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56. 꽃그늘에서 널판놀이 (2014.4.6.)

 


  동백꽃이 흐드러지는 곁에서 후박나무도 곧 후바꽃을 피우려 한다. 후박나무 곁에서는 초피나무가 푸른 빛깔 조그마한 꽃봉오리를 터뜨리려고 애쓴다. 마당 꽃밭에서는 돌나물과 쑥과 민들레과 제비꽃과 쇠별꽃과 꽃마리꽃이 함께 얼크러진다. 사이사이 괭이밥이 자라지만 다른 풀에 치여 안 보이는데, 정구지조차 쑥잎에 가릴 만큼 쑥이 한창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고들빼기는 언제쯤 고개를 내밀까. 한껏 흐드러진 꽃그늘과 잎그늘 한복판이 되는 평상에 널판을 걸치고 널판걷기를 하는 일곱 살 큰아이는 사월바람을 듬뿍 마시면서 마음껏 노래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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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2. 대문을 열면 유채잔치 2014.4.6.

 


  요즈음 대문을 열기만 하면 집 앞 논이 유채꽃 노란 물결로 눈부시다. 바람이 살랑 불면 유채꽃 내음이 확 풍긴다. 그런데, 대문을 안 열어도 대청마루에서 노란빛을 바라볼 수 있고, 마당에 서기만 하더라도 유채꽃 내음이 솔솔 번진다. 시골집 사월빛은 얼마나 고운가. 이 고운 물결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누리니 얼마나 즐거운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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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잔치를 앞두고

 


  잘 자라던 모과나무를 그대로 두었으면 일찍부터 꽃도 열매도 잔뜩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집 뒤꼍 모과나무 가지를 함부로 자르는 바람에 첫 해에는 고작 꽃 네 송이만 피었고, 이듬해에도 열 몇 송이가 가까스로 피었다. 올해로 세 해째 되는 뒤꼍 모과나무는 그야말로 꽃잔치를 이루려 한다. 가지마다 꽃망울이 맺혔고, 꽃망울마다 곧 피어나려고 기지개를 켠다.


  올해에 꽃잔치를 이루는 모과나무는 이듬해에 어떤 모습이 될까. 무척 궁금하다. 앞으로도 우리 집 모과나무는 해마다 사월에 아리따운 꽃빛으로 우리 집에 고운 꽃내음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꽃잔치를 앞두고 설레며,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사월마다 새로운 꽃잔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집은 그예 꽃집이라 할 만하리라 느낀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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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31. 2014.4.6. 정구지 책읽기

 


  갓난쟁이일 적부터 곁님이 갈아서 준 풀물을 마신 큰아이는 시골에서 지내며 밥상에 풀만 올리는 반찬을 이럭저럭 잘 먹는다. 이 가운데 돌나물과 정구지를 제법 잘 먹는데, 밥을 다 먹고 난 뒤 만화책을 밥상맡에서 읽으면서 슬그머니 정구지 하나를 손에 쥐고 잘근잘근 씹는다. 참 이쁘구나. 우리 집 마당에서 나는 정구지가 참 맛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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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힘 문학동네 동시집 21
김용택 지음, 이경석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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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5

 


할머니는 시골에서
― 할머니의 힘
 김용택 글
 이경석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2.5.4.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할 적에 언제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골목집 어디에서나 할머니는 골목밭을 일굽니다. 골목동네 어디에서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골목꽃을 보듬고 골목나무를 쓰다듬습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살아도 시골내음을 물씬 풍기고, 할머니는 도시에서 살아도 시골빛을 듬뿍 길어올리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 이웃집 할아버지는 / 혼자 산다. / 소 키운다. / 지게 지고 나무해 오고 / 지게 지고 / 풀 베어 온다. / 불 때서 소죽 끓이고 / 콩 타작도 혼자 하고 / 고추도 혼자 딴다 ..  (할아버지와 소)


  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할머니입니다. 한 번 할머니가 되면 한결같이 할머니입니다. 예순 살부터 할머니이든, 일흔 살부터 할머니이든, 또는 쉰 살부터 할머니이든, 앞으로 여든과 아흔에도 할머니요, 백에도 백열이나 백스물에도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이기 앞서는 어머니입니다. 우리 어머니요 이웃 어머님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어머니가 아니라 할 테지만, 어머니 자리에 있건 아주머니 자리에 있건 모두 어머니와 같다고 느껴요. 뭇 목숨을 따스하게 품고, 뭇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며, 뭇 살림을 정갈하게 갈무리합니다.


