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독특한 소재의 단편 아홉편이 실려있는 소설이다.

일단 표지부터가 무척이나 이채롭다. 누가봐도 우주인인 듯한 생명체가 라면그릇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우리가 영원히 포기하지 못하는 라면이 드디어 우주로 진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표지 선정에 고심했다는 출판사에서는 김희선작가가 직접 그려준 그림을 참고로 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글쓰는 재능외에도 그림솜씨가 상당하다.

 

 

그냥 이걸로 표지를 해도 좋았을뻔했다는~~~

 

 

어떠세요. 김희선작가의 그림이 더 나아 보이지 않나요? 암튼 이제 외계인마저도 라면을 먹는 시대가 된 걸까요?

라면이 우주로 진출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라면의 황제'에서의 라면의 몰락은 끔직하다.

20세기 후반부터 라면유해론이 스멀스멀 등장하더니 결국 2천년의 어느 날 라면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내용이다. 분식집 주인이었던 김기수씨는 27년동안 매 세끼 라면만 끓여먹었다는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리려 했지만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고 결국 어느 날 죽음을 맞으면서 경쟁자인 박모노인에게 영광이 돌아간다.

글쎄 라면을 오랜세월 많이 먹어왔다는게 기네스북에 올려질 정도의 영광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우리나라가 배고팠던 어느 시대를 라면이 구원해왔음을 사실이다. 그 후 배가 고프지 않은 시절이 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라면이 악의 음식이라 규정지어지고 없어지다니...상상하기 싫다.

라면이 소멸된 이유도 너무 허접하다. 라면=가난이라는 공식이 거추장 스러웠나?

이 소설을 라면애호가들이나 라면회사가 본다면 기암을 한 일이다.

아마도 이 소설은 대중에게 깊숙이 들어와 사랑받았던 존재도 누군가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악의축으로 몰아 소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인의 정성이 한땀 한땀 깃들인 수제 페르시아산 양탄자에 얽힌 '페르시아 양탄사 흥망사'역시 달도 차면 기울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공식에 들어맞는다. 어찌 어찌 대한민국 서울의 청사에 깔려있던 이란 페르시아산 양탄자의 운명과 우리의 역사를 묘하게 교차시켜 인간의 탐욕과 유행의 역사를 자아내고 있다. 양탄자를 보면서 이런 글을 떠올릴 수 있다는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

 

아이큐215인 최두식의 일생을 그린 '교육의 탄생'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영재아였던 인물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그는 어린나이에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사에서 근무를 했다고 해야하나? 당시의 컴퓨터보다 산술 능력이 더 뛰어났다는 그의 말년은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최두식이 나사에서 만난 몰로디노프박사의 무의식요법의 정체는 무엇일까. 뒤편에 이어진 '어느 멋진 날'에서 식물인간 상태인 이스라엘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의 병실에서 그 정체가 조금 드러난다. 일종의 최면을 거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은데 무의식의 상태에서도 의식은 분명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동생이 죽어가는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샤론은 과거 팔레스타인 게릴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베이루트를 침공하여 수천명을 학살한 인물이다. 뇌출혈을 일으켜 식물인간에 이른 그에게 마치 주문을 걸듯 가장 아픈 기억속을 헤매게 하는 것이 복수는 아니었을까.

'레드썬'이라고 주문을 걸었던 인물이 와서 풀어주던가 영원히 의식을 동결시키는 죽음밖에는 벗어날 방법이 없단다.

 

우주전쟁을 연상시키는 '지상 최대의 쇼'와'경이로운 도시'에 등장하는 W시에 등장한 우주선은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져버린다. 상공에 떠있는 거대한 우주선에서 내려온 외계인은 인간의 형상을 담은 녹색식물(원주사람들은 우주인을 식용하기 위해 이렇게 구분짓는다)로 규정하고 부위별로 판매된다. 엑!!

