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타슈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0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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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은 참 좋은데 번역 수준이 평균 이하다.

역자 약력을 보니 이탈리아에서 미술사로 박사 학위까지 준비하는 분이던데 도대체 왜! 이렇게 번역 수준이 어색한지 모르겠다.

보통 전공자가 번역하면 일반 번역자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의역하던데.

<아우구스투스에게 예술을 소개하는 발주자> 라는 티에폴리의 그림이 실렸다.

발주자라니, 그림을 발주한 사람을 제목으로 넣은 것인가?

다른 책을 찾아 보니 발주자가 아니라 maecenas, 메세나스 즉 예술 후원자이다.

왜 발주자라고 번역했을까?

출판사 측도 교정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것 같다.

단순 오타도 종종 등장한다.

마네를 모네라고 쓰는 식이다.

이 시리즈를 거의 다 읽어 봤는데 에르미타슈 미술관 편이 제일 형편없다.

책의 맨 첫 장에 나온 피카소의 <압생트>가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1901년작이니 그가 겨우 21세 때 그린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보면 정말 피카소는 천재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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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
파올라 라펠리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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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술관들은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전시된 반면 반 고흐 미술관은 오직 화가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전시해서 그런지 책이 마치 전기처럼 느껴진다.

반 고흐라고 하면 불꽃처럼 살다 간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 준 사람이라 식상한 느낌마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 화가의 인간적, 예술적 매력에 푹 빠졌다.

얼마 전에 극장에서 상영한 "러빙 빈센트"를 보다 졸았는데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 고흐 미술관의 작품들만 소개되어 대표작들이 다 나온 건 아니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어 감동을 받았다.

특히 조카가 태어난 기념으로 그려 준 "꽃이 핀 아몬드 나무"와 "붓꽃"이 너무 좋았다.

이 시리즈는 도판이 정말 훌륭한데 특히 반 고흐처럼 강렬한 색감을 내뿜는 표현주의 그림의 매력을 더더욱 잘 보여 주는 것 같다.

올 여름 휴가 때 반 고흐 미술관을 방문할 계획이라 무척 떨린다.

테오가 죽고 나서 요안나는 미술 비평가와 재혼을 했고 빈센트의 가족들은 요안나가 테오의 모든 작품들을 가져가는데 동의했다.

그녀는 새 남편의 도움을 받아 시숙의 작품들을 좋은 가격에 판매한다.

남편 복이 없었는지 그녀는 다시 미망인이 되고, 테오에게 보낸 빈센트의 편지들을 책으로 발간해 고흐를 알리는데 일조한다.

이 미술관은 훗날 빈센트의 조카가 국가에 기증해 세워졌다고 한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이 쓸쓸히 죽어갔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제수에 의해 재조명 되고 개인 미술관까지 설립했으니 예술가로써는 복있는 것 같다.

색감이 너무나 강렬하고 화려해 눈길을 확 끈다.

밀레를 평생 존경하고 많은 작품들을 모사했는데 밀레의 편안한 농민 그림과는 전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



<인상깊은 구절>

81p

고흐는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일본 사람들은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그린다. 그들의 감수성이 소박하기 때문이다."

90p

고흐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살 수 있는 날이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으로선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도로 그림에 몰두하였다. 그에게는 이때가 만족스러운 시기였다. 그래서 힘들다는 느낌이 들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회화에서 그를 매혹시킨 것은 들라크루아가 표현해낸 모로코의 색채의 활기, 세잔의 풍경화에서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견고하고 단순한 덩어리의 느낌, 몽티셀리의 빛나는 색채, 분명한 윤곽선으로 그려진 일본 판화의 풍경, 그가 좋아하는 남프랑스 출신 작가인 졸라와 도데를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 그리고 고갱이 서인도 제도의 엔틸리스 열도에서 발견했던 식물이 울창한 지역이었다."

135p

"이곳의 분위기가 표현하지 힘들 정도로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 세상에, 일 년이 넘게 참아왔어.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지루함과 슬픔으로 숨이 막혀."

빈센트는 가능한 곳에서 조금씩 활력을 찾고자 노력했고, 그것을 바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자연은 그가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여전히 영감의 원천으로 남아있었다. 빈센트가 보낸 편지에서는 더 이상 일본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밀레나 들라크루아처럼 늘 그의 마음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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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여행 유럽 문화 예술 산책 4
김지선 지음 / 낭만판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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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갈 때 포켓북으로 가져가라고 나온 책인 모양이다.

