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태어난 그러그 그러그 시리즈 1
테드 프라이어 글,그림, 이영란 옮김 / 세용출판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이라서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그림도 사실 여백이 많다. 눈이 내리는 광경은 우리나라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싸고 간단하면서도 예쁜 그림이 그려져있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구매하기에 적합한 그림책이다. 사실 이 그림책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거의 전통적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라고 한다. 뭐랄까... 딱히 호주 녹색당의 부흥을 꼬집고 싶지는 않지만. 녹색당 회장이 상원의원으로 지내고 있는 나라라면 그럴 듯도 하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견학 때가 되어서나 숲에 가서 나무를 볼 수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나무에서 태어나는 생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그는 큰 나무에서 떨어져서 생명체가 되었다. 팔이 생기고 다리가 생겨서 터벅터벅 걸어다닐 수 있다. 자신이 살 동굴을 찾고, 돌을 가져와 벽난로를 지어올리고, 소박하게 집을 짓는다. 또 하나의 동굴을 파서 우편함을 만든다. 친환경 집에서 사는 데다가 무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까지 있는가보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본인은 그러그를 보면서 겨우살이를 생각했다. 어렸을 때 본인은 새 둥지와 겨우살이의 차이를 몰라서 많이 헷갈려 했었더랜다. 요즘도 나무에 겨우살이가 많이 매달려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겨우살이랑 새 둥지에 대해서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일단 소설을 다 읽었다는 말만 하겠다. 글을 소개하기보다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혼란스런 감정을 정리하는 게 우선인 듯하여 형식을 바꿔보겠다. 스포일러가 만빵으로 들어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그럼 이제부터 대놓고 본론으로 돌아가겠다.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설화가 너무 무리수를 던진 것 같다. 세 의형제와 같이 의형제를 맺었던 안 맺었던 간에 그녀는 나리의 잔소리에 지쳐 있었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아도 그 편지엔 일종의 경고가 들어있었다. 소녀시절처럼 지내기를, 더 이상 나를 상처입히면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메세지. 그녀는 나리와의 친구관계를 버텨내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둘은 여성으로서 몸가짐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비밀의 부채에 누슈를 적어나가고,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관계가 깨지면 당연히 서로는 자주 만날 수밖에 없고, 서로에게 지칠 수밖에 없다. 물론 설화는 나리가 이해하기를 바라고 믿으며 그런 글을 썼겠지만.
 독자들이 글을 읽으며 무엇보다 놀란 것은 나리의 겉으로는 형식을 취했으나 실상 내용을 보면 험담과 비방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그 노래였을 것이다. 소중한 비에푸를 다른 친구에게 뺏기는 그 느낌은 확실히 여자들밖에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사실 고등학생 때 심하게 질투하는 편이었다 ㅋ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여성의 포근한 애정의 느낌이 아니었다. 단지 남성의 특성인 소유욕과 질투가 섬세하게 감춰진, 뒤틀려진 애정이었다. 
 본인이 이 소설을 레즈비언 혹은 퀴어소설이라 생각하지 않는 게 바로 이 점이었다. 나리가 설화를 남성적으로 사랑했다는 말에 혹시라고 생각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리는 그저 귀족여성으로서의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남성처럼 억척스럽고 모질게 변한 것 뿐이다. 가부장제 시대에서는 그런 여성들이 살아남는다. 아들처럼 똑같이 열 달 배 속에서 키운 딸에게 전족을 채워주는 어머니는 자신의 모성을 잠시 눌러야 한다. 우리나라라고 그런 여성들이 없겠는가? 기업체던 어디서든 남자들을 밑에서 부리려면 모성애를 꼭 옥죄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 남성들에게 그 괴로운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할 거야 내인생의책 그림책 12
낸시 틸먼 글.그림, 신현림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씁쓸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난 언제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낸 다음에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한창 읽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요란스럽게 킥킥거린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코끼리는 바다에 살지 않아요." 라고 대답한다.  "물 좋아하는 코끼리는 바다에서 살 수도 있지." 라고 말했더니 "아니에요. 코끼리는 동물원을 더 좋아해요."라고 벅벅 우긴다. 왠지 슬퍼지는 순간이었다. 저렇게 이쁘고 똑똑한 아이들이 철창 안에서 쇠약해지고 병들어가는 동물들밖에 볼 수 없다니. (서울X드 구석엔 동물병원이 있다. 에버랜드는 철조망이 없는 대신 동물이나 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신체 부위 어딘가를 잘라놓는다.) 그림에서나마 자연 속에서 마음껏 춤추는 동물들을 보여주자. 아이들과 같이 마음껏 춤출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 요즘엔 돈이 없으면 살아있는 동물을 구경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니. 
 언뜻 보면 팝아트같이 생긴 그림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눈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더불어 감동마저 먹게 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온통 뒤섞인 자연의 한복판에서 자연과 벗삼아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보이기까지 하다.
