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픕니다;;;; 재작년에 다른 곳에 올렸던 묵은 리뷰를 옮겨놓고 다시 잘래요. ㅠ ㅠ 감기 조심하세요.

****
할 일은 많고, 할 빨래나 설겆이도 아쉽지 않게 쌓여있는 월요일 낮.
아이는 하교해서 땀내 나는 옷을 던져두고 호기롭게 외칩니다.
˝엄마, 저 라면 끓여 주세요, 배고파요!˝ 아이는 이제 컴퓨터 화면의 게임 방송에 집중합니다.
아이야, 너는 사랑이 ... 뭐라고 생각하니. 같이 라면 먹는 거 말고.

그러니까, 이 덥고 미세먼지로 깝깝하고 짜증나는 날에 엄한 데로 화풀이를 해봅니다.
가령.... 신간의 스포를 써버리는 겁니다. 막. 곡성의 범인은 누구닷, 이렇게요.

1. 주인공은 아주 아주 젊음. 아들 얼굴 다시 쳐다보고 말았음.
2. 이 아긔아긔한 주인공은 ‘잘못된 만남 (김건모)‘으로 상처받음.
4. 후에 연상의 철벽녀에게 도전. 승리함.
3. 사랑에 대해선 답.정.너.
5. 실사의 연인 ‘상드‘는 ‘쌍‘ 이었을지라도 작품은 ‘상‘품.
6. 이 너무나 낭만낭만 스러운 사랑 이야기는 세기의 작가 ˝프루스트˝의 조기 교육 교재이기도 했음.

오글거리고 사랑으로만 똘똘 뭉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청년의 괴로움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현실에선 연인 상드를 찾아가 그녀의 아이들 앞에서 칼부림까지 부렸다니 (하아.... 요즘 뉴스에서 읽던 폭력적 이별 장면인가요) 소설 주인공 옥타브의 성품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뮈세나 옥타브, 그들은....십구 세기 사람입니다. 왕정복고로 정치에는 희망이 없다고, 가진 놈들이 더 무섭다고 하던 바로 그 시대, 졸라님의 시대이죠. 탄광에서 죽다 살아난 에티엔도 있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랑을, 눈물을, 진실을 좇다가 죽음을 골똘히 그려보는 옥타브도 있습니다. 이 두 젊은이는 한끝 차이죠. 모두 칼날 끝 같은 사랑의 정점에 면해있어요. 그 시대의 사랑은 더도 덜도 말고 아픔, 그리고 고통이었더래요.

그래도 사랑의 정의는 독자마다 다르게 내리겠지요. 과연 옥타브는 누구를, 어떤 식으로, 사랑했던가. (사실, 이 길고 긴 사랑 고민 이야기를 읽다가 중간 중간 ... 욱, 해서 옥타브를 패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만 좀 징징대, 이눔아. 그냥 헤어지덩가! )

아유~ 좀 시원해 졌습니다. 미세먼지에 깝깝하신가요? 세기아의 고백을 읽으시면서 함께 고민 하고 욕도 좀 하시고, 그 시대의 멋짐과 혼란, 그리고 표지의 그림 처럼 방황하는 눈빛을 떠올려보시죠. 그리고 저처럼 스포를 여기다 막 터뜨려 보시는 겁니다. 하하하.

2016.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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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2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시다면서~~~~!!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3-25 07:45   좋아요 0 | URL
매일 쓰기로 했으니까요....ㅎㅎㅎ

목나무 2018-03-2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파요 언냐? 호~~~ 아프지 말라는... 글구 이 글 보니까 그냥 넘겼던 이 책이 급궁금....ㅋㅋ

유부만두 2018-03-25 07:46   좋아요 0 | URL
목감기랑 몸살이 왔어. ㅜ ㅜ 아, 오랫만에 힘드네.

psyche 2018-03-27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팠는데도 매일 쓴다는 결심을 빼먹지 않는 유부만두. 칭찬칭찬합니다!

유부만두 2018-03-27 08:47   좋아요 0 | URL
매일 올리는 거죠. 퀄리티 체크 읍씀.
 
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비오는 어느 날, 누나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한데 우리집에 방구대장 뿡뿡이, 아니 손님 '달록'이가 왔다. 집에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고, 배고픈거 같아서 이것 저것 주며 달래도 보고 놀아도 주는데 변덕이 삼월 날씨 같은 꼬마. 집안을 엉망으로 (진짜 엉망! 물바다로 만들어버림!) 진창으로 뒤집어놓아도 웬지 정들어버리는 달록이.

