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 아프리카 종단여행 260일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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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버킷리스트에 고이 담긴 목록중에는 세계 각 도시에서 한달 씩 살아보기가 있다.

물론 희망사항이고 이루어질 기미는 전혀 없는 소원이다.

그렇게 마음먹은지가 벌써 10년이 되었고 이제 가능하겠다 싶었던 시간이 와서 예약을

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시집 가는 날 잡으니 등창난다'는 속담이 있던가.

 


 

암튼 그렇게 주저 앉아 이제 다시 문이 열린 세상을 바꼼히 쳐다보고 있다. 여행프로그램만 나오면 저길가볼까 비용은 얼마나 나올까 그냥 상상 여행만 계속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비웃는(실제 비웃기야 하겠냐마는) 것 같은, 아니 자랑하는 것 같은.

북유럽이나 남미같은 곳이 아니고 아프리카라...그닥 자랑할만한 여행은 아닐 것 같다는 위안을 얘서 해가면 읽다가 내 버킷리스트에 담긴 가고싶은 도시목록에 슬며시 넣어놓고 말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니 하는 영화를 보면 타오르는 붉은 태양과 사자, 사막, 그리고

맨발의 흑인들, 심지어 종족간에 살벌한 내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마 저자도 이런 선입견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7순의 나이에 아프리카로 배낭여행을 떠나다니...무모했다고 했다가 용기였다고 정정한다.

 

 

일단 현재 진행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이집트

다합에서의 생활이 가장 인상깊었다. 아프리카라기 보다는 중동에 가까운 나라여서

아프리카로 향한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몸풀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더불어 매일 뉴스로 도배되고 있는 지금의 전쟁에 왜 이집트가 빗장을 걸어잠글 수 밖에 없는지 이 책을 읽고 해답을 어느정도 알았으니 시사책으로 추천해도 무방할 듯 하다.

 


 

좋은 곳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순간순간 닥친 위기들이 없었을리 없다. 다만 살아온 연륜을 발휘해서 여유자적 해결해가는 모습에서 노장의 지혜랄까 그런 기지들은 젊은 사람들이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에 한 표!  그러면서 같이 나이들어가는 동무로서 슬쩍 숟가락 하나 얹어본다.

 

 

유명 유투버 여행자들을 만나고 결코 꿀리지 않게 동료의식을 발휘하면서 따라붙기 성공에 어느새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이런팀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었다면 하는 부러움이 솟아났다. 아마 나는 여기 안선생처럼 아프리카이지만 아프리카 같지 않다면서 극찬한 이 여정을 절대 혼자 하지 못할 것이다. 촉박한 비행기 시간에 수화물부치고 보딩하고 뛰어다닐 자신도 없다.  그저 이렇게 여행서라기 보다는 인생철학서 같은 이 책으로 갈증을 달랠 수밖에.

 

패키지 여행과 배낭여행의 장단점을 비롯해 현지인들의 맛집, 비용, 숙소에 이르는 꿀팁들이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는 노마드들에게는 아주 유용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강추한다.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아,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날, 검은 옷을 입고 울지 말고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축제를 벌이는 장례식을 치뤄달라는 말에 박수갈채를 보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마지막을 부탁했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가 될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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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삭제, 하시겠습니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8
남세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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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생각나지 않아서, 어떤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영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을 선택해서 지우고 살려내는 기능이 있는 기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학식이 거행되고 있는 일상고등학교 체육관.

유수현은 오른쪽 귀뒤쪽에 설치된 뉴럴 소켓에 학교에서 나눠준 시냅스칩을 꽂는다.

입학식에 대한 정보가 인식된 칩이다. 과거처럼 인쇄된 안내문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과서도 이 스냅스칩을 이용해 소켓에 꽂기만 하면 기억으로 저장된다.

필요할 때 마다 꺼내쓰면 된다. 편리한 세상이 왔다.

 


 

수현이가 사는 구역은 걸어서 30분거리. 분명 부모님이 있었을텐데 어쩐일인지 기억에는 없다. 그래도 불편함이나 그리움같은 것은 없다. 수현에게 어린시절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집과 학교를 오가고 모든 생활용품은 적절한 시기에 지급되는 아주 편리한 일상만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준 미션수행을 위해 산책을 하던 중 이상한 골목길로 사라지는 소녀를 발견하고 뒤를 쫓게된다. 백소희. 같은 고등학교 동급생인 그녀가 사라진 골목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다시 돌아가봐도 소녀가 사라진 골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전 수현이의 부모가 심어준 것으로 여겨지는 소켓은 구형으로 속도도 더디고 업데이트도 힘든 기종이다. 그런데 이 소켓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꽤뚫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소녀가 사라진 골목을 더듬던 수현은 희미한 흔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마주친 서혜나와 백소희, 고민중.

그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그 애들을 통해 수현은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10년 전 수현이 살던 도시에 운석이 떨어졌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세는게 떠 빠를 정도로. 하필 운석이 떨어진 자리는 디바인연구소였다.

디바인 연구소.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곳.

연구소의 목적은 사고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다시 힘을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위한 연구소. 하지만 그 연구소는 인간의 기억을 삭제 시키고 인간을 로봇처럼 만들고 말았다. 사회에 역행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유령이 되었다.

