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마지막 리스트입니다. 지난 리스트에 거의 붙였던 까닭인지, 이번 리스트에는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줄을 덜 섰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얼마 안 가 또 늘어날 거예요.:)
오랜만에 집어 들고 싶은 작가의 소설집이 있고, 문득 호기심 가는 과학 신간도 있습니다. 5월 초 주문한 책들, 마저 다 읽고, 다음 달에 얼른 펼치고 싶어요. 그 전에 이것저것 일이랑 자료 조사하기, 연재소설 이어쓰기, 북플 입력, 밑줄 긋기 기록하는 과제가 남아 있네요. 종일 음악 틀어놓고 책만 읽었으면 좋겠어요./ (리뷰는 당분간은 포기했습니다.T_T)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덴마크 시사 저널리스트 에리크 발뢰의 데뷔작 『일곱 번째 아이Det syvende barn』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고아원 한 방에 있었던 일곱 명의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정치 범죄 소설로 페터 회, 스티그 라르손, 헤닝 만켈, 요 네스뵈 등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들이 받은 유리열쇠상 2012년 수상작이다.
: ‘처음 소개’라 더 주목한다. 정치 범죄라는 키워드에 무작정 이끌리는 것도 있고.

 

두이노 비가

l 읻다 프로젝트 괄호시리즈 4
‘읻다’ 괄호 시리즈 네 번째 책.
전 세계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만년의 대작 《두이노 비가》.
1912년 이탈리아의 두이노 성에서 집필을 시작해 1922년 스위스의 뮈조트 성에서 완성.
‘비가’는 희랍어로 ‘죽음의 노래’라는 뜻.
집필 순서와 비가의 순서는 다름.
옮긴이 최성웅은 이렇게 묻는다: “무엇이 열 번 죽어야 비로소 가능할까?”
그 답을 찾는 것, 기어코 시 안에서만 찾는 것, 하지만 대답을 구해서는 아니 되고, 하나의 대답이 고요한 자신 안에서 서서히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 비록 시작에서 멀어지더라도, 그것이 《두이노 비가》를 읽는 시작입니까, 하고 묻는 것.
: 열린책들 번역본이 있지만, 또 주목하기. 원서 포함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다 가지고 싶다.

 

내가 싸우듯이


: 책 소개, 아직 안 나와 있다. 신간 목록에 뜬 지는 좀 된 듯한데, 내일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있겠지.

 

 

 

 

 

 

 

 

 

 

 

2016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과지성사가 2010년부터 제정.운영해오고 있는 '문지문학상(구 웹진문지문학상)'이 2016년 올해로 6회를 맞이했다. <2016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포함하여 총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 그냥 여러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예전에는 작품집 거의 다 샀는데, 요새는 골라보는 중이다. (정가제와 보관 장소 때문도 있지만) 그만큼 책 읽을 시간이 줄었고, 무작정 책만 읽을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쌓여서 아쉽다.

 

 

 

 

샹들리에


작품 속 인물들은 삶의 비극과 희극을 모두 뜨겁게 끌어안는 모습으로 읽는 이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가까운 이웃 같고 친구 같고 식구 같으며 어쩌면 우리 자신과도 닮은 보통의 존재들을 통해 작가는 ‘지금 여기’ 가장 평범한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묘파해 내면서 폭넓은 공감을 낳는다. 우리의 일생, 보잘것없는 순간 속에서도 웃고 울고 다시 사랑하게 하는 힘, 오직 작가 김려령만이 전할 수 있는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집이다.
: 오랜만에 펼치고 싶은 소설집. 장편소설 ‘완득이’만 읽었는데…… 단편은 어떨까.

 

 

 