영화처럼 이상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납치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고 지구인, 하필 W시의 주민들이 외계인을 식용으로 하다니..기상천외의 발상이다. 저 멀리 우주 어디에선가 그걸 지켜보던 우주인들이 떼로 몰려와 지구를 폭파하는....것이 아니고 농장에서 사육되는 우주인들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평화를 위한 쟁기운동가들의 왕'들은 반전운동을 위해 무기가 있는 제철소를 칩입하고 쟁기로 미사일을 부수려고 한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시의 이 퍼포먼스는 경찰에 체포되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던 '월드 인사이드 미러'의 기자 톰 존스는 한국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받고 한국의 W시로 향한다.

한 남자가 쟁기를 들고 탱크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의 사진. 김홍석이라는 남자는 이미 유서를 남긴채 자살을 한 상태였다.

마치 천안문 광장에서 탱크를 향해 마주섰던 중국남자처럼 전 세계의 시전을 집중할 것이란 기대로 취재에 나섰던 톰은 동북아시아의 한 도시에서 고결한 남자의 투쟁을 극적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뒤에는 어이없는 진실이 숨어있다. 블랙코미디같기도 한 진실을 또 하나의 권력이랄 수 있는 언론에게 어떻게 이용되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우리는 이런 언론놀이에 수없이 놀아났을 것이다. 여전히 진실조차 모른 채 말이다.

 

한 편 한 편 예상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로 놀라움을 주는 소설들이다.

전세계적인 역사와 사건의 일지를 탐독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박식한 글들이다.

실제 언젠가 우주선이 우리 머리 꼭대기위에 나타날지도 모르고 그토록 좋아하는 라면이 멸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알래스카의 모종의 사건이 인도네시아의 쓰나미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는 멍청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보이는 것도 보지 않는 방관자일지도 모른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놓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운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방외지사'의 뜻을 해석하면 '방'은 테두리, 경계선, 고정관념같은 닫힌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외지사'는 '방'을 벗어난 열린공간 혹은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같다.

안락하고-물론 이 개념은 도시의 문명이 주는 혜택을 말한다-, 보장된 생활을 마다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놓은 열전이라 하겠다.

 

 

하긴 자신마저도 '방'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 '방외지사'이다 보니 유유상종이라 유독 그런 사람들과의 친분이 남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방방곡곡 숨어있는 지사들을 이렇게도 잘 찾아다녔는지 그의 역마살이 대단하다.

'한 세상 먹고 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타이틀을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사는 인생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먹고 살려니..할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서 살아가야 하고 결국 굳어져 원하는 삶과는 영판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자가 만난 '방외지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집안도 좋고 대학물까지 먹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시골의 고택으로 찾아들어가 칩거를 하고 잘 나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고를 가진 사람임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의 여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까지도 '최고의 교육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일갈하는 배짱은 우리같은 범인들은 감히 흉내내기도 힘든 결정이 아니겠는가.

 

 

유독 인간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저자라 그런지 그가 만난 '방외지사'중에는 사주를 풀이하고 운명을 예견하는 명리학의 대가들이 많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왜 없을까. 그러다보면 늘 궁금한 것이 과연 사람은 타고난 사주팔자대로 살게 되어있는가 하는 운명론에 부딪히게 된다. 대가들은 하나같이 100%는 아닐지언정 90%이상은 사주대로 살아간다고 답한다.

흔히 사주는 통계라고 해서 어디나 비슷한 해답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나는 풀이법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그들이 그런 해답을 들고 나오기까지는 엄청난 공부와 노력이 뒤따랐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고위 공무원의 길을 걷다가 명리학자가 된 김영철씨는 제2의 인생을 아주 감사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조금이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그의 삶이 참으로 부럽다. 글쎄 그 길 조차도 그가 선택한 것일까? 선택을 당한 것일까?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분류가 아닐 수 없다. 학습기와 가주기를 지나 이제 임서기에 들어선 나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마지막 유랑기를 대비하여야 한다.

