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코브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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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 제목에 Lust Lizard 가 들어있고, 현란한 표지 그림에 물고기와 금붕어 같은 꽃 항아리를 머리로 얹고 있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푸른숲에서 내 놓은 <디 아더스> 시리즈가 말하는 "다른 이들"이 정말 다르다는 걸.  

초반 부, 관광객들이 떠나고 조용하게 9월을 맞은 캘리포니아 코브 마을에 주민 대부분이 프로작 같은 항우울증 알약을 먹는다고 했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바로 이 만성 우울증, 아니면 만성 나른함에 젖어있던 마을을 뒤흔드는 그 분이 오신다. 바다괴물. 

파충류라고, 괴물이라고, 공룡이라고, 아니면 정말 "신"이라고도 불리는 멋진 숫컷, 하지만 오래전엔 암컷이었으며 수천년간 저 뜨끈한 바다 화산 옆에서 자다 깨다 했던 생명체. 그 생생한 생명 덩어리가 육지로 올라와서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나른한 코브 마을의 대마초 피는 보안관과, 나쁜 놈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생명체에게서 각자 다른 것들을 보고, 느끼고, 기대하는데, 재미있게도 "나쁜 마쵸"들만 희생당하는 설정도 이게, 무슨 .... 상징이나 아님 무슨 비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랴. 공룡 옆엔 공주님이, 우리의 괴물 옆엔 몰리가 있을 뿐. (몰리의 화려한 과거 장면에서 난 나름대로 "킬빌" 을 떠올렸다)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이 읽었으니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황당하기만 했는데, 책 속의 거짓뿌렁이에 적당히 물들 즈음, 이야기는 뒷정리에 들어가더니 아주 착하게 끝난다. 사실 좀 더 화끈하게 괴물의 눈과 입과 두 손으로 마을의 가식을 파헤쳐 주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말이다. 이야기가 쫀쫀하기 보다는 성기게 대충 대충 뛰어넘지만 사건들이 하나 같이 즐거움과 괴기스러움 사이를 오가는지라 꼼꼼히 따질 필요는 못 느꼈다. "색다른" 이야기가 궁금할 때, 늦 여름 오늘 같이 비가 계속오고 축축 처지는 날,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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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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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하는 어머니, 믿음직스러운 아버지, 귀여운 아이들, 그리고 자애로운 조부모들...모두가 아름다운 가족 신화의 일부분들이라면,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가족은 다들 뭔가가 부족하고 삐걱거린다. 사랑의 가족, 따위는 없고, 피를 나눈 가 족이 남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 하고 생각하게 된다. 또, 그들이 살아가는 집도 마찬가지다. 다들 너무 높거나, 크거나, 비싸거나, 낡고 삐걱거려서 허물려고 했더니 돈이 너무 들어서 방치해 놓았다. 어쩌면 가족이나 집이나, '돈'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버블 경제의 상징인 고층 맨션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족, 경매로 그 집을 사려는 소시민, 그 사이에 버티기로 끼어드는 가짜 가족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짜 가족들의 남보다 못한 가족 이야기들이 거푸 거푸 600쪽 넘게 이어진다. 사람이 죽고, 살인자에게 '사회적 현상' 쯤 되는 변명거리를 안기는 게 싫었는데, 역시 작가는 그런 어정쩡한 감동 코드는 쓰지 않았다. 후반부로 갈 수록 연속해서 나오는 가족 드라마에 질리는 느낌도 들지만, 역시 글"심" 있는 작가기에 맺음도 깔끔하다. 다들 그 빈 아파트에 괴물 원혼을 세우고 싶었을텐데, 작가는 그 마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왜 죽였는가, 그 이유를 굳이 알아야 겠는가? 그것도 초호화 20층 맨션에서 네 명의 목숨이 사라진 사건이라면 더 흥미가 동하는가? 그럼 책을 읽어야겠지. 그리고 계속 나오는 비정상적인 가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당황스럽더라도 책 중간에 읽기를 멈출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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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1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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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철학이라고 해서, 중학생 방학 숙제라고 해서, 이 책이 쉽겠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우습다. 중학교 세계사 시간, 도덕 시간, 또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계속해서 나오는 철학사. 철학 사상 정리를 한두 줄로 해서는 안돼는 건데, 시간에 쫓기고 내용은 어려워서 대충 땜질 공부만 했던 탓에 아직도 나는 철학이 어렵고 무섭다.  