사냥꾼들


첫 소설 『사냥꾼들』에서 이미 제임스 설터는 자신의 기조를 결정지었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거나 영웅적인 일화를 미화하는 데 애쓰기보다는, 한 번의 급선회만으로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뒤바뀌는 비좁은 조종석 안에서의 고독과 중압감, 미그기를 잡아 수훈을 세우는 데 허기진 조종사들의 경쟁 관계, 스러질 줄 예감하면서도 승리보다 더 숭고한 것을 좇는 주인공의 영웅적 선택 등을 다룬다. 처음부터 제임스 설터는 세월에 빛이 바랠 전쟁,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그 진창 같은 담론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즉 목표와 열정과 성취의 ‘빛바램’ 자체를 정확한 문체로 그렸다. 『사냥꾼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당시 미·소 양 진영의 첨단 기종이던 ‘F-86 세이버’와 ‘미그-15’ 전투기의 공중전을 묘사하는 데 세심한 공을 들이면서도 전쟁소설이기보다는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다룬 소설”(「옮긴이의 말」)로 읽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 제목이 ‘사냥꾼들’이라 눈길이 간 책. 그럼에도 과격하고 스펙터클한 스토리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우선을 둔 것 같아, 무조건 장바구니에 보낸 책. 스토리 위주 전쟁소설은 이전에 몇 편 봤으니까.:)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 책 소개가 없다. 중학교 때 읽다가 덮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 젊은 항공 과학자가 되살려 낸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거
임진년에 왜국의 괴수들이 창궐했을 때 영남 지역의 고립된 한 성이 겹겹이 포위를 당해 금방이라도 함락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성주와 매우 친한 사람 중에서, 평소 아주 색다른 기술을 지닌 이가 있었습니다. 그가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안으로 날아 들어가, 벗을 태워 성 밖으로 30리를 비행한 뒤 착륙해 왜적의 칼날을 피했습니다. _ 「비거변증설(飛車辨證說)」 중에서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느 해변에서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바로 세계 최초의 비행기, 라이트 형제가 만든 플라이어호였다. 그러나 그보다 300년이나 앞선 1592년에 조선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비행기가 있으니, 바로 비거(飛車)이다. 이 해에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임진왜란의 격전지로 꼽혔던 1,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조선의 하급 군관인 정평구가 개발해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며 맹활약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에 이 놀라운 비행 장치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의 젊은 항공 과학자인 이봉섭은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에서 오랫동안 전설 속에 묻혀 있었던 비거의 실체를 우리의 역사와 기술 속에서 낱낱이 밝혀냈다. 한국과 러시아에서 항공 공학을 연구한 저자는 비거의 존재를 기록한 대표적인 조선 시대의 문헌인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을 단서로 삼아 한국의 전통 과학 기술과 첨단 항공 공학의 성과를 융합시켜, 역사적으로 실존 가능한 비행 수단으로서 비거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인 이규경이 남긴 한 편의 고문서에서 출발해 옻칠, 한지와 같은 천연 재료들과 전통 한선의 돛, 조선의 대표적인 화약 무기인 대신기전까지, 조선 시대의 과학 기술과 현대의 항공 과학이 만나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거를 복원해 내는 경이로운 과정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우주 감각 : NASA 57년의 이미지들


NASA가 기록해온 우주 이미지의 역사
 이 책은 1958년 설립된 이래, NASA(미국항공우주국, 이하 나사)가 기록해온 과학 이미지들을 실은 책이다. 각종 우주선, 실험 장비, 기계 장치, 인물 사진을 비롯해 우주에서 보내온 천체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이영준은 그 이미지들 가운데 우주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이미지들을 골라 책으로 묶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또 하나의 난관에 봉착한다. 나사는 우주 개발만큼이나 기록에도 열심이어서 지난 57년간 쌓인 이미지의 수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는 그 수많은 사진을 어떻게 정리해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다, 최초로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던 칼 폰 린네를 따라 이참에 과학 사진을 분류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로 한다. 어쩌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이영준의 과학 사진 분류법은, 어느 정도나 과학적인가에 따라 19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어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이 찍은 화성 표면 사진은 ‘원래부터 과학적인 사진’의 하위 항목에 속한다. 그러나 1970년대 루이스 우주센터에서 열린 ‘미스 나사’ 선발대회 사진은 ‘비과학적인 과학 사진’에서도 ‘과학의 언저리를 찍은 사진’, 그중에서도 하위 항목으로 분류된다. 나사의 전신이었던 ‘NACA’가 1951년에 찍은 실험 장면은 원래는 최첨단 과학 사진이었지만 ‘과학 자체가 오래돼서 유물이 된 사진’에 속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책에는 어떻게 보면 대단히 과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대단히 임의적인 그의 분류법에 따라 엄선된 사진이 실려 있다.

