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젠가 목적이 뚜렷하다고 믿었던 시절을 생각한다. 분명한 이분법 덕분에 괴로움이 적었던 시절,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위해 자기를 볼링공처럼 굴렸다. 하지만 스트라이크가 목적이라면, 틀렸어! 자세가 틀렸다! 벌레 먹은 사과처럼 제 안에 부패의 터널이 나 있음을 아는 자들은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 썩어 문드러진 길이라는 것도 안다. 성자도, 영웅도, 천재도 아닌 우리의 가장 위대한 특질은 우리가 조금씩 썩어 있다는 것이며, 이 썩은 구멍들로 네트워크를 엮는다는 점이다. 자, 나의 벗들, 나처럼 조금씩 썩어 있는 나의 친애하는 원수들, 그러니 우리가 서로의 구멍을 핥아주지 않고 견딜 수 있는가. 그 썩은 부위들을 후벼 파지 않고 견딜 수 있는가. 군침 도는 협잡의 냄새를 언제까지나 미워하면서.....아름다움은 협잡에 대해서는 늘 볼셰비키다. 시작메모에서 정한아, 울프노트 24p

[ ] 내가 일을 하고, 사람들을 치료하고, 글을 쓰는 데 방해가 되는 건 뭘까? 나는 그것이 가난이나 방황, 불안정성이나 빈번한 변화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새벽이니 새로운 세계 건설이니 인류의 등불이니 하는 과장된 구호가 만연한 우리 시대의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 사람들은 - 상상력이 대단히 분방하고 풍부하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말은 재능 부족에서 비롯된 허풍일 뿐이다. 닥터지바고 9장 바리키노에서

[ ] 인간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는 데 주의를 쏟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에게 오류가 없다는 신화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진실에 등을 돌리죠. 정치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나는 진리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닥터지바고 8 장 도착에서

[ ]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낮에 깨어 있을 때 받은 강한 인상을 꿈으로 꾸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의견은 정반대다. 나는 낮에 아주 잠깐 눈에 들어왔던 사물이나 뚜렷하지 않은 생각, 아무 생각 없이 내뱉고 잊어버린 말들이 밤에 피와 살을 붙이고 돌아와 마치 낮 동안에 무시당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꿈의 테마가 된다고 생각한다. 닥터지바고 9 장 바리키노 57

볕뉘.

오늘 아침 꿈에 돌아가신 지인과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 식사장소로 모이자는 약속을 잡다가 깨어났다. 오랜만의 재회랄까 참 기분이 좋다. 꿈 속에서는 꿈 밖을 생각조차 할 수 없으므로, 오로지 꿈 속 그 현실을 경험한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기도 하다. 문학상 수상소감이 눈에 끌려 구입한 시집을 읽으며 책갈피를 해 놓는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생각. 이리 깔끔하게 묘사를 해놓아 부럽기도 한 일이지만, 손으로 집을 수 있는 표현을 얻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닥터지바고를 읽고 있다. 톨스토이도 푸쉬킨도 투르게네프로.....19세기 중후반을 너머 20세기 초반 다시 그 눈길을 밟아본다. 시간을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늘 과거를 씨앗으로 새로 자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러시아에 대한 가장 인상깊은 대목.

-- 러시아가 동방정교를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교회와 예배의식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건국 신화를 담은 『원초 연대기』에 따 르면 키예프 러시아의 공후 블라디미르는 986년 러시아 땅에 종교를 전하려는 주 변 국가의 사절단을 접견하고 각 종교의 본거지에 사신을 파견했다. 그렇게 여러 종교를 살핀 결과 이슬람교도는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유대교는 유대인들의 거친 운명을 보며 기대를 거두었다고 한다. 또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 사에서 영광을 볼 수 없는 등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동방정교는 달랐다. 다녀온 사신들은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
 "신(臣)들은 신(臣)들이 천국에 있는지 지상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나이다. 지상에는 그러한 광휘와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기에 제대로 묘사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다만 그곳에서는 신께서 인간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의 예배 의식은 다른 민족의 예배의식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신들은 그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나이다."
 예배의식이 매우 아름다웠다는 말에 감동한 블라디미르는 988년 세례를 받고 동방정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아름다움이 종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51

