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님의 포스팅에서 만난 '펀홈' 그래픽 노블을 구입해서 읽었다. 제목의 뜻도 자세한 이야기도 모르고 그저 'intellectual crush'라는 말에 버튼이 눌렸달까. 나는 똑똑한 사람, 명석한 사람, 많이 아는 사람,에게 약하다. 남편도 똑똑해서 반했지. 게다가 남편은 말도 적고 예의 바르며 잘 생겼다. (읽고 있습니까, 만두피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은 저자 앨리슨은 아버지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인생에 대해서 서술한다. 자신의 성장과 아버지의 장례식장 일, 고향, 그리고 무엇보다 책. 아버지가 사랑했던 피츠제랄드, 프루스트, 조이스, 그리고 앨리슨이 탐독한 콜레트 등은 이 '펀홈'에 녹아들어있다. 앨리슨의 비극적인 그런데 너무 웃기고 때론 차갑게 썰어내는 표현 속에서 문학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으로 인생을 배우는 사람들. 정말 똑똑한 사람들. 인용된 작품들은 앨리슨의 인간관계, 성정체성, 미의식의 고민을 위해 단단히 서 있고, 앨리슨은 바닥이 무너지는 충격에서 천천히 자신의 '펀홈'을 그려내며 일어서 아버지와 화해, (이렇게 쉽고 게으른 표현 말고 다른 걸 쓰고 싶지만, 내 한계임.) 하게 된다.
그림의 선과 색이 부담없....다가 서너 군데 헉, 하게 나체와 사랑 체위가 나와서 당황하게 된다. (카페에서 읽었는데 옆 자리 사람이 자꾸 내 책을 보더라. 확 펼쳐서 보여줄까 잠시 고민했음.) 앨리슨의 아버지는 참 표리부동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그에게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앨리슨의 엄마에게 (그녀와의 관계를 소재로 'Are you my mother?'라는 작품도 그렸다. 난 동제목의 Eastman의 어린이 그림책을 갖고 있다)도 공감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별나고 비극적인 가족에게 공감하게 된다. 책읽는 사람에게 일단 맘을 주고 시작한 탓인지도. 인용된 문학 작품들을 다시 (실은 대부분 처음이지만)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쿨하게 담배 한 .... (그럴 심정이 된다) 현실의 나는 감기로 누워있다가 내 머리카락 냄새를 큼큼하고 맡다가 그 펀홈의 향기짙은 꽃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른 프루스트 책을 집어들었다. 이걸 다 읽기 전엔 죽을 수 없어. 내 아들도 제대 못할지도 몰라. 머리는 조금 나중에 감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