 

디바인의 수장이었던 이사장은 수현을 데려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 기억속에는 수현의 아버지와 디바인 연구소의 비밀이 숨겨있었다. 기억을 삭제하는 능력을 권력을 위해 쓰려는 사람들과 맞서는 소년, 소녀들의 활약이 재미있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 이런 세상이 오게 될까봐 두려웠다.

'기억조작단'의 등장은 인류에게 희망일까 절망일까. 아님 종말을 향한 스모킹 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혜나가 명명한 작정명 '판도라'처럼 마지막에 기어이 '희망'이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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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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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계에 섞여 사는 폴로들과 폴로들 사이에서도 초능력을 지닌 라이톤은 존재를 숨긴채 살아간다.
퍼머루트라는 공중에 떠있는 도시에서는 쫓겨난 폴로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예언자의 예언으로 태어날 것이라는 선지자 룩스를 보호하려는자와 쫓는자의 숨막히는 추격에 환상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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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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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생일이 같은 아이들이.

2012년 12월 5일에 태어난 아이들이 왜 연이어 사라지는 것일까.

 

 

아빠는 죽고 엄아와 함께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이안은 여자였지만 엄마는 이안을 남자아이처럼 키운다.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뭔가를 두려워하면 생존훈련까지 시키는 엄마.

이안을 가끔 공중에 떠 있는 집에 대한 꿈을 꾼다. 현실이라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광경들이 펼쳐져 이안은 그걸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에서 만났던 백발의 할머니 테오도라에게 아주 동화같은 얘기를 듣는다. 오래전 폴로들이 사는 세상에는 폴로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닌 라이톤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라이톤은 몸에 다섯가지의 색을 지니고 그에 맞는 초능력을 지닌 존재로 처음에 폴로는 라이톤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존경했지만 언젠가 그 초능력이 자신들을 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결국 많은 폴로와 라이톤들은 생명을 잃었고 라이톤은 폴로가 사는 세상을 떠나 사라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위대한 라이톤의 예언가 쉴레는 언젠가 폴로들의 세상에서 새로운 룩스가 태어날 것이고 그 룩스가 폴로와 라이톤을 평화롭게 다시 공존시킬 것이란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폴로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가 생겨났고 초능력자인 라이톤은 퍼머루트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룩스가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 블락들은 새로운 룩스를 찾아나서게 되고 룩스가 태어난 날에 태어난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안은 열 살이 되었고 넘치는 힘과 알수없는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간다. 엄마는 이안의 초능력이 바깓에 드러나지 않도록 훈련시키지만 결국 어느 날 검은 그림자에 의해 살해된다.

늘 훈련받아온 것처럼 이안은 발견되기 직전 나타난 소년 비비스와 함께 계단넘어 세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소년 진과 함께 테어도라의 안내로 자신들을 쫓는 검은 존재로부터 탈출을 이어간다.

 

과연 이안이 쉴레가 예언한 새로운 룩스인걸까.

이안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블락들은 이안을 발견하고 없앨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라이톤이 폴로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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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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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략 나이가 중년이후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세대일수도 있고.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보헤미한이다. 멀리서 보는 그의 삶이 그러했다.

 

 

어느새 만 75세의 나이에 이르렀다니 나도 그와 더불어 나이가 꽤 들었다는걸 깨닫는다.

원래 예술가들은 좀 괴팍하다고 해야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그렇지 그는 평생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방랑벽이라고 해야할지 역마살이라고 해야할지.

 


 

 

가수 한대수가 사진에 조예가 깊은건 몰랐었다.

이 책은 그의 사진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담히 그려져있다. 첫 장을 여는데 들어온 이 글이 가슴을 때린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우리가 태어나고 삶이라는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은 천형이라는 뜻인걸까.

흔히 말하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현생에 인간으로 태어나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일까. 철학적 비유이지만 우리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비유한 문장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긴머리는 세상을 향한 외침, 거부, 반항, 조롱같은 것들이 깃든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는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기 보다는 철학자같은 느낌이 더 강한 순례자처럼 보였다.

그의 노래 가사가 그랬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같은 가사는 노래라기 보다 삶의

시위현장에서 외치는 구호같지 아니한가.

 

 

1969년도 아직은 여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가슴 짠하게 다가왔다.

사진속에 담긴 초라한 사람들의 행색도 그러했고 그 모습에 내가 겹쳐서 더 그랬다.

그래도 순한 눈빛이 좋았다. 그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워 더 그랬다.

 

지금이야 누구라도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세상이지만 과거에 사진은 귀한 기록이었다.

한대수가 담은 뉴욕의 거리, 서울의 거리, 태국의 거리에는 닿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이

각인되어있고 한 인간의 여정이 담겨있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단명에도 불구하고 팔순을 앞뒀다니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가 살아온 시간들이 어떠했든 그가 받는 천형의 무게만큼 그는 벌을 잘 수행했고 잘 수행 할 것 같다. 더불어 그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삶도 이제는 좀 더 가볍기를 바란다.

흑백사진속에 담긴 담백함과 번잡스럽지 않은 시간여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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