 

뒤샹 딕셔너리

- 예술가들의 예술가 뒤샹에 관한 208개의 단어
《뒤샹 딕셔너리》는 예술가를 연대기별로 다룬 전기나 작품별로 분석한 연구서와는 다른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늘 기성의 방식을 파괴해온 뒤샹에 관한 책이라면 응당 더 획기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전이란 형식은 언어적 해석을 불신한 뒤샹조차 흥미로워 한 바 있다. 다만 자신만의 언어 개념을 더한 창조적인 사전 제작을 꿈꿨던 뒤샹처럼 이 책은 뒤샹을 해석할 수 있는 표제어만을 선별해 엮은 독창적인 해설집이다. 각 표제어는 뒤샹이 남긴 작업 노트와 여러 인터뷰, 많은 연구 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여 풀이하고 있다. 만 레이, 바실리 칸딘스키, 페기 구겐하임, 앤디 워홀 등 20세기 미술계를 풍미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더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현대 미술 현장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문장의 품격》에 소개된 문장가들은 복잡하고 고독한 도시 생활 속에서 내가 누군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며 침을 흘리는가 하면,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주체를 옹호하기도 한다.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에 울분을 토하고, 저잣거리의 다양한 군상을 수식 없이 나열하는 등, 지금의 독자가 보아도 파격적이고 기발하며, 흥미롭고 공감될 만한 글들로 가득하다. 두려움 없는 저항의 목소리를 들려준 허균, 자기다운 삶을 찾는 글을 추구했던 이용휴, 이름만으로 문체가 된 박지원, 낯선 문장으로 문단을 뒤흔든 이덕무,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느껴지는 문장을 썼던 박제가, 자유로운 저잣거리 이야기를 담은 이옥, 따뜻한 시선과 멋을 지녔던 정약용.
이 책에 소개된 문장가들의 작품은 “문체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다. 전과는 다른 생각과 시선이 있기에 그것을 담는 문체도 변화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동적인 시대의 변화상을 여실히 담아내고 있으며, 200~300년 전 시대의 글임에도 지금의 독자들이 그 내용과 정서에 공감하며 글쓰기에 대한 세심한 시선과 신선한 충격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l 변호사 고진 시리즈 
‘어둠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지닌 고진은 변호사라는 직업에 품을 만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판사로 5년을 일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변호사는 아니었다. 사무실을 내지 않았다. 법정에도 나가지 않았다. 오로지 뒷길에서 의뢰를 받았고, 법정 밖에서 사건을 해결했다. 어느새 뒷세계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 되었다.”(『붉은 집 살인사건』) 그런 그가 신작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편을 교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진을 위해 변호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등장한다.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자리에서부터 고진과 상대 측 검사 조현철은 날선 공방을 펼치고, 끝내 조현철이 검찰 측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재판의 행방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고진이 또 다른 용의자의 가능성을 두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20년 전 김명진의 대학 시절 벌어진 치기 어린 달리기 시합에 얽힌 비화와 고진이 법정에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 등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던 감춰진 사건의 얼개가 차례차례 드러난다. 이윽고 모든 의문과 트릭이 논리적으로 해결되며 슬픈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 법정 공방 장면은 법정 추리물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는 동시에 깊이 있는 여운을 선사한다.

 

붉은 집 살인사건

l 변호사 고진 시리즈
독특한 가족사를 가진 집안에서 대대로 벌어진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룬 이 작품은 흥미로운 서사와 촘촘하게 짜인 트릭, 저자의 전문성이 묻어나는 풍부한 배경지식과 리얼리티로 국내 추리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나 독자들의 인상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삐딱한 매력을 지닌 사건 해결사 고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판사직을 내던지고 변호사가 된 그는 사무실도 내지 않고 법정에도 나가지 않으며 오로지 뒷길에서 의뢰를 받아 사건들을 해결하여 ‘어둠의 변호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날카로운 추리와 논리에 더해 재치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변호사 고진은 강직한 열혈 형사 이유현과 함께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L의 운동화

『L의 운동화』는 산산이 부서져 내린 운동화를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나가며 복원해 내는 작품이다.
이한열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22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희생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국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150만 추모 인파가 모여들었다.
피격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270㎜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현재 오른쪽 한 짝만 남아 있는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크게 손상되었지만, 2015년 그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3개월 동안 복원하여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김숨 작가는 김겸 박사의 미술품 복원에 관한 강의를 듣고, 과천에 있는 김 박사의 연구소를 방문해 복원 작업을 지켜본 후,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L의 운동화』는 한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 시대적, 역사적 유물로 의미를 부여받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술품 복원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이한열의 생존 당시 이야기와 그의 친구들 및 유가족들의 뒷이야기도 그려졌다.
이 소설은 이한열의 운동화를 통해 한 시대의 슬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라 할 수 있는 운동화 한 짝이 ‘사적인 물건’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물건’으로 역사적인 상징이 되는 과정을 김숨 작가 특유의 집요하고 치밀한 묘사력으로 세세히 그려내며, 삶과 죽음, 기록과 기억, 훼손과 복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 CBS 변상욱 대기자의 살아가는 이유
35년간 언론인으로 세상을 뒤적이고 부딪치다
 놀라고 울컥했던 현장에서 끌어 올린 참회

