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다. 사실 대부분의 우주를 놓고 보면 당신은 이상하고 하찮은 존재에불과하다. 당신, 그리고 당신이 아끼는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는 일상의 대상들은 우주의 10퍼센트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 나머지는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신비로운 존재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모여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우주론적 미스터리 중 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모두 짐작만 할 뿐, 그 누구도 정확히는 모른다.

블랙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질량이 우리 태양의 대략 두 배나 그 이상인 항성은 모두 블랙홀이 될운명을 갖고 있다. 그런 항성은 막대한 중력장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때문에 내부로 향하는 압력이 만들어진다. 항성의 수명이 다하지 않은 동안에는 중심핵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통해 이 압력을 상쇄한다. 하지만 이 연료가 바닥나면 항성들은 이 압력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가 일어나 자신의 안쪽으로 스스로를 향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직접 블랙홀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초신성이라는 거대한 폭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
바깥층이 날아가 버리고 중심핵만 남는다. 이 중심핵의 질량이 충분 한 경우에는 계속해서 붕괴를 이어간다. 이 붕괴하는 물질이 점점 밀도가 높아지다 보면 너무 강력한 중력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 이것이 블랙홀의 탄생이다.

한 가지 중요한 돌파구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는 개념의 등장이었다. 이것은 블랙홀의 ‘표면‘으로, 중력이 너무 강해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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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좌석

천장의 낡은 천을 떼어내고 마음에 드는 원단으로 교체한 다음 태양열로 작동하는 환풍기를 달았다. 운전석의 수납함에 그가 자주 사용하는 지갑, 선글라스, 손 세정제, 간단한 공구가 들어 있다. 세 개의 좌석 중 남는 자리에는 큰 배낭과 잡다한 물건이 담긴 바구니가 있고 내 전용석인 조수석 발밑엔20L 물통과 신발 등을 두고 수납함에는 젖은 신발 말리는 도구, 핸드크림, 선글라스, 지갑, (검문소를 통과할 때 빠르게 꺼내야 하는) 여권 등을 수납한다. 좌석뒤편에 테이블, 샤워 텐트, 앞창 단열재, 낚싯대 등이 있다.

뒷좌석

원래 가지고 있던 커튼으로 천장을 마감했다. 창고에서 뒹굴던 황동 수도관 을 잘라 커튼 봉을 만들고 오래된 공장에서 발견한 나무 가방 두 개로 주저및 양념 정리함, 필기구 정리함을 만들었다. 가지고 있던 서랍장에 자주 사용하는 전자제품과 책, 의약품을 보관한다. 서랍장 옆면에 선반을 달아 물건이 어지지 않도록 노끈으로 고저해고 소파 민 바구니에는 옷과 식자재를 보면한다.

우리 밴은 멀리서 보면 하얗고 예쁘지만(물론 우리 눈에만일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서 보면 여기저기 흠집투성인 데다 색이바래 무척 낡은 티가 난다. 밴을 비울 때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보이는 곳에 귀중품을 두고 내리지는 않지만, 불안함은 적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밴을 보고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놀라운 건 우리보다 훨씬 더낡은 밴을 타고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그들을 보면 ‘존경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아, 물론 우리는칭찬이다). 낡은 밴을 타는 사람들은 서로를 보면 반가워서 도로위에서도 인사를 나눈다. 손을 흔들어주거나 깜빡이를 켜는 식이다. 그리고 무언의 응원을 나눈다. 소리도 요란하고 높은 곳을 오를 때면 가끔 쉬어가야 하지만 뭐 어때요. 예쁘잖아요. 힘내요.‘

