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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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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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같은 산문집. 문장 하나 하나 표현 하나 하나 따뜻하고 내 마음 속에서 조용히 뜨겁게 녹아들었다. 제목도 너무 좋잖아. 마음이 아픈듯 그립고 덩달아 운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영도 시인과의 연시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일화도 실렸는데. 아, 맞다, 유 시인은 유부남에 중학교 선생이었구나. 부인 권재순 여사는 통영의 신여성으로 경제적으로도 남편 뒷바라지를 하던 사람. 검색해보니 딸들의 인터뷰로는 이영도 시인이 먼저 편지를 보내었노라고 (아버지 주변엔 원래 여자들이 많았다고;;;;) 어머니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이 '플라토닉'한 사랑이 일이 년도 아닌 이십 년을 이었다니. 그 두 사람만이 아는 사랑이 있겠지. 그 증거가 그토록 달달한 시였고. 통영에서 백석도 그렇게 사랑 타령이었다더니. 유치환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짜증나게 했다.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글은 내 가슴을 파고 들었고, 아버지와의 대화글 역시 웃펐다.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 많지 않아서, 역시 아들은 아버지인가, 싶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저자가 이렇게 인생과 사랑에 회한과 울음이 많아서 놀랐고 부럽기도 했다 (왜?). 아름다운 책. 그래도 표지의 얼굴 지워진 두 사람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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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미국 영토위에 펼쳐진 끔찍한 디스토피아. 도망갈 곳이 없다. 찻길 하나, 골목 하나를 감시 없이 혼자 다닐 수 없다. 편견과 계급으로 구분지어진 세상, 그 안에서 안전을 찾는 사람들. 이름도 의미 없고 친분이나 가족, 혹은 선전으로 떠드는 '도덕'도 끔찍하다.

 

Then 가까운 과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름답고 완벽했나? 그렇지 않다. 화자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손가락질 당할 위치였다. 여성의 몸은 이리저리 대상화 되기는 마찬가지. 은행구좌가 닫히고 Luke의 위로를 받는 화자의 뜨악한 기분이 너무나 잘 이해된다. 순간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화자는 자기 혼자 편안한 Commander의 특별한 관심을 즐기게된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가.

 

살얼음판을 걷듯 매순간이 아슬아슬하다. 수수께끼 같은 Nick, 거리의 벽에 내걸리는 처형자들. 긴장하며 읽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마지막 챕터는 어쩌면 열린 결말을, 작은 소망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 묶어버린 게 끔찍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현재가 과거를 바꾼다고 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는 너무나 설득적인 문장이었지)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현재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가 벌어지는 머언 미래에 용기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들, 기록하는 자들이 있을 뿐.

 

글로만 읽어도 이리 생생하고 무서운데 영상으로 펼쳐보이는 미니시리즈는 더하겠지. 담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더 읽고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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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나오는 우화류의 책, 아무리 사자가 나와도 좀 시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깊이 반성하고요... 오늘이 7월 6일, 이르지만 올 하반기 어린이책, 아니 올해 어린이 책으로 <푸른 사자 와니니> 추천합니다. (실은 작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여러분 읽으세요. 어제밤, 저희집 초딩 5학년 남자아이가 밤 12시까지 붙잡고 읽었어요. 흡인력 끝내주고요, 줄거리 재미있고요, 문장 흐름 부드럽고 사이사이 현실 비판이 세련되게 깔려있어요.

 

이야기는 아무런 스포 없이 읽어야 진짜 재밌고요, 기대치가 낮으면 더 좋고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제일 좋아요. 이 삼박자가 딱 맞았을까나, 아, 여러분 다시 한 번, 이현 작가의 "푸른 사자 와니니" 꼭 읽읍시다. 사랑하는 이 마음, 벅찬 이 가슴으로 잠깐 책 이야기 해볼께요. (아, 저 책 파는 사람 아니구요, ...맞나? 나 맨날맨날 책 읽고 혼자 흥분하고 울고 막 그러는데, 하지만 이 책 몇 권 더 팔려도 저한테 떨어지는 돈은 없어요... 하지만 발벗고 나서서 애정 책들 광고하는 전 ... 그래요, 덕후에요.)

 

사자 주인공에 딱, 디즈니 만화 '라이온 킹' 떠올리실 분 많을 겁니다. 네, 억울하게 무리에서 방출된 어린 수사자, 험난한 초원에서 친구 둘을 만나고, 커가고 다시 무리의 옛 친구를 만나고 옛 무리를 구한다. 그리고 그 무리의 우두머리, 초원의 왕이 된다.

 

어쩌면 와니니도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벗뜨.

 

와니니는 왕자가 아니에요. 공주도 아님. 암사자인데 심지어 몸집도 작고 약해요. 흑.

그리고 와니니의 무리는 걸그룹이에요. 수사자 업씀. 나약했던 전세대의 암사자와 절연한 마디바와 여동생이 따로 새로운 세대를 열었어요. 수사자는 아기사자를 맹글 때만 이용하고 내쫒아요. 완전 아마조네스죠. 그런데 이 강한 암사자 그룹에서 억울하게 와니니가 쫓겨나요. 말썽을 일으켰고 쓸모가 없는 (강하지 않은) 아이거든요. 그래서 초원에서 고생을 하죠....친구들을 만나요. 티몬과 품바 아니구요, 수사자들을요. 잉? 수사자는 적, 아니었나요?

