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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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바랬던 유일한 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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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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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전히 서점에 들어서면 가슴이 설렌다. 가난하던 어린시절 책이 잔뜩 쌓인 서점에만 가면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청계천 헌책방을 전전하고 그나마 신간이라도 구경할 수 있는 학교 도서관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었다. 그렇게 나에게 책은 여전히 삶의 동반자이고 연인이다.


서점에 있는 그 모든 책들이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각 분야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던가.

그중에서도 소설, 소설중에서도 정말 좋은 소설만을 엄선한 서점이 있다면 난 기꺼이 갈 마음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바로 이런 서점을 문을 연다. '오 봉 로망'이라는 이름으로.

'오 봉 로망'의 뜻은 '좋은 소설이 있는 곳'이란다. 그렇다면 좋은 소설의 정의는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그런 책들? 아니면 인류의 역사에 크게 공헌했다고 자부하는 고전들?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명의 위원들이 뽑혔고 그들이 고른 600권의 책들은 오 봉 로망의 진열대를 장식한다.

가뜩이나 불황인 시절에 가뜩이나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런 서점에 들르기는 할 것인가.

 

 

이 '오 봉 로망'의 탄생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여인 프란체스카와 한 때 교사였지만 서점에 오랜동안 직원으로 일했던 이방이라는 남자의 열망이 숨어있다.

열 여섯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버린 딸아이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사는 프란체스카는 할아버지의 일기를 출간하여 부자가 된데다 돈많은 사업가의 아내로 얼마든지 이런 꿈의 서점쯤은 쉽게 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방역시 잘 팔릴것같은 책들을 어거지로 들여놓고 선택을 기다리는 일반적인 서점의 영업형태에 신물을 느끼던 중이었다. 아뭏든 둘은 의기투합하여 꿈의 서점 '오 봉 로망'을 열기로 한다.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이 사업이 절대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개점 초기 '오 봉 로망'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책을 사랑하는 선별된 독자들을 열광케한다.

하지만 비밀스럽게 선별한 위원들에게 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무도 그들을 위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선별에서나 유지면에서 고심을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의 명단이 유출되었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들 주변을 맴돌며 사고를 유발시키고 위협을 가하는 그림자들.


이 소설은 꿈의 서점을 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책이라면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와 그런 꿈의 서점을 바라보는 반대편의 사람들의 시각을 잘 풀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의 정의와 진짜 작품의 차이. 그리고 그걸 알아보는 심도높은 독자들의 눈. 그런 그들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들.

그리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골라낸 위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그림자집단은 누구인지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 숨은 사랑의 이야기가 더 절절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자살한 딸의 기억을 아픈 상처로 간직하고 있는 프란체스카. 그녀는 오 봉 로망을 자신의 평생 사업으로 여기고 먼저 간 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그리고 오로지 독서로 다져진 지혜로 이 모든 사업을 함께하는 이방. 그리고 그가 아끼는 여인 아니스에게 향하는 사랑의 마음.

그런 이방을 바라보는 프란체스카는 점점 이방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이방의 마음을 빼앗기는 어렵다.

그의 마음속엔 온통 아니스 뿐이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만 마음을 가질 수 없는 중년 여인의 안타까운 사랑과 어린 시절의 상처때문에 이방의 사랑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스. 그리고 두 여인 사이에서 감정의 혼란을 느끼는 이방.


정말 이런 서점이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작품도 버릴 수 없을만큼 빼곡하게 들어선 서점을 상상만 해도 뿌듯해진다.

이제 사람들은 종이로 된 책보다는 화면으로 보는 책을 더 선호하고 서점보다는 더 열정적인 곳으로 향한다.

그런 와중에 돈도 되지 않을 것같은 이런 서점을 내고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한 곳만을 바라보는 이상만으로도 서로 통하는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결국 위원들을 위협하는 그림자들의 정체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의 죽음 이후 '오 봉 로망'의 분해와 새로운 시도들. 그리고 그들에게 지나갔던 아름다운 감정들은 가슴에 남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은 실제하거나 상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활자로 표현할만큼 대단한 저자의 능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과연 몇 권이나 추려낼 수 있을만큼 책을 읽었으며 안목을 가졌을까.

언젠가 서울 도심 어딘가에서 꼭 만나고 싶은 '오 봉 로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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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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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글을 썼다. 가장이 되어 가족을 생계를

책임지든 자신을 위해서든 이른 바 '밥벌이'는 해야하는데 이 시대엔 그것도 만만치 않다.

'5년 전 나의 장래 희망은 출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나의 장래 희망은 출근을 안 하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새장 밖의 새들은 새장을 그리워하고 새장에 갇힌 새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태반이 백수인

청년들에게 이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곳을 향해 출근을 그 풍경이 그리운 이들이 더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언젠가 출근을 안하는 시간이 도래하길 바란다.

아니 출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리워한다.

'사축일기'라는 제목처럼 마치 동물처럼 사육되는 직장인들의 고뇌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란 오히려 완벽주의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는데 완벽함을 요구하는 직장사회에서 견뎌내는 것은 산에서 득도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스펙이란 스펙은 다 땄더니 결국 폭탄주나 말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더라는 얘기며 일 잘하는 우수사원보다 두루두루 적당히 사교성 좋은 사원들이 살아남기 더 쉽더라는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후배들의 실적을 가로채는 상사도 부지기수이고 사람대접 안해주는 상사도 부지기수이다.