제목만 보고 상호대차까지 신청해서 빌렸는데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

다만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처음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책의 판형이 워낙 작아 도판이 감상할 수준이 전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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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사 -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이진숙 지음 / 민음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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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다소 지루하고 어려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러시아 미술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쌓여서 그런지 흥미롭게 잘 읽힌다.

도판이 좋은 편이다.

지난 번 학고재에서 나온 이주헌씨 책도 그렇지만 민음사에서도 도판을 선명하게 잘 실어줘서 감상하기 좋았다.

특히 두 페이지에 걸쳐 큼직하게 실어준 도판들이 많고 책에 나온 그림들은 거의 다 실려 있어 러시아 미술사를 훑어 보는데 부족함이 없다.

앞서 읽은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는 미술관의 소장품들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저자가 전공자인 만큼 러시아 미술사 전반에 대해, 특히 러시아 혁명 이후 미술사 동향까지 같이 언급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러시아 미술사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지루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인상깊은 구절>

23p

이콘화는 신의 세계가 현현한 것이므로 그것은 감상의 대상인 예술 작품이 아니라 기도의 대상이며 숭배의 대상이었다.

 이콘화가 없는 러시아는 상상할 수 없다. 강력한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과 늦은 근대화로 러시아에서는 서유럽과 달리 오랫동안 이콘화의 전통이 유지되었다.

77p

예카테리나 여제의 수많은 애정 행각은 유명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가 군주로서 훌륭한 치적을 남기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여제의 애인들은 늘 그녀에게 충성을 바쳤고, 그들 중 몇몇은 탁월한 행정가로 여제의 업적을 빛나게 해 주었다. 러시아와는 아무 혈통 관계가 없었지만 탁월한 공적과 인간적인 기이함이라는 측면에서 그녀는 진정 러시아의 군주다웠다. 이후 어떤 러시아의 차르도 그녀만큼 위대한 공적을 남기지 못했다. 

192p

러시아의 인상주의 작가로 레비탄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레비탄 스스로는 그런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림의 내용과 정조를 중시했던 19세기 러시아 화가의 전형이었다. 레비탄의 시대에는 자연 외광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흔해졌지만 러시아 작가들은 좀처럼 인상주의자가 되지 않았다. 러시아 이동파 화가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인간'과 '삶'이었다. 러시아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사람을 발견한다.

263p

민중들의 고통을 최대한 느낀다는 의미에서 그는 '막심 고리키(최대한의 고통)'라는 필명을 썼다. 톨스토이는 고리키를 보고 "그는 마치 노인으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가난한 민중 출신인 고리키는 백작인 톨스토이가 평생 느꼈을 고통을 유년기 때 이미 다 느꼈을지도 모른다. 

270p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잔재주꾼으로 전락하지 않고 진정한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했다. 모두가 그의 초상화에 열광했고 밀려드는 초상화의 의뢰에 그는 시간이 없어 진정 그가 하고 싶었던 새로운 것들을 뒤로 미뤄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의 많은 초상화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만족했지만 정작 세로프는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서 불만스러워했다. 만족을 모르는 이 예술가는 늘 새로운 예술을 갈구했다. "죽을 때까지 나는 회화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싶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갈망이 세로프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그는 쉽게 타협할 수가 없었던 시대를 감지했다.

276p

베네치아 산 마르코 성당의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을 연구하게 되면서 중세 미술의 '비물질화, 육체 없는 영혼의 표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1880년대 말 그의 동료였던 세로프, 코로빈, 레비탄 등은 여전히 사물과 생활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 리얼리스트였다. 그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브루벨은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 숨겨진 강력한 영혼의 힘을 형상화하는 꿈에 사로잡혔다. 

347p

성 게오르기우스의 형상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화면 가득한 색채들의 조화 속에서 장엄하게 울리는 승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실제 대상의 형성을 기억하면서도 실제 대상의 직접적인 묘사 이상의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칸딘스키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육화된 감성적인 상징'으로서의 이콘화의 본질에 도달하고 있다.

