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엄선한 세 권의 책을 보내주는 줄 알고 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아, 그게 아니라 민주주의, 다수결의 시스템으로 유아, 청소년 쪽의 다른 리뷰어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두 권을 뽑아서 준다는 말이었다. 즉, 예전의 무작위 일주일에 두 권 대신,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권을 한 달에 꼼꼼히 읽어야 된다.  

그리하야, 나의 이번 달 숙제는 아래 두권. 


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 / 신병주, 이혜숙 / 책과함께 어린이
조선 시대의 기록 문화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잘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조선 시대 기록을 담당하던 <규장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자랑스러운 우리의 투철한 기록 정신과 빛나는 기록 문화를 읽을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 알라딘 8기 신간평가단 '슈퍼남매맘'님


열네살이 어때서? / 노경실 / 홍익출판사
아동문학가 노경실의 첫 성장소설로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열네 살 소녀의 성장통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생각과 생활모습, 방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란다. 딸이 작년에 열네살이었고 그때 사춘기를 겪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다.
- 알라딘 8기 신간평가단 '선인장'님 

 내가 골랐던 책들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지만 7기 활동할 때 처럼 으악! 하고 던지고 싶은 책을 만날일은 없을 듯 해서 안심이다.  

자, 요즘은 나이를 언급하는 책들이 부쩍 눈에 띈다. 아들녀석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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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 열여섯의 섬 샀어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창훈님의 작품이라 잽싸게 구입해 두었지요. 후훗 열 여섯의 섬을 보니 반가워져서 그만. ㅎㅎ

유부만두 2010-10-30 11:47   좋아요 0 | URL
전 그책을 한작가님 행사에 가져가서 아주 멋진 사인도 받아왔지요!
<**에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한창훈 아저씨가>
ㅎㅎ 대단하죠?
 

중학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화 <명혜>는 수원 명가댁 규수 '아기씨'가 서울로 유학 오면서 신학문과 격변하는 세대를 대하고  커나가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란다. 어제 읽기 시작해서 이제 어린 명혜가 오빠랑 기차로 서울을 향하는 중이다. 명혜는 기차 멀미를 하고 있다.  

 표지의 어린 아기를 업은 소녀가 있기에 명혜가 몽실언니랑 비슷한 처지인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장면에서 명혜는 가마를 타고 이웃마을 사촌의 결혼식에 가더니, 1910년대에 서울에 있는 여학교에 가겠다고 결심을 한다. 표지의 슬픈 표정으로 짐작컨데 앞으로 펼쳐질 소녀의 인생이 평탄치만은 않겠지만 글은 조분조분, 나직나직하고, 주인공이 여자아이라서 인지 아들놈은 당최 흥미를 못 느낀다. (그 증거가 사흘내내 60쪽을 읽은게 고작)  

대신 얼마전 나온 '청소년 소설'을 붙들고 있다. 큰 애가 '완득이'에게 반해서 자기는 완득이 만큼 재밌는 책이 (꼭 주인공이 남자여야 한댄다) 있다면 바로 사달라고 부탁까지 했기에 건넸던 책이다. 나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조금 불안하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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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야, 아들 (놈) 아! 요새 책을 좀 읽기 시작하더라? 요새 네가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를 읽기에, 물론 학교 숙제이긴 했다만, 대견했다. 책읽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 눈엔 더 없이 이쁜 법이다.  

가만히 내가 중학교땐 뭘 읽었더라, 생각해 봤더니....처음 배우는 세계사 시간에 나오는 작가들의 책을 (토마스 만, 막 이런거!!!!) 읽었지만 지금은 줄거리도 생각 안 나는거 있지. ㅜ ㅜ 하지만  헤르만 헷세, 전혜린. 딱 고맘때 성장기 문학으로 지나치게 되는 (하지만 그땐 나 혼자 이 좋은 책을 읽는다고 착각을 마구 마구 하면서 행복해 했던) 책들이 내 곁에 있었지. 

나는 기억도 남지 않을 너무 어려운 (논술 대비용) 고전을 너한테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하고 해법도 보이지 않는 청소년 소설도 위험하다. 아, 이럴 때 "책에 대한 책" 을 찾게 되나 보다.  

 청소년기에 읽은 책이 씨앗이 되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위로가 되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세상엔 책으로, 그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 암. 하지만  네가 열심히 읽는 책이라면 그 속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피의 세계> 처럼, 또  매일 화난 얼굴로 씩씩 거리는 네가 감동 받으면서 읽은 책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처럼.  

나를 몰라주는 세상. 진짜 속마음을 표현할 수 답답함. 사랑하지만 또 미운 부모와 어른들. 어서 그들과  동등하게 서고 싶은 마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도 없는 자신…. 이런게 아닐까.  

신간을 훑어보다 네 또래, 또 너보다 몇 살 더 큰 고등학생 같은 청소년들이, 또 답답한 나 같은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찾았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준아, 네가 지금의 매콤한 사춘기를 잘 견뎌내고 멋진 어른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매일 고민하지만, 아, 나도 마음 따로 몸 따로이다. 자꾸만 너한테 험한 말을 한다. 미안하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는 엄마도 읽었어. 눈물도 조금 났지. 불쌍한 주인공이 너무 안돼어서 울었고, 잔인해 보이는 그애 아빠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서 울었다. 넌 그 이야기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왜 그 다음 이야기, 그애 형의 또다른 사춘기 드라마 Cruise Control 까지 찾아 읽었을까.  

우연은 아니지만, 이번 달 신간 목록에서 아픈 경험을 한 주인공 이야기를 찾았어. 책 설명도 눈길을 끌더라.   

