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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짓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처음 계획했던 대로 끝내기는 했다. 홀가분하기보다는 허탈하다.  

팽팽하게 당겨있던 삶의 리듬과 사유의 끈이 갑자기 끊긴 느낌이 든 것은 8월 말의 일이었다. 영화 감상과 글쓰기의 과도한 오르가즘을 느껴서인지,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다. 어쩌면 글이라는 것은 자신이 쌓아놓은 유무형의 체험들을 밑천삼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내가 그동안 쌓은 체험이 얼마나 얄팍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쓴 글들이 <트윈 픽스>에 대한 "ultimate" 글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맹세컨대, 각 글들은 내가 닿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유까지 밀어붙여 쓴 글들이다. 수준이 얄팍하다면, 그건 (그 글을 쓴) 내 수준이 그런 것이지, 맹세코 드라마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방영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윈 픽스>는 음험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차있다. 그 기운 속에서 사람들은 커피와 체리파이를 먹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죽음과 공포가 사람들 곁에 맴돌고 있지만, 사람들은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악(惡)을 저지른다. 그 후 20년,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원래는 <극장판 트윈 픽스>까지 연재에 포함시키려했으나, 최근 <극장판 트윈 픽스>를 보고 나서 마음을 바꾸었다. 이 영화는 왠지 독립된 작품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트윈 픽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숨겨진 퍼즐을 찾는 재미에 흠뻑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뿐이다. 퍼즐을 풀어도 해결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퍼즐을 푸는 대가로 우리는 로라 파머의 끔직한 죽음을 지켜봐야한다.  

하나 마나 한 말이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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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스테이크 2011-02-1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달려고 알라딘에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며칠에 걸쳐서 잘 봤습니다.
트윈픽스를 다시본 기분이네요..
어릴때 티비에서 하던걸 정말 무섭게 봤던 기억에 2년전에 새로 처음부터 다시 봤었더랬죠.. 그래도 예전에 보면서 느꼈던 그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기억은 여전하더군요, 그 기분을 님 글을 읽으면서 새로 또 느껴봅니다.
정말 잘읽었어요,,
트윈픽스를 좋아하고 기억하는 분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Tomek 2011-02-20 19:29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반가웠습니다.
:D

낭만고양이 2011-10-2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에 한편씩,거의 한달간 이 블러그에 왔었습니다.이런 자세한 내용이 있는 글을
읽으면서 TV판 시리즈 구입(재고가 있을런지)을 고려할 정도로 예전에 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하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Tomek 2011-10-25 13:3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다니! 트윈 픽스 팬이시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

lynn 2012-06-1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오후 갑자기 떠오른 트윈픽스에 대한 이미지들때문에 흘러흘러 들어와 꼭꼭 씹어먹고 갑니다. 트윈픽스 드라마시리즈를 보았던 대학초년때부터 토끼같은 초딩 쌍둥이를 둔 지금까지도 가끔씩 혼자 오싹해지는 기분의 발원지가 트윈픽스와 블레어위치 근처라 생각하기에 다시 보고싶으면서도 겁이 나서 못봤는데 님의 글을 읽으며 억지로나마 이것은 사람이 만든 픽션이여...다짐을 새롭게 했답니다. 이제는 다시 볼수 있을듯한 용기도 나는 듯.. 감사합니다 (그 당시 진짜 너무 무서운 기분이 들어 벽에서 등도 못떼고 딱 붙어서 밤새 두려움에 떨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생각하면 웃어야 될지 울어야될지..ㅎㅎㅎ..ㅠㅜ)

Tomek 2012-06-19 08:48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봐도 무섭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 이유는 아마도 공포를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보여주어서가 아닐까... 설명되지 않는 공포이기 때문에 볼수록, 곱씹을수록, 생각할수록 무서운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압습니다. :)

방문객 2012-10-16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정말 잘 봤습니다. 우연한 계기로(사실 세릴린 펜이 좋아져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다가 트윈픽스에서 오드리로 으뜸이라기에...) 트윈픽스를 보게되었는데 정말 재밋게 무섭게 신기하게 봤습니다. 매회보면서 궁금한 점도 있고 뭔가 더 분석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여기글들을 보니까 드라마가 더욱 재밌어지는 것 같습니다. 트윈픽스 팬들이라면 이 블로그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겁니다. 저 역시도 감사합니다.꾸벅(잡담:오드리는 그냥 쿠퍼와 러브라인으로 끝났으면 좋았을걸...느끼한 부자남자는 싫더라구요 허허)

