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3 (21)
        타이틀 Chckmate
        각본 Harley Peyton
        감독 Todd Holland
        방영일 1991
년 1월 19일 
 

 

 

1. 이야기  

DEA 요원 드니스 브라이슨과 데일 쿠퍼는 어니 나일스를 이용해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 데일의 혐의를 벗기려 하지만 실패하고, 데일은 장 르노에게 인질로 잡힌다.  

앤디와 딕은 꼬마 니키의 비밀을 독자적으로 캐기 시작한다. 벤자민 혼은 점점 남북전쟁 놀이에 빠져들어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제임스 헐리는 에블린 마쉬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고, 급기야 살인을 저지를 결심을 한다.  

빅 에드 헐리와 노마 제닝스는 그들의 사랑을 견디지 못해 결국 선을 넘고 만다. 행크 제닝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빅 에드에게 주먹다짐을 하지만, 네이딘 헐리가 행크를 묵사발로 만든다.  

바비 브릭스는 벤자민 혼에게 얻은 직업을 핑계로 셜리를 떠난다. 그날 밤, 정전이 일어나고 리오 존슨이 깨어난다. 그리고 같은 시간, 데일의 전 파트너 윈덤 얼이 보안관 사무실에 끔찍한 메시지를 남긴다.  

 

 

 

2. 위선과 허위의 장치  

장 르노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데일 쿠퍼라는 인물에 집착을 했었다. 처음엔 그저 구실일 뿐이라 생각했으나, 그의 한결같은 집착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데일이 장의 인질로 잡히고 서로 대면하고 나서야 우리는 드디어 그 이유를 듣게 된다.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 <트윈 픽스>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쿠퍼: 내 죽음이 그렇게 의미가 있나?
르노: 내 동생들이 죽었어.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지.
쿠퍼: 난 베르나르를 딱 한 번 봤어. 자끄의 경우 역시, 난 그를 체포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르노: 하지만, 다 당신 탓이야, 쿠퍼 요원 나리.
쿠퍼: 왜 그렇게 생각하지?
르노: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트윈 픽스는 평범한 곳이었어. 내 동생들은 트럭 운전사들과 10대 아이들에게 마약을 팔고, 애꾸는 잭은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과 사업가들을 맞이했지. 조용한 사람들은 조용한 삶을 살았어. 그런데 한 예쁜 여자아이가 죽었지. 그리고 당신이 이곳에 왔어.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지. 내 동생 베르나르는 총에 맞고 숲 어딘가에 묻혀있어. 슬픔에 빠진 아버지는 베게로 살아남은 내 동생을 질식사시켰지. 방화, 유괴. 계속되는 죽음과 파괴. 갑작스럽게. 이곳의 조용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조용한 삶을 살지 않아. 사람들의 평범한 꿈이 악몽이 되어 버렸거든. 그러니까 너만 죽어주면, 아마 모든 게 끝날 거야. 네가 여기 올 때 악몽을 몰고 왔을 테니까.   

 

데일은 이곳 트윈 픽스에 와서 대도시에선 느낄 수 없었던, 지금은 잊힌 미국적인 가치(품위, 명예, 존엄성 등)를 느꼈다. 하지만 이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마을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가식과 허위, 위선으로 마을의 평화로움을 지키고 있었고 그것이 곧 질서가 되었다. 마을의 이런 기형적인 질서에 기생해 지내던 장은 이 질서의 무너짐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 모든 원인을 데일 쿠퍼에게 돌리고 있다. 그는 마을의 시스템과 상관 없는 인물이 중심에 자리잡게 되면, 그 질서는 무너지기에 충분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트윈 픽스의 가식과 위선을 모두 들추어내길 바라는가, 아니면 여기서 그만 덮어버리길 원하는가. 조금은 다르지만, 김훈 작가도 이와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조금 길지만 전문을 옮긴다.  

 

   본래 조악한 것일수록 당당한 외양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내가 사는 이 무인지경의 산골마을에서도 밤이면 강 건너 러브호텔의 불빛은 찬란하다. 러브호텔들은 그 조악한 건축양식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네덜란드풍의 풍차나 이슬람 양식의 돔 지붕, 디즈니랜드풍의 뾰족지붕과 어렸을 때 읽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술의 성이 국토의 구석구석에 창궐하였다.  

   이제 러브호텔에는 도농(都農)의 격차가 없다. 본래 욕망은 평등한 것이다. 전에 살던 서울의 외곽 신도시에도 러브호텔은 창궐했다. 러브호텔 사이사이에 교회가 수없이 들어섰다. 큰 사찰도 세워졌다. 러브호텔은 지붕의 외곽선에 네온사인을 둘렀다. 교회의 십자가도 네온사인이었고 사찰의 용마루 곡선도 네온사인이었다. 밤마다 그 거리는 성(聖)과 속(俗)이 뒤엉켜 번쩍거리며 욕망의 분화구와도 같은 세속도시의 장관을 이루었다.  

   그 신도시는 러브호텔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민들과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 사이에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다. 분노한 기독교인들은 ‘종말이 가까워왔다. 회개하라’는 현수막이 걸린 트럭을 저녁 무렵의 러브호텔 앞에 세워놓고 죄 많은 세상을 통탄했다.  

   그 신도시 주민들은 자꾸만 번져가는 러브호텔에 대한 도덕적 분노로 끓어올랐다.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장과 교육감은 속수무책으로 쩔쩔맸다. 시장은 시위대 앞에 나와서 "러브는 규제대상이 아니다. 행정력으로는 러브를 막을 수 없다"라고 절규했다. 좀 희화적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행정력뿐 아니라 군사력이나 경찰력을 동원해도 러브를 막을 수는 없다. 종교나 교육의 힘도 러브 앞에서는 무력해 보인다.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겁주어서 될 일도 아니다. 욕망에는 종말이 없고, 욕망에는 회개가 없다.  