 지은이 오히라 미쓰요는 중학교 때 당한 왕따 때문에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할복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그 이후 비행청소년으로 지내다가 급기야는 야쿠자의 아내가 된다. 그러다가 이혼을 하고 호스티스 생활을 전전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가깝게 지내던 아저씨를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서 손님과 호스티스로 마주치게 되고 그 이후에 아저씨의 간곡한 설득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아저씨는 진정한 복수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모략하는 식으로 복수하면 그 쪽도 상처를 입을 거고, 일단 상처 입은 상대방은 두 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다가, 결국 너 자신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오게 되지. 그보다는, 최대의 복수는 네가 보란 듯이 꿋꿋하게 일어서는 거야."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내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고, 나를 망가뜨리기 위해 철저히 짓밟았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어서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척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이다.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복수. 


사랑과 이해가 아니라, 복수라니. 그래도 되는 걸까.  어쩌면 나도 이 비슷한 말을 너한테 한적이 있었던 것 같아. 널 못살게 굴었던 그 녀석들을 패주는 게 답은 아니지. 또 너 자신을 망가뜨리는 거야말로 제일 멍청한 짓이고.  무섭게 보이는 이런 진실을 말해주는 저 책 제목과 설명글을 읽고는 이건 너랑 나랑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어. 책이 오거들랑, 음, 내가 먼저 읽을께. 술집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대서, 쪼금 걱정이 되서 그래. 너도 뭐 어느정도 알건 안다고 했지만, 난 아직 네가 19금 묘사가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접하는건 불편하다.    

그리고, 네가 항상 어렵다, 어렵다, 를 입에 달고 대하는 그 놈의(????) 詩를 좀 읽어 보자. 네가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나 "운수 좋은 날"을 재미없어 하는 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어. 하지만 윤동주의 서시를 심심하다고 표현할 땐, 엄머나, 이 노릇을 어찌할 꼬! 앞이 그야말로 깜깜하더라. 난 나름 문학 소녀였지만 남자 중학생들은 책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몰라. 하지만 시는 끔찍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야. (해치지 않아요~) 시를 너무 어렵다고, 재미없다고만 밀어놓지는 말자. (실은 내 꿈이 시인이었단다. 웃지마! 진짜야) 얘, 선생님들이 좋은 책을 내셨더라. 이거 한 번 읽어보자. 이건 19금 묘사 없겠다. 다행. 선생님들이 쓰셨대도 절대 우리 이 책을 공부하는 식으로, 아님 시험 준비 용으로 읽지 말자. 그냥 읽고 느낌을 (십대 vs 사십대) 나눠보자꾸나!!!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엄청 멋진 엄마 같다. 너도 그렇게 생각 ....응, 안 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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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10-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의 세 권이 이번달 관심 신간입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슬며시 코에도 즐거운 바닷바람이 든다.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바닷 생물에 대한 글과 한창훈 작가의 바닷 생활 - 자칭 생계형 어부란다 - 이 실려있다. 
...
열 말 필요 없다. 읽고 느끼고, 생선을 씹어야만 한다. 
인생이 허기질때, 이 책을 읽으면 어서 그 허기를 채우고 힘차게 살고 싶어진다.  


책에 실린 이런 저런 사진들 덕에,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는 회를 뜨는 작가 선생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 입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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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09-2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 서 있던 아들 녀석 曰 " 작가 처럼 안 보여요. 그냥 어부 같아요."
 
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재작년, 이 책의 번역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고 서점에서 큰아이에게 보여줬더니, 몇 줄 읽지도 않고 "어려워요" 라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주에 다시 이 책이 눈에 띄기에 내가 먼저 꺼내 들었다. 주인공은 지금의 큰아이와 동갑 중학 1학년생 (미국 학제에선 7학년) 이다. 2년동안 기다리길 잘했다.  

1967년, 월남전에 남편을 보낸 영어 선생님, 그리고 학생 홀링은 매주 수요일 단 둘이 학교에 남는다. 다른 모든 학생들은 종교 활동으로 유대교 성전이나 성당으로 가버린 수요일 오후, 선생님은 학생과 세익스피어 작품을 하나씩 읽는다. 쪽지 시험도 보고, 독후감도 쓰고, 연극에도 참가하면서.  

그 아이의 "완벽한" 집에는 대화 없는 부모들과 히피 누나가 산다. 껄렁하기도 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이 소년이 학교에서 이런 특별한 선생님의 특별 방과후 활동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동네 특별 연극에도 부모는 오질 않고, 양키스 선수의 특별 사인회에도 아빠는 오질 않아서 아이는 별난 연극 복장을 입은채로 버스에 오른다. 아이가 병원에 실려가도 부모 대신 선생님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가출한 누나가 돌아오는 길에도 부모는 냉냉하게 반응한다. 그들이 사는 집은 너무나 예쁘고 완벽한데. 

중반부까지는 너무 "유치한게" 아닐까 싶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아이가 자라나는 게 눈에 보이고, 이 아이가 집안에서 혼자 고요함 (이걸 이 아이는 진짜 세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을 견뎌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못해 불쌍하기 까지 했다. 이 아이는 부모의 관심 밖에 있어도 꾿꾿하게 살아낸다. 하긴, 학교도 그리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십년 전의 미국이나 지금의 한국이나 남자 중학생들은 목숨을 걸고 학교에 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영웅 처럼.  

부모의 입장에서 읽어서 그런지, 나 자신의 모습을 자꾸 반성하게 됬다. 1960년대 미국의 정치사와 베트남 전쟁, 히피, 세익스피어의 명작과 멋진 해석, 또 비틀즈 노래 가사들도 적당히 버무려져 있어서 짧은 영화를 상상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큰 아이가 읽고 자기 또래의 영웅을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다. 

책이 너무 두껍고 (행간을 줄일 수도 있건만!) 무거운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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