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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 5천 년 중국 역사 최고의 인재 활용 경전 ㅣ 중국인의 지혜 시리즈 2
렁청진 엮음, 김태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직접 보게 된다면 아마 책의 두께에 기가 질릴 것이다. 전에 읽다만 '지식의 최전선'이나 '자아'라는 책처럼 다 읽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나를 눌렀다. 이번에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병호식 독서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우선 머리말을 꼼꼼히 읽은 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그리고 차례를 쭉 훑어본다. 첫번째 장을 책장을 쫘라락 넘기며 책의 구조를 대강 파악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 첫번째 장에 그 장의 주제와 짤막한 주제글이 있고, 약 10명 정도의 인물들의 평이 나타난다. 그리고 장 끝에 그 장을 요약하는 글이 색지에 쓰여있다. 그러나 각 장의 인물평은 꼭 그 장의 주제와 일치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장의 요약과 인물평을 같이 읽을 필요가 없다. 머리말을 읽었다면 이제 각 장의 첫 장과 끝의 요약글을 쭉 읽어나간다. 한 일이십분이면 책의 요지는 다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차례를 보면서 관심있는 인물들만을 찾아 평을 감상한다. 이렇게 하면 몇 시간이면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흐믓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삼국지의 등장인물들만 골라읽어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제갈량, 순유, 사마소, 장소, 유비, 관우, 사마염, 조조, 위연과 마속, 곽가 등 삼국지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서 설래이는 영웅들에 대한 평이 삼국지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실려있다.
저자에 의하면 삼국지 속에서 인재 등용에 성공한 군주는 유비와 조조, 사마소, 사마염이며, 그렇지 못한 대표적인 영웅이 바로 제갈량이다. 그 군주들을 보필한 좋은 인재는 순유, 곽가이며, 좋은 인재이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한 인물이 위연과 마속이다. 그리고 사실 알고보면 아주 좋은 인재는 아니었던 사람들이 관우, 장소 등이다. 이렇게 인물들의 평가를 놓고 보면 왜 조조의 위가 제갈량의 촉보다 항상 우세했는지 사마씨들이 전국을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울 수 있었는지가 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는 중용과 위임이다. 중용이란 어느 쪽으로 치우침 없이 온당한 일을 나타내는데, 이 책은 중용이라는 말을 마치 모든지 잘하는 천재를 나타내는 것 같다. 똑똑하기만 해서도 안되고 용기만 있어서도 안되고 영민함과 웅장함을 고루 갖춘 사람이 영웅이라는 정의가 그렇다. 글쎄 그 당시에는 다재다능한 천재들이 한 나라의 인재로 꼽혔겠지만 지금은 좀 환경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용보다는 전문성에 비중이 실린다. 武면 武, 文이면 文. 한 가지를 깊게 아는 것이 두루두루 얕게 아는 것보다 더 좋게 평가되는 세상이다.
반면 위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조와 제갈량의 평가가 어긋나는 것이 바로 위임이다. 조조는 위임을 잘 한 반면에, 제갈량은 위임을 잘 못했다. 아니 위임을 아예 하지 않았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촉이 위에 눌린 이유이다. 위임의 기본 바탕은 바로 신뢰이다. 맡기는 사람은 맡을 사람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위임이 된다. 조조는 그렇게 했고 제갈량은 그렇지 못했다.
오늘날의 회사 조직에서 보이는 위임의 형태를 보자. 상사와 부하직원이 서로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한다. 부하직원은 자신이 그 일을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상태에서 그 일을 그럭저럭 수행한다. 상사는 자신이 맡긴 일의 결과를 보고 그 부하직원을 무시하게 된다. 부하직원은 자신을 무시하는 상사에 대한 신뢰를 다시 떨어뜨린다. 이처럼 세계공황과 같은 악순환이 조직 구성원의 감정 사이에서 일어난다. 신뢰가 없고 위임이 잘 안되는 나라가 망하듯 그런 회사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일을 위임하기 전에 부하직원과 나 사이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자. 마찬가지로 부하직원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능력을 상사가 인정하고, 상사가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제갈량처럼 중원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을 천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