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a Bourne. 

2010년 93세에 타계한 미국 출판계의 전설. 

편집자로 보낸 일생을 회고하는 Avid Reader를 올해 출간한 (그 역시 전설이라는) 로버트 고틀립과 동료였고 

2010년 그녀의 장례식은 Knopf 출판사 패밀리의 대규모 재회 같은 것이었으며 한 시대의 종말이 거기 있었다고. Simon & Schuster 출판사에서 고틀립과 함께 Catch-22를 성공시킨 주역이라 한다. 


Catch-22 출간을 준비하던 한 회의에서는 그녀가 

"내가 이 업계에서 보낸 이 긴 세월 후에도, 한 책에 대한 나의 전면적 믿음이 

7천5백부 발행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이유가 있습니까?"라 말했으며

이는 평소 그녀의 언행과 완전히 달랐음에도 회의 참석자 모두가 잠시 후 "그래요, 7천5백부 찍읍시다" "그래요, 니나!" "니나 말대로 합시다!" 했다나. (그리고 그 책은 하드커버만 첫해에 3만3천부가 팔렸다). 


LA Review of Books 최근 팟캐스트에 로버트 고틀립이 출연해서 

특히 80년대, 낭만적이었다 회고하게 되는 출판계가 지금과 달랐던 옛시절을 회고하고 

니나 본에 대해서도 조금 길게 얘기한다. 


이 책은 성공시켜야 한다 확신하는 책이 있으면 

니나 본은 출판계 내외부 인물들에게 수십통의 편지들을 썼다고 한다. 

Catch-22의 경우, 이블린 워에게 책 표지에 쓸 홍보문구("blurb")를 부탁하는 편지를 썼지만 

책의 실제 '영업'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책에 대해 열광적으로 얘기, 옹호하는 편지들도 무척 많이 썼다고. 

로버트 고틀립에 따르면, 누구나 "그녀의 편지는 매혹적이고, 신중하며, 정직한 지성에게서 온 편지 that they came from a charming, careful, and honest intelligence"임을 알아보았다. 


매혹적이며 신중하고 정직한 지성. 

이것도 한국에 ... 없지 않나. 고 들으며 (듣자마자) 생각. 

이런 거 타령하고, 편지 타령하는 건 마치 '한남'들이 '뮤즈' 타령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냐. 

고 바로 이의 제기. 아주 조금 (아주, 눈꼽만큼) 그런 면이 있는 것도 같다. 



*로버트 고틀립 자신이 말하기를 그는 "현역 최고령 편집자." 

I am 85 and still editing. 그는 31년생. 전화로 인터뷰하는 걸 들으면서

(85세면 실제로 고령인데) 이런 노인 실제로 있구나, 이렇게 늙을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귀가 하나도 먹지 않았고 (호스트가 쉽지 않은 말을 빨리 하는 데도 전혀, 조금도 놓치지 않고 다 이해한다) 

잘 듣고 잘 말한다. 아주 똑똑한 청년이라도 하기 힘들 수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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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비극의 탄생> 신판에 붙인 (이 경우엔 '부친'도 맞고 '붙인'도 맞지 않나. 이 둘 구분하라던 중3 쯤의 국어 수업 생각나려함. 영어로 한다면, the new preface he wrote for the new edition (부치다), the new preface he added to the new edition (붙이다). 그렇;;지 않나) 


여하튼 그 서문 "자기 비판에의 시도"가 정말 명문은 명문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질투 받았던 그들. 인생을 가장 유혹적인 것이 되게 했던 그들. 

그리스 인들. 뭐라고,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에게 비극이 필요했다고? The finest, most beautiful, most envied race of men ever known, the people who made life seem most seductive, the Greeks -- what, they of all people needed tragedy?" 이런 문장. 영어로도 이런 숨가쁨, 이런 열정 담긴 문장 쓰는 사람 아주 드물 텐데, 독어로는 니체 자신의 평가대로 (특히 '속도'의 면에서) 니체처럼 쓴 사람이 그 이전에 없었고 아마 이후에도 없을 수도. 


아래 포스트에 쓴 "이 책은 자기를 증명했고 자기 시대 최고 정신을 만족시켰다" 대목 찾아보았다. 

긴 문장의 끝부분인데 이렇게 되어 있다. ". . . . a book which has proved itself, by which I mean one which at least satisfied 'the best of its time'." the best of its time에 인용부호가 있는 건, 역주에 따르면 이게 쉴러의 인용이기 때문. Wallenstein's Camp라는 책의 프롤로그가 출전이라고. 


여기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한국에서 책 쓰고 그 책은 자기 시대 최고 정신을 만족시켰다. 같은 말 할 수 있는가. 

없지 않나 이 곳엔. the best of its time. 


한 번은 수업에서 어쩌다 이런 말 한 적이 있다. 