 대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냥’이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오늘을 살고 싶어 한다. 여기서의 ‘그냥’이란 어떤 의미일까? 높은 자리, 낮은 자리,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민완기자 시절 다 식은 라면 국물로 술안주를 대신하는 채소 장수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고, 30년간 주말부부로 갈등 없이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을 단 한 번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 부르지 않으신 하나님”이라 하신 조화순 목사의 설교 덕분이다. 대기자는 몸의 중정을 가능케 하는 마음의 중정 그리고 몸과 마음의 중정을 합치될 수 있도록 실천하였다. 그는 가파른 세상, 불안한 우리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마음은 허둥대고, 주변의 시선과 허언에 휘둘리고, 정신없이 퍼먹고, 권태로움에 재미를 좇고, 시간과 사람을 허투루 대한다면 자신의 정중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고. 정중의 경지를 터득했기에 대기자의 ‘그냥’은 언제나 진지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3~4월 도착한 책들이에요. 꽂을 데가 없어 두 박스 그대로 보관해두고 있었던 책들을 꺼내 어린왕자 데스크매트랑 찍었습니다. 5월 초 주문한 책들(오늘 빠트린;)과 내일 도착 예정 책들은 함께 찍어 주말 지나고 올릴게요.:)

+맨 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책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가 되는 책들 밑줄 긋기

: 4월 19일 독서 완료.

 

p. 44~45
작품을 이해하고 분류하려는 두뇌의 오랜 욕망에 앞서 몸과 마음이 먼저 작품과 연결되는 순간은 각별한 데가 있다. 전시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람자인 ‘나’의 일부와 작가의 일부가 만나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감상을 이끈다. 일종의 공명 현상이다. 누군가가 자기 삶의 일부를 떼어 만든 작품은, 그 떼어진 삶이 가지고 있던 인식 및 감정의 파장을 품고 있다. 이 파장은 감상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달된다. 이때 작품의 파장이 관람하는 이의 삶이 갖고 있는 다양한 파장 중의 일부와 비슷한 형태를 그리면, 관람하는 이의 내면은 공명 현상을 일으키면서 크게 출렁이는 것이다. 출렁인다. 예상치 못했던 체험 또는 인식을 향해 자기도 모르게 떠밀려간다.

p. 103
매혹 당한 이가 매혹의 신비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라 매혹이 속해 있는 낯선 세계의 구조와 논리를 받아들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p. 130
월터 머치는 관객들이 영화에서 감동을 받는 건 바로 그 모호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영화 안의 복잡한 서사 및 편집 구조에는 객관적인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빈 공간이 발생하는데, 관객의 내면이 그 빈 공간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 영화는 관객의 일부가 된다. 즉 ‘이 영화는 나를 위한 영화’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 내의 가능한 모든 요소를 효과적인 원칙을 통해 배치한 와중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태어나버린, 마치 성소처럼 남겨진 빈방. 1인실. 누군가가 그 작은 방에 들어가 각자의 문을 잠그는 순간 영화는 완성된다. 비행이 시작된다.

p. 199
글 속의 고통은 승화되어서는
안 된다. 고통은 영원한 현재로,
상처 또는 흉터로 잔존해야만 한다.

p. 209
나는 후배가 조언으로 구해 들었던 ‘열심히’라는 말이 단지 외부적인 고난을 의미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추호도 인간을 위한 리얼리즘을 의심한 적 없다는 그가, 의심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과 얼마만큼 싸워야 했을까 싶어서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잦아드는 회의와 의심을 평생 동안 ‘아주 열심히’ 막아내며 살아야 했던 게 아닐까.

p. 219
어떤 맥락에도 소용되지 않는, 아무래도 좋으니 그저 좋아서 노래하는 풍경. 한국이라는 관념적 압력을 거절하는 순전한 색의 세계. 프로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취미 풍경 사진가 사이의 회색지대를 두려움 없이 떠도는 독특한 방랑자의 기록지.