과연 깨달음을 얻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그리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소개된 많은 '방외지사'중 유일하게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 분은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으로 등극한 곽종인씨이고 한 분은 제주도의 여산신인 대각심이다. 백 살을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사람의 인생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매서운 분이란다. 혹시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 저자에게 자신은 1000명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고 태어났으니 아직 구해야 할 사명이 남아있다고 답한다. 더 늦기전에 제주 한라산 절물자연휴양림안에 있다는 여산신에게 가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던지는 일갈중에 남은 생의 답을 얻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로.

 

 

유독 뒤숭숭한 사건들이 많았던 한 해를 지나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화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 강박증같은 병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병들의 근원에는 심장이 있다고 하니 심장의 화를 다스릴 자연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방외지사'역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책을 많이 읽어야하며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글쎄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천하를 주유하는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사는 그런 삶에 행복할 수 있는 영혼이어야 하는데 나는 영 자신이 없다.

이미 이런 '방외지사'들을 만나 한 수 얻어보겠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살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음과 양의 이치로 돌아가듯이 우리들도 모두 '방외지사'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와 같이 '방내지사'가 있다면 저들처럼 '방외지사'가 있어 서로 맞물려 살아가는 것이 또한 세상사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어수선한 속세를 떠나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을 일구어내는 것이 못내 부럽지만 뱁새인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척하면 압니다'할 것같은 저자가 만난 기인들을 보니 세상 참 맑은 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어리석고 탐욕 가득한 세상에 그들이 등불처럼 세상을 밝혀주기를 바랄 뿐이다.

 


RH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모리사와 아키오였다. 그의 작품은 미리 감동을 예감하게 된다. 그런 기대는 한번도

져버린 적이 없는 고향과 가족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이다.

 

 

 

잘나가는 거대 레코드 회사를 박차고 나와 1인 레코드회사를 세워 홀로 동분서주하는 사쿠라 스미레!

철학자 흉내를 잘 내는 그녀의 아버지는 사쿠라(벚꽃)이라는 성도 특이하지만 스미레(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지어줄만큼 독창적인 분이시다.  

너무나 바빠 애인인 료와 데이트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가 겨우 시간을 내어 료타를 만나러 가던 중

수면부족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져 잠들었다 깨어나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로 그를 만난다.

데이트를 하는 중에도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온통 그녀의 회사에 유일하게 소속된 DEEP SEA의 콘서트

생각뿐이다. 결국 그녀는 료타의 이야기를 놓치게 되고 이 일은 커다란 아픔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다니던 회사의 PD의 농간으로 DEEP SEA는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되고 절망에 빠진 그녀는 삼총사 친구인

미사키와 링코의 권유로 고향으로 내려가 마음을 달랜다. 무뚝뚝해보이는 아버지와 낚시를 하고 수다꾼인 엄마를 통해 자신의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으면서 다시 희망을 품는다.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로 돌아온다는 거야....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늘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지. 그러면 결국 너도 행복해질테니까..: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의 깊은 뜻이 그녀를 다시 희망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역시 사주쟁이 링코의 조언대로 고향에서 힘을 얻은 스미레에게 예전에 잘나가던 보컬이었지만 지금은

인디밴드로 겨우 가수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하루토에게 스미레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다시 힘을 내어 하루토를 메이저가수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미레.

하지만 애인인 료는 엉망진창인 데이트를 마지막으로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고 '바이바이'라는 메시지로

이별을 고하고 만다. 역시 일만 생각하는 여자와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던 것일까.

 

 

 

철부지 시절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 딸 밋치를 낳은 하루토는 노래부르는 것이 가장 멋있다는 딸에게 멋진아빠가 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역시 비슷한 아픔이 있는 친구 음향엔지니어 도시짱도 밋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드디어 하루토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 밋치와 도시짱은 하루토와 스미레를 위해 콘서트에도 오지 못한 채

네잎클로버를 찾아 늦게 나타나고 밋치의 선물은 하루토와 스미레, 그리고 관객들을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이 장면에서는 나역시 코끝이 찡해졌다. 진심어린 사랑은 역시 감동을 불러오는 법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에 하루토는 재기에 성공한다.

