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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번역자조차 이 책의 주제를 직접 꺼내길 주저했을만큼 이 책의 주제는 파격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장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가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다. 이 책의 주제는 예수는 신이 아닌 우리와 같이 여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며 후세의 사람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어떻게 이 주제를 접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어디선가 이 아이디어를 듣고 또는 그가 직접 생각하고는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성배, 기호학,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작품에 얼킨 사연과 소문들, 시온, 루브르 박물관 등. 그 수많은 자료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주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만들었다. 이 책 다빈치 코드의 최대 장점은 어느 한 주제를 일반인이 감히 알아낼 수 없는 수많은 증거자료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중성 이미지, 암굴의 마돈나와 암굴의 성모, 인체비례도, 최후의 만찬 등 인터넷을 통해 다빈치의 작품들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며 다빈치의 코드를 다시금 파해치는 재미는 삽화 하나 없는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보아넘겼던 것들 속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준다.
혹자는 소설을 쓸 때 지나친 자료의 수집은 소설을 짜마춘 듯 부자연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다빈치 코드는 엄청난 자료들을 잘 배합했다. 물론 짜마춘 부자연스러움이 곳곳에 보이지만 그리 심각하진 않다. 이유는 주연들의 직업에 있다. 하나는 기호학자, 다른 하나는 경찰의 암호해석 요원인 동시에 시온 마스터 밑에서 자란 손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성배를 위해 인생을 바친 부자. 이 사람들이 기호와 암호, 그리고 성배에 대해서 떠드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만약 요리사와 한 기업의 임원, 그리고 매춘부 정도의 조합이었다면 이 이야기를 절대로 풀어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자료들을 짧은 사건과 한 주제를 위해 풀어내다보니 간간이 설명을 위해 지루한 부분이 눈이 보인다. 특히 사건의 초반부는 어느 삼류영화에서 많이 봄직한 진부한 사건 진행과 설명들로 실망을 자아낸다. 하지만 1권의 3분의 1을 지나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1권의 마지막과 2권의 초입부다. 왜 이 소설을 3권이 아닌 2권으로 나눴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1권의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2권을 사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3권으로 나눴다면 얘기는 달랐을 것이다. 마치 수목드라마의 목요일편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자료가 많고 설명이 길다보니 자연 책의 분량이 많아졌다. 2권 전체가 불과 단 하루의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독자는 투명인간이 되어 주인공을 하루 내내 따라다닌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대화, 행동, 생각 하나하나를 쫓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행동 거지까지 세세히 묘사함으로써 희곡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설대로 읽고 행동하다 보면 영화 한 편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빈치 코드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나 감독의 상상력이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특수효과도 별로 필요없을 것이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훨씬 어울릴 것이다. '다빈치의 비밀'라는 정도의 제목으로 말이다.
또 하나 색다른 점은 주인공의 한 사람은 프랑스인, 다른 사람은 미국인, 그리고 또 하나는 영국인이고, 소설의 배경은 프랑스와 영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의 거리가 자세히 묘사된다. 치부까지도... 그래서 일반적으로 미국이 배경인 소설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온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충격적인 주제, 주제를 뒷받침하는 보편적이지만 충격적인 자료, 적절한 주인공 설정, 이국적인 배경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문체, 구성은 좀 더 손보았으면 하는 구석도 들긴 한다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