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스포입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를, 그와 소통하길 원하는 윌리를 안타까워 하던 한스 볼만과 로저 배빈은 머물던 곳을 떠나 링컨을 찾아간다. 묘지 곳곳의 쓸쓸한 모습과 흉한 기억들, 그곳에 멍하니 앉아있는 링컨.

유령들이, 자신들이 죽었는지도 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링컨에게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가시라‘고 전할 수 있을까. 영화 ‘고스트‘의 그 방법이 이용된다. 합체! 스포입니까. 그렇습니다. 죄송해요. 그런데 저도 이 책은 앞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 잠시 검색 후 읽고있어요. 정말 보기 드물게 정신 산란한 책이에요. 이렇게 가까스로 링컨 몸에 깃들어봐도, 아, 이들은 너무나 나약해서, 앗, 이 사람이 대통령임?! 하고 깨닫고, 가만...내가 아는 대통령은 그러니까....따져보다가 자신의 세상과 지금이 다른 시기라고 알아버린다. 망연한 유령들, 그래도 링컨이 자리에서 일어서 다시 윌리의 무덤으로 가게는 되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지?‘라며 뿌듯해한다. 아, 윌리는 아빠 링컨의 바람처럼 ‘이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한 저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직은.

이들과 달리 목사님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 놀라운 심판 장면을 회상하며 ‘비밀’이라고. 딴 유령들에겐 말못한다고 ...‘신과 함께’의 재판 장면 같은 저울! 동서양 모두 사후 정산 과정을 비슷하게 설정했구나. 그냥 사라질 순 없을까, 생각했다. 2부에선 기록들을 통해 아들의 죽음 후 링컨 부부가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링컨 대통령의 ‘못생김’이 어느정도인지 언급하는데...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면서 지루하지는 않은 책. 다만 복잡하고 어려워서 ( 등장인물 세다가 포기) 속도가 안나요.

음식 사진 하나만 올려야지. (동네 맛집의 ‘골뱅이 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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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1-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이건 정말 너무해!!! 나 골뱅이 부침 진짜 좋아하는데 흑흑 이건 정말 테러야... 나 왜 밥먹기 전에 들어왔지?
그건 그렇고 저 책 중반 넘어갈때까지 진짜 어려웠어.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 어려워서 속도는 안나지만 지루하지 않고 묘하게 끌리더라구. 나도 그 심판 장면에서 신과함께 떠올렸는데!

유부만두 2018-01-17 07:33   좋아요 0 | URL
언니도 그랬구나요!! 아 근데 속도가 안나네요... 골벵이무침 제가 꼭 살게요, 오기만 하세요!

라로 2018-0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아들 그리고 남편과 아쿠아리움에 갔다가 오랫만에 아웃백에 가서 filet mignon과 랍스터를 먹고 와서 충격이 그리 크진 않아요~~~메롱 하고 싶지만 골뱅이 무침은 골뱅이 무침은 너무 맛있어 보여요!!!철푸덕~ㅠㅠ
우리에게 왜 이렇게 가혹하시나요? 흙
저는 그건 그렇고도 없이 이만 총총

유부만두 2018-01-17 07:34   좋아요 0 | URL
고기와 랍스터엔 밀리는 기분? ㅎㅎㅎ
저희집 막내도 아쿠아리움 좋아해요! 여행지에서 꼭 물고기 챙깁니다. (식단으로도요)

psyche 2018-01-18 10:49   좋아요 0 | URL
우리집 엠군은 물고기를 너무 사랑해서 생선은 안먹는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크는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미크에겐 고모와 이웃들이 있기에 마음이 놓인다. ‘소나기밥 공주’에게도 이웃 아줌마와 돌아올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송미경 작가가 보여준 ‘1분에 한번씩 엄마를 기다린다’의 어른은 너무 멀리 있는 엄마뿐. 이웃들은 쥐를 보듯 아이를 차갑게 대하고 그나마 주어지는 사회보장의 손길은 최소한이라 이야기 중반에서 사라진다. 그 도움을 악착같이 챙겼던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택배 상자 만큼의 사랑이라도 가졌을까. 함께 있는 어른인 아빠마저 아이의 어깨를 짓누른다.

