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의 눈물 코다마 유키 단편집 1
코다마 유키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32

 


꽃냄새
― 망고의 눈물
 코다마 유키 글·그림
 추지나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1.7.8.

 


  매화꽃 곁에서는 매화꽃 내음이 납니다. 복숭아꽃 곁에서는 복숭아꽃 내음이 납니다. 벚꽃 곁에서는 벚꽃 내음이 나고, 모과꽃 곁에서는 모과꽃 내음이 납니다. 조그마한 별꽃 곁에서 별꽃 내음을 맡은 적 있나요. 자그마한 괭이밥꽃 곁에서 괭이밥꽃 내음을 누린 적 있나요.


  동백꽃과 장미꽃도 고운 냄새를 퍼뜨립니다. 느티꽃과 초피꽃도 푸른 냄새를 베풉니다. 민들레꽃한테서도 맑은 냄새가 번지고, 고들빼기꽃과 부추꽃과 까마중꽃한테서도 밝은 냄새가 흐릅니다.


- “것 봐라, 망. 밤늦게까지 만화를 보니 그렇지. 여러분, 얘는 열여섯 살이나 먹어서 순정만화 읽고 운대요! 애래요, 애!” (5쪽)
- “아까부터 제대로가 어쩌고 하는데, 그럼 내가 좀 묻자. 하치야의 생활은 제대로 됐어? 제대로라는 게 대체 뭐야? 날마다 시간에 매여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해대는 생활? 돈 때문에 자신을 굽히고 살면 제대로인 건가?” (102∼103쪽)

 


  꽃을 마주하기에 꽃내음을 즐깁니다. 꽃을 바라보기에 꽃내음을 알아챕니다. 꽃을 생각하기에 꽃내음을 사랑합니다.


  꽃을 마음속으로 그리지 않을 적에는 꽃내음을 알 수 없습니다. 꽃을 마음자리에 두지 않을 적에는 꽃내음과 만나지 못합니다. 꽃을 마음밭에 심지 않을 적에는 꽃내음을 이웃과 나누지 않습니다.


  우리들 마음에는 어떤 빛이 있을까요.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으로 서로 만나거나 사귀거나 헤어지거나 엇갈릴까요. 나한테 찾아올 님한테서만 꽃내음을 맡고픈 마음일까요. 내가 내 님한테 함께 꽃내음을 퍼뜨리려는 마음일까요.


  서로 꽃과 같은 빛으로 만나서, 나도 님도, 님도 나도, 곱게 얼크러지는 이야기가 될 때에 가장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내 이웃도 꽃님이요 나도 꽃님입니다.


- “나, 부자는 싫어. 다들 거만하잖아.” “망?” “푸하하! 갑자기 미움받았네.” (9쪽)
- ‘어째서 이렇게 두근거릴까. 좋은 냄새가 나. 이 사람은 땀도 흘리지 않나 봐. 꽃처럼 향긋한 냄새.’ (18쪽)

 

 


  코다마 유키 님 만화책 《망고의 눈물》(애니북스,2011)을 읽습니다. 짧은만화를 여럿 담습니다.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젊은이 이야기가 흐르고, 일본에서 살아가는 젊은이 노래가 감돕니다.


  어떤 사람이 서로한테 사랑이 될까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 때에 스스로 즐거울까요. 돈이 있거나 얼굴이 잘생겨야 사랑이 되나요. 한뎃잠을 자거나 돈이 없으면 사랑이 안 되나요.


  공무원이나 회사원쯤 되어야 사랑을 할 만한 사이일까요. 커다란 도시에서 살거나 커다란 집 한 채쯤 있어야 사랑을 속삭일 만한 님이라 여기는가요.


-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사이공 강은 변함없이 흐른다. 꽃향기를 씻어내린 망고 샤워며 눈물도 전부 강으로 돌아간다. 모든 걸 품은 채 흐른다. 그리고 내일이면 내가 좋아하는 빛나는 아침이 찾아오겠지.’ (36쪽)

 

 


  꽃집에서 꽃을 사고팝니다. 들과 숲에서 꽃이 피고 집니다. 꽃다발도 꽃이요, 꽃밭도 꽃입니다. 장미나 튤립이 되어야 꽃으로 여기거나 알아채는 사람이 있고, 봄까지꽃이나 코딱지나물꽃마냥 아주 조그마한 봄꽃을 귀엽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씀바귀에 꽃이 피는 줄 모르는 사람이 있고, 고추꽃을 예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추꽃과 무꽃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며, 머위꽃과 모시꽃을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 “이봐, 자네. 여기 앉아 있으면 일반 시민의 통행에 방해가 되잖나.” “아, 일반 시민이 아니라 미안하군. 아저씨도 앉아 보지? 세상이 달라 보여.” (74쪽)
- “서, 설마 수입이 없니?” “응. 일하는 게 성미에 안 맞아. 돈 욕심도 없고.” “말도 안 돼. 난 싫어. 그럼, 날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야?” (80쪽)


  모두 꽃입니다. 모두 사람입니다. 모두 삶입니다. 모두 사랑입니다.


