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40110130653

오역 '지적질'로 그칠 것인가? 더 좋은 독서를 원한다!

[번역 비평의 기쁨과 슬픔] 번역가 공진호와 서평가 이현우의 대담

공진호 : 저는 사실 미국에서 살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원서와 번역서 간 비교 독서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번역을 하기 시작하고 한국에 와서 번역서를 접했을 때 많은 오역이 눈에 띄더군요. 대개는 제가 잘 아는 작품의 첫 단락에서 제가 아는 것과 다른 내용을 발견할 때가 많았어요.

가령 이런 것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열면 첫 문장에 "the clocks were striking 13."이 나옵니다. 시중에 나온 번역을 보면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혹은 "시계는 13시를 치고 있었다"는 식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오웰은 첫 문장부터 자기 소설 속의 세계가 정상적인 세계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13시"라고 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군대에서나 철도 시간표 같은 경우 24시 시스템으로 시간을 말하잖아요. 시계들의 종소리가 13번 울리고 있었다고 해야 하는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입니다. 종을 13번 치는 시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일제히 여기저기서 시계들이 그 종소리를 울리는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문구나 실수라면 기억을 못해서 알아채지 못할 텐데, 작중 세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구절이라 기억하는 것이죠. 그런 게 의외로 많더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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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민음사, 정회성 역)

시계는 13시를 치고 있었다. (문학동네, 김기혁 역)

벽시계가 13시를 가리켰다. (열린책들, 박경서 역)

괘종시계가 오후 1시를 알리고 있었다. (더클래식, 정영수 역)

시계 종소리가 13시를 알렸다. (북로드, ??)

시계들이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을유문화사, 권진아 역)

괘종시계가 열세 번 울렸다. (부클래식, 김설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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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teenth stroke of the clock or "thirteen strikes of the clock" is a phrase, saying, and proverb to indicate that the previous events or "strokes to the clock" must be called into question. This is illustrated in the fictional case of "Rex vs Haddock" in which a remark by one of the parties is compared to the thirteenth stroke of a clock: not only is this thirteenth strike itself discredited, but it casts a shade of doubt over all previous assertions.

 

Adolf Hitler is quoted as saying, "I make it a principle not to stop until the clock strikes thirteen". This was in reference to him never giving up as Germany did in the First World War. This was said in November 1942 at almost certain defeat because at the time Paulus's army had surrendered and the German army had retreated in North Africa. He wanted to point out to his enemy that he was not going to surrender under any circumstances, by using an analogy that theoretically could not happen. (wikipedia)

********

 

The thirteenth stroke here doesn't refer to military time but to an old saying. References to a thirteenth stroke of the clock indicate that some event or discovery calls into question everything previously believed. Put another way, the thirteenth stroke of the clock calls into question not only the credibility of itself but of the previous twelve.

But notice in this opening line that it isn't just one clock malfunctioning, but the clocks. Presumably all of them. In this world, the clocks striking thirteen is not an aberration, but a normal way of life.

In this way, Orwell subtly alerts the reader that statements of truth in this fictional society should be called into question. (cliffs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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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엄마 교과서>에서 인용하는 다니엘 페나크의 주장이다.

 

독서인의 권리 장전

* 내키지 않는 책은 읽지 않을 권리

* 페이지를 뛰어넘어 읽을 권리

* 다 읽지 않을 권리

* 다시 읽을 권리

* 무엇이든 읽을 권리

* 상상의 세계로 도피할 권리

* 어디서든 읽을 권리

* 대충 훑어볼 권리

* 소리 내어 읽을 권리

* 자신의 취향을 변명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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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3-02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했다는 사람들은 다 이 책을 인용하다라고요. 저도 독서를 좀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하핫~ 참 좋은 책이라고 권해드렸더니 선생님들께서도 칭찬을 많이 하셨던 책이에요. 여기서 보니 반가워서요.

유부만두 2014-03-04 09:27   좋아요 0 | URL
저도 일단 사놓고요,.. "다 읽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중입니다;;;
 
삼대 - 염상섭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
염상섭 지음, 정호웅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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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을, 그것도 어휘나 문장이 만만치 않은 것을 고등학교 1학년 기말 평가로 받아들었을 때는 그냥 딱, 포기하자 싶었다.

