 수는 없지만 길을 알려주는 일! 어렵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체리! 하지만 홀로 남겨진 이후에는 불안과 슬픔에 빠진다.

그런 체리는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친구는 연지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체리는 진짜 자기는 어떤 모습인지,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불안하다.

그런 체리-본명은 강하다-에게도 연지에게도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다.

소중하지만 밉기도 하고 혹시나 진짜 나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떠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

앨리는 자신이 왜 가장 일하기 힘들다는 민원 관리국에 배치되었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앨리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너답게 살아' 앨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작거나 너무 커서 앉을 수 없는 의자위에서 망설이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가질 수 없는 의자만 바라보면서 불평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잔잔하지만 따뜻하고 감동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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