   시장의 그 절규는 틀린 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람이란 뻔한 일을 대놓고 뻔하게 말해주면 약올라하게 마련이다. 그러자 행정력을 동원해서 러브호텔 주차장의 비닐커튼을 걷어내라는 분노의 함성이 일었다.  

   이것은 될 일이 아니다. 호텔 주차장 입구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가려주는 이 비닐커튼은 그 신도시의 평화를 지켜주는 완충장치다. 이 커튼을 걷어내면 가정은 거덜 나고 불화는 증폭된다. 비닐커튼은 물론 위선과 허위의 장치다. 세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위선일 때가 많다.  

   현행법에는 학교 울타리로부터 150미터 안에는 숙박업소를 허가해주지 않도록 되어 있다. 아이들이 150미터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산지사방으로 다니면서 논다. 그러니 이 150미터 안에 무슨 유효한 도덕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나마 부질없는 장치라도 있어야 세상은 덜 민망하고 덜 쑥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비닐커튼이 부도덕하고 150미터 규정이 도덕적인 것도 아니다. 다 똑같은 것이다. 세속도시에는 그 두 개가 다 필요하다.  

   아마도 선(善)이 악(惡)을 몰아내는 방식으로 세속도시의 러브를 몰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러브호텔들이 그 내부에서 세련된 익명성을 완성하듯이 그 건물 외양에도 그 같은 은밀성을 도입해서 점잖은 위선의 포즈를 갖는 일이 필요하다. 러브로 장사를 하려면 제발 좀 눈에 띄지 않게 하라는 말이다. 나는 이것이 비닐커튼 시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러브호텔을 애용하는 남녀들은 되도록 학교 근처 호텔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불륜을 하더라도 이만한 시민의식을 갖추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나는 지금 러브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권장하지 않더라도 러브는 더욱 번창할 것이다.

데일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그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 트윈 픽스는 (말 그대로) 지옥이 된다. 이것은 시리즈 마지막 회에서 다룰 것이다.  

 

 

 

3. 러브  

<트윈 픽스>의 절반은 로라 파머(와 그를 죽인 범인)에 관한 이야기였고, 나머지 절반은 마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이 (표면적으로) 해결된 이후, <트윈 픽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중 이번 회에서는 그동안 벌렸던 사랑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회에서 언급하는 사랑은 모두 불륜이라는 점이다.  

 

  

3-1. 노마 제닝스 & 빅 에드 헐리  

에드: 먼저 얘기해.
노마: 알았어. 내가 잠들 때,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건 너야.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가장 먼저 내 맘에 떠오르는 것도 바로 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우리가 서로 떨어져 지낼 것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괘념치 않아.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 에드. 그리고 우린 견뎌낼 거라 생각해.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동안 그토록 지키고 있던 선이 한 번에 무너진 것은 에드의 부인 네이딘의 기억상실과도 관련이 있다. 에드는 네이딘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 노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네이딘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이 때, 그의 죄의식은 옅어졌으며, 노마에게 그간 가두어놓았던 감정을 발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드는 노마의 남편 행크를 잊고 있었다.  

"오, 에드. 우리가 사랑 때문에 하는 짓 좀 보라지." 

 

 

3-2. 네이딘 헐리 & 마이크 넬슨  

네이딘: 마이크 넬슨, 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멋진 남자야! 난 널 진짜로 좋아할 수 있어, 네가 나랑 데이트만 한다면!   

네이딘은 10대의 규정지을 수 없는 생동감과 충동감으로 마이크에게 직접 행동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를 괴물 취급하며 피하기만 하던 마이크도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3-3. 제임스 헐리 & 에블린 마쉬  

제임스: 왜 남편이 때리는 대로 맞는 거죠?
에블린: 남편이 곧 떠날 거야. 난 네 도움이 필요해. 도와줄 거지?   


에블린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이용해 순진한(로라의 말에 따르면 멍청한) 제임스를 농락한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는 대신, 계속 남편에 대한 암시를 준다. 게다가 에블린의 오빠 말콤도 계속 제임스를 자극한다. 결국 제임스는 이들에게 넘어가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점이 있었다. 에블린이 제임스를 정말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닳고 닳은 뻔한 이야기지만.  

 

 

3-4. 바비 브릭스 & 셜리 존슨  

바비: 넌 지금 벤 혼이 가장 신뢰하는 직원을 보고 있는 거야.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건 나한테 정말 큰 기회라고. 그리고 이건 리오 존슨을 거품 목욕 시키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야.
셜리: 그럼 나는? 난 뭐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바비: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은데.   

바비는 보험금을 타려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온갖 감언이설로 셜리를 꼬드겨 그 끔찍한 리오 존슨을 감옥 대신 집에서 간호하게 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나 적은 보험금에 실망한 바비는 셜리를 떼어 놓고 자신만의 길을 떠난다. 남편 리오나 애인 바비나 다 그나물에 그밥인 놈들만 만난 셜리는 기막힐 따름이다.  

  

3-5. 조시 패커드 & 해리 S. 트루먼  

트루먼: 당장 우리 집으로 옮겨요. 어서.
조시: 여기가 제가 머물 곳이에요.
트루먼: 모든 것을 내게 다 이야기한 후에도? 캐서린과 함께 있는 곳이 집이라고?
조시: 다른 선택이 없어요.
트루먼: 내가 당신을 보호하게 해줘요.
조시: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요? 난 여기가 안전해요. 그런 만큼 당신도 안전해지고요.
트루먼: 난 당신을 원해요. 좋건 나쁘건 내겐 상관없어요.   

