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존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정림 글.그림 / 책고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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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개에게 물려 크게 놀랐던 나는 개를 보면 온몸이 떨리는 것같이 무섭기만 했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일상에서 우연히 내 집에 찾아든 진돗개 한 마리가 이런 내 무서움증을 없애주었습니다. 올 때는 정말 자그마했는데 잠깐 사이에 훌쩍 커버려서 이제는 목줄을 쥐고도 내가 끌려 다닐 지경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집 뚱이가 처음 오던날이 떠오릅니다.

 

 

자전거를 탄 이 귀여운 소년이 이 책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이제 1학년 쯤 된 소년이 멀리 바다건너 할머니댁에 있는 강아지 존에게 편지를 썼네요.

 

 

이제 열밤이 지나면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소년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할머니댁을 가기로 했답니다.

작년 겨울 방학에 처음 만났던 강아지 존이 그리워 매일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자기만큼 컸다는데 맞냐고 물어봅니다.

  

존과 함께 공놀이를 하기 위해 공도 준비하고 그림책도 챙겨두었답니다. 아마도 무척이나 즐거운 만남이 될 것 같네요. 더구나 깜짝 놀랄 비밀 선물도 있다니 저도 궁금해집니다.

 

 

소년은 받아쓰기도 잘하고 글씨도 또박또박 잘쓰는 착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림속에 이국적인 모자를 보니 동남아의 어느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께 드릴 선물 가방이 세 개에 짐도 한 가득입니다. 1년 만에 다시 가보는 할머니의 나라에 가지고 갈 선물이 그리움만큼이나 가득합니다.

 

 

사실 강아지 존은 글씨를 읽을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소년은 또박또박 예쁜 글씨로 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곧 만나러 갈테니 할머니를 잘 지켜드리라는 마지막 인사를 보니 얼마나 의젓한지 모르겠습니다.

 

편지봉투에는 구리시의 어느 아파트 주소가 있고...글쎄요. 받는 사람에는 누구의 이름을 썼을까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떠오릅니다.

할머니댁에 갈 생각에 작년에 만나 품에 꼭 안고 잠들었던 강아지 존을 만날 생각에 설레이는 소년의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1년 여만에 다시 할머니를 뵈러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우리나라로 건너와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사실 이렇게 자주 고향에 가기 어렵다고 하네요.

선물도 저렇게 가득 살만큼 생활도 어려워보이지 않아 더욱 든든합니다.

소년이 내내 저렇게 예쁜 마음으로 존과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존, 그리고 아이야 잘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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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
마스다 히로야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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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가 큰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오래전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나로서는 '하나만 낳아 잘살자'라던가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표어가 익숙할 만큼 인구폭발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 결혼자체도 줄어든데다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분명 미래의 어느 날에는 인구감소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얼핏 인구가 감소하면 환경도 좋아지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4년 일본에서 발간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이 책이 왜 다시 화제에 올랐는지 생각해보자.

여러방면에서 싫든 좋든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강건너 불구경이 될 수 만은 없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나처럼 절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5년 전 지방의 작은 도시로 귀촌을 했던 나로서는 실제 급격한 인구의 감소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현재 지방의 나이를 따져본다면 분명 대도시보다 훨씬 노화되어 있다.

젊은 세대들이 모두 도시로 향하고 노인들만 남다시피한 시골은 결코 젊은 세대들이 환호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는 물론 의료시설이며 편의시설들이 거의 없거나 너무 적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하루종일 밭일을 하는 노인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 땅을 일굴 사람이 과연 남아 있을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도시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세수가 줄어들고 결국 주민들에게 돌려줄 편의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늙어지면 노인정책을 잘 수행하는 돈많은 지자제로 이주를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중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경우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소멸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도 분명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 세기를 걸쳐 가장 큰 번영을 누렸던 유럽이 쇠퇴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인구의 노화였고 출산율의 저하였다.

한 때 인구폭발의 진원지였던 아시아권의 나라들도 이제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단순히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을 기피하는 세대의 도래를 포함하여 사회정책의 부재에 따른 것이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기 위해서는 일하는 여성에게 보육의 고민을 줄여주고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책에 대한 것도 꼼꼼하게 제시해 놓았다.

일단 노인세대의 증가에 따른 인력재배치 문제나 여성의 사회진출을 유지하면서도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관청이나 대기업의 이주같은 것들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는 지방의 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크게보아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에 관한 절대 절명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급한 문제이다.

 

'지금 당장 인구의 유지및 반전노력을 시작해 그것이 성공(구체적으로는 출산율이 2.1 이상으로 회복)하더라도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20~30년의 시간이 걸리며 그 사이의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본문중에서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도시집중화에 따른 지방공동화 문제는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고 노령인구를 이끌 견인세대의 감소는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일자리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정책' 혹은 '도시못지 않은 지방정책'들을 발굴하여 인구증가및 효과적인 분산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국회에서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느라 쌈박질이나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 책을 강제로 읽히고 싶다.