 

한참 뒤 달록이는 집으로 가고, 지친 누나와 나는 그래도 또 달록이를 돌봐주고 싶다는, 아니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달록이 엄청 귀엽습니다. 책소개 페이지의 사진 그림보다 실물이 더 따뜻하고 정겹고 마음이 포근포근해집니다. 며칠전 춘분날 왜 그리 ㅈㄹ 맞은 날씨였는지 다 이해가 가고요, 아, 백희나 작가님의 전작 '이상한 엄마'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젠 비오는 날씨, 따위는 두렵지 않아. 우리에겐 이상한, 아니 따뜻한 엄마, 손님, 그리고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아이 아침밥으로 계란 세 개나 넣은 볶음밥을 해줬어요. 백 작가님 그림책 보면 계란 많이 먹고싶어집니다. 빵도, 아이스크림도, 솜사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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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다!

유부만두 2018-03-25 07:46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엄청 귀엽고 이리 저리 생각할 거리도 있고요.
 

오묘하다.... 우미옥 작가 동화집 중에서 제일 짧고 제일 내 맘에 든 '오늘의 행운'을 읽고나서 막내가 말했다. 이거 진짜일지 상상일지 구분이 안된다고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 점점 게임, 웹툰과 만화책, 그리고 유툽에 빠져들어 시간을 써버리는 아이에게 책을 들라는 이야기는 잔소리일 수 밖에 없지만. 책읽기가 공부나 숙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엄청 재미있거등? 그래서 엄마가 책사다가 집이 엉망이지....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 조심스럽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특히 엄마 캐릭터들. 왜 하나같이 잔소리에 공부 성화에 신경질을 부려대는지. (아? 저는 아닙니다만) '수고했어, 코끼리' '솔직캠프 마지막 밤에 일어난 일'은 우화로도 읽히는데 쉬운 비유와 상징이다 싶다가 강렬하게 현실을 불러오고 색다른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상을 탈만한 이야기. 초반에 까칠한 독후감 남긴 것을 후회합니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룰루 보다 좋은 것'은 별로였다. 김애란 작가의 '노찬성과 에반'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야기에 룰루와 오래 함께 산 세월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일 우미옥 작가님이 반려견과 함께 한 경험 없이 소재로만 룰루를 다뤘다면 엄청 차갑고 냉정한 동화다. 에반도 룰루도 그런 대접을 받고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 서늘함은 이어지는 '주먹왕' 아이에게도 느껴진다. 교회에 친구 많이 데려와서 '아이패드'를 타려고 하는 아이. 주먹을 들이대는 덩치 큰 아이가 교회에 다니라고 윽박지르는 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쳐서 엎드려 있던 영미의 힘든 생활에 주먹 대신 손을 내밀어 맞잡는 아이의 변화를 기대해보고 싶지만 '전도'하는 리얼한 묘사에 마음이 식는다. 그래도 '오늘의 행운'은 좋았다. 오묘했지. 바위에 새겨진 두꺼비와 저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와 소나기. 그리고 절터. 마침 읽던 프루스트의 콩브레 장면도 비슷하다. 아, 이 엄마는 아이가 식후에 바로 책을 읽을까봐 걱정했구나. 그 시절엔 웹툰이고 게임이고 없었으니까.

                                                                                                                         

 

오묘하고 신비하고 흔할 것 같은데 뭔가 더 쏟아지고 갈라지고 터지고 누군가 짠 하고 만날 것만 같고. (실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렸....) 그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흔한 소재를 가져와 자기 식으로 다듬고 마음을 담아 이야기로 빚어내는 작가는 그만의 '오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참을성이 없고 성마르며 ...배고픈 아줌마라 신경질을 부리는건가. 두꺼비, 하면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집타령만 생각하는 속물이라 그런가. 에잇. 오늘의 행운을 인형뽑기에서라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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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3-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인형은 뽑으셨습니까? 언니님아...ㅋㅋ
프루스트는 잘 읽어나가고 있죠? 언니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

유부만두 2018-03-21 11:39   좋아요 0 | URL
뽑았겠습니까.... ㅜ ㅜ 뭐 이렇게 쌓인 ‘운‘은 언젠가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리라 믿고 있지만... 프루스트는 조금씩, 야금야금 국방부 시계 처럼 멈추지 않고 읽고 있음.

psyche 2018-03-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릴적 밥먹자마자 아니 밥먹으면서 책 읽지말라는 말 매번 들었었는데... 만약 아들녀석이 밥 먹자마자 책 읽는다면 디저트도 가져다 바칠텐데 그럴일이 전혀 안생기네

라로 2018-03-21 14:13   좋아요 0 | URL
모범생들은 역시 다르군요. 전 밥먹을 대 TV봤는뎅~. 그러니 아들들이 책 안 읽는 거 뭐라할 수 없다는,,,ㅠㅠ

유부만두 2018-03-22 06:36   좋아요 1 | URL
책 읽기가 저에게도 놀이였어요. 밤에 안자고 이불 속에서 동화책 읽다가 혼났는데 그때 읽은건 공부가 아니었;;;; 아, 어릴적에 프님을 만나서 함께 고무줄도 하고 그랬어야했어요. ㅎㅎㅎ

저희집 막둥이는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끼려고들지도 않아요, 그저 쓱~ 줄거리만 보고 말아요. 안타까울뿐이죠.
 