조시가 굳이 온갖 모욕을 감수하며 캐서린의 집에 머무는 것은 트루먼 보안관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트루먼과 멀리 떨어지고, 캐서린과 같이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나쁜 상황을 겪더라도 최소한 혼자만 당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하지만, 캐서린은 이미 겹겹의 안전 막을 쳐놓은 상태다. 조시는 캐서린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3-6. 캐서린 마르텔 & 벤자민 혼  

캐서린: 사실이야. 난 여기 비웃으러 왔어. 당신은 날 속였어. 당신은 날 죽이려고도 했지. 그리고 난, 이와 같은 훌륭한 이유로 인해, 당신을 아주 깊숙이 묻어버리려 했지. 먼 훗날 미래의 아이들이 땅을 파서 당신의 유골을 전시하기 위해서. 그 밑엔 이렇게 쓰여 있겠지. "비열한 미국인 쥐새끼: 먹이를 주지 마시오. 믿지 마시오."
벤: 내 생각에도, 난 전혀 믿음이 가지 못한 놈이야.
캐서린: 집어치워. 하지만,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내게 준 그 모욕에도 불구하고, 난 이렇게 여기에 왔어. 당신을 원하기 때문에.
벤: 농담이 지나치군.
캐서린: 난 당신을 원해, 벤. 그런 사실이 무섭긴 하지만,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 당신은... 내 몸을 깨어나게 하니까.   

모든 것을 다 가진 캐서린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벤자민을 능욕함과 동시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왔다. 정말 무서운 여자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브릭스 소령과 관련 있는 공군의 ‘블루 북 프로젝트’는 UFO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트윈 픽스에서는 ‘하얀 오두막’과 관련이 있다. 트윈 픽스 인디언들의 전설에서 시작한 하얀 오두막은 정부가 개입된 거대한 사건으로 보인다. 비밀을 숨기는 자와 비밀을 풀려는 자의 이야기. 은 바로 여기서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드니스 브라이슨이 처음으로(!) 남장을 했다. 데이빗 듀코브니의 팬들은 이제야 감격의 눈물을 흘릴 듯 하다.   

 

윈덤 얼이 움직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과격한 방법을 사용해서. 시체의 신원은 외부 사람이다. 윈덤 얼이 앞으로 살해하는 사람은 모두 외지인들이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김훈, 생각의 나무
- 『TWIN PEAKS #2.013』 스크립트, 7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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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2 (20)
        타이틀 The Black Widow
        각본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1
년 1월 12일 
 

 


1. 이야기  

데일은 트윈 픽스에 오래 머물 요량으로 집을 구하다 우연히 코카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곳에서 장 르노, 행크 제닝스, 어니 나일스, 캐나다 경찰 킹이 마약 거래에 관한 회합을 벌였으며, 바비 브릭스는 벤자민 혼에게 고용되어 행크 제닝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하다 이 현장을 발견한다. 오드리 혼은 데일에게 이 증거를 전해주고, 데일은 DEA 요원 드니스 브라이슨과 수사에 착수한다.  

에블린의 집에 머물고 있는 제임스 헐리는 점차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녀는 남편에게 주기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그녀의 오빠이자 운전사인 말콤은 제임스에게 에블린에 대한 동정심과 남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긴다.  

젊은 여인 라나와 결혼한 더그 밀포드는 복상사로 죽었고, 그의 형인 드웨인 밀포드 시장은 라나가 범인이라며 보안관들에게 수사를 종용한다. 딕 트레메인은 꼬마 니키가 악마라 생각하고 그의 출생의 비밀을 의심한다. 사라졌던 브릭스 소령이 갑자기 집에 돌아온다.  

 

 

 

 

2. 걸프전(Gulf War)  

17번 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1990년 11월 17일을 마지막으로, <트윈 픽스>의 방영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미뤄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걸프전 때문이었다.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에 철수를 요구하며 제재를 가했지만,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일방적인 합병을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쿠웨이트 유전에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이집트 등 주요 국가들이 다국적군에 합류했고, 유엔은 11월 29일 무력사용을 허용했다.  

이 전쟁이 유독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최초로 TV로 생중계되는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CNN을 비롯한 각 방송사들은 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다양한 앵글로 전장의 스펙터클을 생중계했으며,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타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전쟁을 브라운관으로 ‘즐기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는 현실을 압도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더 이상 미국 촌구석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보다(게다가 이미 로라 파머의 범인도 밝혀진 상태였다), 지금 저기서 벌어지는 스펙터클에 관심을 두었다. 시청률에 움직이는 ABC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보다는 전쟁 생중계에 더 관심을 두었고, <트윈 픽스>는 2주간 결방을 한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돌입하자, <트윈 픽스>는 12월 1일에 방송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전쟁 상황에 따라 결방이 이어졌고, 이것은 연속극의 입장에서는 독(毒)이 되는 편성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편성으로 SBS의 드라마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비교해본다면, 당시 ABC 방송국의 행태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결방과 로라 파머라는 드라마의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그리고 시리즈의 크리에이터인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의 관심 저하로 엉거주춤하는 사이, <트윈 픽스>는 점점 힘이 빠져가기 시작했다.  

 

 

3. 문학적 인용  

<트윈 픽스>에는 문학적 인용이 많이 들어있지만, 유독 이번 회에서는 그 인용이 넘친다. 피트 마르텔과 캐서린 마르텔의 축하 자리에서는 예이츠의 시가 흘러나오고, 졸지에 미망인이 된 라나를 본 남자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낭송한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나니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진리로 알 것은 다만 이것뿐. 
              나는 술잔을 입에다 들고 
              그대를 바라보며 탄식 하노라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sigh  

- William Butler Yeats 「Wine Drinking Song」 -             

 

  

 

              아, 횃불은 그녀에게서 불타는 법을 배워야 하겠구나! 
              검은 에티오피아인의 귀에 걸린 값비싼 보석처럼 
              밤의 볼에 걸려있어. 
              사용하기엔 너무 고귀한, 속세의 것이 되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움이여!  

