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하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돈키호테'의 제5변주는 돈키호테가 도르시네아 공주를 몽상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도르시네아 공주는 돈키호테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진 대로 망상 속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p. 40

 

 청소년기에 벌써 인생을 알만한, 노을이 질만한 일을 겪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일단 난 쓰시마도 미나미도 어느 쪽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쓰시마는 여자친구가 심한 실수를 한 뒤에 멋대로 말도 제대로 안하고 차버렸으니 당황할 만도 하고. (그렇지만 선생님에게 한 짓을 정당화하자는 건 아니다.) 미나미는 놀랍게도 본인을 무척 닮은 인물이라, 나로서는 그저 변명할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가 호주로 2년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기분이 상했다. 군대에서 2년 있을 때는 그럭저럭 버티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2년이나 더 먼 나라에 가는 걸 버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영어영문학과로서 본인은 한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 대학에 있을 때는 집안 경제가 좀 위태로웠던 관계로, 유학을 간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것도 힘들 지경인데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남자친구가 나보다 먼저 유학을 간다는 사실이 몹시 싫었고 질투가 났다. 미나미는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쓰시마 넌 돈 많으니까 나도 같이 유학보내달라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려줘.' 아마 미나미도 자신이 쓰시마와 유학을 같이 갈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쓰시마가 부모님에게 거절당했다고 말을 했을 때 '역시...'라고 대답한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쓰시마에게 쓸데없는 강짜를 부릴 정도로 망가졌던 것이다. 아마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도 아직 철이 덜 든 상태에다가, 자존심은 엄청 높았고, 할 줄 아는 건 공부랑 독서밖에 없었던 아이였으니까. 심지어 이미 관계가 끊겼다고 생각하면 냉정하게 연락을 끊는 행동까지, 나랑 너무나 닮아서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아니, 아마 지금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미나미와 똑같이 했을지 모른다. 미나미가 했던 단 하나의 실수만 뺀다면.

 결론은 '인간에겐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라는 거다. 주어진 대로 사는 거다. 만족하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한 대로, 그대로 사는 거다. 쓰시마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음악연주 자체를 즐기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을진 몰라도 그것이 그에게 있어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쓰시마는 무언가 잘못되었었다는 사실만은 결코 잊지 않았다. 과거로부터 도망가지도 않았다. 뭐 자신의 잘못에 관련된 이야기는 왠지 어중간하게 말한 듯한 면이 있지만, 이해해주자. 그는 자신이 나약하고 비겁한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소크라테스처럼. 자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막연하게 눈치챈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바흐의 나장조 쿠탕트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것이 삶이다. 그러나 흘러가다보면 꽤 괜찮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자살이라던가,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짓을 그만두라고 이 책은 요구하고 있다. 더 노력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역량이 이 정도라는 것을 알아채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으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사실 '내려놓기'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쓰시마가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 이토, 아유카와 등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이겨낸 것은 책,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아낌없이 구입해주셨던 부모님 덕분이었다. 말하자면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성공에만 99%의 노력과 1%의 운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 이 1%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든 건 지나간다. 일단 배를 타라. 그러나 수면은 끝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배를 타라> 하권에 나오는 음악들. ▼

 

 

 

쓰시마 이 녀석 지휘자로 갔으면 치아키처럼 컸을 수도 있을 텐데 왠지 아깝다 ㅋ 

 

푸치니 <라보엠>

-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 국립극장에서 들은 오페라

http://www.youtube.com/watch?v=wrCwl4SYVCM

<비발디 마단조 소나타>

- 메츠너 선생님에게 받은 레슨

http://www.youtube.com/watch?v=DaYbTPuon_w&nofeather=True

슈트라우스 <돈키호테>

- 메츠너 선생님이 악기를 울리는 법을 가르친 음악

http://www.youtube.com/watch?v=P4r_xHVPc84

쇼팽 <에튀드>

http://www.youtube.com/watch?v=ROVy9PC8_8A&feature=channel

http://www.youtube.com/watch?v=C2loQ33oKJQ- 막심 제6장

라벨 <소나티네>

http://www.youtube.com/watch?v=L302PJFsQ-g

포레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시칠리아 무곡)

http://www.youtube.com/watch?v=LsWOLuGu0i0

포레 <자장가>

http://www.youtube.com/watch?v=JUha5FgP9kA

- 기타지마 선생님이 연주하는 곡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http://www.youtube.com/watch?v=ubWD9hlmzpg

