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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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존 그리샴의 신작 잿빛 음모를 보면서 오래전 그의 작품들을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지 떠올렸다.

존 그리샴은 특히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베스트셀러만 해도 수십권이 되는 메이저 작가이다.

그런 그가 아주 오랜만에 신간을 낸 것같다. 뭐랄까. 인류의 역사가 공들여 만들어온 틀들을 부수면서

사회적이슈들을 잘 버무려온 그간의 작품답게 역시 거대한 애팔랠치아 산에서 펼쳐지는 온갖 파괴행위를

막아내는 위한 선한 인간들의 분투를 잘 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예전같은 놀라운 반전이나 번득이는

필체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가장 낮은 곳에서 힘없이 스러지는 인간들을 향한 연민이 더 묻어나는 따뜻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도 이제 인간들의 내면을 향하는 깊은 시선을 지닌 관록이 쌓인 작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뉴욕의 대형로펌사의 어소시에이트로 연봉 18만 달러의 기본급에 짭짤한 상여금을 받고 일했던 스물 아홉살의 여성 서멘사는 갑작스런 모기지파동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정작 재판정에는 나가본적이 없는 서멘사는 1년간 비영리단체에서 일을하면 회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버지니아주 브래디라는 마을로 향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산간마을에 있는 마운틴법률구조 클리닉은 변호사가 필요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을 대행해주는 곳으로 세멘사는 무급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 법률클리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혼소송과 가정폭력 그리고 부당해고와 유언장작성, 양육비소송같은 절실한 문제에 처한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예순이 넘은 메티 와이엇이란 여성이 책임을 맡고 있었고 마흔 한 살의 이혼녀 애넷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변호사로 메티를 돕고 있었다.



뉴욕의 거대 로펌에서 일했던 서멘사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초라해지자 크게 낙담하지만 점차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메티의 조카인 도너번역시 변호사로 어린시절 자신의 조상들의 땅이었던 그레이마운틴이 석탄회사의 농간으로 처참하게 파괴되고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하고 엄마마저 자살하자 거대석탄회사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에 수많은 기부금을 뿌리며 권력을 키운 거대 석탄회사의 횡포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합법처럼 보이는 수많은 불법사례들을 파헤치고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하지만 거대로펌을 낀 석탄회사를 이기는 것은 거의 드물고 심지어 도너번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아내와 딸과는 별거중인 도너번은 충분히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의 인생을 거대석탄회사에 걸었고 자신의 목숨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한다.

결국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죽음을 맞은 도너번을 대신하여 그의 동생 제프는 형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편 형이 거대석탄회사로 잠입하여 훔쳐온 기밀문서를 이용하여 침몰시키는 일에 서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FBI까지 뒤를 쫓는 긴박한 상황들이 연출되면서 두려움에 빠진 서멘사는 다시 뉴욕의 신생 로펌사로 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제프와는 섹스를 즐기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 위험한 남자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석탄가루에 노출된 광부들이 흑폐증으로 고통받다 죽어가지만 거대석탄회사들은 보상금소송에 지는 법이 없었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의학팀의 거짓증언으로 흑폐증이 광산노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기 때문이었다.

서멘사는 흑폐증으로 죽어가는 버디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지만 자신이 없어 거절했었다.

도너번은 이 소송을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결국 소송은 취하되고 만다.

버디는 결국 해고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버디의 장례식에서 버디의 딸에게 서멘사는 좋은 변호사이고 아버지의 소송을 맡아서 해줄것이란 애기를 들었다는 말에 서멘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정하게 된다.



거대한 석탄회사들의 음모와 자연의 파괴,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환경파괴로 병을 앓는 사람들.

거대 미국에서도 아직 이런일들이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악한 권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권력을 향해 자그마한 힘들을 모야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남부러울것 없는 환경속에 공주처럼 자란 서멘사가 인생 최초의 위기를 만나 시골마을로 쫓겨가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참 감동스럽다.


신생로펌의 달콤한 제안도 거절하고 브래디에 남기로 한 서멘사는 이제 도너번이 남긴 숙네를 차근차근

해결할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활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것 같다. 그리고 잠시 서멘사의 곁을 떠난 제프와의 썸도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마 서멘사의 다음 활약이 이어 작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존 그리샴과 서멘사!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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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용기 -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다
정이안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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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뜻이다. 훌쩍 짐을 꾸려 떠나는 일들이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아진다. 얽혀있는 일들과 정리되지 못한 관계들을 두고 기약없이 떠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루 이틀만 자리를 비워도 표가 나는 요즘의 생활들이 못견디게 지루하다.