              44 O, she doth teach the torches to burn bright! 
              45 It seems she hangs upon the cheek of night 
              46 Like a rich jewel in an Ethiope's ear; 
              47 Beauty too rich for use, for earth too dear!  

- William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Act 1, Scene 5 -             

 

물론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학적 인용을 하겠냐만,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는 직설적인 대사보다 이런 에둘러 표현한 인용이 멋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니키의 부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Be Killed)는 말 때문에, 딕 트레메인은 니키를 불운을 몰고 오는 악마라고 생각한다. 니키를 보여주는 숏은 일부러 <오멘>의 데미안을 떠올리게 찍었다.  

 

 

벤자민 혼은 게티즈버그 전투 놀이에 집착한다. 그는 특히 남부의 로버트 에드워드 리(Robert Edward Lee) 장군에 집착하는데, 벤자민 혼의 상황과 리 장군의 상황은 일면 맞아 보인다. 그는 역사를 패배한 역사를 되돌리고 싶어한다.  

 

말콤은 제임스를 자극하고, 에블린은 그런 제임스를 유혹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팜므 파탈 그리고 느와르.  

 

드웨인 밀포드 시장은 제수씨인 라나가 자신의 동생을 무리한 섹스로 죽였다고 믿는다. 유난히 섹스에 집착하는 밀포드 시장은 이미 다른 남자들처럼 그녀의 매력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2』 스크립트, 5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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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1 (19)
        타이틀 Masked Ball
        각본 Barry Pullman
        감독 Duwayne Dunham
        방영일 1990
년 12월 15일 
 

 

 

1. 이야기  

데일 쿠퍼와 함께 캠핑을 즐기던 브릭스 소령이 사라졌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다. 호크가 데일에게 브릭스 소령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하얀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에 관한 전설을 말해준다.  

데일에 관한 심리가 진행되고 예정대로 DEA 요원 드니스 브라이슨이 트윈 픽스에 도착, 사건을 맡는다. 그와 동시에 데일은 윈덤 얼에게 편지를 받는다.  

제임스는 트윈 픽스에서 조금 떨어진 바에서 에블린이란 여인을 만나고 그녀 남편의 차를 수리한다. 네이딘은 학교에서 빅 에드 대신 레슬링부의 마이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유령숲 개발과 패커드 제재소를 잃은 벤은 실의에 빠진다. 행크가 나타나 벤에게 애꾸눈 잭의 소유권이 이전되었음을 통보하고 떠난다. 벤은 충격에 빠진다.  

조시는 조직의 수장인 토마스 에크하르트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트윈 픽스로 돌아왔다. 그녀는 캐서린을 찾아가 남편 앤드류를 죽인 일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빈다. 캐서린은 그녀를 하녀로 삼는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앤드류 패커드가 나타나 캐서린과 음모를 꾸민다.  









 

 

 

2. 가득 찼지만 텅 비어있는  

<트윈 픽스>의 19번 째 에피소드는 거의 파일럿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등장인물과 사건이 쏟아져 나오지만, ‘로라 파머의 죽음’ 같은 강렬한 구심점이 없는 관계로 이야기는 각자 따로 진행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제는 트윈 픽스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극을 이끌게 된다.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이상한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을 떠올려보면, <트윈 픽스>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딴 곳으로 향해 가는지를 알 수 있다.  

가장 큰 실패는 제임스에 관한 에피소드다. 애당초 제임스 헐리는 그렇게 특별한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그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게다가 그에게 일어나는 일은 트윈 픽스를 벗어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다. 이것은 명백한 기획 의도의 오류임 동시에 시즌 오프의 개념이다. 트윈 픽스의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과 그 장소 안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인데, 작가들은 그 전제에서 자꾸 벗어나고 있다.   



 

 

 

3. 흰 오두막, 검정 오두막  

브릭스 소령이 사라지기 전, 데일은 브릭스 소령으로부터 ‘흰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호크 보안관보가 데일에게 '흰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걸 대체 어디서 들은 거죠?"

 

호크: 지역 전설이죠. 흰 오두막은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자연을 지배하는 영혼들이 거주하는 곳이에요.
데일: 한 번 보고 싶은 곳이군요!
호크: 많은 사람들이 그랬죠. 하지만 그곳은 오로지 영적인 단계로만 존재해요. 또 ‘검정 오두막’에 관한 전설도 있죠. 흰 오두막의 어두운 면이자 이 세계를 어둠의 힘으로 이끄는 장소이죠. 악몽의 세계에요. 주술로 아이들이 사라지고, 성난 영혼들이 숲에서 나오며,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무덤이 열리죠.
데일: 무시무시하군요.
호크: 전설에 따르면 모든 영혼은 완전한 세상으로 가는 길에 그곳을 거쳐야 한다고 했어요. 그곳에서 자신의 어두운 자아를 만나죠. 우리 종족들은 그것을 ‘문지방의 거주자’라고 불러요. 하지만 만일 그 영혼이 검정 오두막에서 부족한 용기로 자신의 자아를 대하지 못하면, 그 영혼은 완벽하게 파괴된다고 하지요.
데일: 세상에나.  

 

흰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은 데일이 꾼 꿈속의 빨간방을 확장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설정은 굉장히 안타까운 결과물을 낳았는데, 데이빗 린치가 애초에 생각했던 선과 악의 모호함이 사라지고 확실하게 갈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그 경계의 모호함에 있던 인물/존재들이 편을 갈러 나뉘기 시작한다. 모호함은 사라지고 구분만이 남은 세상. 트윈 픽스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렇게 아우라를 하나씩 잃어 간다.   