슈만 <첼로협주곡>

http://www.youtube.com/watch?v=DldTL5hn7W8

말러 <제5교향곡>

http://www.youtube.com/watch?v=URKGIa0b_jI

- nhk교향악단 연주곡 마랭 마레 <라 폴리아>

http://www.youtube.com/watch?v=rB2pOGaaHAY

http://www.youtube.com/watch?v=ylBj5qZb71M

- 1학년 연습곡

다비드 포퍼 <세레나데>

http://www.youtube.com/watch?v=VaKJSg8YkMQ

- 다부사가 연습한 곡

모차르트 <주피터>

http://www.youtube.com/watch?v=y_0pFZSsIK8

- 3학년 때 오케스트라 연습곡

사티 <세 개의 짐노페디>

http://www.youtube.com/watch?v=S-Xm7s9eGxU&nofeather=True

http://www.youtube.com/watch?v=Av31vk4613M&feature=channel

- 2절 - 3학년 레슨 곡으로 주인공이 정한 곡

베토벤 <운명>

http://www.youtube.com/watch?v=g6PYYiQlD4o&feature=related

하차투리안 <가야느> (검무)

http://www.youtube.com/watch?v=-tNpnQJDVm8

- 콘서트 후보곡

바흐 <브란덴부르크협주곡>

http://www.youtube.com/watch?v=buGvGMvtwgI&nofeather=True

이무지치 합주단 <비발디 사계>

http://www.youtube.com/watch?v=HAW1irZaabM

- 지휘자를 두고 있지 않는 앙상블로 짰을 때 비유된 앙상블.

- 음악은 1학년 연주곡.

모차르트 <하프너 교향곡>

http://www.youtube.com/watch?v=4yCYN7WZ_0I

- 주피터 전에 모두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

모차르트 <바스티앙과 바스티엔>

http://www.youtube.com/watch?v=2ipa8x6SdjI&feature=fvst

생상스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http://www.youtube.com/watch?v=sdLn8zNB53g

1학년 멘델스존 <7개의 특징적인 소곡>

http://www.youtube.com/watch?v=4QUneIF1JDw

나리타

모차르트 <클라리넷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http://www.youtube.com/watch?v=e_PvM7p6INs

스크랴빈 <에튀드>

http://www.youtube.com/watch?v=NSsKJIzwapA&nofeather=True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http://www.youtube.com/watch?v=XoZJkkWX8Yw&feature=fvst

드뷔시 <시링크스>

http://www.youtube.com/watch?v=txpk_ByCGR8&feature=player_embedded#at=27

- 쓰시마를 위한 이토의 비밀콘서트

그라나도스 <12곡의 스페인무곡>

http://www.youtube.com/watch?v=lF91jLW9k5Q

- 오디션 아사바 연주곡

글루크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정령의 춤)

http://www.youtube.com/watch?v=wjtcguzYuZs

포레 <환상곡>

http://www.youtube.com/watch?v=Nqm-g-1Qn6o

- 오디션 이토의 연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http://blog.daum.net/spdjcj/1089

- 오디션 아유카와의 연주곡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http://blog.naver.com/yoonh20?Redirect=Log&logNo=120027839858

- 오디션 선발시험 때 주인공의 연주곡

브람스 헝가리 무곡 (차르다시)

http://www.youtube.com/watch?v=HbOpcRAUGHg&nofeather=True

- 사실 이거 1권에서 나오는데 깜빡 잊고 있었음;;; 추가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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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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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그건 마치 교통사고처럼 어떤 시기에 하나의 경험을 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듯 어른이 되어버린다. '좋아,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먼저 결심을 하고 그 다음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인간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 p. 8

 

 우리는 살면서 정말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 말려든다.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냥 우연히 부유한 음악가문의 집에서 태어났고, 첼로를 배워야만 했고, 상류층 음악학교에 합격하지 못해 삼류 음악학교에 가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그의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질문으로는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 차원이 다른 대답이라고 한다. 앞에서 봤듯이 우리는 그저 우연히 태어나서 우연히 이런 세상에 살 뿐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거창한 주제인데도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 주제를 기준으로 하여 균형을 맞춘다.