미국 인구가 3억이고 그래서 우리보다 6배라면 미국에 있는 탁월한 인간들의 1/6 정도가 여기서 나와야 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말하던 동안 (그래서 우리보다. 이 지점에서) 이미 후회하고 주워담고 싶은 심정이다가 아오 모르겠다. 학생들이, 으잉 지금 부적절한 무엇인가를 들었다..... 같은 표정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 정말 그렇기도 하지 않나. 실패함. 정신의 위대함이 예정되었던 모든 이들이 그것의 실현에 실패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곳에서 태어나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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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그리고 많이 웃기. 

지적인 사람들에게서 존중 받기. 

아이들에게서 사랑 받기. 

정직한 비평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얻으며 가짜 친구들의 배신을 견디기. 

아름다움을 알아보기.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최선을 알아보기. 

이 세계를 조금 더 좋은 곳이 되게 하고 떠나기. 그게 건강한 아이 덕분이든, 한 조각의 꽃밭 때문이든, 아니면 구제된 사회적 조건 때문이든. 당신이 살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쉽게 숨쉴 수 있었음을 알기. 이것이, 성공이다. 



어제 에머슨의 말들 검색해 보다가 이것도 보았다. 

하나씩 멈춰서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나 때문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있었. 있었구나. 가족 중 다수. 이 세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이 되게 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인지. 지적인 사람들에게서 존중은 받아 보았는지. 정직한 비평가들... 을 (우선) 보았는지, 보기는 했는지. 


지적인 사람들에게서 존중 받기. 

이것은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공부에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준을 저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나.  

<비극의 탄생>에 다시 붙인 서문에서 니체가 "이 책은 자기 시대 최고의 정신들을 만족시켰다, 이 책은 자신을 증명했다" 같은 말 할 때, 맞아 그랬으면 된거지 그게 다에요 같은 심정 되는 건. 


이 저자는 어떤 독자들을, 혹은 독자의 어떤 면을 

향해 말하나. 여기서 알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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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의 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 

희귀본, 수고 도서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 영어판에 역자가 쓴 감사의 말에

이 도서관에 보내는 감사도 있다. <공간의 시학> 영역했던 마리아 졸라스가 이 책 관련 남긴 서신들도 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가보고 싶다. 


오늘은 오후에 유니클로 가서 

긴팔 티들을 사려고 하는 중이다. 한 세 혹은 네 장 사서 그것들만 계속 돌려가며 입게. 가격 찾아봤더니 

만원. 보세보다 싼데 상품평이 좋다. 외투 ㅋㅋㅋ 외투도 장만해야할 것 같기도 한데 (가을 긴 자켓 하나, 두꺼운 가디건 하나, 사파리 하나, 롱코트 하나, 롱패딩 하나..... 적어 보니 이 정도면 안 사도 되나. 하지만 새옷이 입고 싶다...) 이 건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그런데 참 (이 말 쓰고 싶지 않지만) '한남'들. 지금 페미니즘으로 입털고 있는 모 교수. 모 남자 교수. 

여러 학생들에게 "나의 뮤즈가 되어 달라" ㅋㅋㅋㅋㅋ 며 껄떡댔다고. 정말 가지가지한다라 아니할 수 없음. 

좀 전 트위터 보다 보니 그는, 뮤즈가 되어 달라 했던 어떤 여학생에겐 "출신 학부를 트집잡는 기존 교수들 때문에 서울대 영문과 교원에 채용되지 못했다"고 했나 보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긴 한데, 저 문장이 매우 정확히, 그리고 매우 혐오스럽게, 그의 어떤 지점을 순간 알게 함. 이런 분 얘길 같은 공간 안에 써서 예일대 도서관에 미안하다. 


아무튼 좀 있다 유니클로로. 

걸어서 갔다 오면 적어도 7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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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상호대차 신청한 책. 

어제 발송되었으니 월요일 받아볼 수 있을 예정. 

상호대차. 아마 미국 어떤 대학들에선, 웹기반으로 이미 90년대 중후반부터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대학원 있던 시절엔 초기엔 없었고 한 04년? 그 즈음부터 있었던 서비스. 한국에서도 하나? 했는데 

하고 있어서 좋았다. 작년 여름까지는 학교 도서관 페이지에서 신청하다가 riss.kr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여기서 신청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왜 바꿔 박근혜 정부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겠냐며 riss.kr 들어갔다가 


놀라고 감사했던 기억도 있다. 아니 잘 만들었네? 목적에 충실하게? 

누가 애썼을까. 


스티븐스보다 '니체'가 궁금해서 신청한 책이긴 하다. 

심지어 스티븐스도, 니체를 (편지들로 봐서는 '저항하면서'였던 것 같더라만) 꽤 열심히 읽었다. 


시인, 작가의 성취는 

그에 대해 쓰여진 평문이나 심지어 전기, 어쨌든 그에 관해 쓰여진 글들로도 충분히 짐작되지 않나. 혹은 그에게서 영감을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으로도? 그걸 기준으로 해도, 스티븐스는 20세기 최고의 미국 시인이겠다. Entitled Opinions에서 로버트 해리슨도 스티븐스를 자주 인용도 하고, 자기 모놀로그로 스티븐스만을 논의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에피소드 좋다. 여러 중요한 얘기들을 한다. 나중 별도 포스트로 적어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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