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 새로운 아이는 어느덧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되고, 새로운 어른이 된 아이는 다시금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 이야기 하나는 어른이 아이한테 물려준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이야기를 물려받는다.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롭게 낳은 아이한테 이야기를 새로 물려준다. 새로운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물려받고는 다시 새로운 어른이 되어 거듭 새로 태어난 아이한테 새삼스럽게 새로운 이야기를 물려준다. 이렇게 흐르고 흐른 이야기 하나가 모이니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시집 하나로 선보이는구나.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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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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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독서신문>이라는 곳에 서정홍 님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이야기를

쓰셨다는 소식을 엊그제 들었다.

인터넷에서 그 글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서 한번 살펴보았다.

서정홍 님이 쓰는 산문과 시를 오랫동안 즐겁게 지켜보기만 했을 뿐

서정홍 님을 스치듯 만난 적조차 아직 없는데

이렇게 따사로운 글을 써 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경상도 시골에서 전라도 시골 바람을

살가이 맞아들이셨을까.

 

우리 아이들과 흙내와 풀내와 꽃내를 누리려고 쓴 글을

즐거이 읽으셨구나 하고 느끼면서 괜히 눈가가 짠했다.

이 글을 실어 준 <아침독서신문>을 어디에서 한 부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

 

 

아이고 어른이고 꼭 읽어야 할 소중한 책
이달의 책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 / 강우근 그림 / 208쪽 / 13,000원 / 철수와영희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한겨레』(2014. 3. 3)와 『경남도민일보』(2014. 3. 7)에 실린 서평을 보고 알았습니다. 꼭 읽어봐야지 마음먹었는데, 서평을 써 달라고 하기에 스스럼없이 쓰겠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서평이 아니라, 스스로 쓰고 싶어서 쓰는 서평이라 책을 펼칠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아내와 산밭에서 하루 내내 감자를 심고 돌아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이 글을 씁니다. 최종규 선생이 아니면 아무도 쓸 수 없는 귀한 글을 읽으며, 꼭 배워야 할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말이 흙에서 자라고 꽃처럼 피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마치 촌놈인 나를 위해 만든 책 같았습니다. 그리고 산골 아이들과 이 책을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말뿐만 아니라 우리말에 담긴 우리 겨레의 넋을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처럼 하나하나 배우다 보면 누구나 ‘아,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것입니다.

저자인 최종규 선생은 한글학회에서 주는 ‘한글공로상’을 받았고, 『보리 초등 국어사전』 기획·편집자로 일했으며,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글문화학교 강사와 ‘공공기관 인터넷홈페이지 언어순화 지원단’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 인터넷용어 순화 작업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펴낸 책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면, 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우리말을 하나둘 배우는 어린이들과 우리말 뿌리를 알고 싶은 어른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읽어야 할 책입니다. 숲을 비롯해 우리 삶과 가까운 스물네 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려주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고 하나하나 배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종규 선생은 교과서를 읽거나 한글을 뗀다고 해서 ‘말 배우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슬기를 빛낼 때 비로소 ‘말 배우기’가 된다고 말합니다. 말을 배울 때에는 ‘낱말 하나하나를 지은 사람들이 살아오며 느끼며 겪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넋’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옛사람은 국어사전도 없었지만, 학교도 없었고, 책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두 해 아니고, 백 해나 이백 해도 아닌, 또 천 해나 이천 해도 아닌,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아우르면서 말을 빚고 말을 나누며 말을 이었어요. 국어학자는 옛 책을 들추어 말밑을 살피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국어학자도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을 언제부터 썼는지 몰라요. 말밑뿐만 아니라 말뿌리조차 밝히지 못해요. 그런데 단군 옛이야기에 쑥과 마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은, 아무리 짧아도 오천 해 가까이 묵은 낱말인 셈이에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깊은 생각과 철학이 배어 있어 저절로 가슴이 찡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냥 쉽게 쓴 책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세상이 아무리 메마르고 힘겨워도,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하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며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책이니까요.


“내 밥 그릇에서 고작 밥 한 숟가락을 덜 뿐이지만, 여럿이 이처럼 조금씩 나누면, 배고픈 이웃하고 살가이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남하고 견줄 까닭은 없어요. 누가 더 높거나 누가 더 낮지 않아요. 모두 같은 자리에 있고, 서로서로 아름다운 숨결이에요.”


