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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나라 여행
제홈 뤼이이에 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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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태어난지 14개월 된 당글공주 같은 딸이 있다. 아직 젓살이 얼굴에 꽤 남아있어 볼이 통통해 옆에서 보면 둘리같은 얼굴 모양에다가 볼에 뽀뽀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보석같은 딸이다. 남자아이 같은 개구장이에다가 넘어져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나 또 뛰어다니는 활발한 성격에, 또래 아이들을 보면 곧장 달려가 스킨쉽을 시도하는 사회성(?)도 갖췄다.

난 아직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딸에게 약속을 한 가지 했다. 돌이 지나고 나면 매월 1권씩 좋은 책을 선물해 주기로. 그러면 딸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쯤 되면 100권의 알록달록하고 모양이 제각기인 책들이 책장 한 켠을 가득 매우게 될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 '색깔 나라 여행'은 딸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아이가 돌을 맞은 그 달에 내가 처음으로 고른 책이다. 아직 글과 그림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큼직한 두 페이지를 가득 채워진 원색들이 색깔에 대한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이가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아이의 반응은 되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딸아이가 이 책을 받고 아무렇게나 책장을 펼쳤을 때 검은색 나라가 괴물 그림과 함께 나타났다. 아이는 인상을 한 번 찌프리고는 엄마에게로 가 버렸다. '아하, 이 아이가 색깔과 모양에 대한 인지를 하는구나.' 색깔에 대한 느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보통 생각하듯이 빨강은 열정, 따뜻함을, 파랑은 냉정, 차가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 후에 초록부터 빨강, 파랑, 노랑 색깔의 페이지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는 많은 흥미를 가졌다. 그 후에 두 권의 책을 더 사준 뒤로 이 책에 대한 아이의 관심은 많이 줄었으나(지금은 동물들이 나오는 그림책을 아주 좋아한다) 아이에게 색에 대한 어떤 감성을 심어주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EQ를 높이는 교육 아닐까.

요즘 평균 자녀수가 줄면서 대부분의 가정의 아이가 하나나 둘 정도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그 아이들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교육에 관해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묘한 경쟁심과 맞붙어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턱대고 남들도 하니까, 부자들 사이에 유명하다니까, 외국에서 유명하다니까 무턱대고 수 십만원짜리 시리즈 책을 한 질 구입하고서는, 자녀에 대한 교육을 잘 해 낸 것처럼 뿌듯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한 번 더 관심을 보이는 손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몇 권의 책을 사주고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딸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이나 의성어, 의태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책을 고를 때마다 이런 아이의 관심을 반영할 것이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아이의 사고의 변화를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고 조언자로서의 부모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내가 딸아이를 위해 매월 선물하는 책들을 알라딘 서평에서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나중에 딸아이가 커서 글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알라딘이 남아있다면 그리고 이 서평이 남아있다면 딸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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