 

 

3-1. 앤스락스, 안젤로 바달라멘티, 트렌트 레즈너  

예전엔 고유명사 같은 독특한 이름이었지만, 911 테러 이후 보통명사가 된 헤비메탈 그룹 앤스락스(Anthrax)는 <트윈 픽스>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드라마에 빠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트윈 픽스>에 영감을 받은 곡을 만들었는데, 그 곡이 바로 「Black Lodge(검정 오두막)」이다. 이들은 한 술 더 떠 <트윈 픽스>의 음악을 맡은 안젤로 바달라멘티를 모셔와 공동 작업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인 인치 네일스(NIN)의 트렌트 레즈너 역시 <트윈 픽스>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트윈 픽스>의 방송일이 제멋대로 잡힐 무렵 NIN은 전미 투어를 잡았었는데 <트윈 픽스>의 마지막 방송일이 잡히자 트렌트 레즈너는 “<트윈 픽스>를 봐야한다”는 이유로 투어를 취소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런 점이 기특해서였는지(?), 데이빗 린치는 <로스트 하이웨이>를 감독할 때 그에게 음악 감독을 맡긴다. 린치의 신임을 듬뿍받은 트렌트 레즈너는 <로스트 하이웨이> OST를 자신의 역작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OST와 같이, 기막힌 노래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4. 드니스/데니스 브라이슨  

데일과 관련한 마약 수사를 위해 트윈 픽스에 도착한 드니스/데니스 브라이슨(David Duchovny)은 복장 도착자(transvestite)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지금이야 <엑스 파일(X-Files)>의 주인공 멀더의 흑역사로 치부되지만... 그는 여성 복장을 했을 때는 자신을 드니스(Denise)라 소개하지만, 남성 복장을 할 때는 데니스(Dennis)라 소개할 만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구분을 가지고 있다.   



         

 

그가 여성복장을 입는 이유는 꽤나 독특하다.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 복장을 입었는데, 그 옷이 그렇게 편했기 때문에 아예 여장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광란자(Cruising)>의 귀여운(!) 오마주다. 차이가 있다면 <광란자>의 스티븐 형사(알 파치노)는 동성애자가 되어버리고 괴로워하지만, 드니스는 스스로 이 상황을 즐긴다는 점이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미국에선 1980년대나 1990년대 모두 동성애자나 복장 도착자들을 위험하거나 신기한 존재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때 제작된 <양들의 침묵>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조나단 드미 감독 역시 성도착자이자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테드 라빈)을 ‘미친놈’으로 스케치했다. 199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성애자들은 시위를 벌였고,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인물에 접근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그 이듬해 <필라델피아(Philadelphia)>를 만들었다.  

    

 

 

 

5. 기억할만한 지나침  

네이딘은 같이 학교에 다니는 마이크(바비의 단짝!)에 관심을 갖는다. 그녀는 더 이상 에드에 관심이 없다.  

"에드는 집에 있고 마이크는 학교에 있어. 에드는 집에만 있는데 마이크는 나가길 좋아하지. 좀 현실적이 되자고. 가끔 에드는 우리 아빠같이 나이 들어 보이거든." 

에드가 노마와 함께 같이 지내지 못한 것은 네이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이딘이 스스로 떠나려 한다. 에드와 노마에게는 물론 네이딘까지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물론 호시탐탐 행크가 노리고 있겠지만.  

 

 



죽은 줄 알았던 앤드류 패커드(Dan O'Herlihy)의 등장은 놀라움 보다는 한숨이 나오는 설정이다. 이미 그 자체로 완료형이었던 인물들이 드라마의 연장을 위해 하나씩 불려나오는 설정은 안타까울 뿐이다.  

 

 

유령숲 프로젝트와 제재소 소유권을 빼앗긴 벤자민 혼에게 행크는 애꾸눈 잭의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소식을 통보한다. 이제 벤자민에게 남은 것은 그레이트 노던 호텔뿐이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정신 공황에 빠진다. 더 이상 돌릴 필름이 없는 스크린 앞에 서 있는 벤자민의 모습은 그의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윈덤 얼이 드디어 움직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행보는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다.  

 

 

6.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1』 스크립트, 3r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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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0 (18)
        타이틀 Dispute Between Brothers
        각본 Tricia Brock
        감독 Tina Rathborne
        방영일 1990
년 12월 8일 
 

 

1. 이야기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이 종결되고 데일 쿠퍼는 트윈 픽스를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의 용의자 수사와 오드리 혼의 구출을 위해 불법으로 캐나다 국경을 넘어간 사실이 발각되고, 데일은 직무를 정지 당한다.  

캐서린 마르텔은 해리 트루먼 보안관에게 자신이 살아 돌아왔음을 알리고, 그날 밤 조시 패커드가 상처를 입은 채로 해리를 찾아온다.  

데일은 트윈 픽스에서 브릭스 소령과 함께 낚시를 하며 밀린 휴가를 즐긴다. 브릭스 소령은 데일에게 하얀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숲에 강렬한 빛이 비추고 브릭스 소령이 사라진다.  













 

 

2. 패착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이 해결됨으로 데일 쿠퍼는 더 이상 트윈 픽스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 말은 더 이상 이 드라마를 이끌어갈 동력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빅 에드 헐리 - 노마 제닝스 - 행크 제닝스의 삼각관계와 벤자민 혼 - 캐서린 마르텔 - 조시 패커드의 쫓고 쫓기는 비즈니스 관계,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불길한 리오 존슨, 네이딘의 고등학교 생활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로라 파머의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와 같이 진행된 이야기들이다. 수수께끼의 정답을 안 순간, 나머지 퍼즐은 관심을 잃기 마련이다. 결국 <트윈 픽스>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데일 쿠퍼를 트윈 픽스에 머물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야기 운용에 있었다. 드라마를 새로 이끌어 가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회의 절반이 지난 이야기의 에필로그에 할애됐다. 쉼표가 아닌 마침표. 시청자의 입장에선 드라마가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파머 가족과 데일 쿠퍼에게 지나치게 할애했다.   