  모두 나라입니다. 모두 마을입니다. 모두 집입니다. 모두 살림입니다.


  마음으로 만나면 모두 같은 숨결입니다. 마음으로 사귀면 모두 같은 꿈입니다.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면 모두 같은 동무요 님이고 이웃입니다. 좀꽃마리도 어여쁜 꽃이요, 안개꽃도 어여쁜 꽃입니다. 꽃다지도 어여쁜 꽃이며, 수선화도 어여쁜 꽃입니다. 스스로 꽃넋이 될 때에 사랑이 태어납니다. 스스로 꽃웃음을 지을 적에 사랑을 속삭입니다. 스스로 꽃노래를 부를 무렵에 시나브로 사랑이 눈부시게 퍼집니다.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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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따기 놀이 1 - 키가 안 닿네

 


  자전거마실을 가려면 대문을 따야 한다. 아이들이 아래쪽 걸쇠를 열 수 있지만 위쪽 걸쇠는 키가 안 닿는다.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안고 들어올리면 닿을까? 작은아이를 안고 영차 하다가 뒤로 자빠진다. 다시 안아서 올리려 하지만 안 된다. 아직 큰아이 힘이 모자라다. 너희한테는 대문을 따는 일 하나도 놀이가 될 테지.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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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녀석들

 


  집똥을 누지 못한 아이들이 바깥마실을 할 적에 으레 한 녀석이 똥이 마렵다고 말하면, 다른 녀석도 똥이 마렵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똥을 못 눈 채 바깥마실을 할 적에 틀림없이 두 아이가 똥이 마렵다 하리라 생각하면서 뒷간을 살핀다. 작은아이가 먼저 누든 큰아이가 먼저 누든, 한 아이가 누고 나서 다른 아이를 앉힌다. 똥은 같이 찾아올까.


  집에서도 한 아이가 똥이 마렵다고 하면 다른 아이도 똥을 누겠다고 한다. 누가 먼저 똥을 누느냐를 놓고 살짝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실랑이는 조금씩 줄어든다. 작은아이가 자라는 흐름에 따라 서로 살피는 마음이 깊어진다.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놀다가도 혼자 쉬를 눌 수 있다. 혼자 똥을 누고 혼자 밑을 씻기까지는 더 기다리며 지켜볼 일이지만, 작은아이도 머잖아 밤오줌까지 혼자 눌 수 있겠지.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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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있는 조그마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시를 쓰던 젊은이는 차츰 나이를 먹어 아저씨가 된다. 아저씨는 더 나이를 먹어 할배가 된다. 학교 일을 그만둔 이제는 ‘교사 시인’이 아닌 ‘할배 시인’이다. 할배 시인이 《할머니의 힘》이라는 동시집을 내놓는다. 할배가 할배 이야기를 쓰면 되지, 무슨 할매 이야기를 썼을까? 그런데 곰곰이 헤아려 보면, 요즈음 시골에서는 일흔 살조차 ‘젊은이’로 친다. 그러니, 아직 일흔이 아닌 할배 시인은 시골에서는 할배 아닌 ‘젊은 아재 시인’인 셈이다. 둘레 할매를 만나고 할배와 사귀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아들’이라고 할까. 도시에서라면 틀림없이 할배이지만 시골에서는 어엿하게 젊은이인 터라, 할매랑 할배하고 오순도순 지내는 나날이 동시 하나로 태어난다.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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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힘
김용택 지음, 이경석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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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3 - 숨어서 놀면 재미있어

 


  평상 밑은 얼마나 넓은 누리일까. 평상 밑으로 기어서 들어간 아이는 이곳에서 어떤 느낌일까. 깜깜하다고 느낄까. 아늑하다고 느낄까. 포근하다고 느낄까. 새롭다고 느낄까. 평상 밑에 들어가서 한참 조용하더니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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