p. 240
그러나 답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브리의 여정은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끝나지 않았으므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브리와 함께 커온 아이들은 이 해결되지 않은 물음을 유산으로 떠안음으로써 지브리가 선사한 세계를 계승할 것이다. 남겨진 질문으로부터, 선대의 빚 또는 저주로부터 또다른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해가 뜨지 않는 몰락한 땅에서 출발하는 어둠의 대항해시대가. 검은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어떤 장르 내에서 ‘차이와 반복’을
발견하는 건 늘 재미있는 일이며, 그렇게
열린 시야는 다른 무언가를 볼 때에도
더 넓은 시각을 제공하게 마련이다.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체계를
증거하고 그 체계는 또다시
다른 생각과 사건들을 꽃처럼 피워낸다.

p. 297
『사할린 섬』을 쓴 체호프는 작가 체호프가 아니라 마치 계몽주의의 일반의지처럼 보인다. 천재적인 묘사력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상적으로 각색된 풍경을 보여주는 작가가 아니라 지식과 교양을 갖춘 ‘교양 시민’ 중의 한 명이다. 체호프는 문학을 위해 사할린이라는 실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대신에 마치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압도적으로 불가해한 ‘현실’이라는 성 주위를 맴돌며 끊임없이 분석하고 관찰한다.

p. 302
『사할린 섬』은 체호프의 남은 인생을 부여잡을 고통스러운 사색, 즉 작가는 세계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고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가됨에 대해 치열하게 사색했으며, 그 사색이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운데 눈앞에 펼쳐진 처연한 삶들을 가능한 한 그대로 ‘기록’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사랑한다고 해도 막연한 애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상대를, 세계를 내 안에서 전유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는 그러려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존재론이나 문학론의 여부를 떠나서 삶의 양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저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체호프는 답하기를 원했고, 답을 찾기를 원했으며, 그렇게 했다. 『사할린 섬』은 그 위대한 발견의 기록이다.

p. 307
감식안은 지성만으로는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다. 늘 더 많은 경험과 자극을 필요로 한다. 이는 수많은 교양 예술서들이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렇게 감식안이 키워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면 세상은 그 사람에게 또다른 문을 열어 보인다.

p. 312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속에 효용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어서 그 저울이 모든 사건을 측량한 뒤 각 사건들에게 합격 불합격을 선고하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불합격한 사건들, 불가해한 동시에 불쾌한 것들, 함량 미달의 기억―존재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물론 이 상상은 세월호라는 슬픔이 불러일으킨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반작용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저 내 문제였다. 저 아름다운 소설에서와는 달리 실제 세계가 보여주는 비극은 그저 비참하고 절망적일 뿐이었다. 나는 세월호의 침몰에서 어떠한 선(善)도 추론해내지 못했다.

p. 318
이 홀로됨,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단자로부터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조화로운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예술을 소개한다는 것은 이런 방식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아주 사랑하는지. 이 완전히 내밀한, 분리 불가능한 단자로부터 모험은 시작될 것이다. 이 낮은 곳에서 저 하늘 위의 별자리들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들 속으로 향하는 모험이.

p. 328
필립 퍼키스의 사진들이 주는 감동은 이 아무렇지 않게 자존하는 피사체들의 굳건함에서 출발한다. 의미에 기대지 않는, 도그마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작은 것들의 힘. 태생적인 완벽함이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 보여주는 치욕적인 숙명은 피사체들의 무심한 침묵 속에 삼켜져 녹아버린다. 다른 강렬한 도큐먼트들이 ‘삶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다, 이것을 보라’라고 말할 때, 필립 퍼키스의 사진은 침묵을 통해 판단을 무력화시켜 사물들을 존엄한 위치로 끌어올린다. ‘나는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보지 못했다.(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영국의 소설가 D. H. 로렌스(D. H. Lawrence)의 말을 빌렸다.

p. 333
가장 짧은 시간과 영원한 시간 사이의 틈에는 모든 존재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정확히 지금 이 우주만큼 광활하지만 어떤 각본이나 기대나 운명으로부터도 자유로운(또는 버려진) 빛들로 이루어진 ‘틈의 우주’다. 빛과 소리의 떨림이(또는 은총의 전달 체계가) 언어를 대체했으므로 모든 피조물들이 의미로부터 벗어나 홀로 자신을 위해 노래하는 곳. 필립 퍼키스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모두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것들 사이로 가기. 틈의 일부가 되기.

"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변화무쌍한 공간, 울림, 빛, 공기, 움직임, 삶과 죽음에 조응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밖으로 나가서 내 ‘자신’을 찾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월에 독서 완료 계획했던 목록이에요. 대여해서 완료한 책들은 빠졌습니다.

‘스타타이드 라이징1’과 ‘보이지 않는’, ‘장미의 이름 상’, 세 권은 완료했어요.

