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의 새 소설.
백석의 북한에서의 삶을 읽을/들을 수 있다.
일단 오늘은 인터뷰가 올라왔다.


악스트(2020. 1/2)에 실린 단편 ‘미억오리같이 굴껍지처럼’을 읽고 오매불망하고 있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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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NT 공개작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Streetcar Named Desire이다. 결혼 전 당시 남친이었던 남편과 93년에 대학로에서 본 연극인데 (양금석 주연) 배우의 하얀 투피스만 기억나고 줄거리는 다 잊었다. 그녀의 약간 쉰 목소리에 압도되었는데 왜 기억이 안나는 건지?;; 





세월은 흘러 흘러 27년 후, NT 영상 (질리언 앤더슨 주연)으로 만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애송이들에겐 어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겠지. 한참 연애중인 이십대 중반 애들이 왜 이런 인생의 쓰디쓴 현실 이야기를 애써 봤는지. 얘들아, 그땐 그냥 놀이 동산 가서 사진 찍고 뛰어 댕겨. 지금은 ... 그럴 수 없겠구나. 


여튼, 추억에 잠시 빠졌다가 테네시 윌리암스의 책을 먼저 읽고 연극영상을 봤다. 희곡의 인물 묘사는 연극의 지문 보다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뻔하게 불안한 예측 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그 전형적 공식을 하나씩 따라가는데도 강한 인물들이 맞부딪힐 때 마다 그 에너지가 상당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 


1940년대 재즈와 뉴 오를리언즈 동네의 끈적한 여름 공기. 동물적 본능과 자신감으로 밀어부치는 스탠리, 그를 온몸으로 사랑하는 스텔라, 현실보다는 '마법'을 바라는 블랑쉬, 마마보이 미치. 서로의 공간이 겹치는 무대와 엄연한 경제적 계급, 남녀유별,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선. 그녀의 숨겨진 과거와 범죄. 그 사이 사이의 잔인한 블랙 유머. 욕망이라는 전차 이름부터 실제와 은유를 오가는 말 장난이 상당하다. 그걸 생생하게 살려내는 배우 질리언 앤더슨! 자막 없인 뭔말인지 모르도록 씨게 씨게 써던 액썬트로 대사를 던지는 블랑쉬! 한 없이 차가운 스컬리 요원이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옛 영화로는 비비안 리와 말론 블란도가 그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고 한다. 새롭게 비튼 이야기로는 '블루 재스민'이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건 어른의 이야기, 그것도 나쁜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다. 제목 만큼이나 야하고 (헙) 강렬해서 중간에 몇 번이나 쉬면서 얼음물을 마셨다. 이젠 이걸 이해할 나이가 되었구나? 지천명이 그런 의미였나봐?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They told me to take a streetcar named Desire, and then transfer to one called Cemeteries and ride six blocks and get off at--Elysian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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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레이디 OL 도 끔찍한데 교열'걸'이라니... 더할 수 없이 진부한 차별적 언어다. 교열을 하는 부서의 젊은 여직원 고노 에츠코의 이야기를 세 권씩이나 읽었다. 드라마 버전을 먼저 접했고, 지리한 코로나 일상에 달고 짜고 매운 음식같은 책을 챙기고 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드라마 보다 더 까칠하고 더 기억력이 좋고 약간은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같은 부분도 있지만 세 권 씩이나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난 다 읽었네. 이런 저런 출판 문학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작가를 술집에서 접대하는 편집자, 미성년자를 호텔로 데려가는 작가, 교열자가 오류를 지적해도 화를 내는 작가, 옛 작품을 되풀이해서 찍어내는 작가, 층층시하 회사와 문학계, 겉모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껍데기들. 책을 점점 멀리하는 대중. 순문학의 고고함만을 외치는 외골수들. 그 모두가 담긴 종이 위의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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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20-05-19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군요. 저도 드라마로 봤었는데요.
일본어중에 생각보다 차별적 단어들이 많고 쉽게 쓰이고 있더라구요. 남편을 아직 주인이라고 하는것도 그렇구요..

유부만두 2020-05-19 20:06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래요. 그 ‘주인‘이라는 말은 끔찍하죠.

드라마 ‘교열걸‘이 훨씬 훨씬 재미있어요. 소설에선 혼고 작가와 모델은 아무 관계도 없고요, 표절 이야기도 없어요. 드라마의 회색 정장에 안경 쓴 여자는 편집부의 입사 동기로 나오는데 덜 생생한 캐릭터고요, 다른 인물들도 드라마에서 더 귀여운 느낌이에요.
 

나도 오랫 동안 궁금했다. 소금에 절인 라임. 에이미가 손바닥을 맞는 사건을 일으킨 금지된 간식.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어색하게 어린 아이 연기를 한 플로렌스 퓨는 울먹이면서도 막상 문제의 '절인 라임'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pickled lime에 대한 설명을 여러 '문학 속 음식' 책들에선 시원한 설명을 만나지 못해왔다. 
올해까진. 
그리고 알아냈다. 


이 책은 단순한 음식+독서 이야기 이상이며 글도 아주 재미있다. 몇 번이나 음식, 먹거리, 그리고 책 이야기에 정신을 놓을 뻔 했는지 모른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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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5-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지!

유부만두 2020-05-20 14:31   좋아요 0 | URL
추천입니다!

책읽는나무 2020-05-2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이 책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5-20 14:31   좋아요 1 | URL
이 책 기대 이상이에요.
 

위촉오 삼국의 지난한 설립 과정을 숱한 장수들을 따라가면서 지켜본 것에 비하면 그 삼국의 시간은 짧았다. 지혜롭던 공들은 고집을 부리거나 회한에 차 안타까운 유언을 남기거나 못하거나 하면서 이승을 떠났다. 그들 뒤에는 기록과 역사가 남았고, 나관중의 팩션이 남았으며 오랫동안 아시아에선 신앙과 같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역사학자 이중톈은 팩션과 문화에서 역사를 떼어내서 보려고 노력한다. 두껍지 않은 책으로 후한 멸망 이후 세 영웅을 중심으로 기록된 사건을 따라가며 그 역사적 의의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정치세력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국가의 모습. 각 전투 마다 승패의 원인을 따지며 장수들의 투항과 배신에 깔린 충과 의, 두 가치의 정의를 현재의 비판적 시각으로 다시 말한다. 


저자는 삼국연의 속 아름다운 도원결의의 꿈에서 깨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삼국시대에서 역사를 바로 보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역사의 본성을 바꾸고 태평성대의 꿈을 만든 삼국연의에 취해 있으면 우매한 대중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중국인이 아닌 나는 그 꿈을 굳이 내 독서에서 지우고 싶지 않다. 도원결의 부터 적벽대전, 삼국의 흥망이 내겐 1800년 전 역사이면서 이야기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중톈이 상대하는 중국인 독자와 나는 다른 입장이다. 내겐 삼국연의 속 충의가 실제적인 가치라기 보다는 비유이며 상징이 되었다. 호메로스의 노래와 그리스 비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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