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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 장발
황선미 지음 / 이마주 / 2019년 3월
평점 :
솔직히 동화 『푸른 개 장발』은 “<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저자 황선미가 꼽은 작가 인생 최고의 작품”이란 선전 문구에 끌린 동화다. 이 정도의 선전이라면 황선미 작가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외면하기 힘들 테니 말이다. 물론, 그것을 노렸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작가가 꼽는 최고의 작품이 반드시 독자에게도 최고가 되리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어쩌면, 위의 선전문구가 없었더라면, 이 작품이 더 귀하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위 문구로 인해 엄청난 기대를 품고 만나는 작품은 어쩌면 반작용이 더 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기대를 채우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이 작품 『푸른 개 장발』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동화임엔 분명하다. 뭔가 몰아붙이듯 독자들을 몰고 가는 느낌은 없지만, 잔잔하게 시골 풍경, 할아버지 할머니 댁 풍경을 떠올리듯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때론 먹먹해지고, 때론 따스해지는 힘을 가진 동화다.
장발은 사실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다. 엄마도 아빠도 닮지 않은 독특한 강아지, 아마도 엄마나 아빠의 오랜 조상 가운데 하나 있었을 법한 삽살개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아 태어난 장발. 하지만, 장발에게 그 긴 털들은 오히려 몸에 맞지 않은 단점처럼 느끼게 한다. 형제들과 전혀 다른 외모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장발. 어느 날 주인인 목청 씨가 집을 비운 사이 개 도둑이 장발의 가족들을 모두 훔쳐가게 되는데, 이때 장발은 도둑을 쫓아가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리곤 결국 도둑의 구두 한 짝을 물고 돌아오는데, 과연 도둑은 누구일까?
졸지에 가족을 모두 잃게 된 장발은 이제 목청 씨가 키우는 개 가운데 씨 어미가 되어(장발밖에 남지 않았으니) 새끼를 배고 새끼를 낳게 된다. 그리곤 이제 어미가 되어 새끼들을 향한 사랑을 품게 되지만, 개의 운명은 가족 간의 사랑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새끼들 가운데는 병들어 죽는 경우도 있고, 주인의 용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곤 또 다른 새끼를 잉태하고 낳는 시간들. 이렇게 시간이 순환되는 가운데 장발과 주인 목청 씨, 그리고 늙은 고양이, 새롭게 집 주민이 된 얄미운 씨암탉 등 이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무엇보다 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모든 생명의 무게가 동일하게 접근되고 있음이 독특하다. 또한 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더욱 두드러지는 사람들 가족 안의 문제점 내지 부모의 애틋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생명이지만,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특별한 우정을 쌓을 수 있음도 보여주고 말이다.
귀찮고 얄미운 이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절대로 친해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늙은 고양이야말로 참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내일부터 담장에서 늙은 고양이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쓸쓸했다.(198쪽)
동화는 동물과 사람, 동물과 동물 간의 관계를 통해,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 삶의 다양한 관계 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족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보여준다. 사고 팔리는 존재이지만, 이들과 사람이 서로 소중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특히 장발은 그의 무심한 듯한 주인 목청 씨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황선미 작가의 『푸른 개 장발』은 묘한 먹먹함과 감동이 가득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