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DNA의 법칙>은 각각 수학, 물리학, 생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 입문서지만, 이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입문서를 요약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번 페이퍼에서는 간략하게 각 권의 내용을 살펴보고 전체적인 구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1.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 진동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은 푸리에 급수를 sin과 cos을 활용하여 나타내고, 이를 푸리에 변환을 통해 수학의 의미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들은 그 과정에서 미분과 적분, 극한의 개념을 풀어가는데, 이는 후에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에서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방정식을 증명하는 기초로 활용된다. 먼저 배운 내용이 후속 책에 영향이 미치기에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는 개인의 생각은 여기에 근거한다.
수학이란, 값을 구하는 계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있는가 하는 관계성을 찾아내고, 얼마나 간결하게 표시하는가. 이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수학적인 사고방식인 것이다. 예를 들면, 오일러의 공식도 cos와 sin의 관계성을 상수 '자연로그의 밑' 과 '허수 단위'를 써서 간결하게 나타냈다.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성을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수학적'인 것이다.(p491)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中
푸리에 변환 공식은 '어떤 복잡한 파동이라도(설령 주기가 없더라도) 단순 파동으로 분해할 수 있다'라는 것만이 아니라, 관찰 주기에 따라 성분 파동을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불확정성마저도 포함한 식이었던 것이다.(p515)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中
푸리에는 현재까지 물리학의 온갖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본질적 의미를 띄는 것은 양자역학이라는 영역에서이다. 양자역학이란 원자나 전자 등의 초마이크로의 세계를 칭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놀랍게도 이번에 했던 '불확정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영역이다... 원자나 전자 등 초마이크로의 세계라 해도 세상의 온갖 것들을 무한하고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파동의 불확정성'이 허용하는 범위의 정확함으로만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불확정성 원리'라 하며,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부분과 전체>의 저자인 W. 하이젠베르크가 정식화했다.(p516)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中
2.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 진동과 파동방정식
독자들은 전편인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을 통해 복잡한 파동을 단순한 파동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내용을 배웠다면,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에서는 이러한 파동의 법칙이 양자역학에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부터 독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결국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양자역학에 적용되는 파동 방정식을 도출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진동수의 배열을 나타낸 리드베리의 식은 우리가 아는 푸리에 급수가 아니다. 푸리에 급수는 아무리 복잡하고 반복적인 파동도 기본 진동수인 정수배의 주파수를 가지는 파동의 덧셈을 말한다.(p186)... 지금까지는 모두 푸리에 급수로 나타낼 수 있었지만,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진동수는 이상하게도 불연속적인 값이기 때문에 푸리에 급수로 나타낼 수 없어.(p187)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中
새로운 양자역학을 만드는 방법 : 고전역학에서 n(진동수)이 클 때는 전이 횟수(스펙트럼의 세기)를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을 큰 틀로 약간 변형을 가하면 n이 작을 때도 전이 횟수를 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p291)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中
행렬에서 출발하여 벡터를 도출한 하이젠베르크의 식과 연산자에서 출발하여 함수 식으로 표현한 슈뢰딩거의 식은 동일하다.(p686)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中
드브로이는 '지금까지 입자라고 생각해온 것도 어쩌면 파동언어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전자는 파동이다'라는 획기적인 이론을 수립했다. 슈뢰딩거는 그 이론을 바탕으로 전자의 파동방정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식이 자연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많은 단계를 거쳐 마침내 수소원자를 푸는 데 성공했다. 슈뢰딩거는 '이미지'라는 토대 위에 이론을 만들어냈다.이제 전자가 파동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p598)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 中
3. <DNA의 법칙> : 언어와 진화
이전의 두 책이 수학에 기초로 논의를 진행해 간다면, <DNA의 법칙>은 조금 다른 진행을 보인다. 이 책에서는 수학을 활용한 증명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내용상 자연과 언어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DNA가 RNA로 전사하면서, 결국은 단백질 합성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과 함께 이를 통해 생명체가 오랜 기간 진화해왔음을 책 전반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인간과 언어 역시 이러한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인간의 자연의 일부라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는 원래 물질로 이루어져 있잖아. 원시 수프의 시대에 제각각 떠다니던 여러 개의 분자가 어느 순간 하나로 모여 새로운 전체인 세포가 태어났어. 그리고 그 세포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서 하나로 모여 다세포생물이라는 새로운 전체가 생겨났어.(p439)... 그 다세포 생물인 인간끼리 결합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전체를 만드는 것이 언어가 아닐까 해. 언어의 탄생을 생각한다면, 언어도 자연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봐. 언어를 자연현상으로 가정하고, 진화 스토리를 다시 언어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싶어.(p440) <DNA의 법칙> 中
결국, 이 <수학으로 배우는...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에서 자연의 법칙을 도출하고,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 역학의 법칙>을 통해 이러한 법칙의 관계성을, 마지막으로 <DNA의 법칙>에서 자연 법칙과 인간의 사회 법칙이 같은 것임을 큰 틀에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신선하고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다른 분야에서 적용되는 같은 법칙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이 시리즈는 좋은 입문서들이라 여겨진다. 낱권으로도, 시리즈물로도.
다만, 이 책의 저자들인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소속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모임인 Hippo Family의 이야기들을 중간에 많이 풀어가기 때문에, 전체 구성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어렵게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전체 내용은 꼼꼼하게 구성되었기에 한 번에 이해하기보다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다면 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PS.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의 법칙>과 <DNA 법칙>은 다음의 도서를 기본교재로 풀어가기에 간략하게 소개하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