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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의식주이야기
표시정 지음 / 다산교육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얇고 빈약한 실용서나 하나마나한 얘기로 듬성듬성 페이지를 메우는 자기계발서류(대체로 일본책 번역)보다는 국내에서 정성들여 기획해 출간한 어린이용 도서들이 더 알차고 정보가 많다. 적어도 어린이용 서적들이 하나마나한 헛소리와 자기 자랑인지 자기 고백인지 헷갈리는 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는 드물다. 주니어김영사나 현암사주니어(?) 등에서 어린이용 책을 참 잘 만드는 것 같은데 이 책도 정보 면에서 보면 괜찮다.
역사 시간에 배우는 것은 주로 권력 전쟁과 정치사회 제도와 사상 등 쉽게 와닿지 않은 사건들이 주로라, 옛날 사람들이 무얼 먹고 어떻게 입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곳은 주로 사극이 대부분인데, 사실 얼마나 역사적 사료들을 바탕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특히 요즘들어 판타지와 결합되면서 보면 멋지지만 실제와는 크게 달랐을 법한 옷들을 입고 말하고 행동하고 먹고 하는 장면들을 많이 접하며 산다.
이 책은 삼국 이전 시대부터의 자료들을 참조해 어떻게 입고 무얼 먹고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를 종으로 흝으며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청동기 시대의 고조선 시기에 비단옷을 입고 변관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후한서) 철기 시대의 부여 때부터 흰 옷을 즐겨 입어 백의 민족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위지에 기록) 외출시에 귀족은 금실과 은실로 수를 엡은 비단옷을 엡고 짚신을 신었다. 동예왜 변한 사람들은 누에를 길러 비단을 지어 입었고 삼베도 입었으며 마한 사람들은 문신을 신분을 표시했다.
삼국 시대에 와서는 한국 고유의 복식 형태가 완성되고 양잠과 길쌈을 장려하여 지금의 직물과는 다르겠지만 면직물 모직물 견직물 포직물 등의 여러 종류의 직물로 옷을 해 입었다고 한다. 이 때의 면은 백첩포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목화는 역사책에서 배운 것처럼 후에 고려때 문익점이 중국에 갔다가 몰래 붓뚜껑에 숨겨 밀반출한 것으로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보아, 백첩포는 목화면에 비해 질이떨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삼국 시대에는 염색법이 널리 발달하여 날염법 침염법 방염법 등의 염색 방법이 있었다.
통일신라 전후에는 남자도 상이라 불리는 예복용 치마를 입었는데 폭이 넓고 길이가 길었다. 통일 신라에는 반비라는 옷이 눈에 띄는데 반소매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원피스 모양이다. (로마 시대의 토가와 비슷했을까?) 남자는 대라는 허리띠를 두르고 거기에 무기와 일용품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고 하는데 칼 송곳까지는 이해가 가겠는데 숫돌까지 매달았다니 그걸 뭐하러 들고 다녔는지 궁금하다. 화와 이는 신발을 지칭하는 말로 화는 장화 모양 이는 고무신 모양인데 재질은 가죽 천 금속 풀 등 다양했다고. 삼국 시대부터 귀걸이와 팔찌 등의 장신구를 사랑했고 특히 신라는 반지를 온 손가락에 낄만큼 반지를 즐겼다.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귀부인들은 화장을 했는데 고구려인은 눈썹을 짧고 굵게 다듬고 연지와 입술을 붉게 칠했고 백제인의 화장술은 엷지만 뛰어나서 일본에도 전파되었다고 하며 신라인은 황토, 고령토, 백분, 분꽃씨 가루, 조개 가루 등을 이용해 백분과 색분을 만들어 얼굴에 바르고 홍화로 연지를 만들어 볼과 입술도 치장했다.
의식주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쓰였는데 그 중 고대의 복식이 가장 흥미로와서 길어졌다. 여기 정리한 부분은 1장 옷 이야기이고 별도의 챕터에 고려 시대 복식 이야기, 조선 시대 복식 이야기, 음식의 발달사, 저장 식품 이야기, 김치 이야기, 그릇 이야기, 집의 발달사, 한옥 이야기, 전통 가구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이런 책을 늘 읽으며 사는 어린이와 만나서 어쩌다 역사와 민속사 이야기가 나오면 무식이 탄로날 거 같으니 어린이책을 가끔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 위로니 힐링이니 하는 것들보다 쉽게 쓰인 어린이용 교양 서적을 읽는 게 더 힐링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쉬운 점이 있는데, 어린이용 버전으로 편집하다 보니 아이와 엄마가 대화하는 식으로 구성했는데, 무성의하게도 똑같은 패턴의 대화가 주제마다 자주 반복되는 일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문익점을 설명하기 위해 보람아 너 문익점이라는 사람 아니? 라고 묻고 아이가 뻔한 대답을 하면 그 다음에는 대화의 톤과 상관없이 <습니다>체로 바뀌어 해당 내용이 설명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