"해리, 난 정말로 이곳을 잊지 못할 거예요."

 

더 심각한 문제는 시나리오 작가들 조차도 이야기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 타이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생뚱맞은 “Dispute Between Brothers(형제들 간에 싸움)”다. 여기서 말하는 형제들은 트윈 픽스 시장 드웨인 밀포드와 신문사 사장 더기 밀포드를 가리킨다. 리랜드 파머의 장례식에서 아주 잠깐 언급한 이들 형제는 앞으로 드라마 운용에 있어서도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마크 프로스트와 데이빗 린치가 로라 파머의 살인범을 드러낸 이후에 대한 Plan B를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것은 ABC TV의 살인적인 압력 때문에 결정한 사실이긴 하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결정은 드라마를 패착으로 이끄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기 왜 오셨는지 좀 생각해 보세요."

 

가장 큰 문제는 로라 파머의 살인범을 드러내고 난 후, 마크와 데이빗이 <트윈 픽스> 프로젝트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마크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인 <스토리빌(Storyville)>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데이빗 린치는 안젤로 바달라멘티, 줄리 크루즈, 그리고 <트윈 픽스>와 <광란의 사랑>의 멤버들을 데리고 뮤지컬 <산업교향곡 1악장(Industrial Symphony No. 1: The Dream of the Brokenhearted)>을 공연했다. <트윈 픽스>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관심이 시들해지기 시작하니, 이야기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되고, 결국 시리즈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3. 아우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姬)>에서 신(神)들이 사라진 숲이 평범한 모습으로 바뀌었듯이, 밥의 정체가 드러난 후 <트윈 픽스>를 둘러 싼 특별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불길함과 불온함이 넘쳐났던 숲은 평범해 보이고, 긴장감이 넘쳐났던 마을의 분위기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트윈 픽스를 규정하고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정장을 벗은 캐주얼 복장의 차림인 데일 쿠퍼의 모습은 규정할 수 없었던 그의 독특한 성격마저 희석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더 이상 꿈과 티베트와 거인과 난쟁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트윈 픽스>를 통해 미스터리에는 질문과 대답만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분위기까지 담겨 있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4. DEA & FBI  

데일 쿠퍼가 협약을 어기고 국경을 넘은 사실은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르노 형제의 마약 거래를 캐나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착수하고 있었는데, 데일이 망쳐놓았다는 것이다(물론 장 르노와 캐나다 경찰이 짠 음모임이 밝혀진다). 게다가 장 르노는 사라지고, 그의 은신처에 있어야할 다량의 마약까지 사라진 상황이라, 특별 수사관 로저 하디는 이런 복잡한 문제로 트윈 픽스를 방문해 데일을 추궁한다.  

그는 조만간 DEA에서 이 사건을 수사할 것이라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FBI와 보안관(Sheriff)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DEA는 마약국을 의미한다. 향정신성 의약물에 대한 연방수사 및 해외수사까지 맡고 있으며 남미 쪽에서도 활동하는 '준군사조직'화된 팀도 있는걸 보면 기관의 명성이나 권위가 막강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왕 살펴보는 것, FBI에 대해서도 조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내란, 간첩, 태업이나 군대에 대한 방해 행위 등 국가안보에 관한 범죄
2) 몸값을 요구하는 등의 유괴죄
3) 은행 강도, 절도죄 및 은행 임직원의 횡령부정사건
4) 2개 주에 걸친 자동차 절도 및 강도 범죄
5) 연방공무원이 관련된 뇌물죄
6) 주를 넘나드는 도난품 운반 범죄
7) 수표위조 및 행사 범죄
8) 항공기 및 여객용 자동차에 대한 파괴 범죄
9) 중요 도망범죄자의 수사
10) 연방정부에 대한 사기범죄 및 민사사건
11) 저작권 등에 관한 범죄  

데일 쿠퍼가 트윈 픽스에 온 것은 4), 9) 항목 때문이고 로저 하디가 온 것은 데일 쿠퍼의 5) 혐의로 온 것이다. 기본적으로 각 기관끼리의 서열은 동등하지만, 수사권에 대한 알력싸움은 항상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트윈 픽스> 파일럿에서도 수사에 들어가기 전, 데일이 해리에게 먼저 한 말도, 수사권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보면 기선잡기란 항상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FBI가 왔을 때는 FBI에 책임이 있습니다."

"가끔 문제가 생기곤 하거든요."

 

 

5. 기억할만한 지나침  

 

특별 수사관 로저 하디의 등장은 그동안 <트윈 픽스>에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함과 동시에 무언가 모를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백인들만 존재하는 판타지라는 관객들의 불만을 듣고 란도 칼리시안 역에 빌리 디 윌리엄스를 캐스팅한 것 같이 급조된 느낌이 든다.  

사실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서 유색인종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함께 백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찍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불만이 없다. 모든 감독들이 “위 아 더 월드”를 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비전을 원한다.  

 

 

루시가 밴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확률을 반씩 지닌 딕 트레메인과 앤디 브레넌은 루시가 택하는 사람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로 합의 한다.  

 

"난 내 직업윤리를 어길 수가 없었단다."



"윤리라고요? 난 엄마 딸이에요."
 

