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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가족 ㅣ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2
박현숙 지음, 정경아 그림 / 서유재 / 2019년 2월
평점 :
박현숙 작가의 신작 동화 『뻔뻔한 가족』 속엔 수상한 모습들이 가득합니다. 동화 제목처럼 ‘뻔뻔한 가족’인 나동지네 가족이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수상하게도 도둑처럼 남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네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은 할머니 댁이었답니다. 안녕빌라 103호. 사업을 말아 먹은 아빠로 인해 이 가족은 할머니 집에 몰래 스며든 거랍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동지는 정말 안녕할 수 있을까요? 동화 제목처럼 뻔뻔한 가족이 되어 잘 살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동지의 안녕빌라에서의 생활은 처음부터 안녕은커녕 꼬이기만 합니다. 앞집 104호 할머니(동지네 엄마와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손녀인 오하얀과 엮이면서 랍니다. 오하얀은 동지에게 길고양이 장례식 초대장을 주는데, 묘하게도 오하얀과 얘기하다보면 거절할 수 없게 된답니다. 그래서 결국 참석하게 된 길고양이 장례식장. 그곳엔 또 다른 친구들인 황동오, 이성찬, 김정일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길고양이 장례식장에 참석하게 되면 부조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돈이 없는 동지는 결국 부조금을 외상으로 하게 되죠. 길고양이 장례식에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것이지, 부조금을 내라니, 아무래도 이 장례식도 수상하고, 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오하얀이란 녀석도 수상하답니다.
세탁소 아줌마도 수상합니다. 평소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사랑을 베푸는 것 같은데, 묘하게도 몰래 길고양이를 잡으려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혹시 104호 할머니처럼 신경통에 좋다고 길고양이를 잡아먹으려는 건 아닐까요? 역시 수상합니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도 수상합니다. 오하얀과 동지, 그리고 그 일당이 모여 길고양이 장례식을 할 때면 언제나 그 주변에서 장례식을 바라보곤 하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이 고양이는 누구일까요? 왜 아이들의 길고양이 장례식을 할 때마다 그곳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까요?
벌써 여러 차례 104호 할머니(오하얀네 할머니)와 동지네 엄마를 싸우게 만든 집 앞에 놓이곤 하는 죽은 쥐 역시 수상합니다. 고양이가 물어놓는 것 같은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해 복수하는 걸까요?
이렇게 수상한 사람과 일들이 가득한 동화 『뻔뻔한 가족』은 왠지 뻔뻔함이 멋져보이게 만드는 동화랍니다. 삶에 힘겨운 일 가득하고, 마음대로 안 되는 것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당당하고 뻔뻔하게 살아가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삶이 고단하고 힘겹다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동화는 길고양이의 애환을 들여다보게도 하고,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길고양이의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언젠가 동네에서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다투는 모습을 봤답니다. 아주머니의 손엔 고양이 사료가 들려 있었답니다. 마을 곳곳에 사료를 주고 다니는 중이었나 봅니다. 그런 아주머니에게 자꾸 그러니까 도둑고양이가 더욱 설치는 것 아니냐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화를 내고 있던 거죠.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고 각자의 입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생명을 돌보는 행위가 손가락질 받을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은 드네요.
동화를 보며, 소름이 돋았던 대목도 있었답니다. 몇 달 전까지 살던 집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동네 곳곳에 먹이를 줄 순 없지만, 우리 집 마당 한 쪽에 고양이 먹이를 주곤 했답니다. 동네 길고양이들이 마치 자신의 집 마당을 거닐 듯 어슬렁거리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화단에 쥐들이 있는 것을 보곤 잡으려다 번번이 허탕만 쳤던 다음날 현관문 앞에 쥐 한 마리가 죽어 있더라고요. 꺅!!! 은 아니지만 비슷한 마음이었죠. 그 뒤로 화단에는 쥐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동화 속 내용에 그런 대목이 있더라고요. 고양이가 고마움을 표현한 행위라는. 정말 그랬던 걸까요?
아무튼 『뻔뻔한 가족』은 동물 사랑에 대해 유난떨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동물에 대한 우리의 따스한 시선을 권하고 있는 좋은 동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