 전반적인 내용은 주인공인 쓰시마가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 거기에서 펼쳐진 하늘이 그렇게 화창하지는 않다는 것을 독자 분들은 느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뭔가 암울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푸른색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적절하게 나타내주는 표지가 아닐까 싶다. 회상 속에 나오는 어린 시절 주인공은 부잣집 도련님이라 약간 잰체하고 건방진 면이 있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나이 든 주인공의 말처럼 그렇게 모자란 놈만은 아니고 나름 매력적인 구석도 있다. '즐겁고 밝게 살아야 한다'는 치카의 말에 그는 대놓고 반발한다. 어쩌면 자신이 우울함을 즐긴다는 그 터무니없는 생각 때문에 이후의 참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청춘이 그렇게 발랄하고 유쾌한 때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은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삼류 음악학교에 무리없이 진학했고, 그 후에 부속 대학으로 진출하여 무난히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약간 우울해하고 어두운 면도 있지만 친구들도 잘 사귀고 있다. 아까 말했듯이 집도 부자다. 어찌보면 참 편안하게 지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현실엔 힘들고 암울한 면도 있다. 스포츠만큼이나 음악계에선 스타가 되기 굉장히 어려운데, 그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교에서의 강요를 받아들이고 개인 연습도 꾸준히 해야 했다. 심지어 여자친구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조차도 없었다. 또한 그는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당연히 음악가가 '되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떨어져 독일로 유학까지 가야 했다. 학교와 집에서의 압력이 상당히 심하게 그를 짓누르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자친구인 미나미하고 깨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했지만, 상당히 감정적인 쓰시마가 만일 이 압박들에 대해 자각이 생긴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쨌거나 첼로는 음이 가벼운 바이올린과는 무언가 다른 깊은 음색이 있다.

그게 바로 쓰시마와 그의 여자친구 미나미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첼로를 전공악기로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악기로 인해 성장했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스토리는 계속 흘러가고, 예전에 들었던 클래식 음악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흥미가 점점 고조되었다. 이 책을 볼 때 가끔 오페라나 클래식같은 음악들을 들었으며, 이 후기를 쓰는 현재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듣고 있다. 첼로계에서는 성서와 같이 받들어 모시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쓰시마가 스승님에 의해 처음 접하게 된 첼로곡이다. 피아노를 포기해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닥 달갑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아련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권 후기를 쓸 때 하려 한다.

 

<배를 타라> 상권에 나오는 음악들. ▼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 주인공의 개인교사가 켰던 첼로곡
http://www.youtube.com/watch?v=S6yuR8efotI- Mischa Maisky의 연주
http://www.youtube.com/watch?v=KX1YtvFZOj0- Pablo Casals의 연주
모차르트 <마술피리>
- 미나미와 오페라 볼 때
http://www.youtube.com/watch?v=tlhbFk2GbcY- Royal Opera House, 영어자막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 1학년 때 처음 한 오케스트라 연주
http://www.youtube.com/watch?v=S76CGGPqI3s- The Philadelphia Orchestra
베토벤 <봄>
- 미나미가 연습하고 있는 것
http://www.youtube.com/watch?v=Ni1qR--upYA- Konstanty Andrzej Kulka (violin), Waldemar Malicki (piano)
드뷔시 <프렐류드>
- 시민 오케스트라&2학년 때 오케스트라 연주
http://www.youtube.com/watch?v=ZVlyXh87b1g&feature=related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 쓰시마&미나미&기타지마
http://www.youtube.com/watch?v=glhX2k6VL3s&feature=related- Andrzej Grabiec, Violin; Misha Quint, Cello; Ning An
하이든 <천지창조>
http://www.youtube.com/watch?v=YgZ3VlDu938
드뷔시 <작은 모음곡>
- 아유카와 & 미나미의 연탄곡
http://www.youtube.com/watch?v=MGHFNGyXll0&feature=related- Justine Verdier & Daniel Diaz
http://www.youtube.com/watch?v=JSO8Z6YmZtY&feature=related- IPOJ
모차르트 <내림 나장조 소나타>
http://www.youtube.com/watch?v=csj9sxSy7Ew- Vadim Chaimovich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http://www.youtube.com/watch?v=qLTManObB40- The Symphony Orchestra of the Bulgarian National Radio
비발디 <양치기의 파이프>
- 이토의 문화제
http://www.youtube.com/watch?v=1gmw9bNsh8I- N.De Chedevile
http://www.youtube.com/watch?v=rCJtmrmN7xA&feature=related- Claudio Barile & Mario Videla
슈베르트 <그랑 듀오>
- 삼촌 연주곡
http://www.youtube.com/watch?v=0cA3FexqR7o- Janine Jansen & Itamar Golan
바흐 <bwv 605 & 615>
- 할아버지 연주곡
http://www.youtube.com/watch?v=NeKMXe4FAQA
http://www.youtube.com/watch?v=wcEBISHBdRw
마우리치노 폴리니 <베토벤 피아노 연주곡 황제>
- 미나미가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자
http://www.youtube.com/watch?v=BeV8szepm7U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 주인공 친구가 방학동안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로 구입

