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 중 '스릴러'와 '택시'를 읽었는데 두 책의 구성과 문체, 내용(은 당연하고), 남는 느낌도 매우 다르다. 시리즈를 묶는 공통점은 무얼까. 아무튼, 이건 시리즙니다.
금정연 작가는 가볍고 (아주 조금은 귀여운) 분위기로 자신이 얼마나 무해하고 착한지, 수동적이며 순진한 택시 승객인지 수다떨듯 책을 시작했다. 부인의 경험을 통해 여성 승객의 불편함을 건드리기도 했고, 택시 기사와 승객, 택시라는 공간의 밀폐된 폭력성을 영화와 소설을 가져다 풀어놓을 듯 하다 말았다. 결국 '혼자 혹은 따로' 타는 택시. 작년 일정 기간 동안 택시 만큼이나 그가 자주 탄 인생차 (모델명이 la vita), 한 무리의 아저씨 영화인들과의 경험이 묵직하다. 택시거나 인생이거나, 혼자거나 (억지로) 무리거나.
그에게도, 다른 승객이나 기사에게도 택시의 경험은 일상이라 아주 즐겁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막히면 짜증나고 유턴금지에 사고도 나 있고, 금정연 작가의 글쓰기도 일상처럼 무슨 말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풀듯 하다가 그 기개에 제풀에 놀라 주저 앉으며 꿍얼거린다. 인생 이런거 아니겠냐고, 아무튼 일상, 아무튼 책이니 책장은 넘어가고 웃기도 하고. 저자 양반의 수다를 네, 네, 하고 건성으로 읽다보면 어딘지 목적지로 가긴 하겠지. 책값으로는 우리동네에서 택시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책을 시작하면서 어제, 나는 목적지를 말을 했던가,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