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 불편한 사람들을 끊어내는 문단속의 기술
스튜어트 에머리 외 지음, 신봉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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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방이 있다. 요즘 집값이 올라 자기집 마련이 어렵다지만

'자신만의 방'은 누구에게나 있다. 내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잠시 그려본다.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고 간결한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에 나만이 아닌 누군가가 함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하니 조금 불편해지긴 한다. 활동적 성격이긴 하지만 집에서 만큼은 내 방에서 온전히 홀로 지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에는 홀로 머물수 없다.

인간은 어차피 사회적 동물이니 싫던 좋던 누군가와 필히 얽혀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방에 초대된 사람들, 혹은 마구잡이로 들어온 사람들때문에 내 삶이 뒤죽박죽인 적은 없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내 방에 초대했거나 문을 지키지 못해 침략당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방의 주인공인 내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람은 바로 문지기였다. 내 허락없이는 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지킴이.

 


 

자 이책의 안내대로 내 방에 들이고 싶은 사람의 목록을 작성해보자.

그동안 내 삶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중 긍정적인 미래를 선사할 누구가를 선정하는 것.

사실 우리는 너무나 많이 감정적 손실을 입으면서 함부로 내 방에 들어오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상처받고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작업을 하기전 중요한 건 내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

완정 공감한다.

 

 

고집이 강했지만 나름 인정도 있어서 '거절 못하는 병'에 걸린 적이 많았다.

결국 그 병으로 인해 너무 쉽게 내 방문을 열어준 적은 없었을까.

거절을 잘해야 잡스러운 감정이 쌓이지 않을 것이란 조언이 마음에 닿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딸내미는 함부로 말하고 상처주는 동료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만두지 않으면 결국 그 동료의 비수에 찔리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방'에서 쫓아낸다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방에 그동안 들어왔던 사람들. 계속 머무르길 바랐지만 떠나간 누군가도 떠올랐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정갈한 '나만의 방'에 누구를 들인 것인가를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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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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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무한하지 않기에 욕망의 삶속에 겸손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소년 누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 인사도 할 겨를이 없이 하늘나라에 있는 자신을 보며 슬픔에

빠진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의식을 거치지 못한 영혼들이 백일에 이르면 하루동안

환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다. 누리는 거미로 환생하겠다고 말한다. 사람으로 환생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눈이 여덟개인 거미가 되어 오랫동안 가족들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동안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누리. 오래전 유기견이었던 코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코리가 누리를 보고 반갑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자신을 헤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알고보니 코리는 누리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도 환생서비스로 가족을 다시 찾아왔지만 다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그냥 코리로 남은 것이었다.  누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공원으로 나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닥스훈트 군밤이는 기르던 주인이 먼길을 떠나자 할머니댁에 맡겨져 키워진 강아지다.

병을 앓던 군밤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저승가이드인 알마는 군밤이의 행복한 시간들을 보여준다. 군밤이는 다시 돌아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간청한다.

알마의 배려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군밤이.

 

 

생명이 소멸되면 그 영혼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영혼은 존재하고 영혼이 닿는 세계는 정말 존재할까. 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떤 죽음은 미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다가오고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온 것을 얼마나 슬퍼할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런 가여운 영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심장의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운면 지옥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그 의미는 아마도 사는 동안 욕망과 죄로 무거워진 인간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누리처럼, 군밤이처럼 아름답게 살다간 영혼들에게,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 위안을 보내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해마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살다간 정채봉 작가님의 마음을 헤아린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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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력의 비밀 - 유연한 인생을 위한 36가지 대화의 기술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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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고 소통의 뿌리이다. 하루에도 엄청난 말들이

쏟아져나오고 어떤 경우에는 소음이 되기도 하고 칼처럼 상대를 베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말을 내뱉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말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인걸까.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내 말투는 제대로 습득이 된 것인지, 혹시 내 말이 상대에게 칼처럼 날카로운 비수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라 말을 돌려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난감하거나 화가 끓어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내 말이 부끄럽다.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와'처럼 마치 명령하듯 하는 내 말투에 남편은 분명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당신이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오면 좋은 시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면 약속이 있던 남편이라도 약속을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오지 않을까.

이처럼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진즉 알 수 있었다면 나는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사람으로 살 수도 있었을텐데.

나 역시 상대의 말로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경험해 봤음에도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동물인 모양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무기는 바로 '말'이 아닐까 싶다.

어떤 기술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도 있고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언쟁이 많았던 것 같다. 내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심하다싶을만큼

상대에게 폭언을 하거나 칼처럼 휘둘렀던 것 같다.

아 참 하수였구나. 그저 난 옳다고 생각한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인데 가장 하수로

그걸 얻으려고 했었다. 진작 이 책이 나오고 내가 잘 읽었더라면 내 삶은 훨씬 현명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내 후회를 내 아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꼭 읽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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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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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에서 부동산을 빼놓고는 경제발전의 흐름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땅덩어리가 작아서였을까. 아마 전세계적으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일

것이다. 땅은 작고 사람은 많으니 위로 위로 올릴 수밖에 없었을테니.