지금 시작해도 이미 늦은 감이 없긴 하지만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얼른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책이 왜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공감이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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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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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 먼저 멀미약을 먹기를 권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서이다.

몇 년전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한창 인기를 모았었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넘다드는 여행은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하지만 연쇄살인마 하퍼와 함께 하는 여행은 끔찍하고 분노스럽기만 하다.

 

 

하퍼 커티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밑바닥 날품팔이꾼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시비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카고 우범지대를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집이 바로 '더 하우스'였다.

인기리에 방영했던 영국의 '닥터후'를 연상하면 되겠다. 닥터후가 우체통에 들어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하퍼는 이 '더 하우스'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범상치 않은 '살인여행'이었다.

 

책을 반 넘어 읽을 때까지도 하퍼가 저지르는 살인시기가 70여 년에 걸친 시간표가 나열되어 있어 도대체 그의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길래 70여 년에 걸친 살인을 저지른다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퍼는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내어 그 소녀가 어른이 된후 찾아가 다시 살인을 하는 독특한 살인마이다.

제목의 '샤이닝 걸스'는 바로 하퍼의 먹잇감이 되었던 빛나는 소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퍼의 손에 죽어간 소녀들에게 공통점은 없었다. 단지 하퍼의 눈에 빛나게 보였을 뿐이었다.

어린 소녀의 뒤를 쫓아가 말한다. '다시 오마!'

빛나는 소녀를 발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가 살인을 저지는 상상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가 부풀만큼 사이코패스적 성도착자인 하퍼의 살인방식은 끔찍하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흩뿌려놓는 그의 처참한 살인을 들여다보면 구역질이 절로 올라온다. 그렇게 죽어간 여자들에게 하퍼는 선물을 남긴다. 전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을 다음 피해자에게 넘기는 식이다. 그리고 '더 하우스'의 전시실에 '살인지도'를 그려놓고 마치 하나의 고지를 점평하듯 지도를 완성해나간다.

 

하퍼가 죽이려 했지만 유일하게 죽지 않았던 소녀 커비 마즈라치!

사랑하던 애견 도쿄와 함께 호숫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하퍼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배를 찔리고 마지막 숨이 끊어지지 직전 하퍼의 공격으로 죽어가던 도쿄의 마지막 충성적인 힘으로 겨우 살아난 커비!

그녀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신문사에 견습직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을 죽이려했던 사나이의 정체를 쫓는다.

하지만 그의 뒤를 쫓을 수록 살인현장에 남겨진 선물이 뜻하는 시간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70년대 피해자의 곁에 있던 선물이 80년대 생산된 것이라니....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퍼는 자신이 죽였을 것이라고 믿었던 커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다시 죽이기 위해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퍼의 존재를 쫓는 커비!, 그리고 자신을 쫓는 커비를 죽이기 위해 다시 돌아온 하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주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물인 '샤이닝 걸스'는 일반적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더하진 않다.

시공간을 넘다드는 살인에 다소 혼란스럽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소녀들을 방문하는 장면들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지막 하퍼와 커비의 대결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생생하고 긴박하다.

문제는 하퍼같은 연쇄살인마가 현실에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막바지 더위를 날리는 빛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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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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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어렵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이런 역사책은 없었다.

"톡 하였느냐?  그리하여 통하였느냐?"  "네, 톡하고 통하였나이다."

정말 이렇게 유쾌한 역사책이 있을까? 기발한 실록을 보다보면 배꼽이 어디갔는지 찾아야 할 지경이 된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외워야 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 저절로 머리에 와서 콕콕 박힌다.



이 책을 기획한 무적핑크님을 그냥 마구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역사를 좋아했고 지금도 역사서라면 가정 먼저 펼쳐보는 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지루하고 힘들어한다.

더구나 국영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역사를 볼때마다 우리의 앞날이 걱정이 되곤 했는데 머리좋고 센스있는 무적핑크님이 이런 책을 만들다니...꼭 껴안아 주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책을 열면 글자만 가득했던 역사책이 아니고 웹툰과 실록의 만남이 만든 기가막힌 그림책을 읽다보면 한 시간도 안되어 책이 후딱 읽혀진다. 앞머리에 그 단락의 주인공들을 요렇게 꼭 집어 평가해놓음으로써 저자의 유머와 센스가 돋보이는데다 독자는 그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문을 열게 된다.



실록에 기록된 정사와 기록에는 없지만 전해내려오는 '픽션'을 비교해놓으니 실록에서는 볼 수 없던 사실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의 위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톡을 통해 대화를 하는 창을 열어놓았으니 그야말로 압권이다.

길게 서술할 필요가 없으니 과연 스마트시대에 어울리는 '톡 교육법'이다.