 

이 소설을 페미니스트 어린이 소설로 보려고 했는데, 쉽고 얄팍하게 전개되지 않아요. 와니니랑 수사자가 친구가 되다니?! 사실 사자 무리에서 어른 수사자는 온리 한 마리만 필요하죠. 나머지 수사자들은 무리를 떠나 나름대로의 새 무리를 만들어야 해요. 떠돌이로 이리저리 치이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그런 떠돌이 (역시나 약한) 두 마리와 와니니가 만나서 함께 사냥도 하고 먹을 물도 없는 건기에 소문으로만 듣던 '세상 끝' 혹은 '밀림' ,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계속 나아 갑니다. 그 약속의 땅!을 밟느냐! 는 안알려드림. 책 읽으세요.

 

와니니가 심바처럼 옛 무리로 돌아오느냐, 옛 친구를 만나느냐? 만나죠. 돌아가죠. 하지만 족보상의 어드벤티지를 내세우며 옛무리의 왕 자리를 누구처럼 냉큼 받아챙기진 않아요. 무리는 어떤 공공의 적을 무찌른 상품이 아니니까요. 와니니는.....!!!! 그러니까, 와니니는, 성장을 하고요, 용기를 내고요, 할 수 있는 일을 하죠. 그리고 자신의 무리를 만듭니다. 와니니는 "초원의 왕"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쿠르르릉아아앙! 하고 포효하죠! 이게 진짜 진짜 멋지지 않나요?! 와니니가 어떤 멋진 왕자 수사자를 만나지도, 수사자랑 결혼해서 왕비가 여왕이 되는 게 아니에요. 와니니는 자기 자신,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자 "왕"이 됩니다. 그 과정이 (저의 비천한) 예상 대로 단순한 암 vs 수 의 대결도 아니었고 쉽고 쉬운 '다함께 어울리며'도 아니에요. 의도적인 암/수 대결 장면은 처음부터 나와요. 사자/버팔로, 영역을 침범하는 약한 수사자 그리고 강한 깡패 수사자. 부인 등에 업혀사는 하이에나. 계급 이야기도 언뜻 비치죠. "코끼리에겐 무엇이든 쉽다". 네 이건 덩치와 힘이 센 코끼리, 인간들의 금수저와 어린 떠돌이 (그래도 사자) 동물이 같은 걸 바라고 행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 일 수 있지요.

 

처음 부분을 읽을 땐 암사자만의 무리가 환상적이었는데 이 무리의 한계, 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어리고 약한 와니니를 내쳐버릴 땐 너무 슬펐죠. 어쩌면 그게 세상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와니니는 꿈을 꿉니다.

 

 

자꾸 길게 더더 쓰고 싶네요. 그만큼 좋아요. 여기 까지 읽으셨으면 얼렁 '푸른 사자 와니니' 구매하시고 오셔서 나머지 읽으십....

 

그런데, 제가 바로 얼마전 이 동화를 쓰신 이현 작가님의 최근작 <일곱 개의 화살>을 읽어서인지 자꾸 두 이야기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이를테면.... 작가님이 새를 싫어 하신다든지? <화살>에서도 가장 먼저 정신을 놓는 (영을 잃는) 동물이 닭이고요, <와니니>에선 반복적으로 새는 믿을만한 친구가 아니라고 나오고요. 또 숫자 7을 엄청 좋아하심. 화살도 일곱, 와니니 옛 무리의 대장격 암사자들도 일곱 마리, 고난의 옛 역사도 7년전, 아팠던 아기 사자들도 일곱 마리에,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은 쌍둥이 혹은 동갑내기 가까운, 하지만 성격은 반대인 아이가 나온다든지....네ㅡ 전 이현 작가님의 덕후가 되겠어요.

 

밀림의 왕자 레오, 그리고 라이온 킹 심바를 보면서 느꼈던 갈증이 이번에 와니니로 해소됬습니다. (나이는 묻지 않기로 해요. 아줌마라도 마음은 열두쨜 어린이...) 이야기의 중심이 '암사자' '어린이' '소녀'이기만 해도 이렇게 위로받는다니! 그동안 얼마나 독서의 세계에서 힘없고 쓸모없는 취급을 받았던 걸까요. 기껏해야 공주, 기껏해야 왕자가 구해주심....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암사자 무리의 옛이야기도 이렇습니다. "우리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언니가 겪은 일이란다...." 하, 이런 분위기! 이현 작가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표지를 봅시다. 앞서 가는 두 마리는 암사자, 뒤에 수사자들이 얌전하게 따라갑니다)

 

어떤 독자들은 삭막한 우리의 학교 현실을, 계급을, 젠더 문제를 읽을 수도 있고요. 사이사이 등장하는 (작가님이 싫어하시는) 새들, 많은 걸 가진 코끼리, 카메오 (웃음 담당) 혹멧돼지, 원숭이, 그리고 인간 (아, 인간이 여기선 언뜻 부처님 손바닥 주인 같지만....악역과 관찰자에 머문다는 게 너무나 맘에 들어요)의 이야기로 어린 암사자 와니니의 이야기는 풍성해집니다.

 

아, 사랑스럽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와니니. 저도 와니니 처럼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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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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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08-18 22: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책 페이퍼로 뽑혀서 더 기분이 좋아요. ^^
와니니 책 진심으로 추천하고요.
 

막내야, 야구도 좋지만 보름 동안 엄마랑 이만큼 읽자. 많어?
‘나는 둘‘은 아주 옛날 이야기 책이니까 힘들거나 문장이 어색하면 중간에 덮어도 괜찮아. 엄마 나이대 어떤 아저씨가 어렸을 때 읽었다더라. 난 모르는 책인데... 그런데 이현 쌤 책이랑 김수빈 쌤 책은 확실히 짱일거야. 알지? 이현 쌤?! 롯데 팬인 거 말곤 다 멋진 이현 쌤. 우리 하나씩 바꿔가면서 읽자. 오늘부터. 야구? 냅둬. 엘지 또 질거 같애. .... 우천취소랜다... 어휴...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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