Tomek 2012-10-16 18:06   좋아요 0 | URL
셔릴리 펜은 투문정션"과 남자가 사랑할 때"가 정말 굉장했었죠. @.@

지금은 그 때의 오라는 발견할 수 없고, 너무 평범하게 변한 게 조금 아쉽기는 하죠. 배우의 선택이니 존중해야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고맙습니다.
:)

고양이 2013-04-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 잘 읽었습니다. 햐... 정말 귀한 일 하셨네요. 앞으로 이쪽으로 글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쓰시는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2000년도가 되어서 보구는 쭉 팬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검색하다 보니 여기로 들어왔는데, 정말 훌륭한 글 보고 기쁘네요.

자막있는 트윈픽스 정발을 기대하지만. 어떨지.

Tomek 2013-04-20 09:0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정발을 기대하지만, 이미 한참 늦은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혹시 블루레이 뜬금포가 터지지 않을까 기대 중입니다.

:)

Chino 2013-11-2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윈픽스의 모호한 부조리와 쌩뚱맞은 낙관, 기괴한 아이러니는
지금 다시 봐도 참 낭만적인듯(?) 합니다~

트윈픽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지난하고 수고로운 작업을 마무리해 주신 쥔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Tomek 2013-11-29 13:15   좋아요 0 | URL
방영한지 오래된 드라마이기도 하고, 쓴지도 오래된 글인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 보면 정말 의미있는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Chino님 고맙습니다. :)

갈갈이 2014-05-2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옥 같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10년에 쓰신 글을 2014년에 댓글다는게 저도 참 뒷북이네요.. 읽기만 하는 제가 미안할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 해석하셨네요.
저는 93년에 고2 때 공중파에서 본방사수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마 그때는 감독의 의도를 10%도 이해를 못하고 봤겠지요(키스신이 많이 나와서 계속 봤을 듯). 제 여동생이 2살 차이인데 오빠야 왜그런거야 하고 물어보면, 그냥 봐라 나도 잘 모른다라고 했던 기억도 나고..
지금이라고 해서 특별이 나아진 것이 없는게.. 21년이 지난 5월에 시즌1,2 + 극장판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봤는데도 Tomek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놓친 부분이 상당히 많네요. 오랜만에 트윈픽스 관련 심도 깊은 글을 읽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트윈픽스 떡밥(클리프행어 + 상징 + 복선)은 에반게리온을 능가하는거였네요.

Tomek 2014-05-25 20:4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올 7월 말에 <트윈 픽스> 블루레이가 발매되는 데,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누락되었더군요... 게다가 극장판과 90분에 가까운 미공개 편집본까지 수록된다니, 아마도 <트윈 픽스> 매니아 분들은 다들 이 타이틀을 노리고 계실지도... :)

저도 조금은 고민입니다.

:)

RyanBen 2014-11-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즌 2에서 로라의 살인자가 드러나는 때까지만 몇 번 보다 처음으로 끝까지 보고 난 후 우연히 들렀습니다. 한국 내 열혈 트윈 픽스 팬이라 자부하는 마음이 조금 있지만 부끄러운 일이었죠. 시즌 1은 정말 구성이 잘 짜여졌는데 저는 시즌 1의 팬이라고 봐야할지도;;

윈덤 얼이라는 캐릭터는 이번에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전체를 놓고 보면 너무 비중이 큰 캐릭터더군요. 트윈 픽스라는 공간 자체의 비밀을 풀어버렸으니. 하지만 밥이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트윈 픽스가 이후 미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정말 느껴지더군요. 엑스 파일의 멀더는 직접 연결되고, 외계인의 영향을 암시하는 설정도 있고, 작고 외진 마을이 품은 거대한 비밀이라는 설정도 그렇고요.

여하튼 저도 나름대로 정리하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트윈 픽스 연재글을 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네요. 잘 봤습니다.