‘익숙한 새벽 세 시’는 E-book으로 오래 전에 읽었지만, 이번에 스페셜 버전이 출간되어 무심코 질렀답니다.(;) 오지은 팬인 저는 낭독 CD도 갖고 싶었으니까요./

+최근에 온 책도 섞여 있는데, 빠진 책은 후에 올리겠습니다. 덜렁대다 빠뜨렸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꼭! 사야할 목록’, ‘대여할 목록’, ‘한 번 훑어보고 결정할 목록’ 고민 중에 있습니다. 신간 확인하러 오프라인 매장에 갔는데, 정리 중인 듯 몇 번이고 꼼꼼히 들여다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T_T 아마 내일, 늦어도 모레면 끝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토요일이 되어야 갈 수 있는데, 당장 들춰보고 싶어 큰일입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덧붙임을 끼적였는데, 8년(;)만이라 너무 어색합니다. 그냥 짧고 단순한 잡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내팽개치고 있는(;) 소설을 다시 끌어오거나, 리뷰든 밑줄 긋기든 뭐라도 쓰며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덧붙임이랑, 다른 신간 천천히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마쿠나이마

l 을유세계문학전집 83

『마쿠나이마』는 이른바 ‘식인주의 운동’으로 잘 알려진 1920년대 브라질 모더니즘 문화 운동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브라질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다. 아마존 정글 출신의 반영웅(反英雄) 마쿠나이마가 정글을 떠나 도시로 와서 브라질의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빼앗기 위해 식인 거인과 싸워 이긴 후 다시 정글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모색을 유쾌하고 토속적인 풍자 속에 녹여 낸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브라질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며 이후 브라질의 모든 문화 텍스트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1969년에는 브라질 신영화 운동인 시네마 노부(Cinema Novo)의 자장 안에서 조아킹 페드루 지 안드라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주요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 처음 접하는 작품이라 더 솔깃해진다.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가장 브라질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읽고 나니 더더욱.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은,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를 읽으며 우리는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목적지가 어디든, 최대한 자유로운 곳으로, 유머러스한 품격을 잃지 않은 채로.

: 개인적으로 윤고은 작가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소독제’ 여덟 이야기가 궁금하고, 반갑습니다. 요사이 장편소설을 줄곧 접했는데, 오랜만에 몰두하고 곱씹을 단편들일 듯.

 

내 친구 쇼팽

- 시인의 영혼 l 거장이 만난 거장 2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경쟁자이자 친구였다. 둘은 한때 매우 가깝게 지냈으나 기질적 차이로 점차 멀어지게 된다. 잘 알려졌다시피 리스트는 매우 호기롭고 때로는 변덕스러우며 사교계에서도 이름을 날릴 만큼 외향적이었던 반면, 쇼팽은 섬세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성격에 주목받는 일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쇼팽은 예술의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음악과 예술 세계를 존중하고 우러러본 리스트는 쇼팽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호의적인 연구서 《내 친구 쇼팽》(원제: Chopin)을 남기기에 이른다. 위대한 작곡가가 뛰어난 동료 작곡가에 대해 글을 쓰고 출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이 책이 1849년, 즉 쇼팽이 세상을 떠난 해부터 집필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 관계를 떠나 리스트가 쇼팽을 한 사람의 음악가이자 친구로서 얼마나 기리고 그리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무엇보다도 이 책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구입했을지 모를 만큼 이끌리고 있거든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여행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에세이.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 체류가 잦았던 그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연장이자 창작활동의 귀중한 토대이기도 했다. 여행 에세이로는 근 10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간에서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기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 열 편을 만나볼 수 있다.

: 대학 때는 그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떤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거 같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그의 책을 멀리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사거나 읽게 된다면, 10년 만에 내 손에 쥐게 되는 건데……. 그리고 그 전에, 리스트에는 붙이지 않았지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살 듯. (오늘 사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제켰다.(-_-;))

 