http://ignorams.egloos.com/3248863#
<42개의 크로이처 에튀드>

- 미나미의 두번째 도전

http://www.youtube.com/watch?v=WCB77tWk7dg- Bernard Chevalier
클레멘티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http://www.youtube.com/watch?v=wZIGLHae_P8- Ivan Moravec
라벨 <물의 장난>

http://cafe.naver.com/yushin01/7293- 마르타 아르헤리치
가브리엘 포레 <엘레지>

- 사에키 선생님 레슨

http://www.youtube.com/watch?v=qW2A6rIew8I- National Cello Institute 2009에서 12살 아이
바흐 <플루트 소나타>

- 주인공과 이토가 듀엣

http://www.youtube.com/watch?v=DsXGaJLFhNM- The winter harbor music festival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 보컬리즈

- 기타지마 선생님이 영상작품 전시회로 요청한 곡

http://www.youtube.com/watch?v=LI5MjE8pHAY&feature=player_embedded- Rostropovich
차이코프스키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http://www.youtube.com/watch?v=maqAr0v2Nao- The Bekova Sisters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A단조 작품 102>

http://blog.daum.net/doctor/15856693- Karajan
라벨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http://blog.naver.com/huhkhee/70042082694
헨델 <파사칼리아>

http://www.youtube.com/watch?v=FzwWEJ0Bgvo- 장한나

http://www.youtube.com/watch?v=NseBdxfHk5k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http://blog.naver.com/toy870/10088468042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http://www.youtube.com/watch?v=615nm_PPh2Y&nofeather=True

http://www.youtube.com/watch?v=OeCn591c_DE&nofeather=True

http://www.youtube.com/watch?v=WcJv9b9r174&feature=results_video&playnext=1&list=PL04E0B80E7772DA6F

http://www.youtube.com/watch?v=uhw6bF_oR_k

http://www.youtube.com/watch?v=sLmiEYpJY10&nofeather=True

http://www.youtube.com/watch?v=IUzbtdrM4uQ

http://www.youtube.com/watch?v=BoITT8TUyIY

http://www.youtube.com/watch?v=ZwO_iarT_lM

http://blog.naver.com/toy870/10050093043

http://www.youtube.com/watch?v=QpYtDIT5Gww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전곡

http://www.youtube.com/watch?v=COuxhvccdiA&nofeather=True

http://www.youtube.com/watch?v=6Gb3kePW-s4&feature=channel

http://www.youtube.com/watch?v=p_-oiLjh94I&feature=results_video&playnext=1&list=PL7EE1DA3A280518B6

http://www.youtube.com/watch?v=FdoVtmGtXgA&nofeather=True

스카를라티 <센또 넬 꼬레>

http://www.youtube.com/watch?v=b1Dv8G-Ofns- Hana Vítkov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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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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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외치는 침묵.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침묵.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외치는 침묵.