또 하나의 장점은 밴 내부 수리를 할 때 전혀 부담이 없다는 사실이다. 깔끔하고 반짝거리는 새 차는 나사 하나 박기도 두려워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속 편할 거다. 하지만 우린 창문을 달기 위해 커다란 구멍도 뚫었고, 천장과 벽에 수없이 많은 나 사를 박았다. 구멍이 잘못 뚫리면 적당히 막았고 공사하면서 생긴 크고 작은 흠집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저곳을다니며 군데군데 생긴 흠집 사이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처음여행을 가던 날, 길가 옆 논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트랙터가 돌을 날려 밴에 큰 흠집이 생겼다. 첫날부터 생긴 사고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우린 그 돌이 유리창에 날아온 게 아니라 다행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만약 우리 밴이 흠집 하나 없는 새 차였다면 당장 경찰서를 찾아가고 난리를 치며 밴 라이프 첫날을 망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상처투성이 밴이 우리를 잘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사람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딱 보면 아, 이 밴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면서 고생했구나‘ 싶은 우리 집이다. 그래, 민낯을 가리기보단 당당해지자. 그 돈으로 오늘 좋은 와인이나 한병 더 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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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집에서 살던 사람이 6㎡도 안 되는 작은 밴으로 이사하기 위해선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우린 밴으로 이사하며 가진 물건의 90%이상을 처분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오래 걸리고 그 시간만큼 힘든 과정이었다. 자신의 삶이 축적된 물건 중에서 정말 최소한의 물건만 골라내는 과정은정말 쉽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살아보는 공간이니 혹시라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챙기고 싶은 물건이 수두룩했다.
큰 텔레비전, 냉장고에 가득 찬 음식들, 게임기나, 가보로 전해지는 가구, 이모든 걸 포기할 수 없다면 굳이 밴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좋은데 굳이 포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건에서 얻는 위로가 크다면, 그 물건이 삶의 낙이라면,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 우리도 각자 포기하지 못하는 소중한물건들이 있었다. 수많은 책과 아끼는 가구, 게임기가 그랬다. 자유롭게 사는삶과 저울질해본 결과 밴 라이프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밴은 집이면서 이동 수단이다. 도로 위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그에 따른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밴이 젖은 땅에 박혀 꼼짝 못하거나 낡은 부품이 고장 나 차를 밀어 정비소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대부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지역에서 지내기 때문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때도 생긴다. 우리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돼 오히려 괜찮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당황스럽고 막막함이 앞서게 된다.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괴롭기만 하다면 밴 라이프를 오래 이어나가기힘들다. 어떤 일이 생기면 그저 허탈하게 웃고 대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영 방법이 없으면 그냥 그대로 두어도 좋다. 하루 지나면 다음 날 기적같이해결되는 순간도 온다. 매 순간 짜증만 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저 숨을 크게 쉬고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두 팔을 걷어붙이는 마음으로도 중 분하다.

그토록 바라던 집주인이 되었다. 이상한 색의 페인트를발라도, 벽에 본드로 병뚜껑을 덕지덕지 붙여도, 천장을 커튼 조각으로 씌운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에 드면 그만이다. 정말 자유롭다(너무 자유로운 덕에 정체불명의 인테리 어가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페인트를 바르며 ‘이거 나중에 다시 바꾸라고 하면 어쩌지?‘ 따위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돈이 많아야, 대출을 받아야, 10년을 기다려야 집이 생기는 줄알았는데, 적당한 돈으로 대출 없이, 심지어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내 집에 반들반들한 나무 바닥을 깔고 원목 가구로집 안을 채웠고 태양열 충전기를 달았다.
나사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신경 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집이었다. 많은 집을 거쳤지만, 집의 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펜 적은 처음이다. 어느 구석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도 잘 안다. 서랍이 잘 열리지 않으면 어느 레일을 손봐야하는지, 조명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느 전선을 확인해야 하는지, 모든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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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뜨거웠던 여름, 우리는 작은 밴으로 이사했다.
집과 직장은 모두 정리한 상태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도 않은 채 안전벨트를 맸다. 두고 온 고양이가 보고 싶으면 어쩌지, 도중에 사고가 나거나 도둑맞아서 포기하면 어쩌지. 뒤늦게 걱정이몰려왔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일단 시동부터 걸었다.
"우리 어디로 갈까?"
"몰라."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묵지?"
"모르지."
"우리 아무것도 모르네. 진짜 대책 없다, 그치?"
"응, 그러네. 우리 이제 이렇게 대책 없이 사는 거야? 신난다!"
"그러게, 신나는데!"

우리는 그저 작은 밴으로 옮겼을 뿐이지만, 삶은완벽하게 달라졌다. 매일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두려웠던 우리는, 내일은 어떤 낯선 풍경으로 이사할지, 어떤 새로운 사람을만날지, 어떤 신기한 일이 생길지 기대하며 눈을 뜬다. 두 사람이누우면 가득 차는 2평 남짓의 밴에서 서로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는다. 그는 시간과 여 유가 부족해서 도전하지 못했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나는 고등 학교 이후로 시도한 적 없던 글과 그림을 시작했다.