 

떠나버린 료때문에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비어있던 스미레에게 료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이별뒤에 숨어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모리사와의 작품에는 비극이 없다. 그리고 늘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엉뚱발랄한 스미레를 통해 절망에서 헤쳐나오는 법을 보여주고 그녀의 친구들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사랑이

얼마나 큰 구원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늘 그렇듯 고향과 부모님의 사랑역시.

아마도 모리사와는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같다.

료에게 배운 로우킥을 이용하여 DEEP SEA 그룹을 빼간 간부에게 발차기로 녹다운을 시키는 장면은 통쾌하기만 하다. 스미레 화이팅!

역자후기에 주인공 스미레의 모델이 실제 존재한다니 놀랍기만 하다. 만화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삶을 사는 레코드 회사의 여사장이란다. 그녀 곁에 있으면 절대 울일은 없을 것만 같다. 스마일 스미레! 스마일 모리사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일까?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서로의 사이가 공집합같은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치정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집착하면서 구속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것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본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유디트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마트에서 발이 밟히게 되는데 상대는 바나나송이를 들고있던 사십대 정도의 남자였다.

며칠 후 유디트의 가게에 나타난 남자는 건축가인 한네스로 첫눈에 유디트에게 반했다며 데이트를 청한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 유디티는 몇 번의 연애를 하긴 했지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기억이 없었다.

 

 

 

마흔 두 살에 눈가에 잔주름이 매력적이며 수줍은 듯하면서도 과감했고 차분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남자 한네스는 좋은 남자였지만 유디트는 뭔가 벽이 있는 듯한 느낌때문에 그에게 완전히 다가가기 힘들다.

 

 

 

마치 운명적인 연인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한네스의 사랑이 조금씩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친구와 부모, 형제들에게 한네스를 소개하고 한네스는 부모님은 물론 남동생마저 응원군으로 끌어들일만큼 최선을 다해 유디트의 가족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유디트는 한네스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디트의 착각일까? 친구들과 부모형제들은 그런 유디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 계속되는 신경증은 망상의 단계에 이른다.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목을 죄어 오는 것 같은 한네스의 사랑.

과연 유디트의 신경증은 정신분열증인 것일까?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유디트.

하지만 한네스의 사랑과 친절은 집착의 경계에서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다.

완전한 사랑이란 상대를 완전히 내안에 가두어 두는 것인지...자꾸 되묻게 된다. 상대의 집착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유디트는 결국 자신이 한네스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장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유디트는 한네스의 집착에 뭔가 이상한 음모가 숨어있다고 느낀다.

조명가게의 점원인 비앙카와 바스티의 도움으로 한네스의 뒤를 캐면서 서서히 비밀이 밝혀진다.

 

' 이 세상에서 내가 만난 천사...사랑은 우리를 하나를 묶어주지. 우리는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거야. 당신은 나의 빛이고 난 당신의 그림자. 우리 둘은 다시는 혼자로 돌아가지 않아. 당신이 숨을 쉬면 나도 숨을 쉬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사실 이런 사랑과 집착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은 우리 곁에 실제하고 있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상대에게는 속박이 되는 기형적인 사랑의 모습을 미스터리를 추적하듯 긴박하게 그린 작품이다.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은 한네스의 사랑과 유디트의 의심사이을 오가며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흔히 사랑에 빠지만 콩깍지가 씌운다고 하지 않던가. 맹목의 사랑이 어떤 파국을 부르는지 섬찟해지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5.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왜 2월을 시샘달이라고 할까? 검색해보니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달이라고 나와있네요.

흠..사실 12월보다 2월이 더 추운거 같아요. 이상하게 꽃샘추위는 가슴을 파고들어서 더 시리잖아요.

이럴때는 그저 가슴 따뜻한 차 한잔과 샘터가 최고죠.

복을 부른다는 붉은 색이 아름다운 표지를 보면 가슴부터 설렙니다. 이달에는 무슨 감동이 숨어있을까.