'팀장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십시오. 분명 그러실 겁니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지요'라고 일갈하는 직장인의 한숨이 절로 들려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직장에서 목을 매고 살아가고 있다.

굴욕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주는 선배를 만날 수도 있고 형제애나 동지애가 팍팍 느껴지는 집단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침에 5분만 더, 5분만 더를 외치며 오늘도 같은 곳을 향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잠시 희열을 선사하는 책이 될 것같다. 오징어 대신 이 책을 잘근잘근 씹으며 소주한잔 하면 어떨까.

묵었던 화가 확 풀어질 지어다. 싫어도 피곤해도 오늘도 내일도 직장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여 힘을 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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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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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던 시절 의로운 백성들이 들고 있어섰다.

가진 것이라곤 죽창이요 낡은 총 몇자루가 전부였지만 의로 뭉친 백성들의 함성은 뜨거웠다.

그 맨 앞 우두머리였던 사내를 우리는 녹두장군이라 불렀다.

 

 

조선이 백성의 것이 아닌 그 시절, 궁궐에는 일제의 앞잡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꿰어차고 있었고 한 때 천하를 호령하던 대원군은 뒷방 늙은이가 되어 기울어가는 조선의 마지막을 쓸쓸히 지켜보던 그 때.

분연히 일어나 조선을 지키려했던 농민들은 녹두장군 휘하에 모여들었고 그들은 그렇게 관군들과 전투를 벌인다.

누가 보아도 승산은 이미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을자리를 보고도 달려들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자들의 고독한 싸움은 눈물겹기만 하다.

 

이미 세상을 버린 아내는 그렇다치고 성혼을 한 큰 딸자식도 그렇다치고 아직 혼례도 올리지못한 갑례라는 딸을 두고도 전봉준은 죽을 자리로 뛰어든다. 그런 아비를 둔 갑례는 언젠가 주검으로 발견될 아비와 연인을 위해 표식을 새긴 목도장을 쥐어주었더랬다. 조선의 백성들은 죽으러가는 지아비를 아들을 그렇게 내어주면서 어떤 미래를 그렸을까.

 

찬바람이 서슬하고 비도 추적거리는 가을 밤 길을 걸으면서 눈길을 헤치며 관군을 피해 도망가던 동학군, 아니 우리 백성들을

떠올렸다. 마땅한 신발은 있었을 것인가. 찬바람 막을 옷가지는 또 어떻고. 이미 죽음을 예감한 그들의 행로는 자유를 향한 외침...그리고 숙명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었으리라.

 

다시금 국권을 찾으려는 대원군의 마지막 안간힘과 전봉준의 의는 서로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일본에게로 기울어 망국의 기운이 창궐하는데...그나마 녹두의 봉기가 없었더라면 조선의 의로움을 일제는 알기나 했을것인가.

그리고 그를 따랐던 수많은 백성들의 잊혀진 이름을 이 소설은 되살렸다.

이름모를 산골에서 들판에서 죽어간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땅위에 흩뿌려진 그들의 피가 이 나라를 일으켰다. 분명 그 때는 그들의 피가 고귀하였음을 알지 못했으리라.

쌍도치라 불렸던 을개란 사내와 관직을 버리고 동학군이 된 이철래와 또 그들을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자라 이 땅위에 역사가 되었다.

고독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자꾸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작가가 고른 언어가 조금은 어렵기도 하였다.

그래도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그들의 죽음이 고귀해질 것만 같아 자꾸 되뇌어보았다. 작가의 오랜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진 소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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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팽창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3
구보 미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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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이란 나이는 뭔가 불안하다. 끝나가는 20대에 대한 아쉬움과 30대를 바라보는 불안함이 교차하면서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대해 돌아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간에 서있는 미히로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귄 게이스케와 결혼을 전제로 한집에 살고 있다.

이미 쇠락해버린 상점가에서 같이 자란 게이스케와 그의 동생 유타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가족같은 친밀감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한창 젊은 게이스케는 미히로를 여자라기 보다는 편한 동반자같이 바라본다.

 

 사실 미히로의 나이정도에 육체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창 섹스에 대한 욕망이 커지는 시기이다.

그런 욕망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게이스케를 바라보는 미히로는 갈증만 커져간다.

특히 배란기에 찾아오는 그 열망이라니...가부장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무슨 음탕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몸의 언어일 뿐이다.

 

 사실 게이스케의 동생 유타는 어린시절부터 미히로를 좋아했었다. 형의 여자가 되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어린시절 미히로와 유토가 테이블밑에서 다리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런 음란한 년!"이라고 소리쳤었다. 흐미 젊은 남자와 도망갔다 다시 돌아온 엄마는 정숙한 여인이고?

 

  

한 형제가 한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아버지가 벌이는 끊임없는 바람끼.

끊임없이 달아오르는 육체의 욕망이 더러운 엄마의 피때문이 아닐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갈증에 시달리는 성숙한 여인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유타와 하룻밤을 보내는 미히로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부모의 삶이 후에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사회의 통념으로 보면 한 형제와 섹스를 하게된 미히로의 행동을 질타하겠지만 이 작품은

성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소설다운 느낌을 받는다. 성에 대해선 확실히 우리보다 유연한 사회라는 것을.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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