Tomek 2014-11-06 11:35   좋아요 0 | URL
윈덤 얼은, 결말이 소드마스터 야마토 급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트윈 픽스 내 먼치킨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뭐 이렇게 흘러간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만, 리랜드 파머에 비하면 많이 버려진 캐릭터 같은 생각도 들어요. 물론 리랜드 파머의 경우는,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까지 트윈 픽스 내의 모든 캐릭터들이 용의자이기 때문에 집중이 분산된 반면, 윈덤 얼의 경우는 그럴 수 없었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

321321 2015-04-0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로라 파머의 25년 뒤에 보자는 대사는 누가 무슨 생각으로 집어넣은걸까요?

Tomek 2015-04-08 11:35   좋아요 0 | URL
그런 대사가 있었는지는 막상 잘 떠오르지 않네요... 갑자기 25년이 흐르고, 장소가 빨간방인 것은 린치의 아이디어로 알고 있습니다.

:)

troy79 2016-01-23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윈픽스 열혈팬인데 검색하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글 다 읽었습니다.
왜 이제야 이 블로그를 발견했을까요ㅎㅎ
제가 그당시로 국민학교 4학년때 보고 너무너무 좋아했거든요.
dvd로도 사놓고 봤는데 이렇게 모든 에피소드를 정리해주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나고 정말 감동이네요^^

Tomek 2016-01-24 14:32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black pie 2024-01-2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3년넘게 정성스럽게 올려주신 게시물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중학생때 KBS TV로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은, 40대 중반 넘어선 지금도 생생한 트윈픽스의 열혈팬입니다. 이 블로그를 처음 발견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치 책 몇권을 읽는 느낌을 주는 주옥같은 게시물입니다.
오래오래 유지해주세요 !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22 (30)
        타이틀 Beyond Life and Death
        각본 Mark Frost &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1
년 6월 10일 
 

 

1. 이야기  

미스 트윈 픽스 대회의 여왕인 애니 블랙번을 납치한 윈덤 얼은 검정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앤디의 도움으로 위치를 알아낸 데일 쿠퍼는 검정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해리 트루먼 보안관과 앤디 브래넌 보안관보는 입구에서 데일을 기다린다.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네이딘 헐리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벤자민 혼은 다나 헤이워드를 만나기 위해 해이워드 집에 간다. 그 곳에서 윌 헤이워드는 벤자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벤은 쓰러진다. 바비 브릭스와 셜리 존슨은 다시 시즌 초반(파일럿)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오드리 혼은 유령숲 개발을 막기 위해 은행 금고에서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인다. 그 자리에 앤드류 패커드와 피트 마르텔이 캐서린 몰래 토마스 에크하르트의 열쇠를 가지고 금고에 도착한다. 에크하르트의 금고를 열자 은행이 폭발한다.  

검정 오두막에서 데일은 애니와 캐롤라인을 만난다. 윈덤 얼이 나타나 데일의 영혼을 요구한다. 데일은 애니를 바깥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조건에 수락한다. 윈덤이 데일의 영혼을 가져가려는 순간, 살인마 밥이 나타나 윈덤의 영혼을 취한다. 검정 오두막을 나가려는 데일에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데일은 도망간다.  

해리와 앤디가 쓰러져있는 데일과 애니를 발견한다. 호텔에서 데일이 깨어나고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 유리 너머에 살인마 밥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데일은 미친 듯이 웃는다.  

 

 

 

2. 긴장관계  

시즌 초반, 이 위대한 시리즈를 만든(create) 마크 프로스트와 데이빗 린치는 공동 작업으로 이야기의 틀을 세웠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데이빗은 이야기 진행은 마크 프로스트를 위시한 일련의 작가들에게 거의 전권을 맡기다시피 했다. 문제는 이들이 시리즈를 거의 방치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발생했다. 살인마 밥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드라마 자체에 통일성이 있었던 반면, 그 이후(시즌 2, 10번째 에피소드부터)부터는 지금까지의 드라마와는 다른 설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중단 사태와 다시 재방영이 결정되는 일련의 상황을 겪은 후에, 마크 프로스트와 데이빗 린치는 다시 이 드라마에 복귀했다. 문제는 이 둘이 공동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마크 프로스트는 지금까지 힘들게 작업을 했던 작업들과 남은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데이빗 린치는 사운드 편집과 드라마 제작에도 일정부분 개입을 했다. (시즌 2, 10~19 에피소드와, 20~22 에피소드는 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감상적인 차이가 난다. 이것은 확실히 데이빗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를 위시한 작가들의 스크립트는 로라 파머의 죽음과는 다른,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든 반면, 데이빗 린치는 그 모든 것을 로라 파머의 죽음과 관련한 것으로 돌이키려 했다. 이런 이상한 긴장관계가 폭발한 것이 데이빗 린치 자신이 감독한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3. 검정 오두막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작가들과 가장 큰 반목을 샀던 부분은 검정 오두막 부분이다. 데이빗은 작가들이 묘사한 검정 오두막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 찍었다. 데이빗은 인터뷰에서 “작가들이 검정 오두막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잡”았을 뿐이라 했지만, 원래의 묘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틀림없다. 작가들이 스크립트에 묘사한 검정 오두막 장면을 줄여보면 이렇다.  

