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6.24,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퍼레이드"
어떤 분의 평에서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가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문장을 봤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가 그렇게 성의가 없어 보일까?? 사실, 문체로 따져서 성의가 없다 판가름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어 선정에 한해서, 혹은, 작가의 문법 실력에 관한 게 아닐까. 문체는 작가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각자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누군가를 따라하려 드는 경향, 딱 이것이다 싶은 자신만의 분위기가 없다는 것, 무리한 장면 전환, 어설픈 구성, 진부한 소재, 빈약한 주제의식…… 이런 것들이 작가의 능력에 관해 따지고 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나름대로 건조체, 간결체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상황 파악이 빠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지만, 문체는 소설의 요소일 뿐, 절대 그것으로 소설 자체를 논할 수는 없는 것.
뭐, 단지 이것은 내 생각의 일부를 적은 것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내 기억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단어 쓰임새는 뛰어난 편이 절대 아니다. 색다른 단어를 쓰지 않았고, 우리가 쉽게 접하는 단어로 장면을 특별하게 묘사한 것에 그칠 뿐. 그렇지만 억지다 느낄 정도는 아닌 듯.
솔직히, 문법이 글쓰기의 기본이지만, 현 세대에서 그 부분을 완벽히 지킨 작가는 드물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하여 나는 기본을 중요시하고 소설을 읽을 때 염두에 두지만, 딱히 구구절절 떠들고 싶지는 않다. 우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에 근접한가 따져서, 그 위주로 감상을 써 왔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다.
인간의 심리를 포착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고?? 무엇을 근거로 함부로 떠드는가 인상을 구기고 읽게 되었지만, 그리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분들처럼 소설의 줄거리에 관해 논하자면,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매 시간 소설에서 받았던 내 식으로의 감동은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흘러간다. 아마 나 혼자 그렇게 규정짓고 그 감동을 더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은 다섯 명의 주인공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그들의 일상을 이끌어간다. 주위에 있을 법한 장면도 있고, 상상 속에서 여러 번 벌어졌던 사건도 몇 있었다.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고, 감각적 필치가 돋보였던 소설이지만, 아쉬웠던 점도 없지 않았다. 하나 꼽자면, 심리 묘사에 있어서 내가 원하는(;;)세심한 면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작가는 전체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의도했지, 각 주인공들의 감정에 깊이 있게 들어가고자 시도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내가 터치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내 취향에 한해서 얘기한 거지만, 부가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아, 이런 생각은 나도 가졌는데, 중얼거리게 되지만, 대부분 개개인의 뇌에서 쏟아지는 생각(모티브)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냐, 없냐의 관점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가 중요!!! 그런 의미로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카테고리를 정해 깊이 파고들기 전에, 일단은, "요시다 슈이치"는 내 가치관에 있어서 보통 이상의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대단한"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겠다. 아직 그만큼의 단계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주인공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전적으로 우연이 아니다. 작가 또한 그럴 것이고, 소설을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을, 앞으로 읽게 될 독자들도 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자화상이므로. 주인공 중에서 "소우마 미라이"가 나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여러 가지로 흥분이 일었고, 의미를 두고 되새기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나 자신조차도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다섯 명의 동거인들은 겉으로는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으며 친한 척 대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에 대해서 ‘당장 내일 헤어져도 섭섭하지 않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자신을 연출하여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생각은 본인이 화자가 되었을 때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난다. 그 이전 파트에서 드러났던 인물됨됨이는 그저 피상일 뿐이다.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진심은 본인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갈 때 보다 적나라해진다. 당사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완전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출판사 서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