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6 - 대결전 ㅣ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6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7년 10월
평점 :
큰 으르렁거림에서 살아남은 개들의 야생생존기를 그려내고 있는 판타지 소설, 『살아남은 자들』이 이제 1부의 대단원을 마치게 되었다. 6권 「대결전」이 1부의 마지막 책이다.
독립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무리가 필요 없다 생각하던 럭키는 홀로 생활하다 한 무리를 만나며 무리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큰 으르렁거림으로 긴 발(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며 버리고 간 애완견들의 무리였다. 이들 무리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던 럭키. 럭키는 이를 통해 무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또한 야생의 무리개들 속에 들어가면서 무리의 생활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러는 가운데 진정한 독립은 긴 발들이 던져주는 먹이나 먹으며 홀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과거가 아니라, 지금처럼 무리들과 함께 야생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럭키는 이제 무리의 베타(무리의 부대장)이 된다. 그동안 무리를 이끌던 알파(무리의 대장) 늑대개가 무리를 배신하고 사나운 개들의 무리 속에 들어감으로 인해 베타였던 스위트가 알파고 되고 럭키는 스위트의 짝이 되어 베타가 된 것이다.
이렇게 홀로 떠돌던 떠돌이 개에서 이젠 무리를 이끌어가는 입장이 된 럭키 앞엔 여전히 위험이 존재한다. 바로 사나운 개들 무리의 위협이다. 이제 1부의 마지막인 6권 「대결전」은 이들 사나운 개들과의 대결전을 통해 대단원을 맞게 된다.
대결전을 향해 나아감에 여러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먼저, 긴 발의 줄에 묶인 개들(애완견들)이 이젠 완연히 야성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럭키는 자랑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대한 새(註. 헬리콥터를 가리킨다.)가 긴 발로 배를 가득 채운 채 사라졌지만, 선샤인도 미련을 가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지는 않았다. 럭키는 이 개들을 향한 애정이 샘솟았다. 목줄을 버리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개들이, 큰 으르렁거림이 일어나기 전 원래의 삶을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개들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130쪽)
둘째,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이다. 그전 늑대개는 자신이 알파로서 모든 특권을 독차지 했다. 하지만, 새로운 알파인 스위트는 럭키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때론 함께 먹이를 나누기도 하고, 부하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좋은 의견은 적극 수용한다. 한 사람(물론 소설 속에선 개지만.)의 머리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가 훨씬 지혜롭고 슬기로울 수 있음을 안다. 그러면서도 또한 지도자로서 무리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려는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의무에는 소홀한 채 자신에게 돌아올 특권만을 챙기는 모습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오늘 우리의 지도자들을 돌아보게 한다.
스위트와 럭키는 더 약한 개들을 위해 먹음직한 부위를 남겨 놓으려고 신경을 썼다. 동료들이나 오메가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자기 몫만 실컷 챙겨 먹던 늑대 개와는 달랐다. 늑대개가 있던 당시에는 와인이나 선샤인이 먹을 건 거의 없었다.(184쪽)
셋째, 모든 구성원들은 힘이 있건 약하건, 크건 작건, 용기가 있건 없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야 할, 아니 할 수 있는 몫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모두의 역할을 존중하는 모습은 야생 개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의 공동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돌아보게 한다.
모든 개는 다 달라. 우리는 각자 자신의 기량에 따라 무리에 도움이 되면 돼. 넌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면 돼. 그게 물어뜯고 발톱으로 할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거야.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라고.(259쪽)
다음으로 본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계속하여 개들의 무리를 위협하고, 걱정하게 하고, 갈등하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무리 속에서 자라나고 있던 스톰(사나운 개의 새끼)에 대한 염려였다. 본성이 사나운 개였기에 결국엔 무리를 배신하고 사나운 개에게로 돌아가거나 그 난폭한 성향으로 인해 무리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염려가 계속 존재해왔다. 하지만, 1부를 마치며 스톰은 도리어 무리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전사로서. 하지만, 무리 앞에서는 여전히 겸손함을 유지하는 멋진 전사로 성장하는 스톰을 보게 된다. 결국 본성보다는 환경에 의해 어떻게 교육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 아닐까?
적어도 이제 스톰이 무리에 속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스톰만큼 우리 무리에 소속감을 가진 개도 없어. 스톰은 수차례 용기와 충성심을 증명했지.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어. 그리고 스톰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어. 언젠가 스톰이 알파가 되더라도 별로 놀랍지 않을 거야.(299쪽)
마지막으로 생각해보는 건 ‘협력’이다. 사나운 개들의 무리, 그 위협 아래, 야생의 개들은 또 다른 무리의 개들과 함께 협력한다. 자기에게 당장 닥칠 위험이 아니라 외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펼칠 때,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는 용기. 상대를 폄하하고 내려다보기보다는 동등한 협력자로 굳게 손을 맞잡는 모습. 이런 모습들은 판타지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선물하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판타지다.
이제 1부가 끝났다. 2부의 또 다른 시작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