‘쿠폰왕’의 야무진 주인공 영미도 어른들의 도움 대신 어린이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부모가 없는 조손가정의 어린이가 선을 넘나드는듯 보여 불안하다. 친구들의 도움이 과연 도움으로 부를만한 것인가, 어룬인 공부방 선생님은 문제를 알 수도 있을텐데 멈춘다. 담임 선생님의 일방적인 판단과 냉담함은 더없이 잔인하다.

이 단편집의 앞부분에 실린 풍자나 비유 같은 이야기는 엉뚱한 상상이나 장난이 스며들 틈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슬프고 어두운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는 견고해서 어린이가 달리 움직일 공간을 주지 않는다. 아이의 시선이라고 흉내 내보려다 어른인 나는 그저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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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1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ㅠㅠ

유부만두 2018-01-16 08:39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계속 속상했어요. 왜 애들을 내버려두지? ㅠ ㅠ
 

 

어젯밤에 다 읽고 덮었는데 아침에 눈이 내리고 있다. 차가운 눈. 작고 야무진 눈송이들은 빠르게 내린다. 어젯밤 내가 읽은 사연들과는 또다른 2018년의 눈.

 

단편집을 순서없이 읽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작품을 제일 나중에 읽어서 다행이다. 인물들이 연결되고 결혼식이나 회갑연 대신 장례식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드라마 마지막회 처럼 출생의 비밀과 인연의 끈들이 드러난다. 책소개글에서 말했듯 '뜨개질하는 것처럼 인물들이 연결'되는데 꾸민티가 나도 마음에 들었다. 작은 눈송이들, 작은 별들의 사연들. 완의 엄마와 안나가 만나지도, 장지에 나타나지도 않아서 좋다. 어디선가 흔들리며 내려가는 두 눈송이로 상상해보고 싶다.

 

세번째 만나는 은희경 작가의 책이다. '태연한 인생'은 힘빼고 너무 편하게 쓴 소설이 아닌가 싶었고 '러시아 룰렛'은 세련되고 똑똑한 이야기였다. 역주행으로 만난 이번 책 '눈송이'는 더 촘촘하고 더 이야기 뜨개질 코가 보이도록 따뜻하게 인물들을 엮어놓았다. 매 단편 조마조마 어떤 일이 터질까, 긴장했고 답답할 만큼 소극적인, 혹은 멍충한 인물이 나오지만 그들이 나름의 속도로 그 사건을 견뎌내서 마음에 든다. 여자들이 험하게 죽거나 다치는 장면이 없어서 좋았다. 그 뻔하고 쉬운 폭력 말고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떠나간 작가에게 고맙다. '가장 추운 날들이 이어'지는 올 겨울, 이 한 권의 눈송이 같은 책을 만나서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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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 하나 읽었는데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어요. 유부만두 님이 세련되고 똑똑한 이야기라고 칭찬한 책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ㅎㅎ 이 책은 정말로 제목 기억하기 어렵다는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14 09:39   좋아요 0 | URL
전 은희경 작가 책을 몇 년 전에야 처음 읽기 시작했어요. 선입견을 갖고 있었거든요. 반성합니다. 읽어보지 않은 책은 모르는 거죠.

어려운 제목이죠? 하지만 가만 읽어보면 잘 어울리는 제목이에요. 숱하게 많은 눈송이들중에서 그 하나의 눈송이니까요.