일단 이 작은 밴은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 여름이면 유럽해변의 인기 있는 주차장에 캠핑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여행객들에게 자리를 내주기위해 주차장 입구에 캠핑카 금지 푯말이 붙어 있거나 아예 높이제한 바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보통 1.9-2m), 우리가 선택한 밴은 높이가 2m를 넘지 않아서 대부분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다.
주차장뿐만 아니라 큰 차량이 다니기 힘든 도로나 마을에서도 이작은 밴은 유용하다. 옛 성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의 경우 차량 길이가 4m 이상이면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이 많고, 넓은 도로를 내기 힘든 산속에서는 큰 차량이 다니기에 위험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캠핑카는 눈에 띈다. 유럽은 워낙 캠핑 역사가 오래되어 캠핑카가 낯설지 않지만 그래도 캠핑장이 아닌 도심 주차장에세워져 있는 캠핑카는 정말 튄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넘어 질투의시선을 던진다. "가뜩이나 주차장 자리도 부족한데, 힘들게 일하면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팔자 좋게 캠핑카에서 쉬면서 자리만차지하네." 실제로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길가에 세워진 캠핑카를 보고 한 말이다. 우리는 그 도시의 아름다운 면을 즐기고자여행을 왔지만 어떤 이에게는 고단한 삶의 터전인 것이다. 우리는그곳의 문화와 풍경을 즐기되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는 여행객이 되고 싶었다. 되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들의 풍경이 흐트러지지 않게.

그는 작은 밴의 장점 중 최고로 운전하기 편하다는 점을 꼽는다. 이 장점이 너무도 커서 오히려 더 작은 밴으로 골랐어도 좋았을 거라고 할 정도다. 우리의 밴이 아무리 작아도 일반 차에 비하면 큰 편이라 오르막길에서 빨리 달리지 않는다고 뒤에서 눈치 주기도 하고, 주차장에 겨우 자리가 나도 10cm가 모자라서 주차를못 하기도 하고, 낭떠러지를 바로 옆에 둔 좁은 도로를 달리다 캠핑카나 버스를 만나면 두 손 모아 아무 신에게나 기도해야 하는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처음엔 ‘운전하기 편한 밴‘을 밀어붙이는그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혼자 운전을 도맡아 하는그를 지켜보며 캠핑카를 고집하지 않은 걸 얼마나 큰 다행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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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타일난다는 왜 나오기 어려울까?

스타일난다의 성공이 특이한 점은 다른 성공 사례에 흔히 등장하는전략, 목표, 비법 같은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김소희 대표 본인이 성공의 비결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김 대표는 "내 힘이나 전략 때문 에 거둔 성과가 아니니, 성공이란 말과 목표란 말을 자제해달라"라고 말한다. 사업계획서도 없고, 매출 목표도 없으며, 노하우에 관해서는 ‘정말로 없다‘ ‘항상 즐겁게 하고 있다‘라고 답하는 것이 전부이다. 심지어 성장의 비결에 대해서는 "협력사에 줄 것을 주고, 고객에 받을 거 받고, 국가에 낼 거 내면 성장하던데요?"라고 답할 정도이다.

이 모든 것이 겸손이나 이미지를 위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겸손이 아니라 솔직한 이야기이고, 들여다볼수록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 김 대표의 순수한 재능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일난다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쇼핑몰 업체 중에서 1위였긴 했지만, 아직은 인지도가 낮을 때였다. 생긴 지 겨우 3년 된, 동대문 옷을 떼어다 인터넷으로 파는 작은 의류기업이 자체 브랜드의 화장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더구나 그때 김 대표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50번 넘게 찾아가서 설득한 끝에 겨우 생산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사를 보면 한국콜마에서 결국 생한을 했다는 것과, 거절 끝에 코스맥스에서 생산했다는 것으로 조금 다른 내용이 검색된다. 다만 공통적인 부분은 ODM 생산으로 하고 샘플을 받고서도 어마어마하게 수정사항을 요구했다.
이다. 이런 과정 끝에 2009년에 다섯 가지 립스틱 1만 개를 남포바된다. 그리고 스타일난다의 역사를 바꿀 3CE의 첫 상품은 단 5일 만에 완판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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