노마는 M. T. 웬츠가 자신의 식당에 대한 악평을 쓴 것을 보고 실의에 빠진다. 그녀는 어머니가 M. T. 웬츠임을 알고 분개한다. 비비안은 가족의 사랑보다는 자신의 직업 윤리를 우선해서 솔직하게 비평을 썼다고 밝히고 노마는 어머니를 쫓아낸다. 노마가 왜 어머니를 오랜만에 봤을 때 그렇게 꺼려했는지, 왜 모녀사이가 그렇게 어색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리오 존슨은 분명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것이다. 문제는 언제 깨어날 것인 가다.  

 

 

6.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0』 스크립트, 6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잡학] 영화로 보는 미국의 경찰기관, 텅빈거리 님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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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9 (17)
        타이틀 Arbitrary Law
        각본 Mark Frost &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0
년 12월 1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3. The Orchid's Curse 
        14. Demons  
        15. Lonely Souls
        16. Drive with a Dead Girl

 
   

 

 

 

1. 이야기  

메들린 퍼거슨의 죽음이 로라 파머를 죽인 살인범의 동일 소행이란 것이 밝혀지지만, 사건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벤자민 혼이 유치장에 있을 때 벌어진 것으로 판명되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벤자민 혼은 로라가 죽던 날 알리바이를 입증받기 위해 캐서린에게 유령숲 개발권과 제재소를 모두 넘기지만, 캐서린은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않는다.  

다나는 무료 급식을 배달해준 트레먼드 부인을 데일 쿠퍼와 함께 찾아가 보지만, 트레먼드 부인은 몇 년 전에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대신 해롤드가 죽기 전에 보낸 편지를 받는데, 그 안에는 로라가 죽기 전에 쓴 일기가 들어 있었다. 일기장에서 로라는 데일과 같은 꿈을 꾸었으며, 데일에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혔다.  

데일은 그만의 방법으로 로라를 죽인 범인을 알아내고 그를 유치장에 가둔다. 유치장에 갇히자 밥은 그 존재를 드러내고, 테레사 뱅크스, 로라 파머, 매들린 퍼거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 그는 지금은 숙주의 몸을 떠나지만, 조만간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한다.   







 

 

2. 도망자  

밥의 실체를 드러낸 데이빗과 마크는 더 이상 이야기를 끌지 않고 바로 결말로 이끌어간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끝난다는 의미다. 데이빗은 종종 <트윈 픽스>를 TV 드라마 <도망자(The Fugitive)>와 비교했었다. <트윈 픽스>의 밥은 <도망자>의 외팔이 사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다. <도망자>에서 리처드는 매 회 자신의 부인을 죽인 외팔이 사내를 추적하면서 새로운 사건을 겪는다. 사건이 해결되면 외팔이 사내는 사라지고, 그는 또 추적을 한다. 외팔이 사내가 잡히면 드라마는 끝나는 것이다.  

오리지널 TV 드라마 <도망자>의 외팔이

 

하지만 그들은 이 드라마를 끝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로라 파머 혹은 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트윈 픽스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이빗과 마크는 로라 파머와 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를 이쯤에서 정리하고, 밥과 마이크가 온 다른 세계(Another Place)에 대한 이야기로 드라마를 선회하기로 한다.  

 

 

3. 퍼즐  

의미 없는 상상이지만, 데이빗 린치가 이 에피소드를 감독했더라면 원래의 스크립트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까지 던져진 모든 미스터리는 열린 채로 두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의 감독인 팀 헌터는 세 명의 작가가 쓴 스크립트의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 세 명의 작가들(시리즈의 크리에이터인 마크 프로스트, 드라마의 제작자인 할리 피튼, 전체 이야기를 관리하는 로버트 엥겔스)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언급됐던 미스터리를 모두 설명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미스터리가 모두 휘발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면도 있지만, 데이빗이 감독한 마지막 에피소드에 대한 반응을 생각해보면 괜찮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정답이나 설명이 필요한 법이니까.  

 

3-1. J'ai une ame solitaire (I'm a lonely soul)  

시즌 2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트레먼드 부인의 손자가 읊었던 이 알 수 없었던 불어 문구는 "나는 외로운 영혼"이라는 뜻으로 해롤드 스미스의 유서에서도 발견되었다. 트레먼드 부인은 다나를 해롤드 스미스에게 연결시켜 주었고 이 문구는 다나와 데일이 로라가 죽기 전날의 일기를 발견하게 한다.   







 

3-2. 빨간방  

로라의 일기장에서 로라는 데일이 꾼 꿈과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녀는 밥이 마이크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꿈에서 데일을 마이크로 착각하고 데일에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이야기했다. 데일과 로라는 같은 꿈을 꾸었다.   



 

3-3. 반지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거인은 자신이 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데일의 반지를 가져갔다. 데일이 범인을 알아내자 거인은 다시 찾아와 데일에게 반지를 건네준다.  





 

3-4. 난쟁이  

"자네가 좋아하는 껌이 다시 유행을 탈거야." 이 말은 시즌 1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난쟁이가 데일에게 했던 말이다. 이 의미 없는 말이 밥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딸이 죽고 나서 리랜드는 아무 곳에서나 춤을 추었는데, 빨간방의 난쟁이 역시 춤을 추었다.  







 

3-5. 살인예고  

시즌 1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밥은 데일의 꿈에 나와서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 것을 약속하지"라고 살인을 예고했다. 밥의 영혼에 잠식당한 리랜드 역시 똑같은 말을 한다. 밥의 머리카락은 회색이고, 살인을 저지른 리랜드 역시 머리가 하얗게 탈색됐다.    



 

 

4. Magic  

범인을 잡기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던 데일은 마지막으로 모든 용의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즉흥적인 방식(Arbitrary Law)으로 범인을 색출한다.  