그저 누군가 떠났다는 이런 책으로라도 갈증을 달랠 수밖에.



 



오래전 유럽을 여행할 때 깃발부대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는 주로 일본인관광객이었는데 훈련이 잘된 아이들처럼

깃발아래 모여 우르르 이동하던 모습이 꽤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지금 그 자리는 중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는데 국력에 따라 채워지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암튼 이런 여행은 참 피곤하다. 짜여진 스케줄대로 우르르 따라갔다 정해진 시간안에 깃발로 다시 모여야하고 세계어디에나 있는 한식당에 차려져 있는 그렇고 그런 한식을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고 다음 스케줄로 넘어가는 그런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재충전의 의미를 되살리는 열 두가지 치료 테마를 갖고 떠난 이 여행에서 읽는 것 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진료실에서 붙박이처럼 환자를 치료해야할 한의사가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어떤 색깔일까.


이런 여행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네팔이 아닐까 싶다.

모든 신들이 있다는 그 곳, 얼마전 지진으로 고통속에 놓여있지만 세계인들이 치유를 위해 반드시 들리는 네팔못지않게 진정한 힐링을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세계 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은 입국도 엄격하다.

정해진 숫자만큼의 관광객만 입국을 허락하는 나라, 사실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가난하고 단순한 나라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소박한 삶에서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문득 부끄러움을 배운다.



그녀가 택한 여행지는 힐링을 하기에는 최고인 곳들이다.

온천욕으로 유명한 일본의 홋카이도, 여전히 야생의 자연이 숨쉬는 뉴질랜드, 내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나 명상의 나라 인도등을 둘러보면서 그곳만의 자연과 건강식에 대한 조언이 곁들여져있다.

특히 내눈을 끈것은 뉴질랜드 북동부지방에서 자라는 마누카 꽃에서 채취한 마누카꿀이었다.

항균이나 항박테리아 효능이 뛰어나서 약용으로 섭취하는 최고의 건강꿀로 오래전부터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상처치료나 배탈치료제로 쓰였다는데 가뜩이나 위염과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딱인 힐링치료제가 아닐 수 없다.

입에 쓴약이 효과도 좋다지만 달콤한 꿀로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니 여행을 가보지 못할지언정 이 꿀이라도 구해서 복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혼이 듬뿍 깃든 체코의 프라하는 또 얼마나 멋진가.

프랑스의 고요한 브르타뉴의 고성또한 옛 역사의 흔적이 깃든 모습일테니 너무 궁금해진다.

우리민족처럼 경쾌하고 급한 성격일줄만 알았던 이탈리아의 슬로시티 토스카나의 '느리게살기'에서 그간

급하게 뛰었던 발걸음을 멈추고 싶어진다.


말하자면 입맛대로 일정대로 내 편의대로 고를 수 있는 여행레시피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고드다가 기회를 놓치면 안될일이다. 일단 '떠나는 용기'를 발휘해서 가까운 홋카이도나 타이라도

떠나보자. 메르스의 공포로 억눌렸던 몸과 마음이 일시에 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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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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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모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말도 생각난다. 읽는 내내 목에 뭐가 걸린 것같은

묵직함과 싸한 아픔이 밀려왔다. 시로 등단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섭렵한 작가라는데 나는 그의 이름이

낯설다. 시 한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된다던 함민복의 시처럼 시인은 가난하다. 그 가난에서 시를 건지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들이다.

시를 써서 부자되었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병같은 것을 앓는 이들이다.  저자의 첫에세이집이라는 이 책은 온통 결핍과 그리움 투성이였다.



우뚝 솟은 산위에 홀로 선 소나무같다고나 할까. 외로움이 뚝뚝 흘러넘친다. 어찌 이리 고독한 시간을 견뎠을까.

자신을 살리려고 목숨을 내어놓은 어머니와 새어머니, 그리고 무뚝뚝하고 무관심했던 아버지.

어린 그를 거두어 젖가슴을 내어주셨던 할머니, 그리고 너무 일찍 그의 곁을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린 시절 그의 결핍과 고독과 가난이 그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너무 일찍 배고픔을 참는 법을 알아서 어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이 가엽다.



스스로 벌어 비운 속을 채우고 스스로 컸던 소년이 시인이 되었다. 시를 쓰면 배곯는다고 내몰던 아버지마저 이제는 그의 곁에 없다.

