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달렸다. 칼로리를 넉넉히 적립해놔서 한동안 걱정 없겠지만, 입맛은 펄펄 살아있어서 다음주도 어쩔지 나는 모른다. 막내와 밀떡으로 떡볶이를, 어묵과 버섯을 넉넉히 넣은 우동을, 맑은 콩나물국을 곁들인 낚지볶음밥을, 입가심으로는 치즈케익과 커피, 그리고 드디어 5승을 이뤄서 공동 8위를 한 엘지팀을 축하하며 통닭을 ...

 

그러느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로 시작해서 교토 소설들을 읽으려 한다. 동아리 대학생들과 도깨비인지 어떤 정령들인지 대거 나오는 단편소설집. '가오가마 소 호루모'는 열명의 대표 선수들이 천 마리의 미니 도깨비들을 이끌고 대학별 대전을 펼치는데 두 여학생들의 우정이 귀엽기도 별나기도하다. 포켓볼을 한번에 내던지며 '가랏, 피카추우~~~' 하면 저 짝에서 '네 차례야, 이상해 씨이!' 다만 이 몬스터들은 귀여운 외모가 아니고 건포도를 먹어야 기운이 솟는다고. 교토의 상징이라는 가모가와 강변에서 비오는 날 벌어지는 대전, 사다코와 쇼코의 우정의 확인. 시스터 후드.

 

정신을 차려야겠다. 주말엔 뭣에 홀린듯 달렸다. 월요일, 일탈은 그만, 정상으로 돌아오자. 일단 브런치 라면 물을 올린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04-0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떡볶이는 가능한데, 낙지볶음밥은 못 해서요. 완전 침이 고입니다.
LG 공동 8위 축하드려요~~ 8위에 통닭이니까, 1위 하면~~~ 으흠~~~~~~~^^

유부만두 2018-04-10 08: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기둥 뽑을까봐 LG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 속 터지는 애증의 팀이죠. 낙지 볶음밥은 (실은 남은 양념에 낙지 쪼끔만 넣고 빨리 볶아 버린 거에요. 양이 적어서 계란을 세 개나 부쳐서 얹었고요)

목나무 2018-04-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게 남는거죠. ㅎㅎ
저도 주말에 배를 든든히 채웠는데 지금은 텅텅 비었어요. ㅜㅜ
빨랑 퇴근해서 또 채워야징. . ㅋㅋ
맛저녁하셔요. ^^

유부만두 2018-04-10 08:2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요즘 식욕 돋는 막내 덕에 반강제 요리사입니다. ^^
해목씨는 더 드셔야해! 그렇게 말라서 어쩌우. (이건 참견 잘하는 아줌마 모드로 썼음)

꼬마요정 2018-04-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뷰만두님~ 블루보틀 서울에 삼청동이랑 명동성당이랑 또 어디 들어온다더라구요~
반가운 소식이라 달려왔어요 ㅎㅎㅎ

엘지를 응원하시는군요 ㅎㅎ 저는 롯데연고지라 야구 끊었습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18-04-10 08:21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블루보틀 궁금하네요. ^^

롯데....하....지난 주말 없이 사는 팀 끼리 참 맘이 짠했어요. 서로 누가누가 못하나 ... 이래서 엘롯...이라고 부르나봐요. 야구를 끊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그 비법은요?

psyche 2018-04-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야구 팀이 전부 몇개야? 나는 한 8팀 정도인줄 알았는데 공동 8위라고 하는걸 보니 최소 꼴찌는 아니라는 듯?

유부만두 2018-04-16 07:49   좋아요 0 | URL
총 10개에요. 요 며칠 잘해서 4위로 올라섰고요.
 

지난달에 갔던 어린이책 강연회에서 강사님의 추천을 받은 윤승원 님의 만화 이야기 책을 구입했다. 날은 춥고, 토요일이지만 더 집안에만 있고 싶은 날. 부추전을 구워서 아이랑 먹었다. 많이 많이.  

 

 

'맹꽁이 서당'의 친구뻘인 '청개구리 글방' 에서 벌어지는 일이 엉성한듯 정겨운 그림체로 펼쳐지고 읽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개구지고, 훈장님은 나이들어 노쇠한데 서로 모두 호호호. 담뱃대로 꽁꽁 꿀밤을 먹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결석도 안하고 이야기 (이바구) 듣겠다고 한자 외우기 숙제도 열심히 한다. (이쯤되면 판타지)

 

조선시대 기인으로, 혹은 효자나 충신으로 이름났던 (하지만 사회 역사 책에선 흔히 다루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훈장님이 이야기 해주신다. 장사로 이름났지만 겉으론 약골이었다거나 귀신에게 홀려가던 아이가 어떻게 죽은 이도 살리는 神醫가 되었는지 등등의 이야기다. 한번에 내리 읽기에는 양도 질도 만만찮아서 나눠 읽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유교 스피릿의 조선 이야기라 충! 효! 하는 대목에선 거부감도 들고 (효자가 나쁜 사람일 리가 없다고요? 가족 이기주의 범죄가 조선시대라고 없다고요?) 부모 선생은 무조건 명령하달이고 아이들은 따르기만 한다는 법은 (이러면 애들이 책을 안읽는다고요!) 곰팡내가 난다. 그래도 훈장선생의 헐렝한 미소와 아이들을 대하는 넉넉한 마음은 '뭐 이런 시절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자도 중간중간 꽤 들어있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도 있고 (제발) 흔한 학습만화 류 보다 훨씬 알차기에 초등 고학년은 우습게 여기겠지만 추천 추천.