 

 

 

첫 번째 반가운 인물은 설림 7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님이십니다. 저는 이 분을 처음 뵈었는데 일단 제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공간을 관리하는 분이라 낯선 느낌이 없습니다. 인상도 좋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서관답게 올 5월이면 1000만 책을 소장하게 된다니 정말 경이롭습니다. 어려서 제 꿈이 서점을 경영하는 것이었는데요.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도서관 나들이로 꿈을 달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남산에 있었던 국립도서관이 기억나네요. 이제는 반포동으로 옮겼습니다만 아직 가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꼭 방문해서 갈증을 달래보겠습니다.

 

 

베트남에서 보내온 통신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남자를 위한 나라는 있다'니..남자라면 솔깃한 제목입니다.

요즘은 남자들도 가사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왕따가 되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베트남 남자들은 한 마디로 천국에서 살고 있는 셈이네요.

 

 

모든 경제적인 활동은 물론 가사와 양육까지 여성이 하고 있다니..아프리카의 나라들도 그렇다더니..남자들이 모두 베트남으로 이주하고 싶을만큼 남자가 천국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들은 참 낙천적이네요. 당연하다는 듯 불만이 없답니다.

여자의 잔소리에 지긋지긋한 남자들..베트남 어떠세요?^^

 

 

'연약함의 힘'으로 더욱 존경하게 된 현경님의 편지는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땅콩사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누구보다 제일 큰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애틋함을 보고있으려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가 방송에 나와 진심어린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장면도 떠올랐구요. 그가 중학교 때 들었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가 더욱 가슴을 울립니다.

'누구의 그늘에서도 살지 않겠습니다. 내 모든 것을 빼앗는다 해도 가장 중요한 나의 존엄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자존감을 위해 진실을 밝혔다는 그가 얼마동안 대한항공에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적기의 이름으로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항공사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면서 나도 현경선생님처럼 배신감이 엄습니다. 앞으로 그녀는 더 이상 대한항공을 타지 않을 것 같네요. 온 세계를 누비는 VIP 손님 하나를..아니 여럿을 놓쳤습니다. 대한항공은. 그녀의 따뜻한 다독임이 박창진 사무장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샘터에는 참 가슴이 따뜻한 독자가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공유하시는 분들.

제 기억으로도 오랫동안 석모도의 방주펜션 이용권을 내놓으셨던 주인장 유윤성씨의 편지가 고마움을 더합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거의 없다니 걱정도 됩니다. 그동안의 배품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우리 독자들 '방주펜션'을 더 많이 찾아주시면 어떨까요. 물론 더 반가이 맞아주시겠지요.

 

 

재 작년이었던가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옷을 보내주셨던 엄미숙님이 또 옷 선물을 보내주셨네요. 저는 재작년 그녀의 선물을 기쁘게 받았던 독자였습니다. 저렇게 세련되고 예쁜 옷들을 보내주시다니..물론 저는 저 사이즈의 옷이 맞지 않을 겁니다. 보내주신 옷도 제 딸에게 돌아갔거든요. '주는 맘 받는 맘'을 볼 때마다 저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섬에 있는 미역이나 생선을 보내볼까 혹시 상하지 않을까....글쎄요. 저도 언젠가 반드시 선물로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별명이 '왕눈이'입니다. 눈이 엄청 크기도 하고 매섭기도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달의 '얼굴 읽는 남자'의 '눈의 화기를 다스리는 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몸의 화기가 눈을 통해 드러난다는군요.

'웃어라, 숙면하라, 술을 끊고 차를 마셔라!'라는 조언에 조금 멈칫합니다. 주당인 제가 술을 끊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다 숙면의 밤이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저 많이 웃겠습니다.

 

매일 아침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드라이어기에 엄청난 전자파가 있는데다 잘못 사용하면 탈모증까지 생긴다니 섬찟합니다.

이 달의 특집 '재미있게 산다'에서 각박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재미 하나를 건져봅니다.

봄이 오면 샘터에는 푸릇푸릇한 삶의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지겠지요.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