전 3권으로 나온 <소피의 세계>는 소피라는 (우리 나라 나이로 중2) 여자 아이가 의문의 엽서, 철학사 내용 설명이 담긴 편지와 비데오 테입등을 받고 공부도 하고 미스테리도 풀어가는 이야기다. 1권에선 상황이 점점 미궁에 빠지는 데까지 나오고 철학사는 제일 처음 문제, "세계의 시작은 어디인가?"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가?" "나는 누구인가?" 에서 시작해서 기독교의 시작, 헬레니즘 문화와의 충돌 및 융화, 바울의 전도 까지 다루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인 요슈타인 가아더는 중간 부분 철학과 신화를 비교하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라 북유럽 신화를 다루고, 영혼이나 종교 이야기를 다룰 때도 철저하게 비종교인의 입장을 취한다.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비교도 언급되는데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설득력이 있었다. 철학사와 종교사를 따로만 봐와서인지 기독교의 시작을 이렇게 인류사의 입장에서 다루니 교인도 아니면서, 왠지 불경스런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참신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렇다. 책 속의 철학선생님이 말한대로 우리는 마법사가 모자에서 꺼내드는 토끼, 그 털 속에 사는 진드기인지도 모른다. 진드기에겐 토끼가 모자안에서 따뜻하게 웅크리고 있어주면 만사형통일텐데. 그렇지만 모자 밖으로 나와서 두 긴귀를 웅켜잡은 마법사의 손을 알아볼 수 있는 진드기라면 정말 더 없이 멋진 일이고.  

책은 옛날식 편집이라 (1994년 초판) 행간도 빡빡하고 말투도 뻑뻑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에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갑작스레 편지나 엽서를 받는다는 설정이 진부하기도 하고. 하지만 두어장을 넘어가면 철학사를 공부하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레) 생겨서 계속 읽게된다. 한 번만 읽어서는 내용도 정리가 안 될거고 두세 번은 반복해서 읽어야한다. 설명이 친절하지는 않지만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다. 중학생 아들도 열심히 읽는다. 어느정도 이해했는지 의문이지만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한다. 이제 시작이다. 진드기가 토끼털을 잡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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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1 - 눈동자의 집, 개정판 위험한 대결
레모니 스니켓 지음, 한지희 옮김, 브렛 헬퀴스트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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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표지, 기괴한 분위기의 어른 앞에 주눅들어 보이는 세 어린이. 게다가 뒷 표지에는 작가의 경고성 글까지. "읽지 마시오. 이 글은 위험하고 슬픈 이야기요."  

얼마전 완역된 13권의 스니켓의 대 서사시(!) 의 첫 권을 읽었다. 6년 쯤 전 영어로 읽은 기억이 가물거리기도 하고, 짐캐리 주연의 영화 장면들도 드문 드문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책에서 누굴 만났던가? 귀여운 세 꼬마도, 교활하게 이런 저런 모습으로 나타난 명배우 올라프 백작도, 그에게 당하는 후견인들도 아니다. 난 장난꾸러기 레모니 스니켓을 읽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의 윙크하면서 "넌, 알지? 내 말?" 하는 그 능청스러움을 읽었다. 책은 마치 그가 단테인양 베아트리체에게 헌정되었고, 아이들 이름은 보들레르. 또 유산 관리자는 포우 아저씨, 그의 아들 이름은 에드가 이런 식이다...그래서 아이들이 당하는 온갖 비극들이 덜 무섭고 - 아, 난 애엄마지만 어린이 소설이나 영화를 읽을 때 완전 회춘해서 초등생이 된다는! - 아이들 뒤에 이 힘센 (그렇다, 펜은 칼보다 세다) 스니켓 아저씨가 버티고 있어서 듬직했다.  