 

 

함께 산 '아무튼 스릴러' 쬐끄만데 재미는 있겄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8-04-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꽁이 서당, 요철 발명왕!! 이분이 아직도 책을 내시고 계신지 몰랐어요. 반가운 마음에 저도 이 책 주문해서 보기로 ^^

유부만두 2018-04-08 16:01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읽었던 생각도 나고 좋았어요. 요즘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속깊은 맛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드는 만화에요. 아이 눈에는 설겠지만 읽어보게 하려고 샀어요. ^^ ‘한심이 표류기‘ 찾아봤더니 중고가격이 몇십 만원을 넘네요. 이런....

psyche 2018-04-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보니 반갑네!

유부만두 2018-04-16 07:48   좋아요 0 | URL
어린이 시절 .... 꺼벙이도 생각나고요. ^^
 

혜진아, 문학동네에서 새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가 나온대. 예전에 열린책들의 두 권짜리 벽돌 판으로 읽으면서 손이 아팠던 기억도 새롭더라. 막연하게 아버지를 살해하는 아들, 이야기로만 알고 시작했는데 첫권 700쪽이 끝나도록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패륜의 마음으로 조바심이 났었지. 한동안 도스토예프스키를 찾아 읽고, 좀 더 우아한 톨스토이도 읽느라 겨울만 오면 사각형 털모자를 사고 싶었어. 우리 함께 페테르부르그에 가기로 한 약속 잊지않았지? 사실 나의 러시아 문학 읽기는 석영중 교수의 입문서들 덕이었는데, 설명이 너무 재미나서 소설을 찾아읽고, 또 읽고 그 긴 이름을 후루룩 라스콜리니코프, 하고 한 호흡에 말하게 되었어. 그런데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 전에 우리끼리 말했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석 교수의 평엔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그런데 말야, '전쟁과 평화'를 읽고나니까 난 톨스토이가 더 좋아졌어. 그의 도덕책 같은 '부활'은 치워뒀지만 이번에 나온 '하지 무라트'는 좋더라? 얇고 (이거 중요함) 묵직하고 거친 야생의 맛, 이 살아있는데 그래도 그 중심엔 인간, 맞어, 결국엔 인간을 읽는 거니까, 인간을 만날 수 있었지.

 

 

 

작년에 절판된 모출스키 평전도 구해놓으니 얼마나 뿌듯하던지 몰라. 내가 자랑을 했던가? 읽는 건 뭐 천천히 언젠가, 할 거야. 약속.

 

 

우리 같이 러시아 강연 찾아 듣고 책 읽고 그랬는데, 그게 벌써 한참 전이네. 이번에 새로 나온 석영중 교수의 '인간만세', 카라마조프 형제 읽기 책을 얼른 샀어. 네 생각이 먼저 났지. 서문 첫 부분부터 AI나 휴먼게놈 프로젝트, DNA 조작 등을 언급하며 '인간성'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저자는 인간성이 사실 뭔지는, 인간이란 게 뭔지는 그닥 명료하게 적어놓질 못했어. 그냥 어르신들 말씀 같은 느낌도 들어서 살짝 지루하려던 차에 본론이 시작하지. 두둥. 이 책은 얇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하지만 그 깊은 속은 인간, 만큼 복잡하고 어지럽겠지. 혜진아, 할 말이 많아. 함께 읽고 싶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4-0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만세는 저도 읽고 싶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온라인에선
제값을 다 받더군요. 얇은데 값도 오지게 비싸고...ㅋ

유부만두 2018-04-08 16:01   좋아요 0 | URL
도서관 이용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도토리 사용 설명서 징검다리 동화 16
공진하 지음, 김유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증 장애아 유진이의 이야기를 읽는다. 혼자서는 일어서 걷지도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는 아홉 살, 이제 초등 2학년 생. 집 근처 학교 대신 자동차로 한참 가야 있는 특수 학교에 다니는 아이. 고개는 자꾸 옆으로 가고 침은 흥건하게 흐른다. 잠을 자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싶어도 베개에 파묻혀서 숨이 막히기도 한다. 엄마, 라는 발음보다는 쉬운 '이여'로 엄마를 부른다. 화장실 용무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의 몸에, 휠체어 위에서 쉬를 해 버리기도 한다. 같은 반 친구는 독한 약기운에 계속 졸거나,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유진이를, 유진이도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는 아이의 울음이나 투정에 노련하게 유머로 대처한다. 아이를 감추며 변명하는 대신 아이를 세상에 설명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주위와 나눈다. 엄마는 학교 버스에 아이를 태우고 혼자 숨 돌릴 틈을 겨우 갖는다. 밤늦게 까지 자영업을 하는 아빠는 아이에게 덤덤한 애정을 보이는데 여느 아빠와 다르지 않다. 아이는 새로운 선생님과 만나서 물리치료를 즐기는 법을 배우고, 이야기 듣기를 즐기고, 글씨 표시하는 법으로 속 이야기를 꺼낸다. 비장애아이들과 함께 숲속에서 열리는 캠프에도 엄마 없이 참여한다. 위험 없고 사고 없는 성장은 없고, 동굴이나 섬에서 없는듯이 살 수도 없다. 유진이는 동굴에 숨는 대신, 동정어린 시선과 혀차는 소리 대신 인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오늘도 자란다. 데굴데굴 도토리는 조금씩 상수리 나무로 커간다.

 

이 모든 이야기가 귀엽고 밝고 힘차게 그려진다. 장애인은 불쌍한 존재이니 도와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비장애아인인 내가 좋은 사람이라 확인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진이 엄마의 고생은 눈에 보이지만 천천히 엄마 없는 공간의 아이를 그려내서 감탄했다. 아직은 장애아 엄마들이 '죄인 혹은 투사'가 되는 우리나라 상황에 마음이 아프다.

 

 

<장애와 함께 크는 사회> 엄마의 고군분투, 우리 아이가 '섬'이 되지 않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11634001&code=9404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한 정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