누군가 어린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더라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자신의 얼굴을 남기고 싶지 않아, 혹여라도 자신의 모습이 남과 다를까봐, 사진이 싫었다는 그가 왜 바다건너 하와이에 둥지를 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외롭고 고독해서 남에게 쉽게 곁을 내주었던 것은 아닐까.

억울한 일들로 전과딱지를 붙이고 가슴에는 주홍글씨같은 한만 남은 그의 족적이 너무도 속상하다.

세상은 참 녹록치 않구나...그런 그의 마음을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시로 사라졌다 나타나서는 대박 베스트셀러를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시인의 남은 시간들이 따뜻했으면 싶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지 않고 기대듯 살아갔으면 좋겠다.

한 편에 삼만원 하는 시라도 부지런히 써서 쌀말이나 들여놓고 따뜻한 밥 후후  불어가며 같이 먹어줄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그런 시간들만 남아있기를...


타들어가는 땅을 적시는 반가운 비가 오는 날. 그의 글이 참 가슴아팠지만 재능있는 한 작가를 만나서 반가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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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만나요 -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아! 용감한 10인의 38개국 여행 이야기
강석환 외 지음 / 허니와이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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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은 넓고 할일도 많은데 가볼 기회가 없다.

그저 이렇게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갈증을 달랠 수밖에.

'용감한 10인의 38개국 여행기'라는 타이틀처럼 말이 통하지 않고 아직 여행객들이 뜸한

나라에도 척척 들어갔다 오는 이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세상 모든 곳에 이정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북이나 지도를 들고 발품을 팔아도 헤매는 일은 다반사!

그네들의 여행에는 하나같이 '설레임'이 들어있다. 낯선 타국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함께하는 묘한 긴장감속에 그래도 기죽지 않고 볼거 먹을거 다 누리고 미션을 완성하는 모습속에서 '청춘'을 본다.

오래전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느낀점이지만 의외로 유럽사람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언어가 스페인어-에스파니아어-라고 하니 굳이 따진다면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를 배워야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국 공통어라는 영어조차도 남미의 영어가 다르고 호주의 영어가 다르게 들린다.

그저 말보다 바디랭귀지가 훨씬 유용했었다는 기억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일상을 내려놓고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난다는 일은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하던 일을 누구에겐가

맡겨야하고 다시 돌아와서 다시 자리를 잡는 일도 쉽지 않고 여행경비며 질병에 대한 두려움들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제쳐두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나와 다른 피부와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의 소통...그밖에도

그들을 여행으로 이끈 이유는 많았을 것이다.



동유럽의 조지아란 나라에서는 '삼거리(Samgori)'라는 역이 있다고 한다. 혹시 우리말이 실크로드든 어떤 경로로 오래전 그곳까지 도달한 것이 아닐까?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여행에 노부부가 자식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 반갑게 다가온다. 혹시라도 길을 잃으면 '삼거리'역에서 만나요!

우리 인생에서도 길을 잃는 일은 허다하다. 그럴때마다 누군가 기다려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역이 있었으면 좋겠다.



 

길거리표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아무탈도 안나는 위장이 가진 여행객들도 있지만 물갈이만으로도 배탈이 나서 고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여행객들의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다. 화장실 그림이라도 그려가지고 다녀야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유용하게 써먹지 않을까.


한밤중 산속을 헤매다가 만난 낯선 이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면서도 혹시나 돌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우락부락한 원주민들이 의심스러워 쭈뼛거리는 모습에서 어쩔 수없는 이국인의 두려움을 보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은 것보다 낫다. 그리고 이국의 먹을거리를 보니 아...떠나고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하고 인도에서는 식중독을 조심하면 된다고 했지.

돈이나 명예보다 이렇게 훌쩍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젊음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남미의 어느나라에서 독한 술 한잔에 탱고춤을 추고 불같은 사랑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행좀 다녀본 사람들이 전하는 진정한 여행의 맛과 팁이 정말 와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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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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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울만한 커다란 눈을 갖고 있어 '왕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인지라 무섬증이 있는 편이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물도 무서워하고 조그만 모기는 더 무서워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딱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책 많이 읽은 사람!

돈이 많고 명예가 드높은 사람들중에 존경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무섭기까지야 하겠냐만 책 많이 읽고

빵빵한 지식이나 지혜 더불어 넉넉한 품성까지 갖고 있다면 오금을 펼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글잘쓰는 작가중에도 책을 많이 읽어 티가 팍팍나는 작가라면 나는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고개가 숙여진다.

