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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왕 : 잿병아리 ㅣ 나르만 연대기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8월
평점 :
『나르만 연대기』 3권인 『백의 왕: 잿병아리』는 1-2권의 이야기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물론, 1-2권의 흔적을 만나는 즐거움은 있답니다. 1-2권에서 나왔던 “붉은 전갈호”가 등장하거든요. 붉은 전갈호의 선장인 아반자도, 붉은 전갈호의 동료가 된 하룬도 등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 아반자의 뒤를 이어 하룬이 선장이 되었었고, 이제 하룬의 양녀인 라시라가 붉은 전갈호의 선장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앞 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돌의 도시 ‘케르밧슈’에서 시작됩니다. 이곳 도시에는 ‘우그라’라는 존재가 있는데, 도시 전역에서 극성을 부리는 도둑놈들이랍니다. 이들은 특별한 새들인데, 도시 곳곳에서 도둑질을 하여 자신들의 둥지로 가져갑니다. 그 둥지는 바로 ‘탑의 숲’에 있습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탑들이 모여 있는 탑의 숲 꼭대기가 이들의 둥지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기 위해선 탑의 숲에 가서 ‘잿병아리’란 존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들은 아직 작은 아이들로 탑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가볍기에 탑에 올라가도 탑이 무너지지 않을 아이들, 그들은 ‘탑의 숲’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그라는 자신이 훔쳐온 보물을 이들 잿병아리가 되찾아가 가는 것만은 이상하게도 허락해준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른이 되는 순간 우그라는 잿병아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잿병아리인 아이샤는 방랑 검객 타스란의 의뢰로 잃어버린 보석을 되찾아줍니다. 그 보석이 이번엔 아이샤의 탑 가운데 한 곳의 우그라가 훔쳐왔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어느덧 소녀티를 벗어나고 있던 아이샤, 아이샤는 이번엔 우그라가 훔쳐온 보석을 가져오다 우그라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젠 더 이상 ‘탑의 숲’에서 살 수 없는 아이샤, 더 이상 잿병아리가 아닌 아이샤는 이렇게 방랑 검객 타스란과 함께 보석을 눈물의 계곡에 숨겨진 마을로 전해주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애초 이 보석은 타스란의 것이 아닌 유랑 무녀의 의뢰로 인해 ‘숨겨진 마을’로 전해줘야 하는데, 지금 그 보석은 탑에서 떨어지는 과정 가운데 아이샤의 가슴에 박혀 버렸거든요. 함부로 뺄 수도 없는 상태랍니다. 이렇게 둘은 함께 모험의 길, 그 동행이 되어 길을 떠납니다. 과연 이 모험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나르만 연대기』 두 번째 이야기이자 3권인 『백의 왕: 잿병아리』는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권보다 더 재미있었답니다. 과연 아이샤의 가슴에 박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초록색 호박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몰락한 나르만 왕국의 왕 세워드 3세와 거래를 했던 흑의 도시에서 온 크라맘의 존재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어쩐지 어두운 존재인 이들과 맞선 방랑 검객 타스란, 그리고 잿병아리였던 아이샤, 여기에 “붉은 전갈호”의 선장인 라시라, 이들이 펼치게 될 모험이 궁금하여 엉덩이가 들썩거려집니다.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방랑 검객 타스란은 오랫동안 그 가계에 저주가 흐르고 있답니다. 그건 바로 아픔을 느낄 수 없다는 거죠. 아무리 크게 다쳐도 타스란은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것이 좋을 것 같지만, 아주 위험하죠. 이에 대해 동화 속에서 라시라가 아이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픔은 몸을 지켜 주는 경고야. 아픔을 느끼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지. 그런데, 타스란은 그걸 몰라. 모르는 사이에 다친 상처가 나빠져서 죽을 수도 있는데. 이 녀석은 항상 그런 위험과 공포에 노출된 거야. 저주지. 아주 몹쓸 저주야.”(175쪽)
이런 저주를 통해, 아픔이 곧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몸이 아픈 것은 그 아픈 몸을 잘 달래가며 잘 사용하라는 축복의 신호임을 말입니다.
아무튼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얼른 서점에서 다음 4권 『백의 왕: 왕의 대리인』을 찾아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