이 책에는 읽고 또 읽고 싶은 글이 참 많습니다. 여기저기 밑줄 치고 싶은 구절도 많습니다. 이 책을 입학, 졸업, 생일, 혼인, 집들이와 같은 기념일과 행사 때 선물하면 나라 곳곳에 우리말이 살아나고 우리 넋이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4학년부터)


서정홍_농부시인, 『58년 개띠』,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저자 / 2014-04-01 09:51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4/04/01/2014040109510014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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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2] 숨결

 


  빛줄기 곱게 드리워
  다 다른 목숨 고루 살리면서 살찌우는
  숨결은 언제나 꽃

 


  꽃을 피우지 않는 풀이나 나무는 없습니다. 풀이나 나무는 꽃을 피우려고 자랄까요?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꽃을 피우려고 온힘을 모으는 풀과 나무를 바라보면, 풀과 나무가 나누어 주는 숨결은 꽃빛이나 꽃힘이나 꽃내음에서 비롯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꽃송이도 꽃이요 잎사귀도 꽃이며 줄기와 가지와 뿌리도 꽃이지 싶습니다. 서로한테 사랑이 될 적에도 꽃이고, 따사롭게 아끼는 마음도 한결같이 꽃이라고 느낍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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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고 사라진다면

 


  서강대학교에서 ‘폐기’ 도장을 찍어서 버린 책을 서울 신촌에 있는 헌책방에서 만난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어느 책 하나를 버리려 한다면 버릴 만한 까닭이 있으리라. 우리들이 이 까닭을 알아내든 알 수 없든 틀림없이 까닭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참말 아주 사라져서 종이쓰레기가 되든 되살림종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도서관에서는 ‘버리려는 뜻’에 걸맞게 가슴을 쓸어내릴는지 모르지만, 책이 걸어온 발걸음과 발자취로 돌아보자면 여러모로 아쉽다. 생각해 보라. 일제강점기가 끝날 무렵, 일본 군인이 이녁한테 나쁘게 쓰일 만한 자료와 문서를 엄청나게 불태워 없앴다고 하지 않는가. 정권이 바뀔 적에도 자료 없애기나 문서 없애기는 늘 일어나지 않으랴 싶기도 하다. 우리 역사를 돌아본다면, 1960∼70년대를 흐르는 동안 유신독재와 종신독재를 하고자 여러 가지 공공문서와 공공도서를 나라에서 앞장서며 불태워 없애기도 했다.


  여러 달 앞서 헌책방에서 만난 《한국문인협회 엮음-새 국민 문고, 민족 중흥》(어문각,1969)이라는 책을 따올린다. 1969년에 처음 나온 이 ‘유신독재 부스러기’가 언제부터 대학교 도서관 한쪽에 꽂혔는지 알 길은 없다. 어쩌면 1969년에 정부에서 신나게 찍어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도서관에 한 권씩 꽂았을는지 모른다. 나중에 수없이 찍어서 꾸준하게 널리 퍼뜨렸을 수 있겠지. 이 책이 오늘날 몇 권이 남았는지 어느 곳에 남았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면, 이 책을 대학교 도서관뿐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까지 없앤다면? 그때에 이 책은 어떤 책이 될까? 없는 책이 될까? 잊혀지는 책이 될까? 태어난 적이 없는 책으로 사람들 마음에 남을까? 아니, 이런 책이 태어난 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지나갈 수 있을까?


  버린다고 사라진다면 역사란 없으리라. 버린다고 사라진다면 역사란 모두 거짓말이 되리라. 버린다고 사라지지 않기에 역사가 있고, 버린다고 사라질 수 없기에 역사를 참된 말로 적을 수 있으리라. 이 나라에서 헌책방이 맡은 몫은 참 대단하다. 4347.4.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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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더 하얀 자작나무

 


  면소재지로 가는 길목에 자작나무 한 그루 있다. 제법 크게 자란 자작나무이다. 두 그루도 세 그루도 아닌 한 그루만 있기에 더 잘 보인다. 잎이 우거질 적에도 하얀 줄기와 가지가 도드라지는데, 아직 잎을 달지 않아 더 하얀 자작나무는 봄날 다른 나무들과 견주어 새삼스러운 빛이로구나 싶다. 하얀 꽃송이 매다는 나무들이 많은데, 자작나무꽃은 어떤 빛깔일까. 잎을 닮은 빛깔일까, 흙을 닮은 빛깔일까. 4347.4.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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