봄바람이 거세고 빗방울도 내렸다. 봄 아니네. 패딩을 입기는 싫은데 따뜻해...

 

매일 매일 교토의 기록이라는 제목에 사진이 많고 나른한 여행기라고 짐작했는데 '한달 살아보기'의 기록이란다. 저자는 (유명하다는데 몰랐어요. 인스타나 페북 안합니다) 처음 만나는 아주 젊은 작가로 중학생 시절부터 관심 가져온 일본 문화와 여행을 직접 경험해낸 야무진 사람.

 

한달 살아보기, 라며 저자는 여느 관광객의 짧은 3-4일 급하게 쫒기는 여정 대신 느긋하게 교토라는 작지만 역사 깊은 곳을 자세히, 하지만 관광지 너머를 걷고 호흡한다. 실려있는 예쁜 카페 사진과 정보들은 짧은 여행을 가더라도 유용할 듯 보인다. 몇몇 카페나 음식점들은 다른 교토 여행책에도 실려있어서 낯익다. 하지만 한 달.... 그동안 저자의 '살아보기'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개인적 감상과 다시 카페로 반복된다. 편의점과 마트 방문이 변화랄까. 기차도 전차도 타지만 한 달이 잔잔하다 못해 3박4일 여행을 늘여놓은 것과 다르지 않아서 심심하다. 언어의 벽이 있겠지만 교토에도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지 않았고, 전통 시장이나 공공장소도 언급이 없다. '살아보기'라면서.... 하지만 아주 젊은 작가니까. 대학4년생일 저자가 한 달, 한국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산다면? 그 생활의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장도 젊은 사람 티가 났다. (아아 나는 이토록 늙었구나,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늙은 눈에는 그 문장의 나이가 보.인.다.)

 

젊은 사람의 한 달과 아줌마의 한 달은 꽤 다르다는 게 생각났다. 나에게 한 달이 주어진다면...하고 상상하다가, 막내의 밀린 숙제와 마구 벗어놓은 (꼭 뒤집어서) 옷가지들이 눈에 밟힌다. 한 달이 너무하다면 하루라도 혼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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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0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3-2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셨네요.
이 분은 누구신가요? 이 쏀 언니~~~~^^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1 | URL
내 사랑 줄리언 무어 언니~~~~~ 입니다. ㅋㅋ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_ 프사 짱입니다!!!!!!!!!!!!!! 하트 백만개!!!!!!!!!!!!!!!

유부만두 2018-03-20 15:24   좋아요 0 | URL
줄리언 무어가 저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정말 귀여웠지요. 쎄 보이지만요. ^^
‘책에는 경제이론‘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주절주절 양만 불리는 책 싫어요.
 

어린이용 판타지와 어른의 판타지는 어떻게 다를까.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그 세계로 쑥 들어가 허무맹랑하더라도, 그 안의 괴상하고 꿈 같은 인물들과 줄거리를 타고 놀게 된다. 얼마전 본 영화 '세이프 오브 워터'나 '보건교사 안은영' 처럼. 오늘 아침에 읽은 건 더 순하고 더 착하고 어쩌면, 하고 상상해 보는 작은 이야기 동화 '운동장의 등뼈'다.

 

그림도 등장 아이들도 착하고 순하다. 문장의 연결과 장면은 익숙한 설정처럼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용기를 내 거인을 불러냈다. 작가는 세세한 사정을 다 설명하는 대신 여백을 남겨둔다. 어쩌면 미진이에게 새로운 선물을 주어 덜 상처 받도록 배려했는지도 모른다. 전학 가는 친구의 '아프리카 원숭이섬'은 삐삐의 섬 같이 들리지만 완전 정 반대 '경쟁의 정글'이겠지. 하얗게 눈으로 덮힌 운동장이 우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해준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줄 아이들, 어디 있나요? 

 

'동식이 사육 키트'는 미래 공간에서 벌어진다. 홀로그램으로 대화하고 택배는 10분 안에 집 안의 상자에 전송된다. (이건 좋네!) 비싼 학교, 영상 대신 진짜 사람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에 전학한 아이는 엄마의 성화와 감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장난감을 키워 애정을 주고 싶어한다. 어쩌면 애완동물 어쩌면 아이의 잔인한 비유. 자랑하고 꾸미고 비싼 사료 먹이고 결혼도 시킨다. (우웩) 디스토피아 청소년 소설 'the Giver' (기억 전달자), '컵고양이 후루룩', 무엇보다 '깡통 소년'이 연상된다. 집과 학교는 미래이고 온갖 기술이 지배하지만 결국 사람의 손을 타야한다, 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판타지 요소가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키지는 않는다. 따져보면 심오한 동화일텐데 설정과 인물, 대화가 무난하고 (낯익고) 순하고 착하다. 읽는 재미가 샘솟지는 않아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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