 

 2009년 출판된 이 책을 2012년 3월 서평을 쓸 책으로 선정한 북폴리오에게 항의해본다. 이 명작을 선정한 것은 혹시... 북폴리오의 꼼수??? 아 정말... 헝거게임을 보면 첫번째, 일단 미친 듯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두번째, 정말 미친듯이 다음 편이 보고 싶어진다. 중독성이 좀 많이 센 듯하다. 내가 <1Q84> 지를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구매를 원하지는 않았었다. 일단 내 인생에서 돈으로 꼭 사야 하는 첫번째는 밥이고, 두번째는 책이다. 그런데 지금은 격하게 유혹당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

모킹제이 얼마? 만삼천원? 그럼 난 13일동안 점심을 굶어야해요 ㅋㅋㅋ

근데 본인은 지금 진지하게 하루 세끼 중 두 끼를 빼고 아침만 먹을까 고민 중.

 

 

 일단 헝거게임이 이렇게 내 정줄을 놓게 하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일단, 본인은 지금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녹색당에서 자원봉사를 간간히 나가고 있다. 그래서 1%만 생존할 수 있는 지금 사회에 심한 저항감을 느끼고, 자본주의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는 중이다. 그런데 마침 헝거게임은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낚을 수 있는 좋은 미끼가 있다. 일단 경기를 주최하는 단 하나의 국가는 12개 국가들에서 조공인을 착취하는 '캐피톨'이다. 12개국 사람들은 그런 캐피톨에 저항감을 가지지만, '13번 국가'가 초토화된 이후 찍소리도 못하고 복종한다. 본인은 '캐피톨'이 미쿡같이 제국식으로 다른 나라들을 괴롭히는 것에 대한 상징, '13번 국가'가 이라크같이 괴롭힘받는 것에 대한 상징이 아닐까 생각했다.

 두번째는 뭐 말할 필요도 없다. 노출성 때문이다. 우리는 작품 속 헝거게임을 시청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헝거게임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래없는 로맨스가 벌어진다. 이 아니 재밌을 수 없으리오. 일단 본인도 헝거게임 속 피타X캣닙 커플에게 꽂혔으니 인물 설명을 주로 하려 한다.

 

 

사진 속 인물은 헝거게임 영화의 주인공 캣니스. 활을 잘 쏘는 다부진 여자아이이다.

 

 캣니스같은 상황을 겪은 아이들의 단점이 뭐냐면, 자신이 마치 불행한 인생은 다 살아온 것마냥 행동한다는 것이다. 충격 때문이던 어쨌던 간에 그녀의 어머니는 캣니스와 동생을 방치해뒀고, 그녀는 그 때문에 무엇이든 경계하고 쉽게 분노하게 되었다. 또한 정의감은 충만하나 그만큼 눈치가 없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사회성이 없다는 사실을 다 까발리고 다닌다. (고의는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무슨 사회성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최악의 경우 처세술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 그런 환경은 사교계에서 직접 터득해야 하는데, 캣니스는 가족과 자기 자신을 먹여살리기에 바빠서 자신의 강인함에 끌리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흑집사>의 씨엘같은 타입인데... 글쎄, 난 그녀가 그렇게 불행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공감이 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충분히 배려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상처입은 것만 부각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경계심은 단지 단순한 생존에만 유리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래서 피터가 진짜 자신을 사랑했던 것조차 몰랐고, 결국엔 피터의 덫에 걸려버렸다. 그녀는 어쩌면 일평생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피터를 사랑하는 척해야 할지도 모르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루를 끝까지 살리려고 했던 그 마음씨만은 마음에 드는데, '캣칭파이어'나 '모킹제이'에서 그 장점을 잘 키웠다면 괜찮은 아가씨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다음 권에서는 그녀가 소극적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캐피탈에게 저항하겠다 결심한다고 하니 기대해보겠다. 일단 전반적으로, <헝거 게임>의 캣니스는 영 마음에 안 들었다. 

 게일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오빠나 동료로서는 훌륭한데, 캣니스의 애인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음식이나 생존방법은 충분히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사랑은 동등하게 거래할 수 없다. 소설 전반을 볼 때 게일의 자존심이 상당히 센 편인데, 캣니스 또한 누군가에게 밑지고 들어가는 성격이 결코 아니다. 결국 둘 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다. 캣니스는 아마 캐피탈의 강압에 의해 억지로 피터와 사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발심으로 게일에게 끌렸을 거다. 캣니스는 누군가 자신에게 져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게일은 결코 그렇지 않을거다.  