 

아이가 따로 국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나랑 둘이서 매일 매일 몇 쪽씩 억지로 읽어나갔는데, 중후반 부터는 나 혼자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인물들의 속내까지 파고드는 묘사는 독자를 이야기 속에 계속 붙잡아 둘 만했다. 비열함의 끝을 보여주는 창훈과 수원댁 패거리, 찌질함의 끝을 보이는 상훈은 1920년대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바로 이 시대의 인물 같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한바탕 소란을 겪은 덕기가 이 소설 이후의 세월도 편안하게 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갈등이 아슬아슬하게 시작하고 있었고, 이 소설 인물들 모두들 진짜 살아있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읽고나서 "우아, 이건 걸작이야!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다구!"라고 외쳐 봤자, 고등학생들이나 성인들은 염상섭을 숙제라서 읽었으니 이 책의 근사함을 느끼기 힘들지 모른다. 아들 녀석 역시 후반부의 빠른 전개에는 속도를 냈지만 이 책의 맛, 이랄까, 멋은 고사하고 "삼대에 걸친 갈등과 시대상..."어쩌고 하는 줄거리 요약에 바쁘다.

 

숙제라서 읽었지만, 감사하고 감사하다. 염상섭 선생님, K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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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엄마 교과서 - 초등학교 공부, 이렇게 한다!, 개정판
박성철 지음 / 길벗스쿨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큰 아이 교육에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읽으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 막내에겐 그저 잘 읽고 생각하는 공부가 기본이라고 믿는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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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4 0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절판


그때 거기서 나는, 총살되지 않으려면, 교수형을 당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견디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결심하였다. 더 이상 나는 무관심에 빠져 허탈해 있어서는 아니 되었다. 나는 외모를 사람답게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것은 좀 우습게 들릴는지 모르겠다. 내가 새로이 발견한 정신적 저항력과 내 몸에 걸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누더기와 무슨 관계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묘하게도 그것들은 관계가 있었다. 그때 이후로 수용소 생활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주위를 살폈다. 그 결과 어떤 여자든 세수를 할 기회가 있는데도 하지 않거나, 신발 끈 매는 것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여자에게 생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123쪽

우리들이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유일한 증거는 우리들의 불꽃같은 눈동자들이었다. -135쪽

잠을 깨는 순간이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139쪽

살아남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요행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사회집단이 성취해야 하는 일이었다.-219~220쪽

신은 집단 강제수용소를 떠나버렸다. 정말 기적과 같이 보이는 일이지만, 거기에서 일어난 일은 인간의 정신과 의지로 성취한 일이었다. -229쪽

어떤 형태를 취하건 음식물을 나눠 먹는 일은 인간성이 상호 교환하는 한 증거였다. 이것을 통해 생존자들은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자세를 되찾을 수 있었고, 스스로를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었다.-251쪽

사실상 인간의 '불굴의 정신'에 대한 찬양과 피해의식을 인정하는 것은 뿌리가 같은 '사상적 기원', 곧 인간의 굴레는 오직 죽음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다는 서구문화에 근거한 것이다. 죽음은 지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완성의 세계로 향한 문이며, 타협에 의해 정복되지 않는 영혼을 입증한다. 매일매일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의 두 가지가 다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의 생명은 언제나 보다 높은 것을 위해 바칠 수 있는 생명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가려고 모든 수단을 다한다는 이유 때문에 협박 받고 모멸당하는 그런 인생이다. -287쪽

나는 비탄에 잠기지도 않았으며 기운을 잃지도 않았다. 생명이란 우리의 육체 안에 있는 것이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생각이 나의 살과 피 속으로 흘러들어 왔어, 그래, 그것은 사실이야! 고결한 예술 활동을 해 왔던 나의 머리가 영혼의 지고한 요구를 알게 되었고, 재인식하게 되었어. 이제 내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있더라도, 심장이 남아 있고, 사랑하며, 고통 받고 갈구하며 기억할 수 있는 살과 피가 남아있는 한, 결국 이게 삶이 아닐까? 보라, 태양이 보인다! -294쪽

생존의 핵심적 의미는 '죽음을 통과하여 살아남는 것'에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문학적 은유로 들리지만 생존자에게는 현실이었다. -309쪽

생존행위는 '인간다움' 그 자체에 생물학적 근원을 두고 있는 일정한 활동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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