책읽는나무 2018-01-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작가의 책도 안읽은지가 참 오래구나!!생각했어요.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은^^
제목 어렵지만......책표지는 참 깔끔하네요^^

유부만두 2018-01-14 09:39   좋아요 0 | URL
다들 은희경 작가는 예전에 읽으셨군요! 오랜만에 만나시면 더 특별한 눈송이 독서가 될 거에요. ^^
 

제목을 외우기 어려운 단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읽었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 중 뒷쪽에 실린 두 편을 골라 읽고 그만 덮어야지, 했다가 표제작인 이 '눈송이' 단편을 그래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처 '스페인 도둑'도 읽었다. 표제작의 힘. 여전히 소심하고 외로운 등장인물들. '스페인 도둑'에는 처음으로 속을 들여다볼만한 청년 '완'이 나온다. 그는 어쩌면 '프랑스어 초급과정'의 그녀가 신도시에서 낳은 아들일지도 모른다. 완이 겪은 미국 유학 생활 경험을 어느정도 공감했고, 그 이사 과정의 풍광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었다. 완과 소영의 재회 혹은 엇갈림, 그리고 막연한 저 멀리 상상 속의 스페인. 여기, 이 신도시, 혹은 서울도 나에게는 낯설고 남의 땅 같다. 남은 두 편도 마저 읽어야겠다. 이상하게 낯익은 오늘의 기온, 약속을 취소하고 어제 불려 놓았던 보리굴비를 쪘다. 환기도 못할 날씨에 쿰쿰한 냄새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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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1-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좋아했는데 안읽은지 한참 되었네. 그건 그렇고... 보리굴비가 뭐야? 구어먹지 않고 쪄먹어야하는거야? 아흑 맛보고 싶다. 생선먹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나는 뭘로 반격하지? 흑

라로 2018-01-12 16:14   좋아요 0 | URL
아흑, 저도 보리굴비라는 것은 먹어 본 적도 없어요,,,보리랑 함께 찌는 걸까요???
암튼 프님은 담에 만나면 제가 고등어 조림이라도 쏠께요!!! 기운내요~~~.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13 08:54   좋아요 0 | URL
굴비를 보리쌀 통에 넣어 숙성시킨 게 보리굴비에요. 굴비보다 더 짜고 더 딱딱해요. 요즘엔 그냥 굴비보다 보리굴비를 더 많이 팔더라구요. 더 비싸서 그런가? ..
하루 불리고 찌는데 냄새가 ..ㅎㅎㅎ... 그래도 맛있어요. 딱딱하고 짭쪼름해서 냉녹차에 만 밥이랑 먹어요. 황석영 작가의 ‘여울물 소리‘에도 보리굴비 먹는 장면이 나와요. 전에 광주 여행갔을 때 그곳 한정식 집에서 제일 나중 코스로 나오더라고요. 오차스케랑은 다른데 깔끔하고 맛있...(추릅) ... 이건 반격이 어려우십니다.
 

 

맨부커 수상작 Lincoln in the Bardo 를 읽기 시작했다. 티벳 불교에서 죽은이들이 환생과 진짜 죽음 사이에서 머무는 공간이 'Bardo'라고 한다. '연옥'과 비슷한 이 특별한 공간에 오랫동안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적어도 독자에게 자기 소개를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머물러있다. 백 명이 넘는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한 편에선 링컨 대통령 시기의 기록들을 배치해서 기록들과 주변 인물들이 엇갈려 쏟아지는 느낌이다.

 

링컨의 아들, 그가 아끼고 사랑한 아이 윌리가 죽었다. 껑충한 키의 어색한 몸짓의 대통령이 모든 관례를 무시하고 장례 후 아이의 무덤에 찾아와 이미 식어버린 아이의 몸을 꺼내서 품에 안는다. 그가 우는 모습을 주위의 '인물들'이 보고 '이런 적은 없는데....이미 상자에 담긴 우리를 이렇게 찾아와서 따뜻하게 안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지'라며 놀란다. 나 역시 그랬다. Bardo의 링컨 쥬니어는 아직 천사를 따라가지 않았다. 선배들이 하는 '이제 갈 길 가야지' 라는 조언을 듣지만 윌리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신과 함께'에서 김자홍이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죽은 사람들은 늘 못 다한 말이 있다. 자, 링컨의 아들 윌리가 아버지를 다시 만나서 말을 할 수 있을까? ... 이제 1/4 읽었을 뿐인데 책이 어려워서 조금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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