 글은 또 어떤가. 마치 자기 자식에게 말하듯 정성과 사랑이 가득히 담긴 글이 쓰여져 있다. 신현림 시인이 예상대로 잘 번역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가만히 소리내어 읽으면 마치 소곤소곤 귓가에 속삭이듯이 간지럽게 뜻이 다가온다. 하도 간단하다보니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 ㅋ 말 그대로 아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이 되던 함께 하고 사랑하겠다는 멩세이다. 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그림책에서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목소리가 어떻든 상관없이 저절로 달콤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목소리가 이상해서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저자 프로필을 보았을 때 오 세상에 ㅋㅋㅋ 깜짝 놀랐다. 기린하고 딥키스하는 사진이 바로 정면에 떡하니 찍혀져 있다니. 동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제인 구달이 생각나는 순간이랄까. 그러나 침팬지와 같이 살면서 인간세상과 차단된 생활을 했던 제인 구달의 저서보다는 동물과 인간이 같이 소통하는 이 책이 내게는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머릿속에 딱 와닿는 구절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나라는 하도 결속이 잘 되어있는 민족이다보니, 고향이 없는 이 여자아이가 딱히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예쁜 흑인 여자아이라면 더더욱. 남자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남자를 어느 정도는 후릴 줄 아는 여자라면 더더더욱.
 그저 글자 하나하나에 재즈가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공이 어떤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을지도 듣고싶고, 어떤 춤을 추었는지도 보고싶다.
 왜 제목이 황금물고기인지 궁금했는데, 같이 읽고 있던 '황금가지'에서 때마침 아프리카의 황금물고기 설화가 올려진 탓에 그 글을 읽고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예쁜 여자아이의 영혼이 황금물고기에 있던 탓에 그녀의 미모를 질투한 여왕이 황금물고기를 물에서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여자아이를 죽였다살렸다 한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녀의 미모에 반한 어떤 왕자가 여왕에게서 황금물고기를 가져온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그러나 황금물고기의 결말은?
 스포일러를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대강 결말을 볼 때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부인과 이혼시키기 위해 이미 유산한 아이를 뱃속에 있다고 거짓말하는 듯하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왕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왕자는 '그녀의 목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황금물고기를 가지고 있다.
 황금물고기 소설에서 주인공의 남자친구는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그가 아내와 이혼했다는 구절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그녀의 뱃속은 '텅 비어있다.'
 흑인에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이중차별받는 흑인여인들의 생활이 오싹할 정도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게임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 / 바다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에서 멋있게 수염을 기른 노인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어린아이가 그 노인에게 잘 때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자는지 이불 밖에 꺼내놓고 자는지를 물어봤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인 자신마저도 수염을 이불 안에 놓는지 밖에 놓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랜다. 그래서 결국 그 노인은 밤새 수염을 이불에 넣다 뺐다 하느라고 잠도 설쳤다는 이야기이다.

 쇼지와 사에는 마치 옛날이야기의 정령들처럼 홀연히 책에 등장해 유희를 부리고, 그 유희에 말려든 인간들이 덫에 걸려드는 장면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마치 그들이 책에 쓰여지지 않았던 것마냥 홀연히 사라진다. 단지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요정들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웃고 떠들며 그 비극을 즐길 수 없었다는 것 뿐. 그저 아무 말 없이 폐쇄된 방 안에서 TV스크린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상황을 평가할 뿐이다. 처음에 나온 이야기는 뭐 그럭저럭 넘어간다치고 두번째 이야기는 정말 섬뜩한 이야기였는데, 읽는 동안엔 그닥 섬찟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쇼지 특유의 무감증에 전염된 것일까? 덕분에 보는 사람의 마음도 다소 가벼웠다. 화려하게 치장된 비극적인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딱딱한 문자보다는 예산을 철철붓고 CG를 적절히 녹여 만드는 요즘의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뭐랄까, 결국 이 러브게임의 창시자인 쇼지와 사에는 못된 년놈들이다. 사랑의 진실된 모습을 찾으려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진실들을 낱낱이 들어낸 주제에 결국은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니. 괘씸하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둘은 세상에 있는 모든 커플들처럼 사랑을 찾으려 하고, 사랑에 아파할 줄 알고,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희생을 치러서야 그 둘은 자신들에게 걸맞는 결말을 찾았다. 아니, 찾으려 한다.

 이 책은 사랑이 어떻다는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손을 맞잡은 모든 커플들의 내부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 의문을 제시할 뿐이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온 세계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낼 책은 없다. 그 전부를 볼 수 없기에 사람들은 남들 이야기 중에서도 최대의 프라이버시, 사랑이야기를 듣는 걸 최고로 치는지도 모른다. '스캔들'이라거나 '우결'같은 방송이 아직도 망하지 않고 계속 방영되는 걸 보면,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관음증 증세는 꽤 오래 버티려나 보다. 아울러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방황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