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한국 여성 화자가 들려주는 한국 문화 묘사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한 젊은 여성 작가 Frances Cha의 올해 나온 소설, 이러니 피할 수가 없지.


하.


그런데 이게 뭔지.


네 명의 화자는 개별적이라기 보다는 네 개의 유형이고 여기 저기에서 흔히 드리는 에피소드들의 총합이다. (여러 재벌가 애정 자살 연예인 룸싸롱 루머들이 떠오른다) 사연은 구구절절하고 사건은 예상가능하며 어느 인물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 티비 아침 드라마의 소재로 쓰기에도 식상한 인물과 전개. 


헤어 디자이너 아나, 룸싸롱 텐프로 미녀 규리, 고아원 출신으로 장학금으로 유학한 화가 미호, 불우한 성장기를 지낸 젊은 임산부 원아. 이들 넷은 논현동 유흥가에 인접한 오피스텔 이웃으로 서로가 겹치듯 따로따로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유학시절 만난 재벌 2세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미호, 비슷한 경험으로 아픔을 경험했던 규리,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아라가 집착하는 K-Pop 스타, 룸싸롱의 추태와 불치병 혹은 문화의 얼굴인 성형 등등이 정신없이 묘사된다. 이 모든 걸 서술하는 작가의 깔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불편했다. 거리감. 소설 속 인물들과 독자를 너무 쉽게만 본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21세기 한국 문화를 예리하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펴내고 팔다니 ... 하아... 특히 결말의 장면은 너무 상투적이고 감상적이라 내가 다 부끄러웠다.


영어문장은 매우 평이해서 (한국 단어도 많이 씀) 후루룩 읽기엔 좋지만 이런 소설을 .... 계속 짜증이 났다. 사실 룸싸롱이나 성매매, 엉망인 성인지감수성, 외모지상주의나 재벌 등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래도 너무 하지 않나? 작가는 좋은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교육도 받았고 CNN 에디터로도 일했다니 좋은 글과 좋은 소설이 어떤 건지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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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7-3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관심가서 검색해보니 별로라고 하는 리뷰가 많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그렇군요.

유부만두 2020-07-31 16:15   좋아요 0 | URL
전 리뷰를 안 보고 그냥 출판사 홍보에 낚여서 읽었는데 ... 정말 후진 소설이에요.
 

http://bookple.aladin.co.kr/~r/feed/43588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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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영어소설을 읽는데엔 앨리슨 위어의 공이 컸다. 헨리 8세와 여인들 이야기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여인천하 쯤 되는 궁의 암투와 애정 이야기라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엘리슨 위어 보다는 더 문학적이라고 하는 힐러리 맨틀의 소설 The Mirror and the Light 이 '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올랐다. 

https://youtu.be/AYbYLL7lLbM


Wolf Hall 트리올로지를 챙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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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7-3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미로 영어소설을 읽는! 그저 존경합니다. 유부만두님 @_@;;

유부만두 2020-07-31 14:33   좋아요 0 | URL
존경까지는;;;;;
영어로도 읽으니 사야할, 챙겨야할, 읽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날 뿐이고요.
제 척추는 한계가 있는데 말이죠. ㅎㅎㅎㅎ
 


디킨스의 작품을 대할 때는 접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애를 할 필요도 없고 꾸물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디킨스의 목소리에 항복하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나는 50분의 강의 시간을 항상 말없이 명상하고 집중하며 디킨스에게 감탄하는 데 바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상과 감탄을 지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황폐한 집>을 읽을 때 우리는 그저 긴장을 풀고 뇌가 아닌 척추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 물론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지만, 예술적인 기쁨은 양쪽 어깨뼈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등에서 느껴지는 그 작은 전율은 확실히 인류가 순수예술과 순수과학을 발전시키며 얻은 최고의 감정입니다. 그러니 척추에서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설렘을 숭배합시다. 우리가 척추동물임을 자랑스러워합시다. 우리는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는 척추동물입니다. 뇌는 오로지 척추의 연장일 뿐입니다. 양초의 심지는 양초의 몸을 끝까지 관통하는 법입니다. 만약 이 전율을 즐길 줄 모른다면, 문학을 즐길 줄 모른다면, 전부 다 포기하고 만화, 비디오, 라디오에서 발췌해 읽어주는 책에만 집중하세요. 하지만 나는 디킨스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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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28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고 나니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먼저 읽어야 할지 <황폐한 집>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위의 인용글 너무 좋은데요^^

유부만두 2020-07-28 10:12   좋아요 0 | URL
좋죠? ^^ 척추동물 독자로서 양 어깨 사이로 전율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moonnight 2020-07-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추동물이라서 다행입니다ㅎㅎ 아이고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네요. 이런 행복♡

유부만두 2020-07-31 14:33   좋아요 0 | URL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고 말입니다.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던 최초의 비평가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들 또한 뉘앙스가 부족했다. 그들은 대부분이 남자들이었고, 남편이 언젠가 말했듯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기본적인 주장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두 가지의 단순하고 단지 애처로운 뿐인 진술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남자들 또한 고통받는다" 이고, 또 하나는 "내 아내는 그런 식으로 느끼지 않는다!" 는 것이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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