윈덤 얼은 애니 블랙번을 데리고 검정 오두막에 들어가려 한다. 애니가 윈덤을 뿌리치고 도망가고 윈덤이 그 뒤를 쫓는다. 데일이 애니를 발견하지만, 애니는 윈덤에게 잡히고 검정 오두막으로 끌려 들어간다. 애니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데일이 애니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같이 사라진다. 뒤따라온 해리 보안관이 그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본다.  

데일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길가의 모텔이다. 모텔에 들어가니 데일의 아버지가 프론트를 지키고 있다. 데일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어린애가 되어 있다. 아버지가 데일에게 조심하라고 한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그레이트 노던 호텔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둡다. 객실 문을 여니 애니가 자기 자신과 누워있다. 애니는 자신이 캐롤라인이라고 말하며, 자기를 죽인 남자의 얼굴을 봤다고 한다.  

윈덤이 나타나 데일에게 제안을 한다. 애니를 살려 줄테니 자신의 실험대상이 되라고 한다. 데일이 수락하자, 다른 객실 문이 열린다. 치과의사 같은 사람이 데일을 수술대에 누인다. 얼굴이 가려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살인마 밥의 목소리다. 그는 데일의 좋은 영혼만을 추출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해리가 숲에 쓰러져있는 애니와 데일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데이빗 린치가 묘사한 검정 오두막은 어떤가?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직접 확인하시길! 이것은 어설픈 글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경험해야할 장면이다.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데이빗이 묘사한 검정 오두막은 데일이 꿈에서 본 빨간방과 거의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모든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경험은 정말로 무시무시하다. 

 

 

 

4. 이것은 로라 파머에 관한 이야기다.  

마크 프로스트는 이번 마지막 회의 결말을 클리프행어로 남겨놓았다. 그랬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트윈 픽스>의 세 번째 시즌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시즌 3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기획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세 번째 시즌은 “인간 악(惡)의 깊은 심연을 다룰 것”이라 했었다. 확실히 그가 남긴 클리프행어들은 모두 최악의 상황만을 남겨놓고 있다.   

 

네이딘 헐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빅 에드와 노마 제닝스, 그리고 마이크 넬슨 모두를 지옥에 빠뜨리는 것이다. 집안의 모든 치부를 알아버린 해이워드 가(家)는 어떻게 될 것인가? 벤자민 혼의 운명은? 앤드류 패커드와 피트 마르텔 그리고 오드리 혼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악(惡)만 남은 데일 쿠퍼의 행보는?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정말 궁금한 것만 남아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데이빗 린치가 바꾸었다.   

 

데이빗 린치는 이 결말을 물음표로 남긴 것이 아니라, 마침표로 남겼다. 그가 연출한 클리프행어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공포와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상황으로도 끔찍한 이 결말의 뒷부분을 우리는 별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데이빗 린치의 의도가 분명하다. 그는 새로운 트윈 픽스의 이야기 대신, 이 엇나간 이야기들을 모두 로라 파머에 대한 이야기로 묶어두고 싶어 했다. 그는 스크립트에 묘사되어 있지 않은, 시즌 1에서 불길함을 불러일으켰던 모든 요소를 이번 회에 한데 모아 그려냈다.  

결국, 이야기는 여기서 갈렸다. 마크 프로스트는 <트윈 픽스>를 “트윈 픽스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여겼다. 그러나 데이빗 린치는 “로라 파머에 관한 이야기”라 여겼다. 그리고 마지막 회를 본 우리들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이 30부작 드라마는, (살아있는) 로라 파머는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로라 파머에 관한 이야기였다.  

