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온갖 책이 한 데에 있다. 책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른 사람 손길을 타고 태어나지만, 이 다른 책들은 한 곳에 곱게 모인다.


  책방은 다 다른 책을 그러모아 다 다른 책손한테 빛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다 다른 책이 모이는 모임터이면서, 다 다른 사람이 빛을 만나도록 하는 만남터인 책방이다. 이런 책이 있고 저런 책이 있다. 들에 이런 풀과 저런 꽃이 피듯이, 책방에 이 책과 저 책이 있다. 숲에 이런 나무와 저런 나무가 자라듯이, 책방에 이 책 저 책 얼크러지면서 무지개빛이 환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책마다 담았을까. 얼마나 다른 고장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책마다 실었을까. 여러 가지 책이 골고루 모이기에 책방에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온갖 책이 두루 꽂히기에 책방에 밝은 햇살이 드리운다.


  책빛은 삶빛 된다. 삶빛은 사랑빛 된다. 사랑빛은 숨빛 된다. 숨빛은 이야기빛 된다. 이야기빛은 사람들 마음을 돌고 돌아 온누리에 꿈빛으로 퍼진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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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8 12:02   좋아요 0 | URL
보는 제 눈이 즐겁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ㅋㅋ

숲노래 2014-04-08 12:42   좋아요 0 | URL
알록달록 책빛이 참 곱지요~
 

책을 바라보며

 


  내 앞에 있는 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삭혀서 이 책들을 썼을까 생각한다. 기나긴 해에 걸쳐 얻은 슬기를 책에 살포시 얹었겠지. 혼자 붙잡지 않는 숱한 이야기를 책에 가만히 풀었겠지. 함께 나누면서 다 같이 즐겁게 살아갈 길을 밝히려는 사랑을 책에 조곤조곤 쏟았겠지.


  책을 쓰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엮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다루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말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서로서로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꿈을 바라면서 책으로 만난다.


  마음을 열기에 책을 읽는다. 내 마음을 열기에 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을 열기에 책을 쓴다. 내 마음을 열기에 내 이웃한테 사랑과 꿈을 베풀 수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서 책이 태어나고, 마음과 마음이 어깨동무하는 사이 온누리에 이야기밭이 푸르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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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지도 보며 걷기

 


  ‘지도’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알는지 모른다. 그러니 일곱 살 사름벼리가 곧잘 ‘지도’를 그린다면서 그리고는, 지도를 보면서 어딘가 간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갈 적에도 지도를 펼치면서 걷는다. 슬쩍 들여다본다. 큰아이가 그린 ‘지도’에는 집이랑 계단이 있을 뿐, 들길이건 꽃길이건 아무것도 없다. 흠, 그런데 넌 뭘 믿고 이 지도대로 가겠다고 하니? 넌 지도 안 보고 네가 가고픈 대로 가잖아?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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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유채밭 앞에서

 


  마실을 나가는 길이다. 누나는 훨훨 날듯이 저 앞으로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꽁무니를 좇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른다. 그래 곧 가마 하고 아이들 뒤를 좇다가, 작은아이 뒤로 펼쳐진 유채밭을 바라본다. 이제 한껏 물드는구나. 산들보라야, 우리 집 좋지? 대문을 열기만 해도 이렇게 유채물결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야.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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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아빠
김장성 글, 김병하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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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71

 


새집과 까치와 나무
― 까치 아빠
 김병하 글
 김장성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2012.5.25.

 


  그림책 《까치 아빠》(한림출판사,2012)를 읽습니다. 김병하 님이 글을 쓰고, 김장성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사람들이 까치집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무를 파내어 먼 데에 팔아치우면서 까치 식구가 겪은 고단한 하루를 들려줍니다.


  참말 그렇지요. 사람들은 까치집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까치집뿐 아니라 새집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집을 짓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제비가 집을 지으면 둥지를 허물기 일쑤예요. 아니, 요즈음은 제비가 돌아오는 시골이 아주 적으니, 허물 제비집을 구경하기조차 어렵겠지요.


.. 공원 울타리 밖에 이런저런 나무들이 모여 있었어요. 키 큰 은행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었지요. 까치집에는 물론 까치가 살았어요 ..  (3쪽)

 

 


  새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벌레와 나비를 잡아먹는 새가 사라지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개구리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작은 풀벌레뿐 아니라 모기도 파리도 잡아먹는 개구리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 시골에서는 새가 콩을 파먹고 곡식을 쪼아먹는다고 싫어하지만, 새가 잡아먹을 애벌레도 풀벌레도 날벌레도 사라지니 콩이나 곡식을 쪼아먹으려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농약을 뿌려대어 새가 살아남기 어렵게 하니 어쩌겠어요. 멧돼지도 고라니도 이와 같아요. 숲에서 살기 어렵도록 숲을 망가뜨리니 숲짐승이 어떻게 하겠어요. 숲짐승은 그예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죽어야 할까요.


..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당신이 올 줄 알았어요.” 까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마음 다 알아요.’ 빙긋 웃으며 이제껏 물고 있던 벌레를 건네주었어요. 그러자, 집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  (30쪽)


  그림책 《까치 아빠》는 까치 식구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립니다. 새 한 마리쯤 쳐다볼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까치 식구는 당차게 살림을 꾸립니다.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는 나뭇가지 주워서 집을 짓기 어려웠을 텐데, 까치는 까치집을 어떻게 지었을까요.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까치가 집을 짓기까지 얼마나 힘을 들였을까요.

 

 


  그나저나, 그림책 《까치 아빠》는 그림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까치는 틀림없이 우람한 나무 우듬지 가까이에 둥지를 짓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으로 보면 나무가 그리 크지 않아요. 이렇게 나즈막한 데에 둥지를 트는 까치가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고개를 자꾸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한편, 수컷 까치가 ‘벌레’를 입에 물고 날아다니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까치가 입에 문 먹을거리는 ‘벌레’가 아닌 ‘지렁이’예요. 말과 그림이 안 맞아요. 까치가 지렁이를 찾아내거나 땅에서 파내어 물 수 있습니다만, 새는 지렁이만 먹지 않고, 나뭇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많이 잡아먹고, 풀벌레도 꽤 잡아먹습니다. 쉬 지나칠 수 있을 법한 대목이지만, 조금 더 찬찬히 살펴서 보듬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대목을 보면,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파낸 나무를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어느 시골마을에 옮겨심습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나무를 옮겨심을 수 있기도 할 테지만,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모습이로구나 싶어요. 시골에 나무가 없어 도시에서 파내어 옮길까요? 시골에서 파낸 나무를 도시로 옮겨심는 그림으로 보여주어야 앞뒤가 맞지 않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 시골마을을 보면, 집집마다 ‘집나무’가 아주 드뭅니다. 마당에 그늘이 드리운다면서 집나무를 거의 다 베어서 없앱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숲정이를 찾아보기 퍽 힘들어요. 외려 도시에서 나무를 사다가 옮겨심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골집 마당에 은행나무를 심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집에서도 은행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우리 식구는 이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여러모로 알쏭달쏭하고 아리송합니다. 은행나무를 아주 좋아한다면 이렇게 심기도 할 테지만, 글쎄요. 줄거리는 뜻있고 재미있으나, 그림 얼거리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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