그런 일

『그런 일』에는 직접 시를 이야기하지는 않는 글들이 많지만 이 글들 역시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마주한 글들이다. 이를테면 이기주의와 획일성이 득세하는 가운데 “앵무새의 혀로 말하는 방식”(271)만 주입하며 창의성을 죽이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습속에 맞서 ‘엉뚱함’을 옹호하고, 직설적이고 날 선 말들이 저 자신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현실에 탄식하면서 “은유적 대화를 회복하라”(263)고 권할 때 저자는 세상이 시를 모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엉뚱함은 다름 아닌 시의 발상지이며 은유는 너와 내가 서로 다름에도 서로 같은 삶의 위도에서 목숨을 나누고 있음을 알게 하는 시의 특기이자 비장의 연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유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너를 밀어내지 않고 곁에 두는 부드러운 마음의 기술과 같은 것이다(“은유는 부드러움의 편”[262]). 『그런 일』을 떠받치는 기반도 바로 그 부드러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실린 글들이 어떤 대상을 비판적으로 다룰 때조차 고발장이나 격문보다 편지와 닮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실제로 아들딸이나 휴전선 북쪽의 ‘김은숙 씨’와 계관시인 등을 수신자로 둔 편지들이 여럿 있기도 하지만, 권정생을 비롯한 저자들의 책에 보탠 발문이나 해설, 서평 형식의 글들도 남의 잘잘못을 시시콜콜히 따지고들기보다 부드러운 마음을 담아 타인의 안부를 묻고 제 할 말을 전하는 편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 ‘시’에 관한 이야기. 무조건 찜. 편지처럼 쓰인 글이니,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듯.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커피가 인생이라 말하는 사람들

이들은 커피에 빠져든 계기도 모두 다르고, 카페를 운영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또한 카페가 입지한 상이한 환경―점심시간마다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커피를 제공해야 하는 오피스 상권이 있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 외엔 도무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수유동, 길동, 해방촌에 자리 잡은 카페들도 있으며, 카페에서는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마셔야 한다는 어르신들이 찾는 카페까지 다양하다―에 따라 커피뿐 아니라 여러 음료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각 카페의 생존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커피는 어쩌면 종교이고, 어쩌면 위안이며, 로망의 실현이자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이면서, 무엇보다 삶이다.

: 이 책은 살짝 확인했어요. 디자인이 무척 예쁘더라고요. 사고 싶은 걸 꾹 참았습니다. 이미 밀린 목록이 너무 많아서. 내용을 좀 더 살펴보고 결정하려고요.

 

《고맙습니다》는 지난해 8월 30일 여든두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에세이 4편을 엮은 책이다.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한 글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물론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텍스트에 집중한 일반판과 함께 원서의 영문 텍스트와 그림으로 디자인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이 동시 출간되었다.

올리버 색스만큼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솔직하면서도 유려하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없었다. 그는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쓴 에세이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감정을 감동적으로 탐구한다.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고맙습니다》에 담긴 올리버 색스의 목소리는 차분해서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이야기처럼 이 책에 실린 에세이 4편은 저마다 독특한 존재인 우리 인간을, 그리고 삶이라는 선물에 대한 감사를 노래하는 따뜻한 송가이다.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올리버 색스가 추구했던 끝없는 모험과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에 대한 뜨겁고 생생한 회고록이었다면, 《고맙습니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다.

: 일반판과 스페셜 에디션 둘 다 사고 싶습니다.T_T

 

세기아의 고백 (반양장)

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9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유일한 소설이자 마지막 걸작인 『세기아의 고백』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9번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르 위고, 알퐁스 드 라마르틴, 알프레드 비니와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 4대 시인으로 꼽히는 뮈세는 낭만주의가 꿈꾸었던 격정적 사랑을 온몸으로 체현한 세기아世紀兒다. 그는 여섯 살 연상의 작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져 극한의 감정들을 경험했는데, 정열과 배신, 광기와 불행으로 요약되는 사랑을 통해 그의 삶은 문학이 되었다. 사랑의 고통으로 점철된 문학적인 삶은 그의 것을 넘어,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혁명의 꿈이 좌절되어 절망과 무력감에 사로잡힌 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당대 젊은이들의 것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폴레옹의 몰락 후 젊은이들은 혁명이 가져왔던 희망을 잃어버린 채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히는데, 그들은 맹목적으로 사랑을 좇음으로써 그러한 허무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존재했던 모든 것이 더는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허 속에서 오직 사랑에만 열렬히 몰두하게 된 것이다. 절망감과 무력감이 팽배했던 시대, “나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일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인에 대한 내 열정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었고, 내 온 생명은 거기서 뭔지 모르게 수도사 같고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느꼈다”는 옥타브의 대사처럼 젊은이들은 사랑에 몸을 던지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사랑에서 찾았다. 사랑에는 늘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고통 또한 사랑의 일부로 기꺼이 수용했다.
다시 말해 뮈세가 치열하게 겪어내고 문학적으로 구현해낸 사랑의 열정과 고통은 당대 젊은이들의 이상을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삶과 사랑에는 ‘혈관이 열리고 피가 흐르는’ 고통이 촘촘히 박혀 있었지만 결국 그러한 고통은 그 자신이 택한 것이었으며, 문학이 되어버린 삶을 통해 그는 낭만주의가 꿈꾸었던 격정적인 사랑의 신화를 이루어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응답하라, 극단의 중국