  할아버지는 어떤 손길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따스한 품이고 포근한 눈길이며 정갈한 손길이리라 생각해요.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이기 앞서 아버지이고 아저씨일 적에도 언제나 따스함과 포근함과 정갈함을 넉넉히 나누며 살았으리라 생각해요.


.. 오늘 저녁 할머니 혼자 자겠지. / 텔레비전 틀어 놓고 혼자 자겠지 ..  (수학여행)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예순에도 일흔에도 여든에도 똑같이 새벽을 맞이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즐겁게 일하고 느긋하게 쉽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기운차게 일하고 두 다리 뻗으며 잠들며, 가끔 술 한 잔을 기울이면서 밤바람과 밤별을 노래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어떤 빛이 될까요. 예순이나 예순다섯 언저리에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면, 도시에서 할아버지는 어떤 숨결이 될까요. 정년퇴직을 하고서 연금으로 끝삶을 누린다면 할아버지는 어떤 나날을 누릴까요.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일자리를 찾아서 아둥바둥해야 한다면 할아버지는 어떤 노래를 부를 만할까요.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듯이 아침저녁으로 흙을 만지면서 새 숨결을 얻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을 마시듯이 아침저녁으로 풀을 쓰다듬으면서 새 이야기를 얻습니다.


  흙에서 나무가 자랍니다. 나무에서 꽃이 핍니다. 꽃에서 열매를 맺습니다. 풀에서 잎이 돋고, 잎에서 푸른 내음이 퍼지며, 푸른 내음에서 이야기밥이 열립니다.


.. 귀뚜라미가 울면은 / 가을 오고요 // 부엉이가 울면은 / 겨울 오고요 / 우리 아기 울면은 / 엄마가 달려오지요 ..  (울면 온다)


  김용택 님이 쓴 동시를 그러모은 《할머니의 힘》(문학동네,201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김용택 님은 곧 일흔 문턱을 넘습니다. 할배 나이입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김용택 님은 할배가 아니라고 해요. 왜냐하면, 어느 시골마을에서든 고작 일흔 나이는 ‘젊은이’입니다. 일흔 나이인 할배가 마을에서 ‘청년회장’을 해요.


  할배이지만 할배라 할 수 없는 자리에 서는 시인 김용택 님이 시골마을에서 할매를 만납니다. 할매는 할매요, 김용택 님은 할배가 아닙니다. 할매는 할매이고, 김용택 님은 시골마을에서 아직도 ‘젊은이’이거나 ‘아이’입니다. 그래서 김용택 님은 할매들 사이에서 젊은이나 아이로서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할매가 들려주는 노래를 조곤조곤 듣습니다.


.. 동생을 함부로 하면 /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한다. / 우리 집 강아지도 / 우리가 귀하게 대해 줘야 / 밖에 나가면 / 동네 사람들도 / 귀여워한다 ..  (싸워야 큰다)


  시집을 덮고 생각에 잠깁니다. 할배라 할 시인 아저씨가 시골마을 할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노래를 부르듯이 시를 써도 아름다운데, 스스로 시골마을 할배로서 새롭게 이야기를 지어서 나긋나긋 불러도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아직 시골에서는 할배다운 할배 자리가 아닌 만큼 이웃 할매 목소리를 노래로 담는 이야기도 사랑스러운데, 시골마을에서 시골빛을 가꾸면서 시골노래를 따사로우면서 포근하게 짓는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사랑스러우리라 느낍니다.


  이웃 이야기를 적바림할 때에도 노래이고, 내 이야기를 빚을 때에도 노래입니다. 살가운 이웃이 살아가는 예쁜 이야기를 적바림할 적에도 노래이며, 내 이야기를 펼쳐서 내 이웃이 내 이야기를 듣고 활짝 웃음을 지어도 노래입니다.


.. 해 뜨기 전에 / 일찍 일어나 밭매고 논매라고 / 논매 밭매 논매 밭매 운다. // 빨리빨리 일 추리라고 / 일추개 일추개 / 일추개 매미 운다 ..  (매미)


  봄꽃이 핍니다. 봄꽃이 저 보라고 핍니다. 봄꽃이 얼른 저 뜯어먹고 새봄에 새빛을 가슴에 담으라고 부릅니다. 봄꽃이 피는 나무마다 푸른 잎이 새로 돋습니다. 봄꽃으로 가득한 들과 숲이 푸른 빛깔로 물결칩니다.


  봄은 시골에서 태어납니다. 봄은 시골에서 무르익습니다. 봄은 시골에서 곱다시 피어납니다. 봄은 시골에서 도시로 퍼지고, 봄은 시골에서 지구별 골골샅샅 흐르면서 보드라운 햇살이 드리웁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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