 

 

이 인물은 헝거게임에 캣니스와 같이 뽑힌, 피타이다.

소설 어디에선가 캣니스와 같이 헝거게임에 뽑혀서 기뻤다고 했는데... 진심인가 피터 ㅋㅋㅋ

 

 그리고 캣니스에게'만' 새롭게 등장한 인물, 피타.

 일단 게일과 피터가 캣니스를 두고 라이벌 구도로 설 것 같다는 게 본인의 생각. (3권까지 있다는데 설마 게일이 안 나오겠어?)

 근데 사람들이 피터가 약하고 게일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본인은 피터가 끈덕진 데가 있어서 장기전(?!)에서는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 엄마한테 두들겨맞아가면서 빵을 일부러 불에 태운 다음 캣니스에게 던져주는 장면. 묘사를 보면 엄마에게 상당한 폭력을 겪은 듯한데, 보통 그 정도 레벨을 겪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반항할 용기따위 상상도 못한다. 자기가 맞아 죽게 생긴 판국에 캣니스를 도와주는 걸 보면 이 녀석은 보통이 아니다. 두번째, 캣니스가 눈치 없이 캐피탈에서 무성인이 된 델리 카트라이트를 아는 체할 때. 캐피탈 사람들이 어떻게 그녀를 알고 있냐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캣니스는 그냥 벙쪄있었다. 잘못하면 캣니스가 무성인이 될 수도 있었던 그 판국에서 침착하게 '델리를 닮았네'라고 말하는 걸 보면 피터의 순발력과 눈치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피터가 뭔가 캣니스에게 억하심정이 있다는 점이다. 피타 아버지와 캣니스 어머니 사이에 섬씽이 있었다고도 하고, 피타 어머니는 계속 캣니스와 피타를 비교하면서 그를 압박했다고도 하고... 피타가 캣니스를 정말로 좋아하긴 하는데,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분위기가 있다. 솔직히 헝거게임같은 공개적인 데에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도, 본인으로서는 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캣니스는 뭐가 뭔지 정신이 없어서 피타가 생존전략을 쓰는 것으로 오인했는데, 독자 여러분은 잘 생각해 보시길. 이건 캣니스가 피타를 반죽음으로 만들었어도 아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놓고서 캣니스에게 헝거게임 내내 '난 널 좋아하는데, 넌 아무것도 모르지?'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마지막까지 '매스컴이라서 날 좋아한 척했던 거지? 그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해봐.' 라는 식으로 비꼬고. 피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 피타의 이런 소심한 유리멘탈 같은 점에 질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피타는 캣니스에게, 캣니스는 피타에게 좀 더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캣니스를 지켜봤던 피타조차 '짝사랑'을 할 줄 알 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결국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한지는 중요치 않다.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덜 사랑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하는 관계'란 그런 것이다.

 

 서문다미님 홍보만화: http://cafe.naver.com/twilight2008.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32858&

 외국 헝거게임 매드무비: http://www.youtube.com/watch?v=D09lZ9QIoqM

 헝거게임 트레일러 무비: http://www.youtube.com/watch?v=p-5ANq4sA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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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 문학세계사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있어, 그들은 진실하다. 그들은 논점에 대해서 예리하게 알고 있으며, 끊임없이 짤깍거리는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거리에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손가락을 꺾는 소리가 바로 그들 자신의 모습인 것을 그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 심지어 그들이 그 곳에 없더라도, 전 도시가 중심가에 담을 쌓고 생 하버의 넓은 잔디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그들이 짤깍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p. 275~276

 

 재즈를 읽으면서 '이 책을 음악소설로 했으면 좋을 뻔했다'라고 절실히 느꼈다. 시작할 때는 약간 알앤비 스타일이 섞인 경쾌한 음악, 남녀가 클럽에 들어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주인공들이 저마다 씁쓸하게 과거를 회상할 땐 색소폰이 무겁고 길게 늘어져 바닥에 엎어지는 음악. 본인은 재즈에 심취해서 듣는 편은 아니라 특정한 종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 귓속에서 저절로 들린 음악소리를 이렇게나마 허접한 미사여구로 묘사해볼 뿐이다.