 위도 상으로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태양의 고도가 낮기 때문인지 러시아의 햇빛은 더 비껴 내려오는 느낌을 준다. 그 비낀 빛이 사물에 부딪쳐반사할 때 빛은 더 따갑게, 시리게 다가온다. 바실리 폴레노프가 그린 〈모스크바의 안뜰>에서 우리는 그 시린 빛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을 할 것인가? - 그람시를 읽는 두 가지 방식
루이 알튀세르 지음, 배세진 옮김 / 오월의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est‘ - 밑줄긋기. 사진을 찍어두고 업로드 자르고 변환하면 바로 . 걱정을 많이 덜 듯.

그렇다. 이데올로기들은, 이데올로기들이 신체에 대한 것24) 인 것과 정말 마찬가지로, 신체(이 신체에서 이 이데올로기들이 발현된다)를 지닌다. 이 신체는 국가 전체와 그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들(법률 체계, 학교 체계, 정치 체계, 노동조합 체계, 종교 체계,
 가족 체계, 의료 체계, 언론informationnels 체계, 문화 체계 등)보다 상위에존재하는 제도들 institutions‘ 이다. 이 이데올로기적 전체 영역들에 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인) 지배 이데올로기와 피지배 이데올로기들 사이의 거친 이데올로기적 계급투쟁이 벌어진다. ) 32

단순한 관념들‘이 아니라(이러한 ‘관념들‘이라는 형태에서 이데올로기는 존재할 수조차 없다), 대신 항상 실천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항 상 실천적인 판단과 태도의 특정한 체계를 살아 숨 쉬게 만듦으로inspirent. 우리는 이 이데올로기들을 이 이데올로기들의 신체 내 에서, 그 [신체-편집자]의 활동 내에서, 그러므로 또한 신체들 내 에서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32

 1903년의 레닌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투쟁이 맞닥뜨린 역사적 난관 혹은 이 노동자 계급투쟁의 조직화의 위기를 (어느 정도는) 의식하고 있는 활동가들로서 이 ‘무엇을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다. 그러므로 레닌은 이들의 질문을 듣고, 이 질문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 취하고, 이질문에 최대치의 활력relief과 힘, 그리고 개방성 publicité을 제공하고, 또한 이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 답변들을 제시함으로써 (이들을) 보조한 것 말고는 전혀 다른 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7

(이 역사적 특징은 마르크스주의 이론 자신이 먼저 자지상에 대한 절대적 진리라는 주장을 가지고서 자신의 대상을 배반하지 못하게해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위험을 경고함으로써 이 대상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있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을 부여함으로써만이 이 대상을 인식할 수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해된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자기 자신에게자신의 대상에 대한 예방적 특징, 즉 역사적 특징을 부여함으로써만이 이러한 위험을 경고할 수 있게 된다. 자, 바로 이것이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역사주의적 해석이며, 또한 그람시라는 이름이 결부되어 있는 ‘절대적 역사주의‘로서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해석이다.50

역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 En vérité 역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위에서 이미 설명했기에] 우리는 왜 그러한지 이미 잘 알고있다. 그람시에게는 역사에 관한 하나의 [대문자] 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이거나, 혹은 심지어 그에게 역사는 [대문자] 관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람시에게서 역사는 하나의 [대문자] 종말/목적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양수업

[ ] 시적 경험으로서의 교양: 교양은 행복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줍니다. 시를 읽을 때, 그림을 바라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극대화됩니다. 말과 그림과 음률이 주는 명료한 힘은 우리가 문화라고 칭하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다층적으로 얽히고설킨 공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그 완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겉멋만 잔뜩 든 미술 애호가나 음악회 애호가인지, 아니면 예술의 고상함을 진정으로 체험할 줄 아는 사람인지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전자는 그냥 교육받은 소시민이고 후자는 교양의 소유자입니다. 40

