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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ㅣ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평점 :
요즘 아이들 책은 똥과 방귀 판이다. 강아지똥, 똥벼락, 똥떡, 똥이 풍덩, 방귀대장 뿡뿡이. 그리고 이 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까지 무슨 유행처럼 번진다.
이 책은 아이책을 고를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끼어있었으므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까 하여 책방에 가서도 쭉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저 그런 똥 이야기에 그림도 그리 특이하지 않아 구입을 포기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내 책도 보고 아이책도 고를겸 해서 회사 근처 삼성역에 있는 큰 서점을 들렀다. 아동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두 명의 아줌마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책 우리 애기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집에 있으면 '똥 따떠여' 읽어주세요 그래. 나중에 두더지가 복수를 하는데 쪼그만 똥을 띡 누는 장면이 나오면 깔깔대고 디게 좋아해. 동물들 똥도 여러가지로 나오고 좋아. OO이한테도 사죠."
앗, 귀가 솔깃. 안 그런척. 그 대화가 일어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옮기면서 가재눈을 해서 그들이 얘기하는 책을 봤습니다. 맞습니다. 이 책이더군요. 두 아이엄마가 그 자리를 뜰 때까지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책을 보았죠. 갑자기 사주고 싶어지더군요. 보통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알라딘에서 사는데 그때는 거의 충동구매하다시피 그 책을 사들고 왔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만 두살이 조금 넘은 첫째가 무지 좋아하더라구요. 요즘은 자기 혼자 책장을 넘기면서 책을 읽습니다. 물론 글을 보고 읽는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걸 흉내내는 거지만요. 이 책은 첫째가 제일 좋아하는 스티커책들과 함께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교훈. 절대 아이책을 어른기준에서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