 

 

지극히 자유롭고 미국적인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무튼 가독성 하나만큼은 굉장하다. 클라리넷처럼 첫부분부터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스토리는 꽤 탄탄하고 좋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어떤 사건이다. 조와 바이올렛은 미국 도시에 상경한 흑인 부부이다. 그들은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남의 집에 찾아가 머리를 꾸며주며 먹고 살아간다. 그리고 조는 50여살의 나이로 17살의 한 흑인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소위 바람을 피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유분방한 소녀의 마음을 오래 잡아두지 못하고, 결국 실의에 빠져 (사건이 분명치 않은 것 같지만) 그녀를 죽여버린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는다. 일단 바이올렛은 충격에 빠져 장례식에 찾아가 그녀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하려했다. 그러나 기분이 진정되자, 갑자기 그 소녀가 연적에서 자신이 뱃 속에서 낙태시킨 아이로, 자신이 잃어버린 젊은 소녀 시절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일상생활을 버텨낼 정도로 치유될 때까지 그 소녀의 사진을 난롯가에 올려놓는가 하면, 소녀의 숙모를 찾아간다. 또한 소녀의 절친한 친구를 집으로 불러내 같이 음악을 듣기도 한다. 결국 그 친구가 그들을 어중간한 죄책감에서 구원해주는 열쇠가 된다. 소설은 일인칭 구도를 취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중심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화자가 다르다. 즉, 화자가 계속 바뀐다.

 글쎄... 일단 구도는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버려도 되었을 것 같은 스토리는 바이올렛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자주 이야기했다던 금발의 혼혈 소년이야기. 일단 정체성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혼혈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결말이 너무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다른 인간을 죽인 이야기인데, 너무 희망적으로 끝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시체를 손상시키려 한 바이올렛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다. (지 남편이니 지가 책임지고 딸 나이의 여자애와 성관계를 맺은 남편을 족쳐야지. 나같으면 불결해서 못살겠다. 실제로 소녀의 숙모는 그 꼴 안 보려고 떠난 듯 하지만.) 어떻게든 죗갚을 치러야 서로가 마음이 편할 듯한데, 굳이 끝을 볼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들은 너무나 평온하다. 하긴 벌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 벌 받지 않는 게 현재의 세상이라지만...

 결론은 그들이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악착같은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무작정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도시,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시에 빨려들어가서는, 왠만해서는 시골로 다시 돌아올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익명의 사람들하고 잔뜩 부대끼는 생활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언가 굉장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혹은 적막한 생활이 좋다고 하더라도 일단 도시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혹은 시골이랄 곳이 아예 없어졌기 때문에.그래서 이 소설은 지금도 굉장히 슬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네 가슴아픈 생활 이야기이다.

 

 

<빌리버드> 등 주옥같은 소설을 쓰신 토니 모리슨.

백발 레게머리를 흩날리시는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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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마이조 오타로 지음, 전장호.이승진 옮김 / 향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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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다면 상대를 상처받게 해도 되나?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원하는 걸 원할 뿐이다.- p. 227

 

 마이조 오타로는 신비주의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그래서 일본의 작가상이란 작가상은 모조리 휩쓸었는데도 수상식에 얼굴 하나 비친 적도 없다. 아예 존재 자체가 공개된 적이 없다. 작품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서라나? 그래서 이쪽 계열에서는 유명한 작가가 가명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일단 무식하게 많이 쓴다. 그래서 이 사람의 작품은 복불복이라고 한다. 상당히 문학적인 소설도 나오긴 하지만 무턱대고 집었다간 라노베 타입의 소설을 집을 수도 있고, 보자마자 눈을 버릴 수 있는 소설도 나온다.

 

 

지금은 아무래도 수입이 중단되었거나 자체중단된 듯하다.

무튼 <더 홀 인 마이 브레인>이 실려있는 파우스트 잡지. 