 

 

 

5. 그리고 1년 뒤 

1992년, 데이빗 린치는 극장판 <트윈 픽스>를 제작한다.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로라 파머가 죽기 전 1주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다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에 데이빗 린치는 왜 끌렸던 것이었을까? 버리듯이 내쳤던 이 시리즈를 왜 그는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일까?  

 

  

 

6.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22』 스크립트, 1st Revision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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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21 (29)
        타이틀 Miss Twin Peaks
        각본 Barry Pullman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1
년 6월 10일 
 

 

1. 이야기  

리오 존슨은 갈란드 브릭스 소령을 풀어주면서 셜리 존슨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약기운 때문에 브릭스 소령은 기억하지 못한다. 윈덤 얼은 리오 존슨에게 응징을 가한다.  

데일 쿠퍼는 조시 패커드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살인마 밥과 검정 오두막이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한다. 도청으로 이 말을 들은 윈덤 얼은 마침내 검정 오두막의 열쇠가 무엇인지 알아챈다. 앤디는 상형문자가 지도임을 알아챈다.  

미스 트윈 픽스 대회에서 애니 블랙번이 우승을 한다. 루시 말론은 아이 아버지로 앤디 브래넌을 선택한다. 다나 해이워드는 벤자민 혼이 자신의 진짜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윈덤 얼이 나타나 대회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대회 수상자인 애니 블랙번을 납치한다. 앤디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데일에게 이야기한다.  

 

 

 

2. 벤자민 혼  

시리즈에서 가장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벤자민 혼이다. 시즌 1에서 그는 온갖 추잡한 비밀로 가득한 인물이었으나, 큰 충격을 받은 후 환골탈태한 인물이 됐다. 그가 림보에서 깨어난 후의 행동은 정확히 이전의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행동들이다. 그는 지금까지 저지른 악행들에 대해 반성을 하는 것처럼, 선한 행동들을 해간다.  

 

이 설정은 처음에는 무리수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세계관을 집약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트윈 픽스>는 선과 악이 대치하는 곳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곳이다. 트루먼 보안관이 데일에게 이야기했던 “숲에 존재하는 악령”은 악(惡) 그 자체가 아니라, 선인지 악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인지 악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 모호함은 우리를 항상 힘들게 한다. 제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우리는 상대방이 쉽게 상처받는 것을 볼 수 있고, 악한 의도가 다음에 올 더 큰 악을 막아주는 경우도 있다.   

 

벤자민 혼의 선한 의도로 지금껏 덮여있던 한 가정의 불안한 평화는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렇게 의지와 결과가 엇갈림을 걷는 까닭은, 인간을 둘러싼 위선 때문이다. 순수한 인간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다른 것들로 둘러싸인 위선은 선한 의지조차도 상처로 만들어낸다. 이런 모호한 기운으로 가득한 트윈 픽스, 그리고 그 모호한 기운의 집약체인 흰 오두막과 검은 오두막. 아마도 <트윈 픽스>의 주인공은 벤자민 혼일 것이다.  

 

 

3. Spectacular, spectacular!  

이번 회의 하이라이트인 미스 트윈 픽스 대회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대회인 만큼 소박하게 진행되지만, 쇼 자체는 정말로 화려하게 진행된다. <코러스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무대연출과 각 참가자들의 ‘장기자랑’은 문자 그대로 보는 이의 입을 벌리게 만든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저기, 혹시 가족이랑 함께 오셨나요?”  

바비 브릭스의 대사는 정말 공포와 코미디의 경계를 일순간에 넘는다.  

 

윈덤 얼이 대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와중에 네이딘이 머리에 큰 충격을 받는다. 빅 에드는 네이딘과 이혼하고 노마 제닝스와 결혼할 예정이다. <트윈 픽스>의 충격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듯한 가장 무시무시한 암시.  

 

“공포와 사랑이 문을 연다.“  

갈란드 브릭스 소령의 이 말은, 검은 오두막의 열쇠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이 열쇠는 데일 쿠퍼에게도 적용이 된다. 그는 윈덤 얼에 대한 공포와 애니 블랙번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다.  

