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 책을 좋아하면스 정작 사지는 않는단 말이야, 아오이는.
마빈은 종종 이상스럽게 여긴다.
- 읽고 싶을 뿐이지, 갖고 싶은 건 아니거든요.
하기야, 맞는 말이군, 이라며 마빈은 미소짓는다. 상냥하게, 사려 깊게.
한때는 책꽂이에 마음에 드는 책을 쭉 꽂아 둔 적도 있다. 케프렐로 거리의 아파트, 조그만 아이 방 책 꽂이에는 파종과 린드그렌, 일본의 옛날 이야기와 그림 동화와 칼비노가 꽂혀 있었고, 얼마 후에는, 모라비아와 다붓키, 모리마리와 '겐지 이야기'가 더해졌다. 세조에 있는 아파트 책 꽂이에는 '산가집'과 '신고금화가집', '우게츠 이야기'와 '우지슈이 이야기', 다니자키와 소세키로 꽉 차있었다.
- 소유는 가장 악질적인 속박인걸요.
-49-50쪽

결국, 사람은 그다지 성장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204쪽

랏데리아,란 직역하면 우유를 마시는 곳이라고 하는데, 하교 길에 초등학생이 마중하러 온 엄마와 차를 마시곤 하는 소박하고 고풍스런 분위기의 가게입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구름진 추운 날의 오후, 랏데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아, 아오이는 이런 곳에서 자랐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자후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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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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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Rosso 라는데 표지는 현란한 어륀지 색이다.  

몇년전 뒤늦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고, 나의 연애시절, 유학시절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가슴이 뛰었더랬는데, 다시 한 번 그 따끈함이 그리워서 손에 들었다. 친구들은  심드렁한 독후감을 나누면서 비추를 해댔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청소력>이니, 그 책도 나름 집 정리를 하게 날 닦아 세웠으니, 그보다 못하지만 않는다면.... 

그럭저럭 연애시절, 젊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영화를 먼저 만나서인지, 그 따끈한 감동을 다시 받을 수는 없었다. 너무 완벽한 남자 마빈, 그저 신비로운 아오이, 그리고 너무 이국적인 유럽, 하고도 이태리 밀라노.  

가볍고 우울하기만 해서 ...딱히 그 둘이 다시 만나는 피렌체 장면도 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진짜 더 우울했던 오월 봄날, 이 아줌마에겐 작은 위안이 되었다. 그라찌에, 아오이, 내 그대에게 감정이입은 못하겠지만, 내 먼 옛 연애시절을 떠오르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그런데, 너무 튕기고 그러지 말아요. 금방 마흔되고요, 젊은날은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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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Across the Univers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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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책에 비틀즈가 나오길래,  비틀즈 노래를 듣고 영화도 찾아서 봤다. 이건 비틀즈의 노래들로 재구성한 그시대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옥같은 노래들 Let it be, Across the Universe, Revolution, Hey Jude, ... 등등은 배우들이 부르고 뮤직 비디오 같은 영상과 노랫말들이 생생하게 빛난다.  

그런데, 비틀즈 노래들은 왜 합법적으론 다운받을 수 없는가. 아쉬울 뿐이다.   

저 뭉개진 딸기는 영화에서 젊음으로, 성조기의 줄무늬로, 피로, 생명으로 표현된다. ....배경음악? 물론 Strawberry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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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4-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비틀스에 빠지셨군요!

유부만두 2010-04-30 10:57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27만원짜리 비틀즈 박스 셋트를 살 뻔 했다니까요. 뻔.
 
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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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이게 뭐야? 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이제 '카프카를 읽어본 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이란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해서 비굴해질 것이 아니라 읽으면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읽고 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을 읽은 사람과 똑같아 지기 때문이다. -138-139쪽

소설 집필이라는 작업은 어찌 보면 마라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거리 달리기의 반복이다. 지속 가능하도록 힘을 조절하며 써나가도 긴장감 있는 작품이 되기 힘들다. 숨쉬는 것도 잊을 만큼 집중해서 도전했다가 쉬고 또다시 도전했다가 쉰다. 그런 반복만이 진정으로 작품을 연마하여 충실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작가가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 읽다가 지쳤을 때는 당연히 책을 덮어야 한다. 억지로 읽으려고 해봤자 절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기는커녕, 피로와 불쾌감은 내용 자체를 왜곡시켜버릴 것이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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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쟁이, 루쉰
왕시룽 엮음, 김태성 옮김 / 일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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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루쉰의 미술적 재능과 예술론에 대한 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초반부를 읽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이 책은 그의 대단한 그림 실력이나 대단한 예술론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늦잠을 자느라 학교에 지각하고 선생님의 꾸중을 들으면서 책상에 이를 조早를 칼로 새겨넣는 학생의 머리통이 있었다.  

1920-30년대에는 중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해 내는 작업의 조언을 위해 중국의 옛 문 모양, 손오공의 몽둥이, 무인들의 화창을 원고지나 편지글 한켠에 빠른 펜으로 그려 넣어 설명하는 중국 소설의 애호가가 있었다. 그리고 저잣거리에서 연인에게 멍청한 간식이나 건네는 숫기없는 청년이 서 있다.  

유럽의 목판화나 삽화 도안들을 섬세하게 베껴내어 수채화로 색을 입혀 수집하던 그는, 아름다운 책을 '중국인들을 위해서'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시대에서 군중들을 이끈다는 자의식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그의 자의식이 별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좋은 러시아나 독일의 소설을 꼼꼼히 번역하여 중국의 독자들과 나누길 원했고, 좌익 문인들의 단체에서 활동했지만 '진정한 프롤레타리아는 없는 죄를 만들어 무고한 이를 법의 테두리에 가둘 리 없다. (234)'고 하면서 자신의 '한가함에 대한 글'을 설명했다.  우리 역사 못지 않게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그는 책을 만들 때면, 값을 낮추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자 했고, 강렬하면서 간단한 표지를 선호했고, 목판화의 소개를 위해 체홉의 소설을 이용할만큼 융통성도 있었다. 그림이나 글 어느 하나가 우월한 위치에 있기 보다는 책으로 묶여 독자를 만날 때면 하나로 녹아 조화를 이루게 했다.  

그의 책들이 금서가 되고 탄압을 받기도 했지만, 금지된 제목인 '위자유서'는 라틴어로 표기하고 그 아래 '불삼불사서'(不三不四書 - 얼토당토않는 글이라는 비판)라고 써서 책을 묶어내기도한, 그는 대인배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답답한 외침' 과 '한담'들을 미리 알지 못해 겉표지 도안으로만으로 만나면서도 그의 짧은 인생(56세에 병사했다)동안 남은 숱한 글에대해 존경이 샘솟게 된다. 이래서, 책은 표지로도 판단하게 되는가보다. 그의 순한듯, 하지만 뼈있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달이 밝고 바람이 맑으니 이렇게 좋은 밤이 또 어디 있을까?" 좋다. 우아한 풍류의 극치이니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하지만 역시 풍월에 대해 언급하면서 "달은 어두워 사람들의 밤을 죽이고, 바람은 높아 하늘에 불을 지르네"라고 노래한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다? 역시 한 수의 고시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풍월을 논하는 것도 결국은 혼란을 얘기하려는 것이지만, 결코 '살인과 방화'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풍월을 많이 얘기한다'는 것을 '국사를 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분명한 오해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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