 

 대체로 이런 타입의 소설가가 일본에선 인기인가보다. 훗... 그래서 나도 누가 뭣도 모르고 추천해준 사토 유야 책을 집어들었다가 엿먹은 기억이 있지. 주인공이 개.새.끼 역할을 너무 리얼하게 해준 덕분에 열받아서 책을 북북 찢어버릴 뻔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진 못하지만.) 지금까지도 사토 유야 소설이라면 질색이다. 여태까지 집어들은 적도 없다. 니시오 이신? 이런 C에 발라먹을 놈 바케모노가타리 그만 쓰고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나 완결하란 말이다. 무튼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본인은 이제 이런 신비주의 소설타입이면 빠이빠이다. 환상소설과 범죄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유별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래서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일본 신비주의 작가는 마이조 오타로 뿐이다.

 일단 앞에 <좋아 좋아~>가 등장하고 뒤에 <더 홀~>이 딸려있는 식이다. 하지만 난 후자가 더 마음에 든달까. 왠지 모르게 <좋아 좋아~>는 고전 문학 속으로 들어가려는 티가 너무 나고, <더 홀~>이 정말 작가의 방식대로 진지하게(?) 쓴 티가 난다. 일단 순서가 있으니 <좋아 좋아~>부터 소개하겠다. 이 소설은 여성을 여태 뮤즈로 희생해온 남자들의 고백 타임이다. 주인공은 그 놈의 체면 때문에 끝까지 '죽지 말아줘'라는 말도 못하고 여자친구를 하늘로 보내버리고 만다. 본인도 그 것을 알고 있으며 내부에서 계속 자책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들이 의도치 않게 그의 소설에 들어가버리게 되는데, 그는 그것을 '기도'라고 칭한다. 음... 적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가 직접적으로 소설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자취만을 담았으니까. 그가 쓴 소설로 보여지는 단상들이 언뜻언뜻 본소설에 끼어드는데, 작가인 주인공의 생각이 폭발적으로 무르익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소설 속의 소설의 성장과정. 뭐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설명하려 노력해도 가이드북 한 권이 완성되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여성을 뮤즈로 만들어버리는 남자들의 전통적인 과정이다. 책을 봐야 알 수 있으니 여러 말은 생략하겠다.

 <더 홀~>은 그 뒤에 등장한다. 가토 히데아키라는 인물은 머리에 드릴이 박혀버리는 사고를 당한 이후, 머릿 속의 체널이 바뀌어버린다. 체널 속 '자신'은 앞에서 나왔던 '마코토'라는 이름의 중학생 남자아이. 하지만 앞에서 나온 인물하고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앞에서 나온 마코토는 꿈 속에서 여자아이를 찾는 남자아이였지만, <더 홀~>에서는 세계를 지키는 소년 '마코토'이다. 엄청나게 짜증나는 자기우월자에, 여자친구를 실컷 이용해먹는 파렴치한, 게다가 쾌락에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한심한 인간이다. 자신의 머리 구멍에다가 무언가를 계속 박아주기를 바라면서, 그것으로서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양 착각하고 있다. 

 

 

남자들이란 정말 여자가 박는 데에만 만족하는 줄 안단 말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히데아키조차 또 다른 자신의 사고방식에 염증이 난 상태이다. 언젠가는 쵸후 타워를 통째로 마코토의 머리에 박아버려서 마코토에게 안식을 주리라 다짐하면서 결말이 나는데, 난 정말 전적으로 히데아키가 그래줬으면 하는 바이다. 뭐 그래봤자 결국엔 자기자학으로밖에 끝나지 않을 테지만.

 친구에겐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죽어가는 여자친구에겐 무조건 사과하고 양보해야 한다, 장례식에선 무례하게 시체를 끌어안음으로서 진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우애란, 사랑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자신에게 충실하게 행동하지 못할까? 그럴 상황이 아닌데, 마음껏 감정을 분출해도 상관없을텐데, 끊임없이 끊임없이 주인공들은 남을 의식하는 행동들을 한다. 그래도 첫번째 주인공은 소설을 씀으로서 그럭저럭 자신의 죄의식을 소화하고 있지만, 두번째 주인공은 결국 자기합리화에 빠져 또 다른 자신과 여자친구를 희생해가면서 세상을 구하고 만다. 자기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구원한다니, 바보같은 녀석이다.

 이래서 사회를 올바르게 하기 전에 자기 집정리부터 잘하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런데 자기 집정리를 잘한다고 해서 정말로 사회를 올바로 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골치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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