 

윈덤 얼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화와 정 반대로, 페르세우스의 목을 든 메두사의 모습처럼 보인다.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불길한 이미지.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21』 스크립트, 2n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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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20 (28)
        타이틀 The Path to the Black Lodge
        각본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Stephen Gyllenhaal
        방영일 1991
년 4월 18일 
 

 

1. 이야기  

윈덤 얼의 살인으로 트윈 픽스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스 트윈 픽스 대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루시 말론은 내일 대회가 끝나고 아이 아버지를 가릴 생각이다.  

다나 해이워드는 자신의 출생 신고서를 발견한다. 그 곳에 아버지 이름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셜리 존슨은 바비 브릭스와 다시 예전의 관계를 회복한다. 오드리 혼은 떠나는 존 저스티스 윌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는 떠난다.  

브릭스 소령은 올빼미 동굴에서 발견한 상형문자가 어느 특정한 시간을 가리킨다고 이야기한다. 윈덤 얼은 브릭스 소령을 납치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상형문자의 비밀을 발견한다.  

애니 블랙번이 데일 쿠퍼에게 자신도 미스 트윈 픽스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바로 그 순간, 데일이 꿈에서 보았던 거인이 나타나 그에게 경고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어두운 밤, 숲 속. 살인마 밥이 검정 오두막에서 나온다.  

 

 

 

2. 온전히 경험해야할  

그동안 이 시리즈를 보면서 망가져가는 인물과 이야기에 탄식하면서도 이 시리즈의 가능성을 포기 못해 끝까지 붙든 시청자들이라면, 아마 이번 회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리지 않았을까! ABC와 약속한 드라마 편수가 끝나갈수록, 시리즈는 점점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번 회에서 강조하는 정서는 애틋함과 불길함이다. 사랑-공포(미스터리) 혹은 에로스-타노토스의 관계로 봐도 무방하다. 원래, 불길함을 나타내는 쇼트들은 스크립트에 표현되어 있지 않았다. 스크립트에서는 단선적이라 할 만큼 인물들 간의 사랑만 표현되어 있는데 반해, 완성된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사랑 뒤에 바로 불길함을 나타내는 쇼트를 붙여 정서적으로 무의식적인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 기이한 충돌은 마치 트윈 픽스가 다시 시즌 초기의 불길한 세계로 돌아가려는 듯한 의지로 보일만큼 굉장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드라마가 끝날 때 보이는 장면들인데, 이 장면들은 시즌 1에서 인상적이었던 쇼트들을 연결했다. 할리 피튼과 로버트 엥겔스가 쓴 스크립트에서는 이 장면을 서랍 손잡이에 갇힌 조시의 모습과 어둠, 그리고 날아다니는 올빼미로만 묘사했었다. 이들 시나리오 작가들은 <트윈 픽스>를 로라 파머의 살인범이 밝혀지는 시점에서, 정확히 두 개의 이야기로 나누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 이후에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됐었고. 하지만, 크리에이터인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트윈 픽스>를 감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드라마 마지막 쇼트들은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쇼트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이미 학습했다. 이 장면들로 인해, <트윈 픽스>는 다시 불길함을 내포한 마을로 돌아왔고, 시리즈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됐다.   

 

어쩌면 <트윈 픽스>는 데이빗 린치에게 있어서 전환점을 돌기 시작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트윈 픽스>이후로 그의 작품은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제외하고) 단선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점핑을 했다. <트윈 픽스> 이후의 그의 작품은 설명으로 이해되지 못한다. 온전히 경험해야만 한다.  

 

 

 

3. 삭제된 장면  

드라마에서 삭제된 장면은 총 세 씬이다. 바비 브릭스와 셜리 존슨의 대화, 존 저스티스 윌러가 공항으로 가는 장면, 그리고 노마 제닝스-빅 에드 헐리, 네이딘 헐리-마이크 커플의 정신치료 상담 장면이다. 정신치료 상담 장면에서 빅 에드는 네이딘에게 노마와 결혼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모든 일이 예상외로 잘 풀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서, 김수영 작가의 말처럼,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 것 같지만, 이 복선은 참으로 끔찍한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이 장면은 29회에 조금 보충해서 나온다.

 

 

 

4.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20』 스크립트, 7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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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9 (27)
        타이틀 Variations on Relations
        각본 Mark Frost & Harley Peyton
        감독 Jonathan Sanger
        방영일 1991
년 4월 11일 
 

 

1. 이야기  

데일 쿠퍼와 해리 트루먼 보안관은 올빼미 동굴에서 발견한 상형문자를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마을은 미스 트윈 픽스 대회로 분주하고 조금은 들뜬 분위기다.  