 

1960년에 태어나 문화대혁명 시절에 유년을 보낸 작가 위화는 지금의 중국이 당황스럽다. 과거를 회상하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일지 모르지만, 역사적 격변을 겪은 중국인들에게는 그 정도가 남다르다. 그는 이런 극단적 격변을 ‘천양지차(天壤之差)’라 재차 묘사한다. 중국의 극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역사적 격변 외에, 오늘날 같은 대륙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도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총생산(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세계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는 중국에서 두 가지 거대한 차이를 발견한다.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이고, 또하나는 빈부격차로 인해 통제되지 못하고 가속도를 더해가는 오늘날의 극단적 격차다.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창시자, 희대의 이야기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타고난 스토리텔러. 모두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현대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수식하는 화려한 헌사들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를 통해 엿보이는 그의 맨얼굴은 소탈하고 겸손하며 일견 소박하기까지 하다.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섞어 가며 조심스럽게 동료들이며 낯모르는 청중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하는 작가의 어조는 그 어디에서도 허세나 장식을 찾아볼 수 없이, 언제나 진솔하고 올곧은 신념과 친숙한 인간미에 가득 차 있다. 마르케스의 꾸밈없이 진실한 문학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의 세계를 바라보는 단순하고 솔직한 시선에 유쾌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l 창비세계문학 47

 

작가는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프랑꼬 집권기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믿었던 부르주아 대학생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그들에게 덧씌워진 신화를 제거한다. 1950년대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영웅적 세대’라 불린 학생운동 세대를 비판과 풍자를 담아 묘사함으로써, 계급문제와 진보주의라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전 이후 문단의 주류가 되어버린 사회주의 미학과 단호하게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법 면에서도 마르세는 객관주의를 표방하던 당시 소설들과 달리 전지적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내포작가’가 끊임없이 개입해서 사건을 예견하고 비평하고 판단하게 하거나, 서사의 진행에서도 플래시백, 내적 독백 등을 군데군데 활용하여 직선적인 시간 흐름에서 벗어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당시의 소설들과 뚜렷이 배치되는 문학적 시도들을 선보임으로써 이 작품은 사회적 리얼리즘 미학의 한계를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극복하고 에스빠냐 소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을 이룬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때로는 은둔하고, 때로는 지배하는 ‘종횡무진 기생충 생존기’

 

아마 인간은 멸종하더라도 기생충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한때 대다수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하며 맹위를 떨치던 기생충은 지금도 인간에 이어 지구의 2인자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 안에 기생하며 번성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살아왔을까? 숙주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사는 ‘더불어 살자 기생충’부터 알이나 유충을 종숙주에게 보내기 위해 중간숙주를 죽이는 ‘나 혼자 살자 기생충’까지 그들의 생존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자손 번식’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숙주를 돕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 생명의 역사, 그 모든 의문에 답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어떻게 지구를 찬란한 생명의 제국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진화의 역사를 ‘불가능의 산’을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한다. 다양한 생명체와 고도로 복잡한 신체 기관은 언뜻 보면 완벽하고 정밀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 길 위에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생명체의 신비를 올려놓고, 아주 섬세하게 그 경로를 추적하여 생명체를 둘러싼 무지의 장막을 걷어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눈과 날개 같은 복잡한 구조가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고, 진화가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점진적인 변화의 누적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천천히 누적되어온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불가능하고 복잡해보이는 진화의 과정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이제 독자는 도킨스의 말 그대로 ‘그 어떤 것이든 진화는 인간이 상상하는 만큼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책은 도끼다』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은 도끼다』에서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도 역시 다독보다는 깊게 읽는 독서, 외부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나만의 울림을 찾을 줄 아는 독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가 아홉 번에 걸친 강독을 하면서 매 강독마다 강조했던 것은 책을 읽을 때 ‘각자의 오독’ ‘나만의 해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명성, 작품에 부여된 세간의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나만의 한 문장을 찾아내어 그것으로써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책을 읽고, 느낀 바들이 있다면 거기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었던 지혜들을 각자의 삶 속에서 몸으로 행하며 살 것을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다시, 책은 도끼다』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 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 소개된 책들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에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고, 나만의 시선을 투입하여 책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퓨어(PURE) - 1집 The Light Of Tornad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