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지방과 경도비만 진단에 놀라서 운동과 식사조절을 시작한지 두달 반이 넘었다. 그 더운 여름날을 (이제 과거형으로 쓸 만큼 선선해진 날씨, 이러다 눈오고 얼음 얼까 두렵다) 탄산수로 버티고 흰밥 대신 현미밥으로 바꾸고 매 끼니 상추와 치커리, 오이와 토마토를 올렸다. 그러나 고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초등 아이 때문에도 내 입맛 때문에도.
어제 오늘 읽은 의사 황성수의 책에 의하면 고기, 생선, 달걀과 유제품은 다시 없을 해악이란다. 과한 단백질이 원흉이며 그 이유로 흰 쌀밥을 피해야 한다고, 궁극적으로는 익히지 않은 현미를 잘 씻고 불려서 씹어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건강하게 야윈 몸'을 가지게 되며 고혈압과 당뇨를 앓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육식을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산다, 라고 강하게 반복하는 대신 슬기롭게도 현미에 집중해서 현미의 장점을 여러 병명과 영양소 별로 나누어서 강조하는 전략을 취한다. 무얼 하지 말라는 대신 이거 한 가지만 하라, 고 쉽게 주입시키는 책이다.
현미. 가수 현미 말고 먹는 현미. 씨눈이 살아있고 속껍질이 살아있는 현미. 7도정이나 5도정으로 색깔만 유사한 것 말고 진짜 거칠고 투박한 현미. 발아현미 보다도 그냥 현미. 이왕이면 유기농 현미. 다행히 찰현미도 괜츈. 알록달록 잡곡밥 보다도 현미. 밀빵보다도 현미로 만든 현미떡. 빵을 포기 못하겠다면 우리통밀빵. 현미 식단은 졸업이 없이 주욱~ 가는 거. 군대나 학교 급식에서 강제적으로 먹여야 하고, 백미 값을 올리거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그래야 환경도 구하고 나라의 농업정책, 무역전쟁에서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네, 현미.
얼마전 읽은 극한의 미니멀리즘 생활자와 닿아있는 책이다. '처음엔 고생스럽지만 익숙해지면 됩니다. 이것이 나 자신의 몸과 이 땅, 지구를 구하는 길입니다.' (비웃는 투로 쓰는 거 아님) 하지만 나는 채식주의자가 될 자신도 없고 그저 식단 조절을 하면서 지방, 고기, 빵에 신경을 쓰고 덜 먹으려 조심한다. 성인병을 약 없이 음식으로 '자연으로' 치유한다는 논리와도 접점이 있어보여서 약간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의사 황성수는 대구 종합병원에서 이제는 나와서 현미를 중심으로한 힐링센터를 운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에서 유명세를 탔던 그의 현미 찬양은 다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묻혀버리는데 '채식의 반란' 이라던가 '노인들은 고기 (특히 한우)를 먹어야 건강하다' 류다. 자, 그리하여, 나는 어제 저녁상에 무얼 먹었느냐믄요 ..... (고기는 아래 깔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