 칸딘스키가 보기에 인상파를 포함한 19세기 미술은 쉬운 길을 걸었다. 그의 말처럼 모두가 "자연의 작은 조각이나 분홍 옷을 입은 부인의 초상화에서처럼 모든 사소한 것들에 매달리게 되었다." 칸딘스키는 현대 미술은 이런 사소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정신적 가치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칸딘스키에 따르면 모든 예술은 각각의 형식이 외적으로는 다르게 보일지라도 동일한 목적에 종사한다. 그 목적은 인간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정화하는 것이다. 물질주의의 악몽이 영혼을 억압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회화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정신적인 추상으로 전환함으로써 그들의 목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20세기 미술은 필연적으로 비대상적인 미술로 나가게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350p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현대 추상 미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칸딘스키의 추상은 현실 대상으로부터 기인하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반대로 말레비치의 추상은 현실 대상을 철저히 부정함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다. 

356p

이런 초월에의 열망은 예술의 근원과 존재 의의를 묻는 예술의 '철학화', '사상화'로 드러난다. 이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고유한 특징이며 추상 회화로 나가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20세기 초반의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추상화가 칸딘스키와 말레비치가 모두 러시아 출신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러시아의 입체미래주의자를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분파 정도로 생각하고 1914년에 모스크바에 왔던 마리네티가 받은 푸대접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모욕감을 느끼며 한마디 한다. "이들은 진짜 미래주의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하늘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경멸하고 삶을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이탈리아식 미래주의자가 아니었다. 시인 마야코프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미래주의자들 그리고 미술에서의 입체미래주의자들은 초월에 대한 유토피아적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이탈리아 미래주의자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현대적인 '세상을 경멸하고 삶을 부정'했다. 그들은 물질적인 세상을 뛰어넘어 추상 미술로 단숨에 비상했다.

368p

비테프스크에서 샤갈과 말레비치의 악연이 시작된다. 말레비치가 보기에 샤갈은 새로운 세계 건설의 의지도 역량도 없는 순진한 작가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샤갈이 사랑한 것은 오래된 비테프스크의 삶, 그곳에 담겨 있는 유대인들의 오래된 삶이었다. 샤갈은 추상의 신세계로 나갈 아무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샤갈에게는 샤갈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일이었다. 샤갈을 축출하고 비테프스크를 장악한 말레비치는 자신의 절대주의를 '실현'한다. 

386p

로드첸코는 경제적인 가구를 기획했으며 포포바와 스테파노바는 직물 디자인과 의류 디자인에 종사했다. 그들에게 '생산'이라는 개념은 '창작'이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더 구체적인 것으로 신세계 건설이라는 유토피아적 열망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미술이 삶을 직접적으로 기획하고 지배하는 방식은 바로 디자인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유토피아적 산업화'였다. 자본주의 상품은 소비자들의 현재적인 만족을 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들이 사용자들의 의식과 삶을 고양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391p

1920년대 말 예술 정책의 변화 속에서 로드첸코의 사진들은 지나치게 미학적이고 지나치게 섬세해 보인다. 로드첸코는 형식주의와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에 비난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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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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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봤던 책이라 시의성에 떨어지고 촌스러울까 봐 걱정했는데 역시 글을 잘 쓴다.

다른 미술관 안내서들과는 달리 저자가 자기만의 언어로 그림과 미학적 관점에 대해 간략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요즘 범람하는 미술관 안내서들의 문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다른 책에서 그대로 베끼면서도 출처 표시에 둔감하고 설사 표기한다 해도 자기 언어로 말하지 않아 짜집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보존서고에 있어서 책 상태가 안 좋을까 봐 걱정했는데 너무 깨끗해서 놀랬다.

무엇보다 도판이 "너무 너무" 훌륭하다.

저자가 직접 찍은 듯한 미술관 사진들도 참 좋다.

미술 관련 책을 낸다면 출판사에서 도판에 이 정도의 정성은 쏟아야 할 것 같다.

표지에 등장하는 저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여성은 미하일 브루벨의 <백조 공주>이다.

돌이켜 보면 러시아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러시아 거장전 관람 덕분이었다.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본 전시였는데 굉장한 감동을 받았고 특히 일리야 레핀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

이 책에도 레핀의 엄청난 역작들이 많이 소개됐다.

몇 미터에 달하는 대작들도 좋지만 특히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가 가장 마음을 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을 듯한,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황제의 개성이 감상자에게 전달된다.

권위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점잖고 매력적인 이 황제가 전제군주정을 파멸로 이끈 마지막 군주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번 여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갈 예정이라 기대가 된다.

예르미타주 미술관의 서유럽 회화 보다는 러시아 미술관의 작품들이 훨씬 기대된다.

러시아 회화들은 일단 크기가 대작들이라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 든다.