"이틀 전, 한 젊은 여인이 로라 파머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되었습니다. 난 이 방 안에 살인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방수사관으로써, 난 풀기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간단한 대답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로라 파머의 살인범을 추적하면서, 난 FBI의 수사 방식, 추리, 티베트식 방법, 직관, 운 등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지금 난 새로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지칭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니, '마술'이라고 하죠." 

 

용의자 혹은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된 사람은 벤자민 혼, 리랜드 파머, 바비 브릭스, 리오 존슨, 브릭스 소령, 최고령 웨이터, 그리고 빅 에드 헐리다. 빅 에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로라 파머의 죽음 혹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빅 에드가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밥의 실체에 대한 보안 때문이다. 빅 에드는 지난 회 스크립터에서 밥의 악령이 쓰인 존재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연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5. 저주  

제임스와 다나는 매들린이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찾아가서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매들린이 사는 미줄라가 트윈 픽스에서 가깝기 때문이었지만, 실은 제임스와 매들린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었다. 매들린이 트윈 픽스를 떠나는 이유도 실은 제임스 때문이다. 제임스와 다나는 매들린을 만나 작별인사를 건네는 대신에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에 매들린을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로라와 매들린(더 나아가서는 해롤드 스미스까지)의 죽음이 모두 자기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나: 무슨 말이야? 우리 때문이라는 거야?
제임스: 우린 이러면 안 돼. 이건 옳지 않아.
다나: 그럼 우리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 그럼 우리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
제임스: 난 떠나야해. 난 떠날 거야.
다나: 제임스, 가지마.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
제임스: 우리랑 상관없어. 그렇지? 아무것도 우리랑 상관없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통 받더라도 우리만 행복하다면 아무 상관없지.
다나: 제임스, 가지마. 날 두고 가지마.
  

결국 제임스는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트윈 픽스를 떠난다. 완전한 시즌 아웃이지만, 제임스는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제임스의 재등장은 드라마의 흐름에 커다란 패착을 끌고 온다.  



 

 

6. 전대사(全大赦)  

모든 범행을 자백한 리랜드 아니 밥은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밥의 영혼은 떠나가고 제정신이 든 리랜드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으며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죽어가는 리랜드를 품에 보듬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데일 쿠퍼의 모습은 수사관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카톨릭 신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리랜드를 천국으로 인도하며, 딸 로라에게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다. 리랜드의 영혼은 로라의 영혼을 만났다. 그런데 리랜드와 로라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천국(Heaven)인 것 같지만, 이들은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이 새로운 공간은 다음 회에서 인디언인 호크 보안관보가 설명한다.   



 

위로부터 <트윈 픽스>, 맨 아래 <엑소시스트(The Exocist)> 

  

 

7. 오멘  

사건을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악령 밥은 리랜드의 몸에 들어가 그를 조종했다. 그리고 밥은 리랜드의 몸을 빌려 테레사 뱅크스를 살해하고, 리랜드의 딸 로라 파머를 강간하고 살해했다. 그리고 로라 파머를 떠올리게 하는 사촌 매들린 퍼거슨도 살해했다. 숙주의 정체가 밝혀지자 밥은 리랜드를 죽이고 다른 영혼을 찾아 떠났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이렇다. 리랜드 파머는 정신이상(혹은 이중인격)을 빙자하여 수년간 자신의 딸을 강간하고 딸과 비슷한 여자들을 살해했다.  

이 이야기는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The Omen)>에서 한 이야기와 같은 구조다. 쏜 대사는 태어난 아들이 죽자 아이를 입양하는데, 이 아이가 적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고 제거하려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쏜 대사의 아들이 죽어 입양을 했는데, 주변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들이 입양한 아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정신 착란으로 아들을 죽이려 했지만 다행히 실패한다. 이 이야기는 관점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악령을 믿지 않고 증거를 우선한 해리 트루먼 보안관도 이 같은 사실에 적잖이 당황한다. 그런 해리에게 데일이 이야기한다.  

트루먼: 난 이 숲에서 평생을 살아왔어요. 난 이상한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들었고, 수도 없이 봤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벗어났어요. 도저히 믿기 힘들군요.
쿠퍼: 그러면 자기 친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람이 있다는 걸 믿는 게 쉬운가요? 그게 더 받아들이기 편한가요?
  

어쩌면 밥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행(罪)을 형상화한 것일 수도 있다. 악의 조종과 자신의 의지가 적당히 뒤섞인 그런 형태로, 밥은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를 것이다. 우리는 테레사 뱅크스와 로라 파머 그리고 매들린 퍼거슨을 살해한 밥을 찾았을 뿐이다. 악은 이제 또 다른 악을 꿈꾼다.  

 

 

8. 기억할만한 지나침  

"굉장한 변장이야, 캐서린." 

일본인 기업가 토지무라로 변장한 캐서린 마르텔이 처음으로 찾아간 사람은 벤자민 혼이다. 그녀는 벤자민에게 복수할 생각을 가지고도 있었지만, 벤자민이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지 떠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벤자민은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만, 남편 피트 마르텔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 아마도 이런 요소들이 그녀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아. 피츠버그에서처럼 말이야, 그렇지, 쿠퍼?" 

밥은 이미 수년 전 데일 쿠퍼와 파트너 윈덤 얼과 관련한 사건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즌 1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데일이 언급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밥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봉하는 데일 쿠퍼와 실존하는 증거를 신봉하는 해리 트루먼의 모습은 <엑스 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로 발전한다.  

 

 

9.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9』 스크립트, 4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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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3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충격적인(그때 당시)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Tomek 2010-07-01 08:23   좋아요 0 | URL
저도 마지막 회는 볼 때마다 소름이... 스크립트에서는 분명 분위기가 '다음 회에서 계속'이었는데, 결과물은 '이제 끝'하는 느낌이어서 더 당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