몇 년전인가 노숙자들을 위해 인문학교실을 여는 분이 있다고 들었고 책을 냈다는 소식도 들은 것같았다.

바로 이 책이 그분이 쓴 책인데 제목처럼 이 책에는 그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물론 나는 300여편의 책중에 겨우 열권이나 읽었을까 싶다. 나도 제법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거기에다 깊이가 다르다. 스토리나 흥미위주의 책들을 좋아하는 나는 인문학을 강의하는 인문학자의 책읽기 깊이에 당할 재주가 없다.



사실 방안서생처럼 책만 고집하고 읽고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기만 행복한 일이니까.

하지만 저자처럼 적극적으로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행복, 희망을 전파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심지어 노숙자들의 잡지 '빅이슈'의 창간을 돕다가 가산까지 탕진했다니 노숙자를 돕다가 노숙자가 될뻔한 사람이다.

책읽기란 그저 버릇처럼 길들여진 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난독주의자처럼 활자체를 읽어내는 일이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책읽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요즘같은 SNS시대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e-book이 나오긴 했지만 난 여전히 말간 피부를 자랑하는 종이책을 사랑한다.

'글자와 글자사이, 행과 행 사이는 오롯이 독자에게 주어진 상상의 공간이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상상의 세계에서 수많은 것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꿈꿀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점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다.



 


이중텐의 '품인록'을 얘기하다가 저자 나름대로의 품인록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여권과 야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을 썼는데 과연 책고집다운 제대로 된 평이었다.

당사자들이 보면 화를 낼지 들킨것 같아 부끄러워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자세히 읽어보시면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인문학자의 눈은 깊다. 설사 이런 점들을 막연히 느끼고 있다해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핵심을 찌르듯 표현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잘 쓰려면 잘 읽어라!



내가 많이 좋아하는 김훈작가의 작품을 만나니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다. 김훈역시 고집스런 작가이다.

책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하여 정의에 대하여...그리고 문학에 대하여...

외국작가들과 작품들에 점령당한 지경에서도 벼락같은 축복처럼 나타난 김훈의 '칼의 노래'

그랬다. 마치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던 국운을 되살려낸 이순신처럼 김훈은 펜을 들고 침몰해가는 문학이란 배앞에서 진격을 외친격이다.  정약용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앞으로도 그에 대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안다.

특히 김훈의 문체는 정말 아름답다. 남성적인 힘속에서 고요한 바람같은 그리고 우물같은 시원함이 있다.

책고집인 저자가 나처럼 김훈작가를 이해한다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작가 김운경의 '유나의 거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보내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역시 이 작품을 드라마로 아주 감동적으로 만났던 관객인지라 그의 예찬이 마음에 콕 박힌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마이너리그의 주인공들이다. 깡패에 소매치기에 꽃뱀까지..하지만

그들에게도 인생이 있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런 그들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는 건 김운경작가뿐이

아니었나보다. 책고집씨도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호가 붙을 걸 보면 말이다.


'다시 읽는 우리문학, '내 맘대로 단편 베스트 10'에 꼽힌 작품들은 참 영광스러울 것이다.

책고집씨가 고른 작품이니. 그중에 겨우 두편정도를 읽은 것같다. 그가 꼽은 신경숙에 '세상끝의 신발'을

보자니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 신경숙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에 들어있는 소설이라는데 '신발 이야기를 해야겠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인용된 단 몇줄의 대목에서도 그녀의 문체가 빛난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저자는 누군가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다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소망이 아닐까라고 썼다.

신경숙 참 난 작가인 것은 맞다. 어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난 누군가의 체취로 슬쩍 냄새가 나는 신발에 발을 넣어보겠다는 생각같은 것은 해본적도 없고 또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더욱 상상한 적이 없다.

요즘 표절로 문학계가 심상치 않다. 그래도 그녀의 탁월한 재주만큼은 의심하지 않고 싶다.

다독의 작가로도 소문난 그녀의 말처럼 문학에서 넘어졌으니 문학으로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책고집씨의 서재을 다녀오고보니 내 허접한 서재가 부끄럽다. 아무리 읽어도 그를 뒤쫓긴 글른 것같으니 말이다.

이렇게라도 그의 서재를 훔쳐오니 다소 안심이 되긴한다. 나누어주느라 비워졌을 그의 곳간에 부든 사랑이든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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