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음모에 대한 이론이다. 전상진은 음모론을 "어떤 사건이나 사고의 원인을 ‘권력 유지나 획득을 목적으로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집합 행동’인 음모에서 ‘찾고 탐구하고 설명하는 이론’"으로 정의했다.

음모론은 사건의 원인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 조직이나 비밀스러운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경향성을 지칭한다.

과거 과학이 발달하지 않던 시대에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현상을 신의 뜻을 빌어 설명했다. 전상진은 고통을 설명하는 방식으로서 과거의 신정론이 현대에 들어서 음모론으로 대체됐다고 주장한다.

음모론을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음모론은 세계관이기 때문에 사실로 확인된 음모론이 존재한다. 그런데 합리적 추론 여부는 결과론적으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음모론이었다가 나중에 사실로 판명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합리적 의심으로 보여 다수의 사람이 믿었다가 나중에 음모론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음모론이 힘을 발휘하는 두 번째 토양은 바로 진영 논리다. ‘우리 편’에 도움이 된다면 음모론을 만들어서 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음모론자들이 나오고 비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믿어줄, 최소한 ‘믿는 척’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게 된다.

한국에서 특히 음모론이 횡행하는 이유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저신뢰 사회이며 특히 공공 영역의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음모론에 대한 수요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세계관이 단선적이어서 이해하기 쉽고 매력적으로 사회의 원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위기는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전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19 위기의 가장 중요하고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유익한 교훈일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수주의가 팽배해지고 국익 우선주의가 만연해져 서로 힘을 뭉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 대신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리라는 희망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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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나이·종교의 차이를 불문하고 선거 관련 음모론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것이 패배의 억울함과 고통을 살뜰히 다독이기 때문이다.

형식의 측면에서도 세 가지 정보는 나름의 독특성을 보인다. 먼저 루머는 휘발성이 강한 구전mouth-to-mouth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고, 가짜뉴스는 뉴스의 외관을 갖춘 루머나 음모론이랄 수 있고, 음모론은 나름의 완결된 스토리 라인을 갖춘 이야기 성격이 강하다.

음모론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와 세 가지 배역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1) 세상에 우연은 없다. (2) 모든 건 서로 연결되어 있다. (3)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음모론은 고통을 인지적·감정적·도덕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과 그에 관심도 없는 위선적인 기득권자들에 대한 도덕적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한 음모론은 계속 생존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음모론은 어떻게 전파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 비결은 반복에 있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증거가 아닌 ‘리트윗·리포스트·좋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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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노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생물학적 수준에서 노화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분자와 세포 손상이 폭넓게 축적된 결과다. 신체와 정신 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질병 발생 확률이 커지며 최종적으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정신분석의 장점은 숙련된 분석가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당신이 옆길로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하고 연상 중에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측면을 지적해준다는 점이다. 단점은 당혹감이나 기타 부정적 감정 때문에 의뢰인이 생각을 모두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명상의 장점은 자발적인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당혹감(그리고 비용)을 덜어준다는 점이다. 단점은 명상을 할 때 지도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집중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음모론을 접했더라도 그것이 마음에 안 들면 자유롭게 무시하거나 다른 음모론을 찾으면 된다. 그러니까 음모론은 수요자에게 자유를 제공한다. 크레도 콘솔란스Credo Consolans, 즉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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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패턴화된 움직임을 통해 완성되며, 패턴을 만드는 직접적인 지시는 신경계로부터 나온다. 달리 말해 유전자가 직접 행동을 일으킨다기보다는, 그러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신경계를 만들고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과정은 유전자가 작용하는 신경회로를 찾아내고, 그 회로에서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크고 복잡한 포유류의 뇌뿐만 아니라, 10만여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초파리의 뇌에서도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신경회로를 이루고, 각각의 신경회로들이 어떻게 특정 행동을 조절하며, 어떤 유전자들이 이 과정에 관여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물리적 실체는 바로 커넥텀connectome이라고 불리는 뉴런들의 물리적 연결 네트워크다. 브레너의 연구팀은 존 화이트John White를 중심으로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벌레의 연속 단면 이미지를 분석해 모든 뉴런을 찾아내고, 이들이 이루고 있는 시냅스를 규명하여 전체 커넥텀을 그려내고자 했다.

시간에 대한 고려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마지막 계수인 L 값을 다루면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먼 훗날 화성과 유로파, 타이탄과 엔셀라두스에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한다면 태양계의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태양계 내의 fi 값이 재조정될 것이다. 애초에 이들 행성과 위성에 생명체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fi 값은 1이 될 것이다. 훗날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가정하에서) 이들 모두에서 지적생명체가 출현한다면 fi 값은 역시 1이 된다. 이들 천체 모두에서 탄생한 생명체가 그냥 단순한 형태의 박테리아나 미생물 수준에서 진화를 멈춘다면 fi 값은 0.2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들 사이에 여러 가지 조합이 생길 수 있으므로 fi 값은 0.2에서 1 사이 어느 곳을 차지할 것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다섯 번째 계수 fi는 실제로 생명이 탄생한 행성(또는 위성) 중에서 생명체들이 진화해 지적생명체가 출현한 행성의 비율에 관한 계수다. 여기에서 시작점은 생명이 이미 탄생한 상황인 행성이나 위성이다. 그런 천체 중 얼마나 많은 곳에서 지적생명체가 태동했는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현재 시점까지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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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적은 수의 감염자로 시작한 전염병은 지수함수를 따르며 급격히 확산되다가 K값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면서 결국 확산이 멈추게 된다. 전체 인구가 1000만 명이고, 최종적으로 전염병에 걸린 전체 환자 수가 1000명이라면, SI 모형의 K는 1000만 명이 아닌 1000명으로 보는 것이 맞다. 즉, 전체 인구의 부분집합인 K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상정하고, 전염병의 확산은 이 집단 안에서 시작해 이 집단의 모든 사람을 전염시키고 멈추게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기상 변화와 같이 초기 조건이 불확실하고 동역학의 비선형성 효과가 큰 문제에서는 미래 예측에 소위 ‘앙상블 예측’의 방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초기 조건의 불확실성을 허용한 여러 다양한 모형을 동시에 이용하고 이들 다양한 예측을 모아 평균적인 예측과 함께 예측 불확실성의 정도도 제시하는 방법이다.

과학의 가치는 확실성에 있지 않다. 확실한 것만 이야기하는 과학보다는, 틀릴 수 있어도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공개해 사람들을 의심케 하는 과학이 더 가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행동면역계는 사회적 낙인 및 편견과 관련된다.30-32 감염이 된 사람에 대한 혐오는 물론이고, 기형이 있는 사람, 피부에 모반이 있는 사람에게도 편견이 발생한다.33 뚱뚱한 개체에 대한 혐오도 마찬가지다.34, 35 감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지적으로 이해해도, 혐오의 감정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백신 거부와 같은 반지성주의, 외국인 혐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회문화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 등은 마치 다른 원인을 가진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진화적 기원에서 유래한다. 미생물과의 치열한 군비경쟁을 통해 공고하게 진화한 행동면역계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생태적 환경에서 큰 소리를 내며 파열하고 있다.

면역계는 아마 초기 진핵생물이 진화하면서 같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인식하는 패턴 인식 수용체가 나타났다. 패턴 인식 수용체는 원시적인 면역계로 무척추동물이 번성하던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나타났지만, 점점 다양한 병원체가 나타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별로 유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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