웃다보면 그냥 머리에 콕콕 박힌다니까. 사관 민인생이 성격 괄괄한 태종 이방원을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따라다니며 역사를 기록하는 부분을 보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폭소가 절로 나온다.

정승급만을 위한 연회에 몰래 따라가거나 얼굴을 감추고 사냥터를 쫓아가고 담 너머로 엿보거나 휘장을 걷고 몰래 살펴보다가 걸려서 혼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사관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오 훌륭하지만 개그감각도 뛰어난 사관 아닌가.  


그렇다고 마냥 웃기는 책만은 절대 아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전사하지 않았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와 비교해놓은 글은 역사를 좋아하는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핵심을 찌르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성계가 고려를 멸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기 보다는 위화도에서 계속 직진을 해도 죽고 돌아가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왕은 하늘이 만든다더니 이성계는 자의에 의한 건국보다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과연 쫌생이 선조는 그를 살려 두었을까? 하면 이순신은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전사의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암튼 재미있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톡서다.

한 왕조의 핵심적인 사건들을 정리해놓아서 무겁지 않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역사라면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조선왕조실록을 알차게 읽었다는 사람에게도 다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톡하고 꼭 통하시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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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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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세 이전에 1000억대 기업의 CEO가 된 여자!' 이 책의 저자인 소피아 아모루소에게

붙은 수많은 수식어중 가장 내 눈을 끄는 소갯말이다.

한 때는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했고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던 소녀였던 그녀가 'Girl'에서

'Girlboss'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갑자기 내 인생이 무척이나 시들해진다.

자신의 이력서에 써넣을 변변한 기록하나가 없는 그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Nasty Gal을 창립하고 5년 만에 1000억대의  CEO가 되다니. 과연 가능한 일인가.



어려서부터 평범한 아이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는 했었다.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주의력 결핍증을 의심할만큼 산만한 아이였다. 더구나 고등학교가 끔찍하게 싫어 뛰쳐나와 그 때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한 당돌한 소녀였다.

2006년 탈장 진단을 받고 의료 보험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구해 일을 하던 중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인터넷을 헤엄치기 시작했고 '네스티 갤 빈티지'라는 이름의 이베이 숍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일단 소피아는 어딘가에 묶여 창조적이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녀의 빈티지한 스타일, 즉 남다른 패션감각은 독특한 취향을 가진 고객들의 환호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한푼의 자본금도 없이 온라인 빈티지 샵을 운영했던 것은 결국 그녀를 성공의 길로 이끈 기회가 되었다.  여웃돈 없이 오늘,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움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애초에 거대한 사업체를 키우겠다는 야망은 없었다. 다만 오직 혼자 살아남아야하는 절박한 시기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서 기회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마침 인터넷 시장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무일푼 사업가인 그녀가 돈이 들지 않는 SNS마케팅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홍보효과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물론 나는 그녀가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이 올린 글에 일일이 댓글을 달면서 떨어진 단추하나까지 챙겨 보내는 열정이 없었더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 졸업장도 없이 전공을 한 것도 없는 그녀가 어떻게 스스로 마케팅의 기본을 깨치고 그 이상의 효과를 얻어냈는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그녀만의 '촉'이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남다른 마케팅수완과 열정은 자연스럽게 성공의 길로 그녀를 인도하고 말았다.

참 타고난 여성이다. 영민한 머리와 부지런함과 겁없는 배짱이 모여 그녀를 지금의 위치로 이끈 것이다.



이제는 몇 천명 직원을 거느린 CEO로서 면접에 주의할 사항까지 조언할 정도가 되었다.

자칫 우스운 조언일지도 모르지만 사소한 것이라고 하기엔 중요한 팁들이 들어있어 정신이 번쩍든다.

'면접관보다 더 많이 질문하기'라던가, '질문을 하나도 안 하기'같은 것은 정말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우연처럼 찾아온 성공이 아니라 맨 밑바닥부터 하나씩 밟고 올라간 솔직한 얘기에 그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잊고 싶을 수도 있는 과거의 지저분한 이야기들까지 고백할 정도로 쿨한 성격도 마음에 들고 어떤 상황에 닥치든 대차게 대응하는 겁없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부럽다.

훔친 책을 팔아 생활했다는데 아마 서점에서 훔칠 책을 고르면서 제법 괜찮은 책들을 읽었던건 아니었을까.

훔친 책에서 지혜를 다시 훔치고 아낌없이 팔아치우는 소녀를 떠올리니 범죄자라기보다 악동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갑작스런 성공에 두렵다고 한 고백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큰 실패없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자신도 생각지 못한 성공이 어찌 행복만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라면 분명 더 멋지고 대단한 기업가로 남을 것이다.

자 '걸'로 남을 것인가 '걸보스'가 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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