캐서린 마르텔은 토마스 에크하르트가 죽기 전에 남긴 퍼즐 상자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애니 블랙번과 데일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고든 콜은 트윈 픽스를 떠나기 전에 셜리와 키스를 한다.  

전보를 받은 존 저스티스 윌러는 호텔 프런트에 체크아웃을 이야기한다. 윈덤 얼은 살인으로 그의 체스 게임을 진행한다.  

 

 

 

2. 윈덤 얼  

<트윈 픽스>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을 뽑으라면, 당연 윈덤 얼이다. 그의 범죄는 그의 죽은 아내와 데일 쿠퍼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그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그가 트윈 픽스에서 벌이는 범죄 행위에는 목적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는 단순한 싸이코패스로 보인다. 그런 그가 이번 회에서 처음으로 검은 오두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옛날 옛날에, 흰 오두막으로 불리는 위대한 영혼들의 공간이 있었지. 사슴들이 행복하게 웃는 영혼들 사이로 뛰어다녔어. 순수한 영혼과 웃음소리가 대기를 가득 채웠지. 비가 올 때면, 달콤한 넥타르를 뿌려서 믿음과 아름다움 안에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마음을 다잡아주었지. 솔직히 말해서,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곳이야. 미덕의 쉰내가 새어나오고 무릎 꿇은 어머니와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바보 녀석들에게 이유도 없이 선한 행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가득한 곳이지. 하지만, 이 역겨운 감정으로 가득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와 반대로, 상상할 수 없는 힘, 어두운 기운, 그리고 끔찍한 비밀들로 가득한 장소가 있지. 어떤 신도들이라 할지라도 이 끔찍한 구덩이에 감히 들어올 수 없어. 그곳의 영혼들은 선한 행동이나 기도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래서 만일, 이 영혼들을 잘만 사용할 수 있다면, 비명과 고통으로 덮인 이 숨겨진 공간은, 이 영혼들을 지닌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해서 이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한 이 공간은 검은 오두막이라 알려져 있지. 그리고 난 꼭 이곳을 찾아내고 말거야." 

그는 피상적으로 이 전설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이전 회에서 윈덤 얼이 블루 북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이 전설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가 트윈 픽스에 온 것은 데일 쿠퍼에 대한 복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3. 탐욕  

<트윈 픽스>의 남은 이야기는 이제 “미스 트윈 픽스 대회”“검은 오두막”으로 집중되어 있다. 드라마의 인물과 정리하지 않고 남은 사건들은 모두 이 이벤트에 집중되어 있다. 이 전혀 연관 없는 두개의 사건은 ‘탐욕’이라는 키워드로 읽을 수 있다.   

미인 선발 대회는, 그 취지야 물론 십분 이해하지만, 그 대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그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나 모두들 탐욕으로 가득 차있다. 라나는 애인인 시장의 권력을 이용해서 이 대회를 우승하려 한다. 벤자민 혼은 이 대회의 스폰서를 맡으면서, “유령 숲 개발 반대”를 이야기한다. 바비 브릭스는 셜리 존슨을 이 대회에 참가하도록 강요한다. 그의 모습은 리오 존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다나 해이워드는 돈 때문에 이 대회에 참가한다. 이 숱한 탐욕의 복마전 속에서 윈덤 얼은 그의 범죄를 행하려한다. 검은 오두막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어쩌면 탐욕일지도 모른다.  

 

탐욕은 캐서린 마르텔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벤자민 혼을 굴복시키고 눈엣가시였던 조시 패커드와 토마스 에크하르트를 제거해, 모든 것을 이루고 다 가졌지만,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토마스 에크하르트가 남긴 퍼즐 상자에 집착을 보인다. 욕정의 드라마는 (잠시 길을 헤매다) 탐욕의 드라마로 들어섰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체스 게임에서 장렬하게 죽는 청년은 <이블 데드>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 샘 레이미의 동생 테드 레이미다.

 

고든 콜과 셜리 존슨의 키스 장면은 뜬금없지만,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것은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실제로 데이빗 린치는 이 장면을 찍으면서 갖은 이유를 대면서 재촬영을 요구했었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9』 스크립트, 6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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