부모가 갑작스레 떠나버린 이 풍진 세상에서, 맏이가 법정 성인이 될때 까지, 세 아이들은 못된 후견인의 탐욕을 피해서 버텨야 한다. 그렇다. 이 세상은 어른들의 것이니, 아이들은 억울할 뿐이다. 아이들은 당하고, 또 당한다. 착한 어른들은 게으르거나 어리석고, 나쁜 어른들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술수를 쓴다. 아이들이 이기는 방법은 어서 어른이 되는 거다. 그 새 나쁜 어른들은 힘이 빠지고 늙어버릴테니까. 이런 괴씸한 아이들의 속내를 스니켓이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주니 아이들이 (그리고 나처럼 나이를 잊은 어른들도) 좋아할 수 밖에.

우리말로 읽는 스니켓은 많이 달랐다. 분위기는 여전히 슬픈 비극으로 가득찼고 첫 장부터 타버린 집에서 올라오는 재와 연기로 자욱했지만, 뭔가 달랐다. 영문을 그대로 직역하는 대신, (안타깝다. 조금만 더 직역을 했다면 영문합본으로도 나왔을것을) 우리말 분위기와 흐름에 맞도록 문장을 새롭게 편집한 덕에 세 어린이 주인공들이 더 생생하게 자신들 목소리를 낸다. 종종 글 속의 "나"는 스니켓이 아니라 빅토리아나 클라우스가 되기도 한다. 스니켓이 슬쩍 사라지니 어쩐지 섭섭하기도 했고, 책 표지 안쪽에 턱하니 써있는 그의 본명과 실제 나이에 그간 내가 품었던 그림자 사나이 스니켓의 환상이 홀딱 깼다. 아니, 아자씨, 나 보다 젊었어요? - -;; 물론 그동안도 인터넷 검색으로 이 작가의 본색을, 아니 인적사항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의 작품에서 만나는 건 실제 인물이라기 보다는 소설 전체에서 독자들과 상호 작용을 벌이는 스니켓이었는데....  

그래도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세 아이들이 예쁘다. 빅토리아의 절망과 결심의 독백 (아니, 방백)은 절절하고 클라우스의 목소리도 힘차다. 서니의 "아아앙"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 아이들이 나머지 열두권에서 얼마나 더 자라고 더 용감해져서 이 나쁜 어른 (의 종합세트인) 올라프에 대적하는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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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최효찬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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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큰 아이의 방학 숙제로 나온 책이다. 세계 여러 명문가와 위인들의 독서 취향과 교육관을 정리했다. 저자의 다른 책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그저 책을 읽으라고만 하는 대신 부모가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데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런 독서가 - 요즘 말로 공부 잘하는 학생을 '공신'이라 부르듯 저자는 독서를 잘하는 학생을 '독신'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재치도 없는 이 표현을 저자는 계속 반복한다 - 만들어내는 진정한 독서가는 대입 시험장에서 독서 기록장을 자랑스레 내밀수 있는 학생, 미국 명문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저자에게는 신사임당도 '알파 맘'이 된다.  

세계의 명문가의 자녀들은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서 특별한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저자가 예로 든 흥청망청 부자 아들들도 있었겠지만, 그외 명문가 사람들의 독서 이력을 내 자녀에게 그저 본받으렴, 하고 보여주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유럽의 강대국이 식민지 정책을 죄책감 없이 펼치고 있을 때의 대갓집 도련님들이 읽는 책들을 말이다. 빌 게이츠가 공공 도서관 이용을 했다지만, 그도 있는 집 자제였고 자퇴를 했어도 하버드 대학에 다녔던 사람이다. 스티븐 잡스의 요즘 구설수를 생각한다면 그를 단순히 '위인'으로 부를 수는 없다. 아무리 그가 책을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특권층들이 누렸던 기존 독서 필독서 목록 말고, 진짜 (어느 독서가의 표현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 목록과 그 책을 읽고 기뻐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 안에서 간간이 인용되는 청소년기의 방황이나 애독서는 너무 간략하게 소개되고 넘어가 버리고 시종일관 이렇게 해야 좋은 대학에 갑니다, 식으로 설명을 하니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읽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책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 교육법, 대학 보내기 법, 의 또다른 변형에 불과하다. 표지에 책과 독서가들을 내세웠지만 대학입시나 유명인사가 목표가 되어버린 '독신讀神'이라면 반갑지 않다. 이 책이 중학생들에겐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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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09-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재미 없댄다. 아들 녀석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