인물화도 그렇지만 풍경화도 광활한 러시아의 자연, 특히 겨울이 끝나고 산록이 우거진 한여름의 숲 정경이 인상적이다.



<인상깊은 구절>

57p

전쟁과 질병, 가난의 사슬 속에서 신의 가호와 자비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던 중세 민중들에게 그림 속 성모의 사랑은 가장 소망스러운 사랑의 형태가 아닐 수 없었다. 저 자비롭고 동정심 가득한 성모의 눈망울만큼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전승에 따르면 이콘의 기원은 특정 화가에게 있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이콘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신의 능력에 의지한 그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콘의 감동은 그린 이의 재능이 아니라, 무엇보다 신앙에  뿌리를 둔 미술이라 하겠다.

68p

이콘을 지극히 사랑한 러시아 사람들은 이 이콘들을 보면서 '말씀이 육신을 취했다'는 성경 메시지를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을 수 있었다. 물질을 이용해 신의 주권을 저토록 거룩하고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우리 육신의 눈에 지각되도록 역사했다는 사실을 의심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토록 아름다운 신의 영광을 보면서 그 영광의 자리에 함께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기 못한다면, 그는 어리석은 자이거나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자일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은 진리의 장식물이 아니라 진지 그 자체였다. 그러므로 이콘은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진리의 현현물인 셈이다.

134p

"기진맥진할 때까지 유화 제작에 매달렸다. 솔직히 말하는 법을 거의 잊어먹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작업에는 진전이 있었다."

 레핀의 그림이 보여주는 탁월한 테크닉과 높은 완성도에 압도당한 관객은 '이 사람은 진짜 엄청난 재능을 타고 났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말에서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끝없는 노력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레핀의 예술은 이렇듯 한 천재 예술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열정과 노동의 산물이다.

140p

레핀은 이들 노동자의 얼굴에 단순히 고통만 담은 것은 아니다. 자긍심이랄까. 어떤 한계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깊은 감동을 준다. 비록 매일매일 육체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또한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사실을 레핀은 매우 인상적인 필치로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레핀이 위대한 인물화가인 것은 이처럼 모델이 된 인간의 영혼과 개성을 생생히 표현해 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십대 후반의 화가가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성찰,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그림이라 하겠다.

147p

밀레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노동의 고통과 인간의 존엄을 향한 투쟁의 이미지가 그다지 또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밀레 이전에 이렇게 사실적이고 품위 있는 농촌 그림을 그린 이가 있었던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베니치아노프의 붓이 지닌 탁월한 근대성이 새롭게 다가온다.

165p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난 나라답게 러시아 장르화는 비판적 리얼리즘, 나아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 형태로 전개되어 갔다. 서유럽 장르화가 인상파 회화를 거치면서 부르주아 시민사회의 다양한 풍속도 함께 포괄해 간 것에 대해 러시아에서는 부르주아의 풍속이 혁명 이전의 짧은 기간 동안 스치듯 표현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만큼 러시아 장르화는 갈수록 비장하고 비감한 주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에 몰입하는 양상을 보였다. 

172p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에는 참고 견디며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은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177p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재산과 저작권을 버리려 했으나 부인의 반대로 끝까지 유복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던' 톨스토이와, 빈곤과 유형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느라 소설 쓰는 것 자체가 당장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곤 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출신과 삶의 궤적만큼이나 다른 인사오가 분위기를 띨 수밖에 없었다.

187p

톨스토이는 체호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화가다. 삶의 화가. 의 창작의 장점은 바로 러시아인뿐 아니라 전 인류가 모두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체호프뿐 아니라 이 시기 위대한 러시아 문인, 예술가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4p

밀레비치가 '위대한 예언가'로 불린 데 반해 구성주의의 발전을 주도한 타틀린은 '위대한 장인'으로 불렸다. 예언자 말레비치가 대상의 재현을 거부하며 직관 등 초월적인 세계에 관심을 보였다면, 장인 타틀린은 관념을 중시하는 태도를 비판하여 무엇보다 물질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의 구호는 '물질, 부피 그리고 구성'이다. 어떤 주제, 어떤 아이디어 이전에 중요한 것은 물질이며, 그 물질로 무언가를 구성하고 만드는 데 창조의 의미 있다는 것이다.


<오류>

74p

미하일 로마노프는 이반 뇌제의 첫 번째 황후의 조카, 그러니까 황후 오빠의 아들이다.

-> 황후 오빠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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