 

 

나역시 서울 가장 중심에 있는 동네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저자가 언젠가 필요한 서류때문에 떼어봤다는 초본속에 부모님의 이사 이력이 빼곡했다고 하듯 나역시 그에 못지 않게 어린시절 수없는 이사가 이어졌었다. 태어난 동네 근처에서 가장 많은 이사가 있었고 그러고보니 지금 사는 집도 태어난 동네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이다. 사람에게는 오래 살아온 동네의 편함을 기억하는 것 같다. 이사 횟수가 지겨워서인지 나는 중년에 들어서 붙박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산을 넘어가는 것같은 사이클과 마주하게 된다. 평지를 걷다가 산등성이에 오르기도 하고 정상이다 싶었지만 까마득한 아래고 추락하기도 하는.

저자의 부모님 역시 그런 길들을 걸었던 것 같다. 울산의 공업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동산업을 하던 이모부의 권유로 전혀 새로운 길로 들어서 이후 엄청난 돈을 벌게 된 사연은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기억이 난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지금도 서울에서 여전히 개발이 안되고 있는 노른자위 땅이라 그전 모습이 있는 편인데 허허벌판이었던 서울에 아파트가 지어지기전 한창 지어졌던 집들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었다. 화곡동 큰집에 가면 똑같은 연립주택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집찾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런 주택들이 '집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지은 주택이었다.

건설기술도 좋지 않았던 시절에 지어지기도 했고 후딱 지어 매매를 하고 다른 곳에 또 집을 지어야 했던 집장사들의 집들은 대체로 허술했던 것 같다.

 

 

지금도 부자동네로 인식되는 올림픽아파트선수촌 40평대 이상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할만큼 돈을 벌었던 아버지가 부동산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땅을 무리하게 구입하면서 추락이 시작 되었던 것 같다. 하필 경제상황동 좋지 않았고 이율도 높아 이자감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급하게 팔면서도 언젠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말이 가슴아팠다. 거금을 주고 샀던 화려한 가구를 좁은 집으로 이사를 연이어 하면서도 처분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 '희망'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저자는 학자금대출에 알바몬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힘든 학창생활을 하고 지금 청년 임대주택에 이르는 동안의 고단함을 담담히 그려냈다. 글로만이 아니고 부모님의 부동산 역사를 영화를 찍은 것이다.

추락이후 엄마의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이제 더 이상 가장으로서의 위엄은 떨어져 버린 아버지와 불화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왜 없었을까.

그럼에도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님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가족간에 다시 사랑의 끈이 이어졌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

 

내 딸도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이고 직장을 다니지만 역시 가난한 부모때문에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나마 내가 어렵게 마련한 집에서 여전히 캉가루새끼처럼 도무지 떠날 기미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임대기간이 끝나면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하는 고생은 면하게 해준것 같아 다행이다.

 

'시작은 창대했고 마무리는 미약했던'부모님의 삶의 여정을 어렵게 그려낸 딸의 정성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독립영화뿐만이 아니라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큰 감독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그리고 이제 하늘나라로 가신 저자의 엄마도 편한 보금자리에서 지냈으면 싶었다. 한국 부동산의 역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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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더 행복해지는 미니멀 라이프
최의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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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저분한 거실과 주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아침부터 뒷베란다를 정리해서

일단 오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동안 뭘 자꾸 쌓아둬서 짐을 넘어다니는 불편함을

고수했던 나로서는 버릴 것을 추리고 길을 낸 것 만으로도 개운한 마음이 든다.

 

 

어려서부터 가난했던 탓인지 쌀이며 부식같은 것들이 창고에 가득해야 마음이 넉넉했었다.

특히 10여년 전 섬을 오가면서 살다보니 그 증상이 더해서 따로 창고를 마련하고 선반을 달아서 온갖것들을 쟁여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섬이란 고립된 공간에서는 일단 먹을거리며 필요물품들을 언제든 공급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 잠재의식속에 깃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살다보니 덜어내는 일이 쌓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TV에 집안을 쓰레기장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규모만 다를 뿐 나역시 뭘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심플한 것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란 말이 좋기는 하지만 실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법정스님도 그렇고 박경리 작가도 그렇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지금도 창고에 허전한 부분이 있으면 주문버튼부터 누르니 고치긴 틀린 일이다.

 


 

물건만 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지 말라는데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주문버튼을 누르는 순간 만족감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 나는 맥시멈 라이프로 행복했던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어제, 오늘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아직도 뜯지 않은 옷들이 수북한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난다.

난 왜 입지도 않을 옷들을 샀을까. 아님 아끼느라 포장을 뜯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정리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다가도 이게 또 언제 쓰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같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긴 애초에 글렀다. 그냥 너저분하게 살아갈 수 밖에.

 

저자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정리를 부탁한다면 한 트럭분의 물품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화분까지 없앤 분이라면 그러고도 남겠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만난 이 책 덕분에 그나마 조금 덜어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쌓인 책들도 선물로 주거나 버리거나 해야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쌓인 짐과 걱정부터 덜어내고 싶다. 우선 그것부터 해볼 요량이다.

나는 많이 덜어내지 못했지만 저자의 덜어내기 비법들을 보면서 잠시 해방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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