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이야기 - 과학고전시리즈 3
마이클 패러데이 / 서해문집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연소 물질이 어떻게 공급되는가, 어떻게 하여 연소 현상이 일어나는 곳으로 운반되는가, 연소가 일어나는 곳에는 공기가 어떻게 규칙적으로 공급되는가, 이 모든 것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천연의 양초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이 작은 나뭇조각으로부터 어떻게 하여 열과 빛이 생성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의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중강연집이다. 제목처럼 패러데이는 당시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초로부터 연소, 화합물, 원소, 수소와 산소, 고체, 액체 등의 상태 등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탄소가 연소하면 일정한 물질이 생긴다는 것, 숯이나 그을음은 그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숯을 다시 더 연소시키면 다른 물질로 되는데, 이제 이 물질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싶을 것입니다. 연소될 때는 어떤 물질이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이미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물질이 공기 중으로 날아갔는지를 조사해야겠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60

책은 양초를 통해 18세기까지 알려진 화학 내용을 설명하기에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초적이며 당연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화학에 대한 깊은 지식없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가 오늘날의 관점에서 무가치한 책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물은 두 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이미 양초의 경우에서 보았고, 또 다른 하나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물은 얼음으로 존재하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금 물이 됩니다. 그러다 다시 충분히 가열하면 증기로 변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물은 밀도가 가장 큰 상태에 있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69

본문의 진행은 강연자인 패러데이가 직접 청소년들의 눈 앞에서 실험을 하면서 진행한다. 단순히 결과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기에 실험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사고도 발생한다. 사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패러데이는 직접 실험을 수행하며 아이들에게 위험한 실험은 현장에서만 확인하라고 당부하며 보다 생생한 실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두 장의 백금판(白金板)이 전지의 두 극입니다. 이것을 양 극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아까 종이 위에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을 그 산의 용액에 접촉시킵니다. 전지의 두 극을 접촉시키기만 하면 용액이 종이 위에 있든 병 속에 있든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p92)... 전지의 힘을 작용시켜 용액 속에 넣으면 순식간에 구리처럼 변화합니다. 이에 반하여 이쪽의 백금판은 완전히 깨끗합니다. 구리로 변한 백금판과 깨끗한 것을 장소를 바꿔 보면 구리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즉 이동함에 따라 구리로 되어 있던 표면이 깨끗해지고 깨끗했던 표면이 이번에는 구리로 뒤덮여 있습니다. 즉 앞에서 용액 속에 있던 구리가 이렇게 하여 전지의 작용에 의해 여기에 나타난 것입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93

이와 함께 패러데이는 자신의 강의를 단순히 실험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기가 여러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끈다. 또한, 독자들은 과학적 지식에서 삶의 지혜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 육체의 내부에서도 살아 있는 생물의 연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양초의 연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이것을 확실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여 인간의 생명을 양초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시적(詩的)인 의미에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이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48

이와 같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패러데이의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마침 얼마 전 미야자키 하야오(宮? 駿, 1941~ )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든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생각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단 1회의 호흡으로 공기는 이와 같이 변질되어 버렸으므로 한 번 더 호흡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나 특히 빈민가 같은 곳은 주거지로서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충분한 환기법(換氣法)이 실시되지 않고 있으므로 신선한 공기가 조금도 공급되지 않고, 따라서 한 번 사용한 공기를 다시 몇 번이고 호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1

모든 생물, 즉 동물과 식물은 서로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생장하고 있는 모든 초목은 우리가 공기 속으로 뿜어 내보낸 탄산가스를 잎으로 빨아들여 성장하고 번성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깨끗한 공기를 식물에게 주어 보십시오. 시들어 버립니다. 탄산가스를 주어 보십시오. 그러면 잘 자랄 것입니다. 이 나뭇조각이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모든 식물과 마찬가지로 대기의 덕분입니다. 즉 우리들에게는 유해한 탄산가스를 대기가 이것이 필요한 다른 장소로 운반해 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용의 원인은 모든 화학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힘, 즉 화학 결합력입니다. 우리가 호흡할 때 우리들의 내부에서도 화학 결합력이 작용합니다. 이것은 양초의 연소 때 불꽃 속에서 작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터리 전쟁 -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튬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꺾인 적이 없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요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30배 이상 증가했고,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도 이 분야의 기업들은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20/424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배터리 전쟁>은 2차 전지 산업과 리튬(Lithium)을 주제로 한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2차 전지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면서 대기업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외에도 에코프로,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일반인들에게 낯설었던 기업들의 주식이 급상승한 것도 <배터리 전쟁>에서 언급된 신성장 사업의 가능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배터리에서 리튬은 양극재에 들어간다. 코발트, 니켈, 망가니즈, 철과 같은 다른 금속들은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양이 들어간다. 이때 리튬의 독특한 위상은 오늘날 활용되는 모든 양극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금속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p113)... 양극재의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리튬 화합물이 주입되는 결정구조다. 충전하는 동안 리튬 이온은 결정구조를 벗어나고, 완전히 방전되면 결정구조로 돌아온다. 셀이 충전되고 방전될 때마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양극재의 결정구조는 나노 수준에서 리튬 이온의 탈출과 복귀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17/424

<배터리 전쟁>은 크게 배터리 산업의 전반적인 내용 설명과 국가별, 기업별 전략을 설명한다. 배터리 산업 관련하여 배터리의 핵심은 양극재이며, 양극재 중에서도 리튬이 핵심이라는 내용 설명과 함께, 결국 배터리 전쟁은 리튬 확보 여부가 핵심임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런 부문은 장점이지만, 책이 2021년 쓰여진 이후 변화된 업계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한계로 다가온다.

<배터리 전쟁>의 주요 독자층은 아무래도 2차 전지 관련 주식을 보다 깊이있게 알고자 하는 투자자들이라 생각된다. 독자들은 본문을 통해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 등의 화합물과 원료가 되는 리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면, 대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략하게, <배터리 전쟁>은 포스코 홀딩스의 valuation에는 어느 정도 유용하겠지만, 에코프로비엠의 현재 주가 수준을 납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하자...

남아 있는 퍼즐 조각 중 리튬의 가공을 논의했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다. 바로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 생산이다. 유럽은 두 기업 덕분에 이 퍼즐 조각을 어느 정도 쥐고 있다. 바로 독일의 바스프와 벨기에의 유미코아다. 유미코아는 한국과 중국의 공장을 통해, 바스프는 일본 도다공업과의 합작 및 미국과 일본의 여러 공장을 통해 양극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주 고객은 한국, 중국, 일본의 배터리 생산 업체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27/42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같다면 2023-05-2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이 정도 책은 읽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일단 POSCO홀딩스와 LG화학 우선주의 밸류에이션을 보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호적인 전기차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투자심리도 개선되면서 2차전지의 전망도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3-05-25 20:30   좋아요 1 | URL
어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한 후 전체적으로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낙폭이 과다한 우량주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많은 가치투자서적들은 강조합니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가 적정주가인가, 적정 가치 산정에 대해서는 참 모호한 것 같아요. 투자 배경이 되는 산업 지식의 중요성도 강조하지만, 막상 자료를 들여다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은 듯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주가에 미치는 정치, 거시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요인도 적지 않다보니 투자자들이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매매를 한다면, 떨어졌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올랐을 때는 들고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2차전지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