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깎고 다듬는 장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합니다. 표지 빼고 다 좋았다. 콤마퀸이라는 부제도 있는데 신사 표지를 썼는지 그 이유를 알겠지만 그래도 싫다. 차라리 연필로 표지를 썼어야 해.
이어서 읽은 욕설과 비속어, 그리고 완곡어법에 대한 장은 뉴요커 지의 정책과 편집자들의 경향을 f***ing 재미있게 풀어놓았는데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생각이 들었다. 욕설이 넘치는 요즘 세상. 점점 입이 걸고 표현이 거칠어진다. 같은 두 음절의 욕설이 황정은의 소설과 김**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다른 울림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소리로 울리는 저 두 음절은 진저리나게 귀에 오래 남는다. 그 방송이 시원하다며 틀어놓은 친구에게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어지는 책의 마지막 부분은 필기구, 아직은 아날로그 시대 교열자의 도구에 대한 이야기다. 무른 연필을 좋아하는 저자는 우리식 HB보다는 B 연필을 좋아한다. 일드 '교열걸'의 교열자는 연필 후 빨간펜으로 교정을 보던데 (팩트 체커 까지 함께 하느라 바빴지) 메리 노리스는 연필과 지우개로 승부한다. 나도 일할 땐 처음엔 온갖 것에 연필로 (샤프, 심은 HB) 표시하고 지우개로 지우면서 필요한 것만 초록색 펜으로 남긴다. 나의 선택은 Uniball Signo 0.38 초록색. 미국에서 TA할 때 빨간 색으로 학생들 숙제에 표시/점수 쓰면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다고 파란색을 쓰라고 배웠다. 그때부터 초록색을 썼다. 파란색은 내가 학생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저자가 교정할 때 연필을 쓴대서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New Yorker 유투브 채널에서 본 힘찬 교정 제스춰에는 주저함이나 고민이 없다. 쉼표, 를 빼야만 한다. 써억 베어내는 칼질. 무공이 서늘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NnAaywvd1uk&list=PLo1TdazaYsoryZnM39HXDB4I9wHBGevy9
The New Yorker 유투브 채널의 Comma Queen 코너. 문장 쓰기의 미묘한 부분을 설명해 주는 저자를 만날 수 있다. 다른 동영상들도 너무 재미있고 .... 재미 있어서 ... 시간을 잡아 먹기 때문에 타이머를 해 놓고 서핑하길 추천함. ^^
저자가 아낀다는 연필과 지우개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나는 그만 ... 넋을 놓고 연필 Blcakwing 602를 검색했다. 회색의 우아한 몸통과 지우개 부분의 납작한 금속테. 리필도 가능하다지만 노리스 여사는 연필 꼭지를 쓰지 않으심. 그녀의 또다른 도구는 Magic Rub 하얀 지우개. 블랙윙 한 타스 최저가가 25000원 검색 되는데 힘겹게 참았다. 내 책상 서랍엔 '흔하고 평범한' 스테들러 빨간 연필, 노란 연필이 한 타스 씩 있고 더존 연필도 B랑 HB 둘 구색을 맞춰 두었으며 여행지 박물관에서 데려온 여러 연필들이랑 알라딘 굿즈로 받은 빈티나는 (빈티지 아님) 연필들도 많기 때문이다. 문장, 텍스트, 책 그리고 그 끝은 결국 필기구 굿즈인가 생각해본다. (과연 내가 블랙윙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