[ ] 철학에서는 사고의 일치성이, 문학에서는 사건의 투명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은유와 적확한 단어와 문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철학적 깨어 있음과 언어적 깨어 있음은 서로 간섭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사고적 일치성을 이루어야 하고, 사고적 분석은 경험의 정확한 묘사에 기댈 수 없을 때 공리공론으로 흐르게 됩니다. 67

[ ]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자아상을 시험대 위에 돌리고 그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던 기억의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연다는 뜻입니다. 마테이가 소녀와 엄마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가히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는 부분을 읽을 때 바로 그 현상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인간의 사고와 감정과 행위가 가진 복합성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중대한 개념을 지키고 있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72

[ ] 문학적 이야기가 가진 정신은 의구심의 정신이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정신입니다. 모름에 대한 인정은 이야기의 화자조차도 인물의 깊이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나타낼 정도로 등장인물이 가진 깊이에 대한 존중을 동반합니다. 이런 존중심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전개시키는 사람은 독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등장인물들 안에 쏟아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을 열어놓습니다. 등장인물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그 인물 자체가 아니라 독자 스스로 활짝 열어젖힌 상상의 통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적 이야기하지는 언어적 쓰레기에 대항하는 싸움입니다. 73

[ ] 우리가 자꾸만 감상하고 싶은 것은 색, 구도 그리고 붓의 터치입니다. 문학적 글의 평가 기준 또한 그림을 보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줄거리를 이미 다 아는데도 자꾸만 또 읽고 싶어지는지, 즉 글의 형식 때문에 그 글을 읽고 싶어지는지가 우리가 문학을 선택하는 기준입니다...문학적 글은 음악적 요소를 많이 품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에는 특정한 숨결, 특정한 리듬, 하나의 멜로디가 있습니다. 82, 84 작가는 자기가 쓴 모든 단어에 대해 왜 다른 단어가 아닌 바로 그 단어를 사용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86

볕뉘. 몇 번을 훑어보게 된다. 장황하지 않게 이렇게 단아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주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김이듬시인 낭독회와 부산비엔날레를 다녀오다.
아 그리고 지난 목요일 독서노트 모임도 있었네.

그래 한 친구는 발달장애를 다룬 책을 이야기했고,
이듬시인은 어린시절 진주에서 아기인형을 업고 다니는 미친년이야기를 했지.
그리고 수직식물정원으로 꾸며진 미술관에서 난민과 아프리카청년의 절규를 들었지.

그러다 페소아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고, 아니 두 번씩이나 나누었네.
브레히트도 에밀리 디킨슨도 만났네.

표류하는 흑발을 다시 보았지. 무척 처절한 내용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시인이 요구한
페미니스트와 파르티잔, 개의 화자에 집중해보았는데
그녀의 진주사투리와 말 밖으로 나타나는 성격, 일련의 삶의 시선에서 여실히 읽을 수 있었지.

비엔날레는 사실 별로였고, 영상과 설치물 위주라 더 더욱....발품을 한참 팔아야했지.
그 가운데 건질 것이라고는 몇 작품이 없었네. 큐레이터의 설명을 일부러 들어도 그 생경함은 줄어들지 않았지.
이민휘&최윤의 영상작품, 나스치우 모스키토의 아프리카선언, 스마다 드레이푸스의 영상 정도였어.
이내 말라버리는 눈물처럼
흝고 지나치는 감정들처럼

흔적이 자욱, 아니 자국으로...아니면 화인으로 번지면 싶었는지도 몰라.
서정시를 쓰기 힘들어지는지도 모르겠어. 자꾸. 번갈아 뭔가 자꾸 걸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